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9
119
119. 황금 원숭이의 재림(再臨)(1)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헌터 협회의 지하 별관.
그곳은 마치 군대의 작전 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방 정면에는 벽 한 면을 덮을 정도로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걸려 있었고, 그 디스플레이에는 지도와 함께 이런저런 상황판이 띄워져 있었다.
그 아래에 놓여 있는 수십 개의 책상 위에서는 컴퓨터와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 있고 그사이로는 협회원들이 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혼잡한 상황실의 맨 뒤.
“…….”
불과 2달 전, 김현우의 도움으로 국제 헌터 협회의 실세를 완전히 거머쥔 남자 리암은, 조금 전 들어온 협회원에게 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4개라고?”
“예, 지금으로부터 31시간 전, 미국 몬타나 주에서 첫 ‘재앙(災殃)’이상이 감지되었고, 그 뒤로부터 24시간 전과 17시간 전에 각각 태국과 멕시코 지역에서 재앙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래, 그것까지는 들어서 알고 있지. 그런데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고?”
“예. 이번에는 한국에서 이상이…….”
“돌겠군.”
협회원의 말에 리암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과 이틀 전에 나타났던 첫 재앙(災殃)경고.
사실 그때만 해도 리암은 그리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암에게는 김현우가 있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으나, 김현우는 평소 행보와는 다르게 재앙이 벌어지는 상황에 한해서 재앙을 처리해 준다.
물론 재앙을 처리한 뒤 그에게 지급되는 보상액은 상당히 거대했으나 그럼에도 상관없었다.
도시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것보다는 김현우 개인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게 더 싸게 먹혔으니까.
물론 김현우를 믿는다고 해서 재앙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으나 김현우 덕분에 걱정거리가 확실히 줄어 있기는 했다.
그런데-
“……4곳에서, 연속으로?”
지금 디스플레이에 띄워져 있는 4개의 재앙경고는 그의 머리를 무척이나 복잡하게 했다.
“각 나라 상황은?”
“우선 사전에 재앙 경고를 받은 태국과 멕시코에서는 대형 길드와 상위권 S등급 헌터들을 초빙해 재앙(災殃)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뜸을 들이며 서류판을 바라보던 협회원은 계속해서 말했다.
“저희 쪽에서는 ‘에단 트라움’과 ‘라일리’, 그리고 몬타나 주의 대형 길드인 이클립스 길드가 재앙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재앙 출현시간은?”
“추정 예정시간은 이제 10분 내외입니다.”
그의 대답에 리암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지금 상황에서는 우선 몬타나 주에 있는 재앙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현재 베트남과 멕시코는 재앙경고를 일찍 접할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재앙경고가 조금 늦게 발령이 난 한국이 원래라면 걱정이었겠지만, 한국에는 김현우가 있다.
공식적으로 재앙을 혼자서 2번이나 물리친 그.
그렇기에 리암은 한국에 대한 걱정을 슬쩍 지워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영상에 시선을 주었다.
그렇게 리암이 이제 막 영상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몬타나 주의 거대한 상급 미궁의 입구에는-
“…….”
침묵이 가득했다.
S등급 랭킹 4위인 ‘에단 트라움’은 자신의 투핸디 소드를 쥔 채, 긴장한 표정으로 떨림이 멈춘 미궁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라일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미궁 앞에 서 있는 수백의 이클립스 소속의 헌터들도 각자의 무기를 쥔 채 미궁의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조준, 준비.”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지원을 받은 탱크와 각종 화력무기도 미궁 안에서 빠져나올 재앙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에단 트라움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시스템에 각인되어 있는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고 있을 때.
“저건-”
그는, 아니 수인은 빠져나왔다.
머리에 쓴 금고아.
분명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등 뒤에 있는 망토는 마치 바람이 부는 것처럼 펄럭였고,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여의봉(如意棒)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
그래.
그 남자, 아니 그 수인(?人).
하늘을 다스리는 큰 성인이자-
“이번에는 저번 계층이랑은 다르게-”
제천대성 미후왕 (齊天大聖 美?王)이라고 불리는 그는-
“환영 인사가 거한데?”
장난스레 자신의 앞에 펼쳐져 있는 많은 헌터들을 보며 중얼거렸고.
툭!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여의봉을 어깨춤에 짊어진 제천대성은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빨리 위로 올라가야 해서 전부 분신술(分身術)로 쓸어버릴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나를 환영해 준다면 또 마음이 흔들리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그와 마주 보고 서 있는 에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좋아, 정했다.”
이내씩 웃으며 대답했다.
“분신술 말고 내가 직접, 너희들을 상대해 주도록 하지.”
그의 오만하고도 광오한 말.
이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를 보고서도 무척이나 느긋하게 그런 말을 내뱉은 수인.
그 모습에 몇몇 이큽립스 길드 소속의 헌터들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으나, 에단과 라일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몇몇 헌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헌터도 그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
그들은 이미 학습을 했으니까.
재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에서 일어났던 재앙도 있었고.
독일에서 일어났던 재앙도 있었다.
두 번의 재앙.
그 두 번의 재앙 속에서, 적어도 이곳에 있는 헌터들은, 미궁 속에서 걸어 나온 저것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강함을 가졌는지 간접적으로 학습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런 제천대성의 느긋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명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에단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자, 그럼 너희들을 전부 상대하기 전에 말이야. 그래도 약한 놈은 걸러야겠지?”
제천대성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어깨춤에 대고 있던 여의봉을 집어 들었다.
“일일이 상대하려면 좀 많잖아? 그러니까-”
도경(道經)이 적혀 있는 여의봉.
“우선 좀 거르고 시작하자.”
그것을 들어 올린 제천대성은 이내-
“커져라, 여의(如意)”
“!!!”
꽈아아아아아아────!!
아파트와 비견해도 될 정도로 거대해진 여의를, 에단의 머리 위로 찍어 내렸다.
***
태국 방콕 외곽의 중급 미궁의 주변.
“살려줘! 살려줘! 제발…… 제발 살려줘! 꺽-!”
등 뒤에 붉은 홍익(紅翼)을 달고 있는 대붕(大鵬)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헌터의 몸을 그대로 부숴 버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주변.
중급 미궁의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던, 방콕 특유의 헌터 거리는 완전히 무너진 공사판처럼 박살이 나 있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의 시체가 보였다.
수많은 시체들이.
대붕은 자신이 만들어 낸 그 처참한 광경을 아무런 감흥도 없이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생각했다.
‘전 계층보다는 괜찮긴 한데. 그래도 미개하군.’
대붕은 죽어 있는 헌터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처음 자신이 미궁에서 빠져나올 그 아주 잠깐의 타이밍이 9계층인들은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드는 이들 중에는 대붕 입장에서는 나름 이 정도면 괜찮다는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 전 계층인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대붕의 힘을 막기에 헌터들의 힘은 역부족이었다.
아니, 역부족을 넘어서 절망적이었다.
태국에서도 나름 제일간다는 헌터들이 모여 일제히 그를 공격했지만, 정작 그는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았으니까.
‘뭐, 나쁘지 않군.’
대붕은 만족했다.
자신은 다른 형제처럼 동등한 상대와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약자들을 학살하는 데 더 재미를 느끼는 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나름대로 즐길 수 있겠어.’
대붕은 쓰러져 있는 헌터들의 시체를 보며 조금 전을 회상했다.
그가 휘두른 날갯짓 한 번에 불타오르거나, 몸이 절단 되어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가던 그 모습들.
대붕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 분위기가 좋단 말이야.’
그는 아까 전 헌터들이 비명과 절망으로 만들어낸 기억을 떠올리며 낄낄거렸고, 곧 그가 그렇게 걸음을 옮긴 지 얼마나 되었을까.
“……?”
대붕은 곧, 아무도 없는 거리에 홀로 서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이리저리 뻗쳐 있는 삐죽머리.
옷은 도대체 몇 년이나 입은 것인지 완전히 넝마가 되어 있는 옷을 입고 있는 남자.
그 누가 봐도 거렁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너덜거리는 옷을 입고 있는 그는, 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대붕과 눈이 마주쳤다.
짧은 정적.
그리고-
“넌 또 뭐야?”
남자의 입에서,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뭐?”
한순간 들린 목소리에 대붕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거렁뱅이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오히려 대붕의 얼굴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귀 먹었냐? 너 뭐냐고!”
거렁뱅이의 말에 대붕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미친 건가?’
그의 머릿속에서 잠시간 떠오른 생각.
대붕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짓고는 거렁뱅이의 말에 대답했다.
“나는 대붕(大鵬)이다.”
“뭐? 대붕이? 뭐 이름이 그따위야?”
거렁뱅이의 말.
분명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말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대붕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저런 놈일수록 죽이기 전에 보이는 모습이 더 간절하지.’
그렇기에 대붕은 딱히 인상을 찌푸리지 않은 채, 그가 죽음 직전에 보일 모습을 생각하며 거렁뱅이에게 다가갔고-활짝! 콰드드드드득!!!
거렁뱅이에게 다가간 대붕은 이내 그의 앞에서 자신의 홍익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그와 함께, 거렁뱅이의 앞에 수십, 수백 개의 깃털이 일제히 김현우를 노리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조금 전 미궁에 모여 있던 헌터들을 모조리 죽였던 그 기술이 다시 한번 그의 날개에서 재현되고, 대붕은 이제 곧 변할 거렁뱅이의 표정을 기대하며 입가를 비틀었지만-
“뭐하냐?”
거렁뱅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붕에게 대꾸했다.
“뭐, 뭐?”
그제야 대붕은 당황했고, 그는 자신에게 겨누어져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불타는 깃털들을 보며 짧게 읊조린 뒤-
“뭐 하냐고-”
그의 얼굴에 망설임 없이-
“이 씹새끼야!”
꽈아아앙!!!
“끄게에에!”
일권을 내질렀다.
마치 폭음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튕겨져 나가는 대붕의 몸, 그는 콘크리트에 처박힐 때까지 본인이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헉!”
온몸에 거적때기를 입고 있는 거렁뱅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뒤에야 자신이 맞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반격을 준비했으나-
“이미 늦었어.”
병신아.
이미 거렁뱅이, 아니-
파지지지직!!!
김현우의 발은 그의 심장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검붉은 뇌기가 서린 김현우의 발이 그 어떤 헌터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던 그의 심장을 뚫어버리고-
——
알리미
등반자 사타동의 세 마왕 ‘대붕(大鵬)’을 잡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위치: 태국 방콕
[등반자 ‘상상의 새’ ‘대붕(大鵬)’을 잡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보 권한의 실적이 누적됩니다.] [현재 정보 권한은 중위입니다.]—————–
김현우는 눈앞에 떠오른 로그를 바라보고는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썅 내가 왜 태국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