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20
120
120. 황금 원숭이의 재림(再臨)(2)한국, 의정부 미궁의 앞.
“큭!”
이미 그곳은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였다.
“일검(一劍)-!”
김시현의 손에서 무섭도록 빠르게 빠져나오는 발도가 청사(靑獅)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간다.
콰득!
그대로 옆구리의 직격한 김시현의 일검.
허나-
“고작 이런 걸로 내 가죽을 뚫을 수 있다 생각하는 거냐?”
“끅!?”
조금 전까지 한석원을 한입에 씹어 삼키려던 청사는 곧바로 몸을 돌려 김시현에게로 몸을 틀어 거대한 앞발을 들어 올렸고.
꽝!
“큭!”
이내 푸른 사자는, 바로 앞에서 나타난 미령의 일격을 맞고 자신의 몸을 뒤로 뺐다.
그런 미령의 뒷모습과 함께 보이는 정경.
“하…….”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3시간 전에 헌터 협회를 통해 내려진 재앙(災殃)경고.
그 재앙 경고를 듣고 서울 길드와 고구려 길드, 그리고 아랑 길드는 재앙을 막기 위해 의정부 미궁 앞에 모였으나, 그 결과는-
“끅-”
-처참했다.
김시현은 허망한 표정으로 주변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당장 보이는 눈앞의 한석원은 완전히 박살 나버린 자신의 방패를 든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저편의 부서진 건물 근처에는 건물 더미에 처박혀 정신을 잃고 있는 이서연이.
그리고 그 주변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분간도 가지 않을 만큼 많은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콰드드득!
“큭!”
“크하하하! 네 녀석은 여기에 있는 떨거지들과는 다르구나! 하지만-"누가 보아도 처참해 보이는 그 정경 속에서, 미령은 미궁 속에서 나타난 푸른 사자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겉으로 봤을 때일 뿐.
너도 결국에는 다른 놈과 마찬가지다.”
-!”
꽝!
미령은 순간적으로 거대해진 청사의 꼬리를 막아내기 위해 양손을 지켜 들었으나, 결국 그녀는 청사의 꼬리를 전부 막아내지 못했다.
불품없이 튕겨나가는 미령.
“아…….”
그 모습을 보며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으며 미령이 날아간 곳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며 한 사람을 생각했다.
‘현우 형은 도대체 어디에……!’
김현우.
불과 1달 전, 갑작스레 천마의 검을 들고 사라져버린 김현우는 지금 이 상황이 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그렇기에 김시현은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오지 않는 김현우를 살짝 이긴 해도 원망했다.
물론 김시현 스스로도 깨닫고 있기는 했다.
애초에 지금 상황이 김현우를 원망할 상황도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원망해야 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현실에 안주해 힘을 키우지 않았던 본인이라는 것을, 김시현은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눈앞의 광경을 눈에 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고.
후드드득…….
그런 상황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박혀 있던 몸을 일으킨 미령은 붉은 피가 스며 나오는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청사를 바라보며 힘겨운 한숨을 내뱉었다.
“…….”
그녀는 청사를 마주보며 자세를 잡으면서도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나갔다.
‘기술이 전부 통하지 않아.’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
기본인 박투술부터, 마력을 사용해야만 사용 할 수 있는 패왕류의 모든 기술들.
미령이 자신의 스승인 김현우에게 전수받은, 그녀의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기술들은, 저 푸른 사자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래, 전혀.
그 어떤 기술도 푸른 사자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없었다.
‘……왜?’
미령은 그 이유를 생각했다.
저 사자에게 유효타가 먹히지 않은 이유.
그 주제와 함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
허나 그 생각들은 얼마 가지 않아 하나로 일축했다.
‘……내가 약해서.’
그래, 그 하나로.
미령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청사의 미소를 보며 자신의 스승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패왕류는 약하지 않다. 만약 네가 배운 무(武)가 다른 사람에게 통하지 않거든, 그것은 네가 배운 무(武)가 약한 것이 아니라 네 배움이 아직 부족한 것이다.’
그녀가 한참 탑에서 스승님에게 무(武)를 배우고 있을 때 들었던 말.
미령은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탄식했다.
‘역시 나는 아직 약하다.’
미령 스스로가 강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강함의 기준은 스승님이고, 자신보다 약한 이들은 미령의 눈에는 그저 한심한 머저리로 보였을 뿐이었으니까.
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더 나약해졌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강함을 동경(憧憬)하기만 했기에, 자신이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었다는 것을, 그녀는 청사와 싸워보고 난 뒤에야 깨달았다.
“자, 이제 충분히 즐겼으니 깔끔하게 먹어치워 주도록 하지.”
그런 깨달음과 함께 들리는 청사의 목소리.
미령이 청사의 모습을 바라보고, 청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영광으로 알아라.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줄 것은 십만 천병(天兵)을 먹어치운 나의 업적이니까.”
그와 함께, 그의 아가리가 벌려지기 시작했다.
크게, 더 크게.
마치 하늘을 삼켜버릴 듯 크게 발려지는 청사의 아가리.
김시현은 그 모습을 보며 절망감을 느끼며 고개를 떨궜고.
한석원은 망연하게 거대해지는 청사의 아가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것 같구나.]“-!”
미령의 귓가에.
[그렇지?]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미령이 한 달 전에 들었던 목소리.
그녀는 어렵지 않게 이 목소리가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천마의 검과 함께 사라질 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였다.
이 급박한 상황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무척이나 여유로운 느낌으로 미령에게 속삭였다.
[자, 내가 도와주마. 너는 내 힘을 받기만 하면 된다.]목소리의 속삭임.
허나 미령은 고개를 저었다.
그에, 목소리는 의문이 가득 찬 느낌으로 물었다.
[어째서 힘을 받지 않는 것이냐?]그 물음에 미령은 자신의 머릿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말을 꺼냈다.
“대가 없는, 힘은 없으니까.”
그것은 언젠가 김현우가 미령에게 했던 말이었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
시간을 투자하든, 그 어떤 것을 희생하든, 힘의 대가는 존재한다는 스승님의 말.
미령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목소리의 말을 거절했다.
그에 목소리는 재미있다는 듯 답했다.
[그래서, 그 대가가 무서워서 힘을 받지 않겠다. 그 말이냐?]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목소리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청사의 입은 실시간으로 커져, 이제 이 근처를 한 번에 집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 졌다.
눈으로 보고 있지만, 비정상적인 풍경.
그리고-
[좋다.]구우우우우!!
그와 함께 미령의 뒤에 묶여 있던 주머니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으로 빛을 퍼트리는 주머니.
미령은 곧 자신의 몸 안으로 침투해오는 이질적인 마력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을 열었으나-
“무슨-!”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이번에는 대가를 받지 않겠다. 그래, ‘이번에는’]그와 함께 미령이 무엇을 할 새도 없이 푸른 마력은 미령의 몸 아래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
[이번에는 한번 느껴보기만 하거라.]그녀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이매망량(?魅??)의 정점이자-]분명 칠흑 같은 흑발이었던 그녀의 머리가 새하얀 백발로 변하고. 그녀의 홍안이 핏빛처럼 짙어진다.
[또한 백귀야행(百鬼夜行)의 두목인-]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던 옆구리는 마치 처음부터 상처가 없었다는 듯 재생되기 시작했고-
[나-]그녀의 오른쪽 이마에는 붉은색의 뿔이 솟아났다.
그와 함께-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을 말이다.]씨익-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시스템 룸.
“지금 전 세계에서 등반자가 나타나서 개판을 벌이고 있다 이 말이야?”
“네, 맞아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고민하다 말했다.
“좋아, 대충 상황은 이해했어.”
김현우는 아까 전, 태국에서 대붕을 죽인 뒤 시스템 룸에 들어와 아브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하곤 이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데?”
“네? 뭐가요?”
“아니, 보통 등반자가 이렇게 4명이나 한 번에 올라올 수 있어?”
김현우의 의문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등반자들은 모두 개인이었다.
맨 처음 만났던 적귀(赤鬼)도 몬스터를 끌고 왔으나 혼자였고.
천마(天魔)도 혼자였다.
괴력난신(怪力亂神)도 휘하의 부하들이 있기는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답했다.
“아뇨, 그건 불가능해요. 엄청난 우연이 겹치면 모르겠지만…….”
“그럼 이 상황은 뭔데?”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슬쩍 고민하는 듯하다 답했다.
“아마 이건 ‘본체’가 있을 확률이 높아요.”
“……본체가 있다고?”
“제가 저번에 한번 말씀해 드린 적 있죠? 등반자는 자신의 업적에 따라 다른 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고.”
“……설마.”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아브가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고, 아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마, 지금 미궁에서 빠져나온 4명 중 이 집단을 이끄는 본체가 있을 거예요.”
“……등반자를 4명이나 끌고 다닌다고?”
허.
김현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자 아브는 굳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답했다.
“상위 등반자라면 가능해요. 그들의 힘은 말도 안 되는 재앙 수준이니까요.”
아부의 말에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안 그래도 갑자기 태국으로 나와서 혼란스러운데’
김현우는 슬쩍 그 의문을 뒤로 집어넣었다.
지금은 의문을 풀 때 보다는 당장 앞에 있는 일들을 해결해야 할 때였으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을 일축하곤 곧바로 아브에게 질문했다.
“그럼 그 본체만 잡으면 나머지 등반자는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거야?”
“예.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럼 그 본체로 보이는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슬쩍 허공을 보는 듯하다 답했다.
“제가 볼 때 본체로 보이는 등반자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나타난 등반자예요.”
“그래? 그런 그곳에 있는 놈을 잡으면 나머지 등반자들이 전부 사라진다 이거지?”
“네, 맞아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민했다.
“미국, 미국이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가디언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있는 본체를 잡아 빨리 다른 등반자를 없애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그래.
가디언의 입장으로만 생각해 보면.
‘하지만-‘
김현우의 입장으로 생각해 볼 때-
——
알리미
통로를 통해 새로운 ‘등반자’가 9계층에 도착했습니다.
남은 시간 [ 00: 00: 00 ]
위치: 미국 몬타나
———–
——
알리미
위치: 멕시코시티
——
알리미
위치: 한국 경기도
‘……한국에 등반자가 출현했다.’
지금 미국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는 김현우의 동료들이 있으니까.
‘미령이 있기는 해도-‘
그래도 안심이 되지는 않는다.
그녀는 분명 강했지만, 김현우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등반자’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 로그를 번갈아 보며 고민했고-
“어?”
곧, 자신의 앞에 떠오르는 로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멍한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