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4
114
114. 천마(天魔)의 제자(2)
드래곤(Dragon)에 대해서 아는가?
흔히 세계를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묘사되고 있는 그들은 다른 종족들보다 압도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지며 하사 받았던 ‘용언(龍言)’부터 시작해.
다른 종족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한 힘과 마력까지.
그들의 위에 그 누구도 군림할 수 없기에 ‘드래곤’은 수호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었다.
그래, ‘그들’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쿨럭-]모든 것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
분명 푸른색의 색감을 가지고 있었던 하늘의 색깔은 마치 칠흑을 칠해놓은 것처럼 어두워져 있었고, 그런 어두침침한 하늘 아래-드래곤이 있었다.
[후욱……후욱]힘없이, 금방이라도 그 생명을 꺼뜨릴 듯, 위태롭게 숨을 내쉬고 있는 드래곤.
등 뒤에 달려 있는 거대한 날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고, 푸른색의 비늘 사이에는 쉴 새 없이 용혈(龍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계의 최강자로서 균형을 맞추는 수호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볼품없어 보이는 그 모습.
그 앞에.
“아직도 살아 있네?”
한 명의 수인(?人)이 있었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였으나, 그 누가 보기에도 인간과는 달라 보이는 생김새를 한 그는, 자신의 머리에 놓인 ‘금관’을 만지작거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오히려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표정으로 드래곤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내 자신의 긴 꼬리를 갑주의 허리띠처럼 감으며 말했다.
“고작 이 정도야? 수호자라며? 응?”
더 잘 싸워야 하지 않겠어?
노골적인 조롱.
수인의 말에 드래곤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괴물…….]그의 말에 수인은 웃었다.
“괴물? 내가? 내가 볼 때는 나보다도 네가 더 괴물인 것 같은데?”
[도대체 네 녀석은 누구냐? 고작 그런 수인(?人)의 몸으로 그 정도의 힘을 손에 넣다니-!]너는 도대체-!!
드래곤은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발악까지 해가며 그를 부정했으나 수인은 오히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쯧, 명색이 하나밖에 없는 수호자라는 놈이 고작 외견만을 보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
수인의 비난에 드래곤이 눈이 커졌으나, 이내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쿠구구구궁-
“내가 특별히 외견만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네 눈을 개안(開眼) 시켜주도록 하지.”
수인의 몸에서 뿜어지는 오오라 때문에.
그 누가 봐도 눈부실 정도로 찬란한 황금빛의 오오라.
“잘 봐라. 멍청한 도마뱀 새끼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수인(?人)같은 미물이 아니다.
“나는 하늘을 다스리는 성인.”
-그의 손에서 무엇인가가 만들어진다.
“제천대성((齊天大聖)-”
-손에 만들어지는 것은 황금색의 ‘도경(道經)’이 적혀져 있는 봉.
“미후왕(美?王)이다.”
그 말과 함께-
“미개한 도마뱀아.”
그는 여의봉(如意棒)을 휘둘렀다.
***
거대한 장원의 한가운데 서 있는 천마(天魔).
그의 모습은 예전과 같았다.
몸에는 적당한 크기의 흑의(黑衣)를 걸친 채,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있는 그 모습.
그것은 김현우가 일본에서 보았던 천마의 모습과 완전히 같았다.
그리고 한 번에 천마를 알아본 김현우와 마찬가지로-
“도대체 네가 어떻게 여기에?”
천마(天魔)또한 김현우를 알아본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그런 천마의 표정을 보며 김현우는 생각했다.
‘뭐지?’
분명 저 반응은 천마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분명 악천의 능력은…….’
아이템 과거 회귀.
그가 등반자가 아니었기에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창에서, 그는 악천의 고유스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한 설명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악천이 가지고 있었던 아이템 과거 회귀는 그 이름만 봐도 대강 스킬의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말 그대로 업적이 담겨져 있는 아이템의 과거로 가, 그 무기의 주인에게 무술을 배운다.
김현우이 이해한, 그리고 아브가 정보 권한을 찾아보고 이해한 ‘아이템 과거 회귀’는 그런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천마의 반응은 어떤가.
“…….”
그는 어느새 그 무심한 눈빛에 슬쩍 적의를 얹어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그런 천마의 시선으로 그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뭐야 시발?’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혹시 떠오른 로그가 있나 확인해 봤으나 떠오른 로그는 없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그를 바라보고 있던 천마가 물음을 던졌다.
“네 녀석, 어떻게 허수 공간에 들어왔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생소한 단어.
“……뭐? 허수 공간?”
“네 녀석도 뒤진 건가?”
“뭐? 내가 뒤지기는 왜 뒤져?”
김현우가 즉각적으로 대답하자 천마(天魔)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더니 혼자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하긴, 네 녀석이 뒤졌다면 이곳에 오지는 않았겠지.”
천마는 자기 혼자 납득했다.
“?”
그 모습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야.”
“왜 그러지?”
“너만 알지 말고 나도 알려줘.”
“내가 왜?”
“…….”
이런 시발새끼, 라는 말이 김현우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그는 굳이 그 말을 내뱉지 않았다.
‘후, 진정하자.’
김현우는 들끓고 짜증나던 마음을 한 번에 진정시키고는 스스로 상황 정리에 들어갔다.
우선 처음으로, 김현우가 처음에 생각하고 있던, ‘악천의 원천’을 써서 천마를 만나는 데까지는 아무래도 성공을 한 것 같았다.
문제는 그다음.
김현우의 생각대로라면 절대 자신을 기억하고 있어선 안 되는 천마는 무엇 때문인지 자신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미궁석을 다 모았을 때,’
로그 옆에 떠 있던 ‘원천의 효과가 변질됩니다’라는 로그를 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천마가 나를 기억하는 건 ‘스킬 효과가 변질되었다.’문구 때문인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변질된 거지?
허수 공간은 뭐야?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머릿속에서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풀다 이내 쯧 하고 혀를 차고는 천마를 바라봤다.
‘에이 씨팔 모르겠다.’
스킬 효과가 변질돼서 천마가 자신을 알아보기는 하지만 결국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천마에게 무공을 배우러 왔고-
‘무공을 가르쳐줄 천마는 이곳에 있다.’
그러므로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복잡하게 생각하길 싫어하는 김현우는 스킬 효과의 변질로 일어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현상들을 깔끔하게 일축해 버리곤 천마를 바라보곤-
“야.”
“왜 그러지?”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나 무공 좀 알려줘라.”
“지랄하지 마라.”
그리고 1초도 안 되서 거절당했다.
천마의 거절을 끝으로 침묵이 감도는 장원 안.
김현우는 다시 말했다.
“무공 좀 알려 줘.”
“지랄하지 말라고 했다.”
“무공 좀 알려-”
“지랄 마라.”
“무공-”
“지랄.”
또다시 침묵.
“…….”
“…….”
‘……참자, 참아야 한다.’
김현우는 기본적으로 상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천마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지 않기를 바랐다.
이유?
당연하지 않은가.
‘누가 자기를 죽인 놈한테 무공을 알려주나?’
그렇다.
천마가 김현우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천마가 김현우의 공격에 당해 죽은 기억도 있다는 소리였다.
김현우는 자신이 부탁하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걸 알았기에 입가에 억지 미소를 지었다.
부탁이라는 건 최대한 공손하게 해야 하는 거니까.
“그↘르지 믈↗고 므긍즘 알→려즈믄 안들끄↗?”
그러지 말고 무공 좀 알려주면 안 될까?
무조건 공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채 이를 악물고 억지로 웃으며 부탁하는 김현우.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천마는-피식-
“좆 까라.”
이내 누가 봐도 확연한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뭐? 씨발새꺄?”
김현우는 핀트가 끊김과 동시에 5초 전의 생각을 그대로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순간적으로 바뀐 김현우의 태도에도 천마는 당황하지 않고 비웃음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좆 까라고 했다. 저번에 그 어처구니없는 마력으로 나를 찍어 눌러서 죽일 때는 10초 스승이니 그 개지랄을 떨지 않았나?”
그 10초 동안 배운 걸로 열심히 마력이나 쏘고 다녀라.
천마의 말에 김현우의 입가가 비틀어져 올라갔다.
“그래? 개지랄? 그럼 그 개지랄 맛 좀 다시 볼래 이 새끼야?”
쿠그그그그긍!!!
그와 함께 김현우의 마력이 사방으로 폭사하기 시작했다.
검붉은 마력이 장원을 가득 채울 정도로 퍼져나가자 천마의 표정이 슬쩍 굳어졌다.
“그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마력은 여전하군, 아니- 오히려 더 올라갔나?”
“그래, 내가 너 말고 조진 등반자가 몇 명인데? 응?”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개 박살 못 낼 것 같아?”
“아, 협박이었나?”
여유로운 표정의 천마.
김현우는 비틀린 웃음을 지은 채 금방이라도 천마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며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나한테 개털려서 뒤진 새끼가 굉장히 여유롭다?”
이미 뒤져서 또 뒤져도 상관없냐?
김현우의 물음에 천마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죽으면 안 되지, 이 허수 공간에서 죽으면 기회가 없거든.”
“그러면 뒤지면 안 되겠네?”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하냐? 너 이제 곧 뒤질 건데?”
김현우의 협박에 천마는 피식 웃곤 대답했다.
“내가?”
“응.”
“내가 왜 죽지? 아! 설마 지금 네가 나를 죽이겠다고 하고 있는 건가? 그런데 어쩌지? 미안하지만-”
지금 너는 나를 못 죽여.
천마는 예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김현우를 도발했고, 김현우는 잔뜩 증폭된 악의를 한아름 안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네-!!”
쾅!
그와 함께 김현우의 몸이 사라졌다.
지반이 터져나가지도 않고, 말 그대로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진 김현우의 모습.
탓-
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난 것은 천마의 맞은편이었다.
“이전보다 빨라졌군.”
천마는 바로 앞에 나타난 김현우의 신형에 감탄했으나, 김현우는 답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향해 전력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김현우의 분노로 인해 별다른 묘리는 들어 있지 않았으나 그 근력과 속도만으로도 압도적인 살상무기가 되는 김현우의 주먹.
허나-
턱.
“!!”
분명 이전에 천마(天魔)를 상대 했을 때보다도 강력해진 그의 주먹은, 천마의 얼굴을 맞히지 못했다.
그저 그의 손에 막혔을 뿐.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김현우의 인상이 찌푸려지고, 천마는 입을 열었다.
“왜, 놀랐나? 네 공격을 막아서?”
공격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뻑!
“끅!?”
순식간에 그의 몸을 때린 천마의 주먹.
그와 함께 김현우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고, 김현우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꽝!
순식간에 장원의 외벽을 부신 김현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천마(天魔)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보이지 않았다.’
그래, 공격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예전, 일본에서 싸웠을 때, 김현우는 천마의 공격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천마의 공격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래, 아예.
그렇기에 김현우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는 오연한 표정으로 장원에 처박혀 있는 김현우를 바라보며-
“더 해볼 테냐?”
-비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