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21
121
121. 황금 원숭이의 재림(再臨)(3)거대해지고 있던 청사의 아가리가 돌연 팽창을 멈춘다.
“무슨-?”
아니,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입은 팽창을 멈춘 것이 아닌, 다 이상 팽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주변에 갑작스레 흩뿌려진 마력 때문에.
갑작스런 상황에 청사의 눈가가 찌푸려지고, 그의 시선이 마력의 근원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너는……뭐지?”
그는 볼 수 있었다.
아까 전, 자신과 싸움을 벌이던 그 계층인을.
허나 모순되게도, 그 소녀는 이전과는 달랐다.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핏빛처럼 진하게 바뀌어 있는 홍안(紅眼)도.
백발처럼 새 하얗게 변해 있는 그 머리칼도.
이마 위에 나 있는 붉은 뿔도.
그리고-
“이 마력은 대체-!”
자신의 업(業)을 누를 정도로 기이한 이 마력까지도, 아까 전의 그 계층인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완전히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청사는 당황했으나, 이내 빠르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미 거대해진 자신의 아가리를 벌렸다.
순식간에 이 세상을 혼자 집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게 벌려지는 아가리.
이빨 하나하나가 소형 빌라와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상황.
그에 청사는 찌푸리던 인상을 피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막는 방법을 알았다고 해도 늦었다!”
이미 청사의 능력은.
그의 업(業)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혼자서 10만 명의 천병(天兵)을 먹어치운 그만의 업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벽에 가깝게 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청사는 자신만만하며 아가리를 들이밀었고.
자신에게로 들이밀어진 아가리를 본 미령은, 이내 상어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이빨을 드러내며-크구구구궁!
-일 보를 걸었다.
“!”
그와 함께, 청사는 무엇인가가 본능적인 무엇인가를 감지했다.
순간적으로 청사의 눈이 다시 찌푸려지고, 그의 가슴이 크게 한번 두근거린다.
청사가 그 본능적인 감정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녀는 또 한 보를 내딛었다.
-이 보
주변의 대기가 변화한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세상. 허나 청사는 느낄 수 있었다.
그 무언가, 저 자그마한 한 걸음으로 인해 바뀌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욱더 크게 입을 벌렸고.
저 소녀를 조금이라도 빨리 먹어치우기 위해 조금 더 빠르게 나아갔다.
-삼 보
소녀가 한 걸음을 더 움직였다.
그리고- 그제야 청사는 자신의 머릿속에 본능적으로 떠올랐던 감정의 실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위기감’.
그래, 그것은 틀림없는 위기감이었다.
-사 보
그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
그는 움직임이기를 그만두었다.
아니, 움직임을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움직이는 것을 제지당했다.
당장이라도 소녀를 집어삼키기 위해 쩍 벌려졌던 입은 그 상태로 고정당했고, 그의 몸은 그녀의 사 보를 기점으로 이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별 볼 일 없는 업(業)을 가지고 그렇게 무게를 잡아서야 되겠느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뭐- 라고?”
청사는 벌려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려가며, 목소리로서 그 활자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최선.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깔깔거리더니 말했다.
“보아하니, 제대로 입을 열 수조차 없는 모양이구나, 우둔한 괴이(怪異)야.”
그녀의 말에 그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괴이(怪異)라고? 웃기지 마라! 나는 괴이(怪異)가 아니라 사타동의 세 마왕 중 한 명인 청사(靑獅)다!”
이전과는 다른, 사자의 포효 같은 말.
허나 그럼에도 그녀는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사타동의 세 마왕이라, 고작 내 기술 하나조차 막지 못하는 네가, 마왕(魔王)이라는 이름을 쓸 자격은 없다고 보인다만.”
비웃음을 잔뜩 머금은 그녀가 한 보를 더 내딛었다.
-다섯 보
그와 함께, 청사(靑獅)의 아가리가 닫히기 시작한다.
소형빌라와 같은 크기인 거대한 이빨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청사의 몸이 마치 짓눌리듯, 그 피부가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그에, 청사(靑獅)는 화가 난 듯 또 한번 포효했다.
“네-녀석-! 내 업적만 제대로 인정되었다면 네 녀석 따윈-!”
그녀에게 막힌 것이 천추의 한이라는 듯 이제는 그 푸른 눈까지 붉게 충혈 된 청사의 모습.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더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가 이 ‘탑’에게 나머지 업적을 인정받으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그녀는 한 보를 더 내디뎠다.
-여섯 보
꾸드드드득!!
청사의 몸이 찌그러진다.
마력의 팽창으로 인해 찌그러진 피부에는 이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창사의 몸은 팽창한 마력을 견디지 못하듯 여기저기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이제 말조차도 하지 못하게 된 그에게 말했다.
“네가 설령 네 모든 업적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왜냐?”
왜냐하면-
“나도 너와 같거든.”
-일곱 보
우드득! 우드드드득!
삐거덕거리던 청사의 뼈가 부서진다.
순식간에 부서지고 갈려진 그의 몸은 넝마가 된 채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뉘이고, 그녀는 어느새 청사의 앞까지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 업적을 인정받지 못한 등반자가 너만 있을 줄 알았나?”
-여덣 보
청사의 눈알이 터져나간다.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찌부라져 살아 있는 게 의심이 될 정도로 심각해 보였다.
그녀는 완전히 박살이 난 청사의 귓가에 속삭였다.
“만약 내가 모든 업적을 인정받았다면, 아마 나는 네게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소개하지 않았을 거다. 만약 내가 모든 업적을 인정받았다면-”
-아홉 보
주변의 세상이 터져나간다.
하늘도.
땅도.
주변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이 하얀 빛을 발광하며 터져나간다.
“나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이 아닌-”
그 속에서, 청사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한줄기 정신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열 보(十 步).
“모든 괴이(怪異)들의 신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우매한 짐승아.
-들을 수 있었다.
***
미국 몬타나 주 중심지에 위치한 도시 빌링스.
아니, 그것은 이제 도시라고 말할 수 없었다.
분명 찬란한 인류 문명의 꽃을 피우고 있던 그것들은 이제 남아 있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폐허.
높은 고층빌라들은 이미 완전히 박살 나 조금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그 마모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만 같았고.
그것은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집, 차, 나무, 그 이외에 도시 내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은 철저하게 파괴되고 부서져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래.
단 한 사람.
아니, 단 한 명의 수인 때문에.
“흐음.”
그는 거대한 고층빌라에 앉아 있었다.
‘이클립스’라는 영문 표기가 멋들어지게 장식되어 있었던 그 고층빌라 위에. 그는.
제천대성(齊天大聖)은 앉아 있었다.
그는 아직도 완전히 박살 난, 그리고 실시간으로도 계속해서 박살 나고 있는 도시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그가 만든 총 300기의 분신.
그것들은 분명 본체인 자신보다는 못했으나, 9계층의 도시를 부수기에는 한없이 적격했다.
상위등반자인 그의 분신은 못해도 하위 등반자와 비슷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자신이 이 도시를 파괴하기 위해 풀어놓은 분신들의 숫자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불현듯 갑자기.
이 도시에 온 지 이제 하루가 살짝 지나는 시점부터, 그의 분신은 줄어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150기가 사라진다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분신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시비가 붙어 한두 명이 사라지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허나 이렇게 빨리, 그것도 150에 달하는 분신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상황을 의문스럽게 생각했고.
“네가 본체냐?”
“!”
-그 상황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순식간에 자신의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제천대성(齊天大聖)은 깜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몸을 앞으로 숙였고, 그 위로 살벌한 바람이 지나갔다.
그와 함께 시작된 갑작스러운 싸움.
제천대성이 몸을 숙인 상태로, 뒤고 있던 여의를 위로 올려치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공격과 방어가 순식간에 이뤄진 제천대성의 한 수.
그러나-
“큭!?”
이미 제천대성이 그 여의봉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전에 그는 제천대성의 반보(半步)앞에 서 있었다.
그는 뒤늦게 반응이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뒤틀었으나.
씨익-
그의 앞에 서 있는 김현우는 곧바로 주먹을 비틀어 올리며 자신의 주먹을 그의 앞에 가져다 대었다.
영거리(零距離)-
꾸우우웅?!
‘-극살(極殺).’
김현우의 주먹이 제천대성의 배를 후려치자마자 마치 포탄처럼 쏘아져 나간 그는 부서진 빌라들을 뚫고 땅바닥에 처박혔고-쿠구구구구구구궁!
제천대성이 뚫고 들어간 빌라들은, 그 충격을 끝으로 모든 내구도가 마모되었는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린 것처럼 무너져 내리는 대형빌라들.
그 사이로.
“커져라, 여의.”
제천대서의 거대한 봉이 무너지고 있는 빌라의 잔해를 밀어 올리며 나타나고-쿠그그그그그그가가각!!!
“!”
그와 함께 거대한 봉은 김현우의 머리통을 깨트려 버릴 기세로 내리쳐지기 시작했다.
그에 김현우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거대한 여의봉을 피해냈고-콰가가가가강!!
그 대신, 그가 서 있던 빌라는 거대해진 여의에 의해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이 새끼.”
제천대성(齊天大聖)이 걸어 나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한 것이 무척이나 거슬렸는지 흉신악살(凶神惡殺)처럼 인상을 찌푸리곤 마주 본 김현우를 노려봤고, 김현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새끼는 너 같은 놈들 아들딸을 새끼라 하는 거고. 나는 사람인데?”
그의 장난 어린 말투에 그의 표정이 더더욱 찌푸려졌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제천대성의 이어지는 말.
그의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외형은 볼품없어 보였다.
온몸에는 완전히 찢어져 옷이라고도 보기 힘든 거적때기를 입고 있었고, 신발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맨발이었다.
그런 모습으로 제천대성의 앞에 서 있는 남자, 김현우는 말했다.
“뭘 굳이 그걸 물어보고 그래?”
김현우는 그렇게 혼자 말하고 낄낄거렸으나 제천대성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뭐, 진짜 모르겠다면 알려줄게.”
“…….”
“나 사육사야.”
“뭐라고?”
“사육사 몰라? 동물 키우는 사람? 응? 너처럼 동물원에 갇혀 있다가 도망쳐서 세상에 민폐 끼치는 짐승들 키우는 사람이라고.”
김현우의 말에 그는 한순간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이 새끼가 계층인 주제에 한번 일격을 먹였다고 간댕이가 부어올랐네?”
“간댕이는 내가 부은 게 아닐라 니가 부은 거지, 어디서 원숭이 주제에 사람처럼 옷 입고 다니면서 깝쳐?”
제천대성의 말에 오히려 더 세게 받아치는 김현우.
“네 녀석, 죽여 버리겠다.”
그에 제천대성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여의를 들어 올렸고-
“그래 빨리 와라, 나도 원숭이는 처음 패보는데,”
손맛이나 한번 보자.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자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