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5
115
115. 천마(天魔)의 제자(3)
꽝!
바닥에 처박힌 김현우의 몸이 용수철처럼 천마를 향해 튀어 나간다.
그것은 그야말로 콤마의 단위가 되어야 찾을 수 있는 짧은 한 장면.
빡! 콰드득! 팍!
김현우의 오른손이 천마의 오른 어깨를 향해 휘둘러진다.
막힌다.
막힌 손을 지지대 삼아 오른발을 휘두른다.
그 또한 막힌다.
이미 두 번의 공격이 막힌 상황에서 김현우는 그 짧은 체공의 시간에 남은 왼손을 움직였지만-빠악-
“끅!”
이미 천마는 그의 얼굴을 향해 검집을 내밀고 있었다.
검집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김현우는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도 천마의 신형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발을 휘둘렀다.
허나 이미 김현우가 발을 휘둘렀을 때, 천마는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는 이렇게 쓰는 거다.”
너처럼 형태만 그럴듯하게 따라 해서는 그저 네 마력을 소모할 뿐이지.
천마(天魔)의 꼰대질에 김현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렇게 꼰대질할 거면 무공 좀 알려주던가!”
“지금 그 대화만 몇 번째인 줄 아나?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지랄하지 마라.
천마의 대답에 김현우가 욕을 박았다.
“아니 이런 썅, 도대체 왜 이렇게 그때랑 차이가 나는 거야!?”
김현우는 도무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맨 처음 등반자로 만났던 천마는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강하지 않았다.
공격을 해도 눈에 보였기에 피할 수 있었고.
그가 전력을 드러내더라도 어느 정도는 맞으면서 버틸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그 이전과는 모든 게 달랐다.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천마를 바라보자, 그는 여전히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않나? 그때는 ‘제약’을 받고 있었으니.”
“뭐?
‘제약?’
.”
김현우의 되물음에 천마는 대답했다.
“그래, 제약이다. 나는 너와 싸울 때에는 ‘등반자’였으니까.”
천마의 말에 김현우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했다.
“아니 뭔 개소리야?”
천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으나 정작 김현우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그런 표정을 지은 김현우를 보며 슬쩍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너와 싸울 때는 내가 ‘등반자’라는 틀에 갇혀 있었기에 전력을 내지 못했을 뿐이다.”
“뭐? 틀?”
“그래, 너는 등반자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천마의 물음에 김현우는 슬쩍 눈을 찌푸렸다.
등반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그들이 왜 탑을 오르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허나 그 이외의 것은?
김현우가 침묵하자 천마는 그런 김현우를 말했다.
“너는 알지 모르겠지만, 등반자에는 등급이 나뉜다.”
하위, 중위, 그리고 상위.
“이 등반자들의 기준이 무엇으로 나뉘는지 알고 있나?”
천마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민하는 듯하다 대답했다.
“개개인의 강함?”
김현우의 대답에 천마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틀렸다.”
“…….”
“답은 바로 업적이다.”
“업적?”
“그래, 업적. 물론 다른 것들이 등반자의 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만, 기본적으로 모든 등반자들은 ‘업적’에 의해 그 등급이 결정된다.”
“업적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그래, 이 탑에서는 ‘업적’이 중요하지.”
천마는 말을 이었다.
“그 업적이 세계를 구한 영웅이든, 오히려 반대로 세계를 파괴한 악당의 업적이든 흑백논리와 선악의 차별 따위는 없다.”
또한 다른 도덕적 가치 따위도 업적에는 포함되지 않지.
“오롯이 탑에서는 그 등반자의 업적을 계산해, 그에게 합당한 등급을 내린다.”
그리고 곧 김현우는 천마의 말을 듣고 떠오르는 하나의 가정을 머릿속에서 떠올렸고 곧 그 가정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중위급 등반자’가 되고 나서는 오히려 그 힘이 제약되었다는 소리야?”
김현우의 물음에 천마는 선뜻 놀라는 표정으로 그를 보더니 답했다.
“멍청한 줄 알았는데 잘 추론했군.”
“…….”
그의 과장에 김현우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으나 천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맞다. 내 전투력은 순수하게 따졌을 때, 상위급 등반자와 맞먹을 정도지만.”
이 ‘탑’안에서는 전투력을 감당할 만한 ‘업적’이 있지 않다면 그 힘에는 제약이 걸리게 되지.
“네가 나와 싸웠을 때의 그 모습을 봤던 것처럼 ‘등급’이라는 제약이 말이야.”
천마의 말에 김현우는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는 약했으나, 지금의 그가 강한 이유를.
물론 그럼에도 김현우의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궁금한 건 많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허수 공간’은 어디인지부터 시작해서.
분명 ‘등반자’로서 죽은 ‘천마’는 왜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지까지.
허나.
“뭐, 잡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천마는 김현우에게 이 이상 이야기를 해줄 마음이 없는 듯 입을 다물고는 이내 자신의 검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무공(武公)을 배우고 싶다고 했나?”
나도 마침 이 공간에서 시간을 때우느라 심심했던 차니-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알려주지.”
그 말에 김현우의 눈가가 기묘하게 떠졌다.
‘조금 전까지 지랄 말라고 하던 놈이?’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은 듯, 천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단, 네가 지금의 나를 죽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럼 그렇지 씨발.”
개과천선 한 줄 알았네.
김현우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욕을 내뱉자, 천마는 그런 김현우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왜, 하지 않을 텐가?”
“지랄. 누가 안 한다고 했어?”
그와 함께 김현우는 검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내뿜기 시작했고, 천마(天魔)는-
스르릉-
이제껏 뽑지 않았던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시퍼런 날을 세우고 있는 천마의 검.
김현우가 말했다.
“죽이면 무술을 배울 수가 없으니 죽기 직전까지만 후드려 패주마.”
그의 말에 천마는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말고 전력으로 덤벼라, 어차피 이곳에서는 아무리 죽어도 죽지 않을 테니까.”
“뭐?”
김현우가 그건 또 뭔 소리냐며 입을 열었으나- 천마는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
천마는 김현우조차 인식하지 못할 속도로 그의 앞에 다가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알고 있나?”
망설임 없이 김현우의 심장에 그 칼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크-학!”
그것이 김현우의 첫 번째 죽음이었다.
***
천호동에 있는 김시현의 단독 주택에서 김시현은 미령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현우형이 갑자기 천마의 검이랑 같이 사라졌다고?”
“그렇다고 하지 않았나.”
미령의 대답에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미궁 탐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밖으로 나온 지가 이제 하루, 김시현은 어제 미궁에서 나오자마자 ‘천마의 검’을 빌려갔던 김현우를 떠올리곤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에는 또 뭘 하고 있는 거지…….’
뭐, 김현우라면 이제 무슨 일을 해도 그다지 걱정이 들지는 않는 김시현이었으나 그래도 뭔가를 할 때 말을 좀 해줬으면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당장 보면 미령도 김현우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그가 있었던 소파를 멍하나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그녀의 머리 위에 동물의 귀가 있었다면 푹 죽어 있지 않았을까.
김시현이 그렇게 미령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무감정한 눈으로 김시현을 마주봤다.
“뭘 보나?”
미령의 물음.
“아니, 뭐……그냥.”
‘살벌하구만.’
그 냉정하고 무감한 목소리에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대답하며 시선을 돌렸다.
생각해 보면 미령은 김현우의 옆에 있을 때만 얼굴이 풀어져 있고 여러 가지 표정을 짓지, 김현우가 없다면 소름 끼치는 무표정을 유지한다.
‘아니, 무표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적의를 팍팍 내풍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저번에 김현우와 미령이 잠깐 떨어져 있을 때, 그녀와 최소한의 말을 텄다고 생각하는 김시현에게도 미령은 별다른 행동의 변화가 없었다.
‘뭐,’
사실 지금까지 들려온 그녀의 소문이나 그녀가 혼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미령이 김현우 옆에서 하는 행동은 순수하게 ‘내숭’인 것 같지만.
김시현은 그렇게 생각해 놓고는 제법 그럴듯한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곤 이내 시선을 돌리다 문득 들어온 물건을 보며 미령에게 물으려다-
“……쩝.”
이내 몸을 돌렸다.
‘역시 아직 어색하네.’
만약 김현우가 옆에 있다면 말을 거는 게 조금 수월했겠으나, 김현우가 옆에 없고 무엇보다 미령의 기분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형이 있을 때랑 없을 때랑 차이가 너무 큰데.’
그렇기에 김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가려다-
“!”
2층의 나무천장 위, 슥 사라지는 가면을 보며 순간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
‘다음주면 아파트 전부 재건한다고 하던데-‘
“……재건되자마자 그냥 그곳으로 돌아가야지.”
……형은 빼고.
물론 김시현이 딱히 김현우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미령도 서로 어색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
천장에서 스윽 사라지는 저 미령의 호위무사들은 불편했다.
물론 자신의 방까지는 안 들여다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불편하다.
그렇기에 그는 은근히 그렇게 다짐하며 자신의 방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시간에도 미령은 김현우가 사라진 그 자리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
미령은 김현우가 있던 곳에 그대로 놓여 있는 주머니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검은색 외형을 가지고 있는 가죽 주머니였다.
김현우가 천마의 검과 함께 사라짐과 동시에, 그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던 물건.
그건 바로 김현우가 이전에 복제자를 잡을 때 얻었던 ‘하수분의 아공간 주머니’였다.
그리고 미령이 바로 그 가죽 주머니를 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내 목소리가 들리고 있구나, 계층인아]그 주머니 속에서 들리고 있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전음?’
미령은 짧게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전음이 아니었다.
만약 전음이라면 아주 짧게나마 마력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미령의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마력이 깃든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대로 입을 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허나 그럼에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저 주머니에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 주머니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미령이 혼자 생각을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제멋대로 미령의 머릿속에서 떠들고 있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구나, 너 정도면 내 힘을 어느 정도 품을 수 있겠어.]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미령의 생각은 애초부터 필요 없다는 듯 혼자서 결론을 내리는 목소리.
미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목소리는 한 번 더 물었다.
[아이야. ‘힘’을 가지고 싶지 않느냐?]갑작스러운 제안.
미령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는 누구지?”
그녀의 경계 어린 물음.
그에 목소리는 가볍게 웃는 듯한 느낌으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너무 경계하지 말거라, 어차피 네가 선택하는 게 아니면 나는 네게 그 무엇도 하지 못하니까.]목소리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미령의 머릿속에-
[나는 이매망량(?魅??)의 주인-]자신의 이름을-
[괴력난신(怪力亂神)이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