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22
122
122. 황금 원숭이의 재림(再臨)(4)완전히 부서진 멕시코시티의 외곽.
사람 한 명도 제대로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은 그 화마가 덮친 폐허 속.
그곳에는 한 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회색의 도포를 입고, 손에는 채찍을 들고 있는 여성.
그녀의 쇄골이 있어야 하는 부분에는 마치 코끼리의 상아와도 같은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역곡선으로, 마치 그녀를 감싸듯 나 있었다.
“…….”
그녀는 바로 휘감는 코와 뿔로, 신화 속의 신수(神獸)를 잡아먹는다는 업적을 가지고 있는 ‘백상(白象)’이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불타는 도시를 바라봤다.
그래.
움직이지 않은 채.
정확히는-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거야?’
움직이지 못한 채, 그녀는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 미궁에서 빠져나와 이 도시를 파괴할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몸을 뜻대로 움직였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아니.
정확히는 어느 한 목소리가 들린 뒤부터,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왜!!!’
쿵!
순간 그녀의 몸 주변으로 백색의 마력이 퍼져나간다.
그와 함께 슬쩍 움직여지는 그녀의 몸.
허나, 그것이 끝이었다.
그래.
고작 그것이, 몸을 슬쩍 움직이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너무 화려하게 한 거 아니야?”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눈알로 목소리가 들려온 정면을 보았다.
그리고-
완전히 불타기 시작한 화마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온몸에는 자신의 몸을 가릴 수 있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어깨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가면을 달고 있는 여자.
백상은 그녀를 노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조금 전 들려준 목소리는-
‘아까 전의 그-!!’
아까 전, 자신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던 그 목소리였으니까.
백상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앞으로 걸어와서는 말했다.
“설마 지금 말도 못 하나?”
“-!”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걸 보니까 맞나 보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슥 웃더니 이내 말했다.
“그러면, [입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줄게.]”
“이-!!?”
그녀의 말과 함께, 턱 막혔던 입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백상은 경악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어때? 이제 말할 수 있지?”
그녀의 물음에 백상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네년,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백상의 앙칼진 대답.
도시를 파괴할 때 지었던 미소하고는 썩 다른 모습이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간단한 실험.”
“뭐라고?”
“말했잖아? 실험이라니까? 실은 내가 얼마 전에 꽤 괜찮은 ‘능력’을 얻어서 말이야.”
“이런 미친년-”
백상의 욕설에 그녀는 바로 답했다.
“글쎄, 갑자기 미궁에서 나타나더니 이 도시를 전부 박살 내버린 괴물한테는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말인데 말이야. 뭐 그래도-”
씨익-
“네 덕분에 얻을 게 좀 많으니까, 나는 고맙다고 말해둘게.”
“뭐라고……?”
그녀의 말에 백상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현재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 여자의 반응은, 백상이 여태껏 보아왔던 계층인들의 반응과는 판이하게 달랐으니까.
대부분의 계층인들은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것은 굉장히 당연한 이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탑을 올라가기 위해 계층인들의 세계를 멸망시키는 등반자들.
계층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그렇기에 백상은 계층인들의 여러 마이너스적인 감정들이 담긴 시선을 받아왔고, 지금껏 그것을 무척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어떤가.
그녀의 눈에는 딱히 분노라고 할 만한 것은 들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은 가벼운 웃음마저 띄고 있었고, 그녀의 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진심으로, 이 도시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가벼운 표정으로 이 참극을 일으킨 백상을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다른 계층인들하고는 전혀 다른 그녀의 반응에.
그리고 그렇게 백상이 소름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입을 열었다.
“얻을 게 정말 많았어. 우선 당장 내가 이번에 처리하려고 했던 녀석들이 이번 습격으로 죄다 죽어버렸거든,”
게다가-
“마침, 이 ‘능력’에 대해 제대로 된 실험까지도 할 수 있게 되었잖아?”
그녀의 말에, 백상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그녀의 눈가에는 얼핏 광기가 엿보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백상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때, 그녀는 말했다.
“자 그럼 말은 여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고. 이번에는 실험을 해볼까?”
“실험이라고?”
“그래, 실험이야. 솔직히 사부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줄여줘서 너무 고맙기는 한데-”
그와는 별개로 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실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낄낄거린 그녀- 아니.
“자 그래도 실험체가 실험의 내용을 모른다는 건 좀 불쌍하니까 내가 특별히 실험의 내용을 알려줄게.”
S등급 세계랭킹 2위-
“실험의 내용은 네가 이 언령에 얼마나 충실하게 잘 따르냐야. 알았지?”
-‘암중비약(暗中飛躍)’은.
“자 그럼”
웃으며-
“두 눈부터 시작하자?”
백상에게 언령(言?)을 내뱉었다.
***
제천대성의 여의가 김현우의 대가리를 쪼개기 위해 내리쳐진다.
그러나-
꽝! 꽈가가가강!
휘둘러진 여의는 김현우의 머리 대신 애꿎은 땅을 때렸다.
그 여파로 주변의 지반이 모두 다 드러났으나, 김현우와 제천대성은 그런 지형의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연속으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꽝!
김현우의 발이 제천대성의 오른발을 건다.
여의를 지지대 삼아 공격을 피한 제천대성이 역으로 다리를 휘두른다.
쿵!
휘두른 다리를 피해낸 김현우는 그가 지지대로 사용한 여의의 끝부분을 발로 차 그의 균형을 흩트리려 했으나-씨익-
“!”
“커져라, 여의!”
김현우가 여의의 다리를 후려치자마자 거대해지는 여의봉에 김현우의 공격은 그대로 힘을 잃었고-콰드득! 꽝!
그의 몸은 제천대성의 주먹에 맞아 저 멀리 날아갔다.
순식간에 주변의 빌라들을 망가뜨리며 땅바닥에 몸을 굴리는 김현우.
“!”
몸을 굴리는 김현우의 앞에 나타난 제천대성이 또 한번 여의를 휘두르지만-
“속았지?”
“!!”
조금 전까지 땅바닥을 구르고 있던 김현우는 제천대성이 여의를 내리치는 그 순간,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로 잡으며 그의 턱을 올려쳤다.
턱이 들리는 제천대성.
한순간 체공하는 제천대성의 몸에, 김현우는 곧바로 돌려차기를 먹였다.
꽝! 콰드드득!
포탄처럼 날아가는 제천대성.
그리고-
“!”
김현우는 곧 눈 깜짝할 새에 길이가 늘어나 자신의 몸을 찔러오는 여의를 피했다.
지속되는 싸움.
꽝!
김현우의 주먹이 제천대성의 갑옷을 찌그러뜨리고.
콰드드드득! 콰지지직!
제천대성의 여의봉이 그나마 남아 있던 주변 도시를 완전히 박살 내놓는다.
그야말로 공격 한 번에 도시가 들린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파괴적인 제천대성과 김현우의 싸움.
그리고-
“끅!”
그 힘의 균형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은-
“후읍!”
꽝!
바로 제천대성이었다.
그는 여의봉으로 주르륵 밀려나가는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이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김현우를 마주봤다.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지?’
제천대성은 여의를 잡고 있는 손이 저릿한 것을 느끼며 김현우를 바라봤다.
자신과 어느 정도 싸움을 이어갔음에도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이는 그를 보며 제천대성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1계층부터 이전 계층인 8계층까지, 제천대성은 별다른 무리 없이 탑을 올랐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라면 지금 그가 오르고 있는 9계층부터 시작해서 12계층까지, 자신은 별다른 무리 없이 탑을 오를 수 있어야 했다.
그래, 별다른 무리 없이.
순조롭게 탑을 오를 수 있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맨 처음 탑을 오를 때도 별다른 위기 없이 탑을 오를 수 있었고.
그로서, ‘손오공’ 으로서의 모든 업적을 인정받은 지금은 더 탑을 오르기 쉬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래, 그게 정상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저놈은 대체-‘
제천대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다.
그의 힘은 9계층에서 볼수있는 힘이라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그래, 대부분의 업적을 인정받은 자신이 밀릴 정도로.
제천대성이 끊임없이 김현우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쯤, 김현우는 조용해진 제천대성을 보며 이죽였다.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 쫄았냐?”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자세를 바로잡는 김현우의 모습.
“건방진 새끼.”
그 모습에, 제천대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곤 자신의 여의를 고쳐 쥐었다.
“조금 강하다고 해서 안하무인으로 날뛰는구만.”
“그건 내가 아니라 너지, 너 때문에 도시 박살 난 거 안 보이냐 이 원숭이 새끼야?”
김현우의 받아침에 제천대성의 인상일 찌푸려졌으나 이내 그는 말했다.
“후회하게 해주마.”
“지랄.”
김현우의 이죽거림을 들으며 제천대성은, 자신의 여의봉(如意棒)을 붙잡고 그를 노려보며- ‘9계층에서 ‘개방’ 하기에는 조금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짧게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네 녀석에게 보여주기는 아까운 기술이나, 보여주도록 하지.”
“보여주기 아까운 기술이 아니라 지금 보여주지 않으면 오지게 털려서 그런 게 아닐까?”
김현우의 이죽거림에도 제천대성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입을 많이 놀려두는 게 좋을 거다, 더 이상 그 입도 열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업적 개방”
쿠그그그그그긍!!!
제천대성의 몸에, 황금빛 오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그의 주변에서 퍼지기 시작한 황금빛 오라가 부서진 도시에 뿌려지고, 황금빛 오라에 파직거리는 전류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바뀌는 제천대성의 외형.
머리에 쓰고 있던 금고아의 위로 거대한 금원이 만들어지고, 분명 흑안이었던 그의 눈동자는 밝디 밝은 금안(金眼)이 되어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쥐고 있는, 도경(道經)이 새겨져 있는 여의봉은 붉은색과 황금색이 뒤섞여 이전에 들고 있던 일반적인 여의봉과는 다르게 변했다.
순식간에 변해 버린 제천대성의 모습.
“네 녀석에게 내 모든 업(業)을 보여줄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됐으니 잘 봐두도록 해라.”
그는-
“나, 하늘을 다스리는 큰 성인-”
그렇게 말하며-
“제천대성 미후왕(齊天大聖 美?王)의 진정한 힘을 말이다!”
완벽하게 개화한 자신의 무기인 금강여의봉(金剛如意棒)을 땅바닥에 내리 꽂고는 외쳤다.
“쳐라!”
“!”
그와 함께, 대기가 변했다.
순식간에 김현우의 위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먹구름.
김현우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먹구름은 김현우의 주변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고.
그가 기선을 하늘로 올렸을 때.
쾅! 콰쾅!
제천대성이 불러낸 황금빛 번개는, 김현우의 몸을 내리치고 있었다.
반응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내리친 번개를 맞은 김현우, 제천대성은 곧바로 땅에 박아 놓았던 자신의 금강여의봉을 들고 조금 전 번개가 내리 친 그곳을 향해 달려 들어갔고-곧 그 흙먼지 사이에서 아무런 대처도 취하지 못하고 서 있는 김현우를 보며 여의봉을 휘둘렀다.
그리고-
쾅!
“!!!”
검붉은 번개가, 제천대성의 움직임을 막아냈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걷히기 시작하는 흙먼지.
그 흙먼지 속에서, 김현우는 모습을 드러냈다.
검붉은 흑원과, 검은 흑익(黑翼)을 가진 채로.
경악하는 제천대성.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그거,”
-말했다.
“나도 할 수 있는데?”
파직…… 파지지지직!! 쾅 콰광!!!!
그 말과 함께, 검붉은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