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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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할 일만 하고 온다(6)
김현우는 자신의 손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진실의 구의 로그를 확인했다.
——
진실의 구
등급: Ss
보정: 없음
스킬: 권한 접속
다음 사용 기간까지 남은 시간: 28일 11시간 22분 31초
-정보 권한-
-권한 부족-의 진리를 깨달은 마법사가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 부족-을 알아차리고 -권한 부족- 몰래 만들어낸 아티팩트.
진실의 구는 사용자의 마력을 대가로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진실을 그 무엇이든 알려준다. 허나 -권한 부족- 때문에 진실의 구는 사용자가 묻는 진실의 등급에 따라 재사용 대기시간이 결정된다.
재사용 대기 기간은 등급에 따라 최소 100일부터 3200년까지 정해져 있으며, 이 재사용 대기시간은 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줄이거나 늘릴 수 없다.
——
로그를 확인 한 김현우는 만족한 웃음으로 하수분의 주머니에 진실의 구를 집어넣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침통해 보이는 황제 아클라스의 얼굴.
‘그래도 아주 멍청하지는 않나보네.’
만약 아클라스가 거기에서 앞뒤 상황도 모르고 김현우를 적대했으면 김현우는 정말로 아클라스를 박살 내고 진실의 구를 가져갈 생각이었다.
‘뭐, 아마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진짜 제국을 멸망시키지는 않겠지만.’
김현우는 어디까지 자신을 막는 놈들만을 전부 박살 낼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게 딱히 제국민이 김현우에게 뭔가를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잘 생각했어.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 다른 사치품들도 멀쩡하고 말이야.”
김현우의 비아냥에 아클라스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김현우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실의 구를 얻은 이상 8계층에 볼 일은 없으니까.
김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흠칫 떠는 황제의 모습이 보였다.
은근슬쩍 김현우의 눈치를 슬쩍슬쩍 보는 아클라스의 모습에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아, 정말 혹시나 해서 말인데.”
“……?”
“만약 나한테 추적자를 붙이거나 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나는 꼭 당한 건 갚아주는 성격이라서, 내가 이 정도로 봐줬는데 또 덤비면, 대충 알지?”
김현우의 물음에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고, 한동안 그렇게 눈을 마주치던 김현우는 이내 황제의 시선을 내려간 걸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그렇게 가려던 중.
“아,”
김현우는 조금 전 자신이 진실의 구를 집어넣기 위해 꺼내 놓은 여행용 가방을 황제쪽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이건 니들 가져라.”
“이, 이건?”
아클라스가 김현우를 바라보며 묻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맛있는 거.”
“맛있는……?”
황제의 말이 전부 끝나기도 전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근위병들이 있는 곳 사이를 지나갔고.
곧 김현우가 사라진 그곳에는 진실의 구를 빼앗긴 황제와, 그 옆에서 이게 잘 된 건지 안 된 건지 감을 못 잡고 있는 스윌로츠 공작.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둘의 눈치를 보고 있는 근위병들과-
“이건…….”
-김현우가 하수분의 아공간에서 남는 칸이 없어 두고 간 거대란 여행용 식량가방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한동안 반 박살이 나 있는 황궁 안에서 슬슬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정리하기 시작 할 때쯤.
김현우는 한 번의 도약으로 황성을 벗어나 그가 어제 떨어졌던 ‘괴수의 숲’으로 몸을 움직이며 ‘맹인의 나침반’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화아아악!
맹인의 나침반을 사용하자 나침반에서 사용한 빛이 괴수의 숲을 향해 쏜살같이 나아가고, 김현우는 그 빛의 뒤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역시,”
김현우는 어제, 아귀와 싸웠던 미궁의 입구 앞에서, 그를 인도해 주고 있던 빛이 갑작스레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화아아악!
맹인의 나침반을 한 번 더 흔들어 빛을 만들어봤으나, 여전히 하늘을 가리키는 나침반에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어제 올 때 하늘에서 떨어졌으니까 당연히 입구가 하늘에 있다는 건 알았는데…….’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차곤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푸르게 빛나는 하늘.
‘……점프해서 닿으려나?’
김현우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해봤으나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면 고작 점프로는 미궁의 입구에 닿지 못할 것 같았다.
“흐음,”
김현우가 그렇게 고민하기를 몇 분.
“아.”
그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여의봉(如意棒)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어제도 썼었는데…….’
아무래도 아티팩트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다 보니 계속 잊어버리고 있었다.
김현우는 몇 분 동안 입구를 어떻게 뛰어서 올라갈까 고민했던 스스로가 약간 바보 같아져 괜히 머리를 긁적이고는 주머니 안에서 여의봉을 꺼내들었다.
봉 사이사이에 작은 글씨로 도경(道經)이 새겨져 있는 여의봉(如意棒).
김현우는 맹인의 나침반을 한번 흔들어 보고 그 빛이 정확히 어느 쪽으로 날아가는지를 확인 한 뒤, 곧바로 여의봉의 머리 부분을 잡고 외쳤다.
“길어져라 여의!”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는 김현우의 몸.
김현우는 단 한순간에 지면이 멀어지고 주변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치솟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뒤. 그곳에서 또 한번 나침반을 흔들었다.
또 한번 하늘로 치솟는 빛.
김현우는 여의봉을 타고 그 빛을 두 눈으로 쫓기 시작했고, 이내-
“!!”
맹인의 나침반에서 나온 빛이 어느 한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망설임 없이 여의봉을 멈추고 구름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케륵! 케르르륵! 케륵!
김현우가 한창 줄어들고 있는 여의봉을 쥐고 미궁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를 환영해 주는 고블린들을 보며 자신이 9계층 미궁의 입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웃음을 짓곤-
“크게에에엑!”
빠아아악!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
“미친 새끼.”
“칭찬으로, 받을게.”
허수 공간 내에 있는 장원에서, 천마(天魔)는 또 한번 일어나는 김시현을 보며 감탄했다.
“슬슬 포기해도 될 것 같지 않나?”
“아직은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미 존댓말을 그만둔 김시현은 천마가 질린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망설임 없이 검을 쥐었다.
다시 한번 천마를 향해 쥐어진 김시현의 검.
그 모습에 천마는 인상을 찌푸리곤 생각했다.
‘이제 보니 이 녀석은 그놈보다 더한 또라이로군.’
수천 번의 죽음 이후 또 한번 정신을 차리고 달려든 김시현은, 이제 그의 죽음으로 숫자를 세는 게 당연해질 정도로 많은 죽음을 겪었다.
죽고.
죽고.
또 죽는다.
달라지는 건 없다.
김현우처럼 압도적인 성취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성취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 그냥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그냥 죽고 있었다.
정말 미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죽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발에 치여서 죽고 손바닥에 맞아 죽고, 검에 찔려죽고, 손가락 하나에 죽고, 얼굴이 터져 죽고, 몸이 박살 나 죽고…….
그 많은 죽음이 그의 육체를 몇 번이고 박살 냈건만-빠아아악!
“아직-! 껙!”
툭!
“흡! 끄악!”
빠직!
“흐아아악!”
뚜두둑-!
-그의 정신은 수천 번의 죽음을 겪고 아집만 남은 예전과는 다르게 멀쩡했다.
분명 수천 번 이상, 이미 ‘일만’ 단위의 죽음을 겪었는데도, 그는 멀쩡하게 천마(天魔)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천마는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김시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거 아나?”
김시현이 고개를 돌리자, 천마는 말했다.
“김현우는 이미 네가 이 정도 죽었을 때쯤, 어느 정도 발전을 거듭해 나와 합을 겨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너는 어떻지?”
김시현은 말이 없었으나, 천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발전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발전이 너무나도 더디다.”
“…….”
“네가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그만큼의 죽음을 겪고, 너는 무엇을 얻었지?”
천마의 물음, 역시 김시현의 대답은 없었고. 천마는 이야기를 이었다.
“네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너는 여기서 뒤졌을 뿐이다.”
천마의 냉정한 말.
그에 김시현은 멍하니 천마를 바라봤다.
그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천마는 최후의 통첩을 하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한마디로, 너는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말이다. 김현우처럼 발전을 거듭한 것도 아니고, 그저 죽기만 하며 아까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는 것이다.”
천마의 말에 김시현의 고개가 숙어졌다.
그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김시현은 이곳에서 숱한 경험을 겪으며 발전했지만, 그 발전은 무척이나 더디고 느렸다.
그가 소모한 일만 번이 넘는 죽음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보상.
허나-
“그래서?”
“……뭐?”
“결국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야?”
“…….”
고개를 숙인 김시현은 어느덧 다시 검을 쥐었다.
“……내 말을 듣지 못한 거냐?”
“아니, 잘 들었는데?”
“그럼 왜?”
천마가 진심으로 이상하다는 듯 묻자 김시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국 어찌됐든 발전하고 있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너는 너무 성장이 더디-”
“한 십만 번 정도 죽으면 어떻게 비슷하게 갈 수 있지는 않을까?”
천마의 말을 끊고 말을 내뱉은 김시현을 보며 그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고 김시현을 바라봤다.
마치 예전에 자신을 찾아왔던 그 녀석과 같은 미소를 입가에 짓고 있는 김시현.
천마는 처음에는 멍한 표정으로 김시현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하-”
웃음을 지었다.
“……?”
갑작스러운 천마의 웃음에 김시현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고.
“그 또라이 새끼의 지인이 아니랄까 봐 그 행동마저도 판박이로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김시현을 바라보곤 말했다.
“네게 뇌령신공(雷令神功)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지금부터 배운다고 해도 네가 내 신공을 대성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넌 내가 볼 때 끈기 빼면 머저리인 녀석이니.”
천마의 독설.
김시현은 뭐라 말하려 했으나 천마는 그런 김시현의 말을 씹고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뭐- 걱정하지 마라. 이 세상에는 너 같은 끈기밖에 없는 머저리에게 어울리는 무공도 분명히 있으니까.”
천마의 말에 김시현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이내 엇!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내게 무공을 알려준다는 소리……?”
김시현의 물음에 천마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아니, 나는 네게 무공을 알려주진 않을 거다. 그 대신-”
“……?”
“나는 네게 기술을 하나 알려줄 거다.”
“기술……?”
“그래.”
김시현의 물음에 대답하며, 천마는 예전을 떠올렸다.
자신이 탑에 오르기도 전.
아니, 애초에 자신이 천마(天魔)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전, 만났던 한 남자의 기억을.
그 남자는 참으로 미련한 자였다.
하지만 그는 미련하기에 강했다.
“나는 네게-”
그렇기에-
“천명검(天明劍) 일식(一式)을 가르칠 거다.”
-천마는 어딘가 모르게 그와 닮은 김시현에게 그의 초식을 가르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