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6
116
116. 천마(天魔)의 제자(4)
천마(天魔)의 뒤로 도약한 김현우가 망설임 없이 주먹을 꽂아 넣는다.
꽝!
길게 울리는 소음.
허나 김현우는 만족하지 않은 채 다음 공격을 이어간다.
꽝!
왼발이 천마의 옆구리를.
꽝!
이어서 들어간 오른발이 천마의 머리통을 후려치기 위해 움직이지만-턱-
“이런 씨발.”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네 공격은 너무 단조롭다. 하긴, 애초에 무술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놈이 어떻게 다채로운 공격을 하겠냐만-”
푸욱!
“크악!”
차가운 천마의 조소와 함께 김현우의 심장에 칼이 박혀 들어가고-쾅! 콰드드드득!
힘을 잃은 김현우의 육체가 천마의 발길질에 의해 장원의 바닥을 구르며 나가떨어진다.
그 누가 보더라도 치명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천마의 일격.
그런데도-
“야 이 개새끼야!”
“왜 지랄이지?”
“훈수 둘 거면 무공 알려주고 지랄하라고!”
“그래서 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나를 이기면 말이다.”
-김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조금 전 천마에게 심장을 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허수 공간’의 특성은 그의 몸에 상처를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추리닝은 그렇지 못했으나.
“이런 썅.”
천마에게 수십 번을 차이고, 베이고, 찔린 김현유의 추리닝은 더 이상 옷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걸레라고 부르는 게 맞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99번 정도 죽었나? 이제 원시인이 돼가는군.”
“99번이 아니라 100번이야 개새끼야.”
이 공간은 시간이 없는 듯 밤낮조차 존재하지 않았기에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사실 하나를 김현우는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00번.
천마가 자신을 이기면 무공을 알려주겠다는 그때부터 전투를 지속해온 김현우는 조금 전 심장에 칼을 맞은 것을 끝으로 100번의 죽음을 채웠다.
“뭐, 이만하면 내 화도 슬슬 풀렸으니,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떤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간다면 막지 않도록 하지.
마치 스트레스를 풀어서 기분이 좋다는 듯 무척이나 여유롭게 비아냥거리는 천마.
그 모습에 김현우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즌쯔 지를흐즈 므르.”
“아직 할 생각인가? 너라면 알고 있을 텐데? 넌 나를 못 이긴다는 걸.”
김현우는 그 말에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
지금 있었던 100번의 전투와 100번의 죽음을 통해, 그는 깨달았으니까.
천마(天魔)가 강하다는 것을.
그래, 강하다.
그에 대한 설명은 그 하나면 충분할 정도다.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다른 등반자들과 그는 달랐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은 정말로 강했으나, 그 특유의 빈틈이 존재했다.
하수분(河水盆)은 온갖 무기를 자신의 것으로 사용했고, 그 효과를 이용해 거의 모든 종류의 공격을 다뤘으나 그에게는 심오한 묘리가 없었다.
무신(武神)은 가장 근접하고 강한 무(武)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는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무(武)를 내버렸다.
허나 김현우의 앞에 서 있는 천마는 어떤가?
빈틈 따위는 없다.
그가 머리와 몸에 체득하고 있는 수십 수백 가지의 묘리는 지금도 이 전투를 지배하고 있고.
그의 무(武)는, 무신처럼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하는 반쪽짜리 무(武)가 아닌 ‘진짜’였다.
그렇기에 강했다.
그렇기에 김현우의 공격은 그의 몸에 닿지 않았다.
그래, 아직.
-아직은.
“내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냐?”
“뭘 말하는 거지?”
“내가 말 했잖아?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고.”
김현우의 말에 천마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고, 김현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당장은 네가 이길 수도 있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언제까지 영원히 지속 되지는 않잖아?”
김현우의 말에 천마의 눈썹이 꿈틀했다.
“또 허풍 시작이군.”
천마의 말에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허풍인지 아닌지는 직접 경험해 보면 알겠지.”
그러니까-
“간다.”
짧은 한마디.
쾅!
김현우의 몸이 튀어나간다.
그와 함께 가속되는 그 둘의 사고.
허나 그 차이는 엄청나다.
김현우가 앞으로 튀어나와 공격을 준비할 때.
천마는 이미 김현우의 얼굴에 칼을 박아 넣었으니까.
다른 때와는 다르게 순수한 1합으로 결정 난 싸움.
천마는 입을 열었지만-
“네가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금까지 나는 너를 봐준-!”
쾅!
말을 전부 끝내지는 못했다.
김현우의 내리찍기를 피해낸 천마가 몸을 비틀어 칼을 횡으로 움직인다.
카측!
반으로 갈라지는 김현우의 몸.
허나 허수 공간의 특성에 따라 김현우의 몸은 또다시 재생된다.
그리고-
꽝!
또 한번, 전투가 일어난다.
꽝!
이전과는 다르게 김현우의 죽음이 순식간에 그 숫자를 쌓아나간다.
120번.
150번.
200번.
300번.
죽는다.
또 죽는다.
촤악!
베여서 죽고.
콰드득!
차여서 죽고.
파삭!
머리가 터져서 죽는다.
죽는다.
계속해서 죽는다.
죽음의 횟수가 마치 가속하듯 그 숫자를 쌓는다.
500번.
600번.
700번.
마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쌓이듯, 김현우의 죽음은 그 숫자를 쌓는다.
그리고 김현우의 죽음의 숫자가 늘어감과 동시에- 그의 무술은 천마(天魔)의 앞에서 빠르게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742번째.
“극-(極)-”
김현우의 등 뒤에 흑원과 함께 검은 흑익(黑翼)이 생겨난다.
-패왕(?王)
그의 마력이 마치 기관 열차의 엔진처럼 힘차게 마력을 토해내며 주변을 검붉게 채워나간다.
‘괴신각(怪神脚)-‘
그와 함께 휘둘러진 김현우의 발.
검붉은 마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장원을 좀먹었으나-
“그딴 기술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콰드드득!
821번째
“수라(修羅)-”
그의 뒤에 검붉은 만다라(曼陀羅)가 개화한다.
금방이라도 그 꽃망울을 터뜨릴 듯 기이하게 펴져 있는 망울 사이로 검붉은 마력이 증폭한다.
증폭, 그리고 또 증폭.
검붉은 마력이 사방으로 증폭해 천마의 움직임을 제한하지만-
“무화-(武華-)”
“이런 마력 증폭 따위로 내 움직임을 묶을 수는 없다.”
꽝!
974번째.
“반극(反極)-”
오른팔을 버리고 천마의 공격을 받아낸 김현우가 이화접목의 묘리를 이용해 천마의 공격을 자신의 왼팔에 담는다.
그와 함께 내질러지는 회심의 일격-허나-
“태극(太極)의 무공조차 익히지 못한 네가 따라하는 묘리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
꽈드드드득!!!
1000번째.
콰가가가강!
맑은 하늘에 검붉은 번개가 사방으로 내친다.
그 어디든 천마가 도망칠 곳을 만들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내리치는 검붉은 번개.
김현우의 몸에 검붉은 전격이 몰아치고, 그의 머리가 삐죽거리며 솟아난다.
그의 뜻에 따라 재현된 천마(天魔)의 뇌령신공(雷令神功)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내 앞에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내 무공을 사용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김현우의 검붉은 번개는 천마가 검을 휘두름으로 인해 만들어 낸 단 하나의 번개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꽈득!
1211번째.
“유성각(流星脚)-”
“그건 무술이 아니다.”
콰득!
1422번째.
“청룡-(靑龍-)”
“못 봐주겠군.”
와드드득!
1624번째.
“백-(白-)”
꽈득!
1824번째
1911번째
2142번째
2522번째
……
……
……
……
……
.
2992번째.
꽝!
천마(天魔)는 장원에 처박히자마자 달려 나오는 김현우를 보며 짧게 혀를 찼다.
‘미친놈이군.’
망설임 없이 발을 차올리는 김현우.
천마는 볼 것도 없다는 듯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야.’
이곳은 ‘허수 공간’이었다.
허수 공간.
그곳은 ‘탑’에 전부 오르지 못하고 실패한 ‘등반자’들이 이번 기회를 박탈당하고 다음 기회까지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누구도 죽지 않는다.
아니, 죽을 수 없다.
이 공간은 삶과 죽음이라는 개념을 시스템에게 빼앗긴 곳이었으니까.
쾅!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 장원은, 바로 ‘천마’가 가지고 있는 허수 공간이었다.
아무도 없고.
오로지 천마만이 있을 수 있는 허수 공간.
그렇기에 맨 처음, 이곳에 김현우가 나타났을 때, 천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등반자들만이 올 수 있는 허수 공간에 김현우가 들어왔으니까.
허나 놀라움도 잠시, 천마는 김현우의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그는 자신에게 무공을 알려달라 말했으니까.
그것도 자기가 죽인 사람한테.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고, 저 녀석이 과연 제정신일까에 대한 의구심도 품었으나, 결국 천마는 김현우의 부탁에 응했다.
‘나를 또 한번 이기면’이라는 조건을 붙이고.
허나, 천마는 김현우에게 무(武)를 알려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김현우의 조건을 수락했냐?
그 이유는 별거 없었다.
무료했으니까.
그리고 김현우가 자신을 죽일 때 했던 말이 무척이나 가소로웠으니까.
그렇기에 조금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
그래, 처음에는.
김현우를 100번 죽였을 때, 천마(天魔)는 꽤나 괜찮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의 눈빛에는 가소로움이 사라지고 경외감이 들어차 있었으니까.
허나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현우의 입에서 나온 광오한 말 때문에.
그때부터, 천마는 진심으로 김현우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200번을 죽였을 때.
일합도 겨루지 못하고 죽는 모습이 퍽이나 즐거웠다.
400번을 죽였을 때.
3초를 버티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비웃었다.
700번을 죽였을 때.
김현우의 무(武)를 무너뜨리는 것은 썩 나쁘지 않은 즐거움이었다.
1000번을 죽였을 때.
천마는 그가 쌓아 올린 무(武)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때 김현우의 무(武)를 무너뜨리며 천마는 저도 모르게 확신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그는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김현우는 일어났다.
1200번을 죽였을 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이제 몇 초식을 버티기는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1500번을 죽였을 때.
그는 자신의 본능 속에 차오르는 기묘한 감정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2000번을 죽였을 때.
이상했다.
김현우는 계속해서 몇 초식을 버티지 못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는 이 감정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감정은 더더욱 커졌다.
2200번에는 의심을 가졌다.
2500번에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2900번이 돼서야-
천마는 자신의 본능 속에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너무 오래전에 느꼈고.
등반자가 되고 나서는 단 한 번밖에 느끼지 못했던 그 감정.
“큭!”
‘위기감’이라는 그 기묘한 감정을 천마는 느끼고 있었다.
천마의 주먹에 맞은 김현우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가 장원의 외벽에 처박힌다.
흙먼지가 사라지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김현우.
이번에도 천마는 움직였다.
저도 모르게 조급해진 마음에, 조금이라도 김현우를 잔인하게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의 일검(一劍)
허나 그것은 한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의 휘두름에 수십, 수백의 날카로운 검기가 김현우의 몸을 찢기 위해 날아가고-천마의 일검은 저번에도 그랬듯이, 김현우의 몸을 찢어발길 것이었다.
그래.
그랬어야 한다.
허나-
“!!”
김현우는 피했다.
수십, 수백의 보이지도 않는 천마의 참격.
그것을 김현우는 피해냈다.
그 짧은 순간에 놓친 김현우의 모습.
천마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의지해 쥐고 있던 검을 뒤로 휘둘렀지만-
“틀렸어-”
꽝!
“큭!?”
김현우는 천마의 뒤가 아닌, 그의 아래에서 손을 뻗어왔다.
천마의 몸에 묵직하게 꽂히는 김현우의 주먹.
그리고-
“내가 말했지?”
2995번째-
“영원한 건 없다니까?”
김현우는 마침내 천마에게 일권(一拳)을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