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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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두 번째 제자도 제정신이 아니다(3)
“쯧,”
그 뒤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김현우는 하나린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난 뒤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는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중얼 거렸다.
“그러니까. 뭐 지금까지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던 이유는-”
“저는 되도록 사부님이 원하는 걸 전부 준비한 뒤에 뵙고 싶었거든요.”
“거기에 나에 대한 음모론이나 험담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도-”
“어느 정도 제가 컨트롤 하고 있었어요.”
어때요? 저 잘했죠? 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린의 표정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도대체 이 조직은 얼마나 큰 거야? 비밀결사라며?”
“네 맞아요, ‘일루미티’는 오로지 제가 사부님을 위해 만든 조직이니까요. 딱히 외부에 알려질 필요는 없잖아요?”
“왜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는데?”
“그럼 은밀한 일은 잘 못하게 되잖아요? 요컨대 뭐-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을 죽인다든가.”
하나린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불법적인 이야기에 김현우는 한 번 더 확신했다.
‘역시 얘도 제정신은 아니다.’
짧은 한숨.
‘도대체 왜 내 제자들은 이런 거지?’
김현우는 자신의 남은 제자 중 한 명인 미령을 떠올렸다.
‘어째서 나는 멀쩡한데 제자들은 멀쩡한 녀석들이…….’
끼리끼리 논다고, 애초에 김현우 본인부터가 ‘멀쩡하다’라는 의미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지만 본인은 전혀 그것을 파악하지 못한 듯 한참이나 그 생각을 이어나갔다.
허나 그것도 잠시.
한참이나 하나린이 자신이 거대하게 키운 조직을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김현우는 이내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됐어.”
“어디 가시나요?”
하나린의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어딜 가기는 어딜 가, 이제 볼 일 다 봤으니까 돌아가야지.”
“돌아가신다고요?”
“그래, 계승자의 힘이 누구한테 나온지도 알았고, 딱히 위협이 안 된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제가 준비해 놓은 것들은 언제 즐길 생각이신지……?”
“그건 나중에,”
대충 대답하는 김현우의 모습에 하나린은 잠시 뚱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밖으로 안내해 드리면 될까요?”
하나린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하면서도 하나린을 바라보았다.
‘……더 달라붙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무척이나 깔끔하게 자신을 보내주는 하나린의 모습에 김현우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내 그 생각을 지우고 하나린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뒤를 따라 지하 왕성을 지난 김현우는 또 한번 일자로 도열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이내 그들을 넘어 자신이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위이잉-
하나린과 탑승하자마자 기계음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올라가기 시작한 엘리베이터는 김현우와 그녀를 순식간에 지상으로 올려 주었고.
김현우는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협회의 임시캠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야.”
“예 사부님.”
-하나린과 함께.
김현우는 슬쩍 하나린을 돌아보며 물었다.
“근데 너는 왜 따라오냐?”
김현우의 물음에 하나린은 답했다.
“당연한 소리를, 제가 있을 곳은 예전처럼 사부님의 옆뿐이잖아요?”
“아니, 네가 이끄는 조직은?”
“이미 많이 키워놔서 저 없어도 알아서 돌아간답니다.”
“…….”
‘……데자뷰인가,’
김현우는 분명 이런 대화를 어디선가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린에게 입을 열려다 이내 후, 하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하나린이 따라온다고 해도 뭔가가 바뀌지는 않을 테고.
거기에 더해서 하나린은 계승자니 전력 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결국 그렇게 생각을 일축한 김현우는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하나린을 신경 쓰지 않고 걸음을 옮긴 뒤, 이내 마력진 위에 올라서며 말했다.
“마법진 중앙에 서야 하니까 붙어 있어라.”
그와 함께 김현우의 검붉은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아냐가 직접 수동으로 마력을 조작해야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아냐가 마법진을 개조한 뒤로는 마력을 지정된 곳에 흘려 넣는 것만으로도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우웅-
검은 마력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함과 동시에 반응한 마법진은 이내 큰 공명음을 내며 검붉은 빛을 내뱉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점멸하기 시작하는 시야를 보며 눈을 감았다.
***
하남에 지어 놓은 거대한 장원,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건물 안쪽-
[이 보거라.]“…….”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기는 한 것이냐?]자신에게 실시간으로 말을 거는 붉은색의 뿔과 함께.
[아이야, 설마 지금 안 들리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이냐?]자신의 괴이라고 소개한 괴력난신의 물음에 미령은 답했다.
“아니.”
[그럼 왜 이 몸의 말을 들은 체하지 않는 것이지?]“생각 중이다.”
미령의 말에 괴력난신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네가 내게 건 조건에 대해서.”
[제안? 그거야 들어볼 필요도 없이 네게 유리한 조건일 텐데?]괴력난신의 말에도 미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정수를 바라봤다.
김현우가 아냐의 마법진을 타고 멕시코로 날아간 지 이제 9시간째, 한국은 이제 늦은 오후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대.
스승인 김현우가 그녀에게 정수를 주었을 때부터, 미령은 괴력난신에게서 들었던 제안을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네 제안이 뭐라고 했었지?”
미령의 몇 번째인지 모를 질문에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혹시 내 진을 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냐? 아이야.]“아니,”
[…….]괴력난신의 깊은 한숨.
그녀는 곧 계약의 조건을 말했다.
[첫 번째, 너와 계약하는 순간, 나는 너와 모든 시야와 감각을 공유하겠다.]“그리고?”
[둘째, 네가 나와 계약하는 동안에 만약에라도 ‘괴신(怪神)’을 만난다면 몸의 통제권을 ‘그때’에 한정해서 나에게 넘겨라.]“……흐음.”
미령의 모습에 그녀는 빡이 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도대체 여기서 어디에 고민할 구석이 있다는 것이냐!!”……전부?”
[전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지금 이게 얼마나 좋은 조건인지 모르는 것이냐!?]“아니, 알고 있기는 한데-”
[그러면 도대체 왜!]괴력난신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비명어린 샤우팅을 질렀으나 미령은 담담하고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도대체 어디에서 그 만약이라는 게 나오는 것이냐!]“예를 들면 맨 첫 번째에서.”
[첫 번째?]“시야와 감각을 공유한다는 건, 내 몸을 언제라도 빼앗을 수 있다는 소리 아니야?”
[불가능하다! 내가 말했을 텐데? 계약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걸 어떻게 어기겠느냐!]“만약에 그렇게 되면?”
[?] [아니, 그러니까 만약이라는 게 불가능하다 이 말이다!]“그러니까 만약의-”
[야 이 개새-]미령의 말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쌍욕을 내뱉으려다가 이내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큰 호흡을 했다.
허나 그런 괴력난신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령은 계속해서 괴력난신이 내건 조건들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괴력난신이 내건 조건이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는 것은 미령도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허나 그녀가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
‘너무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문제야…….’
그것은 바로 괴력난신이 내건 조건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었다.
옛날 김현우의 가르침 중에서도 ‘대가 없는 힘은 없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 속에 새겨두고 사는 미령에게 있어서 괴력난신의 조건은 너무나도 좋았고, 또 수상했다.
‘이 정수 안에 있는 힘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힘이다.’
그녀는 괴력난신의 힘을 실제로 느껴 본 적이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의 몸으로서는 절대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강함이, 이 정수 안에는 있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힘이 있기에 미령은 지금까지 그녀의 조건 받는 것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웅──
“!”
괴력난신이 다시 말을 꺼내려는 그 순간, 마법진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검붉은색의 마력을 토해내기 시작한 마력진은 순식간에 주변의 대기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곧-
쿵-!
무엇인가 땅에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김현우가 나타났다.
어렴풋이 보이는 김현우의 모습에 미령은 저도 모르게 밝아진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어-?”
곧, 미령은 같이 순간이동을 한 것이 자신의 스승인 김현우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녀의 움직임이 멈추고, 사방으로 튀어 올랐던 검붉은 마력이 잠잠해지기 시작했을 때, 미령은 볼 수 있었다.
“!!”
김현우와 팔짱을 낀 채 마법진에서 나타난 한 여자를.
“무슨……?”
그 모습을 봄과 함께, 순식간에 밝았던 미령의 얼굴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마력이 전부 그친 후에야 미령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뭐야 기다리고 있었어?”
“스, 스승님,”
“응?”
“그, 옆에…… 여자는?”
김현우는 갑작스레 굉장히 무감정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은 미령을 보며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고.
“너는 왜 그러고 있냐?”
“하지만 사부님이 말씀하셨잖아요? 꼭 붙어 있으라고.”
“꼭 붙어 있으라는 소리가 이렇게 붙어 있으라는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김현우가 하나린을 보며 말하자 그 모습을 확인한 미령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떠, 떨어져라!”
“사부님, 이 애는 누구?”
“애…… 애라고!?”
“……?”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격하게 반응하는 미령의 모습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내 입을 열었다.
“뭐, 이렇게 됐으니 서로 인사해라. 이쪽은 내 첫 번째 제자, 미령. 그리고 얘는 내 두 번째 제자 하나린이다.”
“두……두 번째 제자!?”
“사부님, 저 애가 제자에요?”
“사부님!?”
미령은 김현우와 하나린의 말을 들으며 소리 없는 경악을 내질렀고, 이내 김현우는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령을 보며 물었다.
“……제자야, 갑자기 왜 그러냐?”
“아, 아니. 그게……그…… 스승님에게 다른 제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해서.”
미령이 슬쩍 하나린을 보며 이야기하자 하나린은 실풋한 웃음을 짓고는 미령을 마주봤다.
그리고-
“!!!”
하나린은 미령에게 보란 듯 김현우 팔을 끌어안았다.
“야, 하지 말라니까?”
“오랜만에 사부님을 만나서 좋아서 그래요.”
김현우의 타박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응답한 하나린의 모습에 미령은 저도 모르게 멍하게 있다.
“하-”
이내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명백한 도발의 감정을 느끼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괴력난신-”
[왜 그러느냐.]“조건을 받아들이겠다.”
[!?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더- 아니, 이게 아니라!!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이냐!?]괴력난신의 물음에 미령은 분노하는 것인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하나린을 바라보고는 조용히-
“그냥,”
이제 힘을 쓸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중얼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허-]그리고 괴력난신은, 자신이 한나절이 넘도록 설득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미령을 몸짓 몇 번으로 움직이게 한 하나린을 보며 소리 없는 감탄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