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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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할 일만 하고 온다(2)
시간의 흐름이 멈춘 허수 공간.
하늘에는 언제나 기분 좋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고.
나선의 하늘은 유유자적하게 떠다니는 것이 아닌 그저 그 장관인 풍경만을 만들어 낸 채 멈춰 있다.
그 이외의 다른 생물이나 벌레 또한 존재하지 않는, 그 모든 것인 멈춰 있는 세상.
그곳에서-
“끄-학!”
김시현은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몇 번째일까?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그런 객관적인 물음에, 김시현은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시현은-
“쯧, 이래서야 지체아가 따로 없군.”
“크흐으으윽!”
입에서 짐을 질질 흘린 채 멍한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분명 검을 들어 올리고 있기는 했으나, 그의 손에는 힘이 없었고, 또 그 의지 또한 없었다.
시간으로 환산되는 수백, 수천 번의 죽음은 그의 정신을 어그러뜨렸고, 그 결과 그는 이런 상태가 되었다.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딱 그뿐인.
마치 좀비 같은 김시현의 모습.
“쯧.”
천마는 그런 김시현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처음 그가 처음 수십 번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는 스스로에게 의지를 불어 넣었다.
죽어도 죽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은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는 그의 의기를 채워주었다.
그가 수십 번을 넘어 수백 번에 달하는 죽음을 맞이했을 때, 김시현은 스스로에게 집념을 불어 넣었다.
언제까지고 버티란 말을 하던 김현우의 말을 따라, 김시현은 어떻게든 천마를 이기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수백 번을 넘어 수천 번에 달하는 죽음을 맞이했을 때, 김시현은 그저 집착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 불어넣었던 용기와 의기는 없다.
그 뒤에 따라붙었던 집념도 없다.
좀비처럼 일어나 천마에게 다가오는 김시현에게는 오로지 집착만이 남아 있었다.
공허한 집착.
마치 좀비처럼 허우적거리며 검을 휘두르는 김시현의 모습에 천마는 혀를 차며 김시현의 배를 걷어찼다.
뻥!
마치 축구공이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처박히는 김시현.
그럼에도 또다시 기어 나와 검을 쥐는 김시현의 모습을 보며 천마는 허 하는 웃음과 함께 생각했다.
‘그 새끼의 지인 아니랄까 봐 저 새끼도 미친 건 똑같군.’
그가 보았던 김현우는 괴물이었다.
그는 수백, 수천, 수만 번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에게 덤볐으니까.
아무리 허수 공간이라고 해도 정신 데미지가 쌓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고통은 똑같이 느껴지고, 죽음의 그 순간은 어떻게 미화에도 좋게는 표현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도 김현우는 그 수만 번의 죽음을 통한 싸움을 이어가는 동안 오로지 무(武)에 광적인 집중력을 드러내며 결국에는 그의 무(武)를 배웠다.
천마(天魔)의 뇌령신공(雷令神功)을.
허나 그의 지인은 어떤가?
그도 김현우와 마찬가지로 집념이 강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쯧.”
집념뿐이었다.
그의 정신은 이미 힘을 잃었고, 눈가 또한 흐리멍덩하다.
그렇기에 천마는 말했다.
“이제 그만해라 머저리, 너는 나를 못 이긴다는 것을 알 텐데?”
수천 번의 죽음 속에 흘러나온 천마의 목소리에, 김시현의 눈가가 돌아온다.
“아직, 아니야…….”
“뭐가 아직 아니라는 거지? 지금 네 꼴을 봐라, 지금 네 꼴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거냐?”
“그건, 해봐야 아는 거 아니야?”
김시현의 어리석은 말에 천마는 혀를 찼다.
“헛소리하지 마라. 그건 단 1%나마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걸 모르나?”
천마의 한마디.
그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김시현은 수천 번의 죽음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천마와 1합을 제대로 겨루지도 못했으니까.
누가 봐도 승률이 제로라는 것인 싸움.
그것은 천마도 잘 알고 있었고.
김시현 또한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공을 배우기 전까지는, 절대 안 가”
김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을 부여잡았다.
“허…….”
그런 김시현의 모습에 천마는 어처구니없는 듯 웃음을 짓다가, 이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 미친 새끼의 지인 아니랄까 봐’
-완전히 또라이 새끼가 따로 없군.
그는 그렇게 평가하면서도, 어느새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김시현에게 답했다.
“그래, 그럼 와 봐라.”
천마의 한마디.
“흡!”
그에, 김시현은 또 한번, 자신의 죽음과 같은, 수천 번째의 검을 휘둘렀다.
***
아귀(餓鬼)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바로 탐욕에 빠진 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재화욕에 빠진 자.
권력욕에 빠진 자.
살육에 빠진 자.
강함에 빠진 자.
그 수많은, 인간에게서 일어 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부정한 탐욕을 극한까지 추구한 이들.
그들은 생전(生前)에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그 누군가는 손가락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경제를 일변시킬 수 있는 거상(巨商).
그 누군가는 한 제국의 황제.
또 어떤 이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라고 불렸고.
어떤 누군가는 전쟁의 투신(鬪神)으로 불리기도 했다.
허나 그렇게 생전에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은 사후(死後)모두 같은 이름을.
아니- 명칭을 부여받는다.
아귀(餓鬼)라는 명칭을.
남의 재산을 탐내는 ‘확신아귀(?身餓鬼)’부터 시작해 침구아귀(針口餓鬼), 식법아귀(食法餓鬼), 식혈아귀(食血餓鬼), 식육아귀(食肉餓鬼)……그 외의 수많은 명칭.
그것들은 생전(生前)에 그들이 쌓아 온 업적들을 먹어 치우고, 그들을 일개 아귀로 전락시킨다.
1000명을 죽인 살인마도.
전쟁에서 무패를 하던 투신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거상도.
권력으로 세상을 아래 두던 황제도.
모두가, 사후(死後)에서는 그저 아귀가 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모두가 빼앗긴 자신의 업적을 뒤돌아보며 피눈물과 실의, 좌절을 느끼고 있을 때.
그 아귀는 나타났다.
그는 이들과 똑같이 모든 업적을 빼앗기고, 그저 불우하고 불완전한 아귀(餓鬼)가 되어버린 남자였으나-딱 하나.
그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탐욕(貪慾)이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것.
그렇기에 그는 그 사라지지 않은 탐욕을 원동력 삼아, 그곳에서 빼앗긴 업적을 다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아귀밖에 없는 아귀도(餓鬼道)에서.
자신과 같은 아귀(餓鬼)들을 먹어치우며.
그는 ‘업적’을 만들어 냈다.
식육아귀(食肉餓鬼)를 먹어 치워 빼앗긴 전투의 업적을 채워 넣고.
확신아귀(?身餓鬼)를 먹어 치워 빼앗긴 전쟁의 업적을 채워 넣었으며.
식법아귀(食法餓鬼)를 먹어 치워 빼앗긴 자신의 이름을 다시 새겼다.
그래, 그렇게 해서-
“…….”
-한때, 투신(鬪神)이라고 불렸던 그는 자신이 새롭게 쌓은 업적으로, 탑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아귀도에 있는 모든 아귀들을 학살해, ‘탐식(貪食)의 아귀(餓鬼)’라는 이름을 인정받아서-
“……!”
그리고-
그, 아귀(餓鬼)는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섬찟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무언가가 떨어져 내린 자신의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탑을 오르면서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피부를 찌르는 듯한 가시감.
그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쥐고 있던 도끼를 그쪽으로 돌렸고.
곧, 아귀의 뒤에 박힌 거대한 봉(棒)이 사라짐과 함께-
“이건 또 뭐야?”
흙먼지 속에서, 김현우가 걸어 나왔다.
몸에는 검은색의 추리닝을 걸친 채 주변을 돌아 본 김현우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맹인의 나침반을 흔들어보았고.
화아아악!
맹인의 나침판에서 나온 빛은 이 이상 어딘가로 가지 않은 채 제자리에서 하얀 빛을 터트리고는 사라졌다.
‘제대로 온 것 같네.’
김현우는 맹인의 나침반을 보며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바로 아까 전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고블린 군단을 학살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보인 환한 빛.
김현우는 그곳이 출구임을 믿어 의심치 않은 채 힘차게 미궁 밖으로 뛰쳐나왔고.
‘씨발, 출구가 하늘일 줄이야.’
김현우는 그 상태에서 고공낙하를 경험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고도에서 제대로 생각할 시간도 없이 자유 낙하를 경험한 김현우는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그것은 잠시뿐.
김현우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 뒤로 그는 곧 자신의 몸이 땅과 게 가까워 질 때쯤, 하수분의 주머니에서 여의봉(如意棒)을 꺼내 들어 그대로 여의봉을 길게 만들어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래서, 우선 도착을 하기는 했는데…….’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잔인하게 죽어 있는 인간들의 시체.
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도끼를 든 거구의 남자.
그리고 그런 거구의 남자 뒤로, 마치 중세시대의 기사같이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들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짧은 한 번의 눈짓과-
[확인 불가.]눈앞에 떠오르는 로그 하나로 김현우는 이 상황을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거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
그렇기에, 김현우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중얼거렸고.
팟-!
김현우는 순식간에 자신의 앞으로 달려 나온 아귀(餓鬼)를 눈으로 쫓았다.
한순간.
그를 상대하고 있던 병사와 소드마스터조차 따라가지도 못하고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짧은 찰나의 순간도약.
허나 김현우만은 그런 아귀의 도약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보았다.’
그가 무릎을 굽히고, 땅을 박차고, 손에 쥔 도끼를 짧게 쥐고, 어깨를 뒤틀고, 오른 다리를 이용해 도약하고, 자신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조준하는 그 모든 모습을.
김현우는 하나도 빠짐없이 보았고, 파악했다.
그렇기에-
빡!
“끅-!”
도약한 것은 아귀(餓鬼)였으나-
꽈아아아앙!
맞는 것 또한 아귀(餓鬼)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아귀가 김현우의 머리 위로 도끼를 내리 찍을 때, 김현우는 몸을 가볍게 옆으로 훑는 것만으로도 그의 도끼를 피해냈다.
그때 이어진 한 번의 단타.
천마에게 배웠던 반보(半步)의 박투술은 아귀의 안면을 뭉개 버렸고-그 뒤, 자세가 흐트러진 아귀의 명치에 박아 넣은 일격은, 그의 몸을 날려 버렸다.
콰드드드드드득!
사방으로 흙먼지가 튀어 오른다.
포탄으로 변한 아귀를 막지 못한 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그의 머리와 몸에 터져나간 지반들이 나무의 뿌리들을 드러낸다.
한순간 지도에 일자를 그려야 할 정도로 개 박살이 난 ‘괴수의 숲’
그 모습을 바라보던 병사와 스윌로츠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지고.
꽈아앙!!
무너진 나무들을 박살 내며 아귀가 나타난다.
지형을 이렇게 만든 것 치고는 딱히 별다른 상처도 입지 않은 아귀의 모습에 김현우는 완전히 박살 난 괴수의 숲을 보며 말했다.
“자연을 좀 아껴야 되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비아냥거림에 아귀의 인상이 찌푸려졌으나, 그는 섣불리 김현우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거대한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김현우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관찰하듯 몸을 낮추었다.
아귀(餓鬼)의 본성은 지금 당장 김현우의 머리를 쪼개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투신(鬪神)으로써의 이성은 김현우를 주의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런 신중한 아귀의 모습에 김현우는 슬쩍 놀랐다는 듯 눈을 치켜떴으나, 이내 그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왜? 안 될 것 같으니까 한번 각 좀 재보려고?”
김현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등 뒤에 있는 소드마스터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에게 집중하는 아귀의 모습.
그리고-
“그럼-”
김현우는, 순식간에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는 표현은 이상했다.
아귀(餓鬼)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
“이제-”
그래, 김현우는,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자세로-
“-내가 가야겠네?”
-아귀의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