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41
141
141. 할 일만 하고 온다(5)
영물(靈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영험한 기운과 능력을 가진 것들을 말한다.
하늘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하늘의 선택을 받아 죽지 않고 오랜 시간을 지상에서 살아남은 그것들은 오랜 시간을 살아가며 자신의 안에 영기를 쌓는다.
그렇게 해서 영기를 쌓는 영물들은 곧 동물로서의 본성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고, 그와 함께 스스로 이성을 만들어낸다.
이성을 만들어낸 그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학습하고 배워 나가며 점점 인간들과 필적하거나 그보다 높은 지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오랜 시간토록 살아남은 동물들은 결국 영물(靈物)이 된다.
그리고-
“후─”
지금 당장 탑을 오르고 있는 한 마리의 ‘여우’는 장장 1800년이라는 세월을 살며 영물(靈物)의 경지에 올라선 케이스 중 하나였다.
그녀가 푸르게 빛나는 바닥을 걸을 때마다 엉덩이 뒤에 달려 있는 9개의 꼬리가 요사스럽게 흔들렸고.
그런 그녀의 꼬리 위에 만들어져 있는 9개의 푸른 불은 침침한 어둠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9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여우이자, 탑을 오르기 전에는 세상에서 구미호(九尾狐)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녀는 이제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9계층의 입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9계층’
9계층을 포함해 탑의 꼭대기로 가는 계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녀는 절로 자신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자신의 목적에 대해 상기했다.
‘올라가서 좌(座)를 받기만 한다면 내 목적을 이룰 수 있어.’
아직 9계층을 전부 클리어 하지도 않았건만 그녀는 벌써 꼭대기 층에 올라가 목적을 이루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미호는 지금까지 계층을 올라오며 딱히 어려움을 겪고 올라온 계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구미호는 다른 계층들과도 마찬가지로 이번 9계층도 간단하게 클리어 하고 다음 계층으로 올라 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곧 9계층의 입구에 다다르자-
찌르르-
“!!!!”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털을 곤두서게 할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9계층의 입구 쪽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이……무슨……!’
1800년 동안 살아온 그녀가 품기만 해도 숨이 버거울 것 같은 마력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이 말도 안 되는 마력은 뭐야!?’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는 마력이 외부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연속으로.
그에 구미호는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으나, 그렇다고 9계층으로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구미호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고-
“아가리 닥쳐라 이 개년아!”
“뭐라는 거야? 키도 조그만한 찐따가!”
그곳에서, 그녀는 그녀들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이마에 붉은 뿔을 달고 있는 소녀와.
검은 책을 든 채 그녀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 여자를.
“너는 저기 찌그러져 있어! 등반자는 내가 잡을 테니까!”
“웃기지 마라 이 요망한 계집아! 보나마나 등반자를 잡고 스승님에게 그 어쭙잖은 가슴을 비벼대려 하려는 걸 다 알고 있다!”
“너는 사부님에게 비빌 가슴도 없어서 좋겠다 꼬맹아!”
“이 썅년이 진짜!”
꽝!
미령의 발이 하나린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하나린의 발이 그녀의 얼굴을 후려친다.
콰가가가강!
양쪽으로 날아가 서로 벽에 처박히는 미령과 하나린.
구미호가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때, 미령은 어느새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이를 드러내곤 입을 열었다.
“정했다, 내가 스승님한테 미움받는 한이 있어도 네년은 지워버리고 말겠다!”
“우연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이 꼬맹아!!!”
사매와 사저라는 표현은 이미 어디다가 갔다 버린 건지 악의적으로 외치며 서로를 부른 그 두명은 곧바로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다-
“……!”
“헉……!”
그녀들은 미궁 밖으로 빠져나온 구미호를 볼 수 있었다.
한순간의 어색한 대치.
미령과 하나린이 구미호를 바라보고, 구미호는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눈알을 여기저기로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거!”
“내 거다!”
“히이이익!”
마력을 모으고 있던 미령과 하나린은 곧바로 몸을 돌려 왠지 공포의 눈빛을 띄고 있는 구미호에게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김현우의 욕설에 한순간 적막감이 감돈 황궁 내부.
스윌로츠 공작은 얼빠진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은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황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애초에 문화부터 다른 그들이 9계층에서나 사용하는 김현우의 욕설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김현우의 번역반지는 매우 훌륭하게 김현우의 욕설을 번역해 그들에게 들려주었고-
“무- 무슨……!”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아클라스가 노기를 띈 얼굴로 분노하려 했으나 김현우는 그런 그의 말을 듣기도 싫다는 듯 잘라버렸다.
‘이 새끼들이 봐라……?’
김현우가 분노한 이유.
그것은 바로 황제가 어처구니없이 김현우의 요구를 거절한 것도 있었다.
김현우는 제국을, 더 미래를 보면 이 대륙을 위협하는 등반자를 처리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저 황제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스윌로츠와 황성 내부로 오며 들었던 나눴던 말에 의하면 제국에서 가장 강했던 이들도 등반자의 100합을 버티지 못했다고 들었으니까.
누가 봐도 김현우가 등반자를 죽이지 못했으면 멸망할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클라스는 오히려 그 사실을 뻔뻔하게 넘기고 오히려 자신을 이용하려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의 심리가 김현우에게 읽힐 수 있다는 것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이 녀석을 사용해 북방의 야만인들을 처리하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진실의 구를 원한다고 했으니 그걸 미끼로 하면 잘 넘어오겠군.] [그렇게 해서 저 녀석을 북방 야만족을 토벌하면 그때는 직위를 주도록 하자, 신분상승을 시켜서 제국에 묶어두는 거야.] [만약 그게 싫다고 한다면 진실의 구에게 물어 저 녀석을 죽일 방법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겠지.] [지금 뭐라고 말한 거지?] [감히 내게 그런 망발을 해???] [이런 개새-]황제의 옆에 떠 있는 말풍선.
그 위에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는 로그를 바라본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봤다.
‘이거 완전 빡대가리 새끼 아니야?’
그것도 그냥 빡대가리가 아니라 개빡대가리라 김현우는 기가 찼다.
“허-”
아클라스는 누가 봐도 조금만 자세히 보면 뻔히 보이는 수로 김현우를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쓸 만해 보이면 작위를 내려 제국에 묶어둔다는 생각은 심리를 통해 읽기는 했지만 정말 병신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뭐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세계 사람들, 그러니까 8계층 사람들에게는 먹힐 수 있는 전략이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중세시대는 계급이 제일 우선이 되는 시대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김현우에게 이 8계층에서의 계급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아직도 어버버 거리는 황제를 시선에 두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너희들이 지금 나랑 말이 통해서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금 너희들이 나한테 그런 식으로 조건을 걸 처지라고 생각해?”
김현우의 오만한 발언.
그런 그의 말에 아클라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격분하며 고함쳤다.
“뭐라고!? 지금 아틀란의 황제를 겁박하는 것이냐!!”
“지랄 좆 까고 있네. 지금 너 하는 짓을 봐라, 네가 황제냐? 내 눈에는 그냥 빡대가리로밖에 안 보이는데?”
“네……네 녀석!”
이제는 개 거품을 문 것 같이 발광하는 아클라스.
허나 김현우는 그런 아클라스의 모습을 즐기는 듯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를 비아냥거렸다.
“왜, 맞잖아? 이곳에서는 죽이지도 못하는 괴물을 죽인 놈한테 뻗대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응? 아,”
아니면 그거야?
“설마, 그냥 막연하게 말이 통하니까 과격한 짓까지는 하지 않을 거다, 뭐 그런 믿음이 있는 거야?”
“근위병! 근위병은 당장 저놈을 잡아 죽여라!”
김현우의 팩트 폭력에 개거품을 문 아클라스는 곧바로 삿대질을 하며 손가락질을 했고, 그와 함께 황성 내부로 근위병들이 들이 닥쳤지만-꽝! 콰가강!
“헉!”
마른하늘에 갑작스레 떨어져 내린 검붉은 번개는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근위병들의 움직임을 막았고, 김현우의 주변으로 검붉은 마력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지직!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는 검붉은색의 마력.
김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아클라스와 그 옆에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검을 빼어든 스윌로츠를 바라봤다.
“솔직히 나도 여기까지 와서 너희들이랑 굳이 싸우고 싶진 않거든? 그러니까 내가 선택지를 줄게.”
파직!
파지지직!
“으아앗……!?”
김현우의 주변을 유영하는 마력들 사이에서 위협적인 스파크가 터져 나와 사치스러운 황궁 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박살 나고.
사치품들이 그 가치를 잃고 검게 그을린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번개는 천장을 부셨고.
벽에 새겨져 있는 벽화는 검게 타 사라진다.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주먹을 한번 쥐었다 피곤 말했다.
“첫 번째는, 나한테 그냥 ‘진실의 구’를 넘기고 이대로 아주 스무스하게 끝나는 거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말이야.”
“…….”
“그런데 만약 첫 번째가 싫다? 그럼 두 번째는…… 뭐, 너도 알지? 아무리 빡대가리라도 자신의 제국의 멸망이 앞으로 다가와 있는데 모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아무렇지도 않게 제국의 멸망을 입에 담는 김현우.
그 모습에 스윌로츠는 검을 뽑았으면서도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제국 멸망.
일개 귀족의 입에서 나왔다면 당장 능지처참을 면치 못할 말이었고, 어느 농민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면 그것은 그저 한낱 웃음거리로 치부될 만한 말이었다.
허나.
스윌로츠는 김현우가 정말로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바로 눈앞에서, 김현우가 아귀(餓鬼)를 때려죽이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황제 아클라스도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방으로 검붉은 스파크를 튕겨대는 김현우의 모습은 가히 위협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위협적’이라는 단어가 새겨지자, 아클라스는 아까 전 스윌로츠 공작이 자신에게 했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가 ‘진실의 구’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제국의 이검과 삼검이 동시에 덤벼들어도 쓰러뜨리지 못한 것을 그는 혼자서 쓰러뜨렸습니다.’
‘저희로서는 그를 컨트롤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정중하게 거절하는 편이-!’
‘폐하! 말씀드렸지만 그는 괴물을 쓰러뜨린, 괴물보다 강한 자입니다!’
우려하는 공작의 말들.
아클라스는 어리석게도 스윌로츠 공작의 조언을 실제로 겪고 나서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게 되었으나-파직! 쾅!
-이미 후회하기에는 너무나도 늦었다.
위협적인 번개를 내리친 김현우는, 이제 비틀린 웃음을 지은 채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황제에게-
“자, 빨리 선택해. 나도 시간 없으니까.”
선택을 강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