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47
147
147. 알려줄 거면 다 알려줘라(1)
——
진실의 구
등급: SS
보정: 없음
스킬: 권한 접속
다음 사용 기간까지 남은 시간: 0일 0시간 5분 31초
-정보 권한-
-권한 부족-의 진리를 깨달은 마법사가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 부족-을 알아차리고 -권한 부족- 몰래 만들어낸 아티팩트.
진실의 구는 사용자의 마력을 대가로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진실을 그 무엇이던 알려준다. 허나 -권한 부족- 때문에 진실의 구는 사용자가 묻는 진실의 등급에 따라 재사용 대기시간이 결정된다.
재사용 대기 기간은 등급에 따라 최소 100일부터 3200년까지 정해져 있으며, 이 재사용 대기시간은 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줄이거나 늘릴 수 없다.
——
그 뒤로 3주하고도 며칠.
천호동에 위치한 저택에서, 김현우는 진실의 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안방의 벽을 바라보았다.
고롱-
“…….”
벽 아래.
김현우의 시선이 멈춘 그곳에서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검은 여우 한 마리가 몸을 둥글게 말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고로롱-
세상 세상 편히 자고 있는 여우의 모습.
목에는 목줄이 걸려 있고, 검을 털 위로는 기이한 모양의 낙인이 찍혀 있었으나 여우는-아니, 3주 전, 김현우에게 강제적으로 낙인이 찍힌 구미호는 불안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평온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흠…….”
3주 전, 미령과 하나린이 나름대로의 협상(?)을 통해 포트에게서 아티팩트를 공수해 온 뒤, 김현우는 곧바로 아브에게 가서 아티팩트를 합쳐 ‘낙인’을 만들어내었다.
김현우는 여우 뒤에 박혀 있는 낙인을 바라보다, 이내 자신의 오른 손목에도 똑같이 그려져 있는 기묘한 문양을 바라봤다.
——
귀속 낙인
등급: S-
보정: 없음
스킬: 간섭 명령 생각
-정보 권한-
사람들을 제대로 부리고는 싶지만, 태생적인 인간불신으로 인해 배신당하길 두려워한 ‘황제’가 자신의 능력을 통해 만들어 낸 귀속 낙인이다.
귀속 낙인은 총 5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낙인을 사용하는 방법은 시전자가 피시전자의 동의를 얻고 귀속 낙인 계약을 하는 시점부터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계약을 한 시점에서 피시전자는 시전자에게 모든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하게 된다.
시전자는 계약을 한 피시전자의 행동을 강제하거나, 그 생각을 훔쳐볼 수 있다.
——
문양을 바라보자 떠오르는 로그를 읽으며 김현우는 몇 번이고 정보권한에 써져 있는 노예계약의 내용에 감탄했다.
‘진짜 노예계약서랑 다를 게 없네…….’
정보권한에 나와 있는 설명을 읽어보면 인간을 못 믿는 황제가 신하에게 쓰기 위해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황제는 인간불신증이 아니라 그냥 노예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결국 황제가 이런 각인을 만들어 준 덕분에 김현우나 등반자나 윈윈인 상황이 되었지만.
‘이 각인이 없었으면 무조건 죽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무리 힘을 잃었고 그렇게 강한 등반자가 아니더라도 최소의 위협 요소는 없애는 게 좋다는 김현우의 생각이었으니까.
김현우는 아홉 개의 꼬리를 모은 채 느긋하게 자고 있는 구미호를 빤히 바라봤다.
‘그래도 각인이 있어 준 덕분에’
구미호는 자기 뜻대로 살 수 있었고, 김현우는 나름대로 박식한 구미호에게서 정보를 뽑을 수 있게 되었다.
김현우는 진실의 구를 한번 바라보고, 다시 한번 구미호를 바라본 뒤, 이내 낙인의 스킬인 생각을 사용했다.
생각을 사용하자 마치 김현우의 스킬 중 하나인 ‘심리’와 마찬가지로 허공에 둥둥 떠오르는 말풍선.
[아~ 편해! 이거 좋아! 좋다고!] [아~~~~좋다~~~늘어진다~~~] [최고! 너무 좋아! 너무 좋다고!!] [꿀잠이야~ 꿀잠- ZZZZzzzzz……]“…….”
주르륵 떠오르는 말풍선을 보고 있자니 김현우는 도대체 왜 구미호가 탑에 들어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김현우가 각인을 사용한 뒤, 줄곧 구미호의 생각을 엿봤을 때, 그녀의 생각 대부분은 대강 이런 식이었으니까.
너무 편해서 좋다, 꿀빠는 인생 최고!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구미호는 얼마 전까지 ‘업적’을 얻기 위해 탑을 오르고 있던 녀석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분명 다른 등반자들과 마찬가지로 탑을 오르며 수많은 생명을 빼앗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뭔가가 좀 다른 것 같았다.
마치 좀 이질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김현우는 문든 자신이 그녀의 목적을 물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구미호가 탑을 오르는 목적.
‘언제 한번 물어봐야겠네.’
김현우는 그렇게 다음에 할 질문을 생각해 두고 있을 무렵.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시선을 돌렸고, 김현우는 곧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서연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김현우를 보며 물었다.
“어? 있었네요?”
“그럼 어디 갔겠냐.”
“아니, 오빠 분명 오늘 분명 어디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서연의 물음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이제 곧 가려고. 너는 왜 왔는데?”
김현우의 심드렁한 물음에 이서연은 들고 있던 핸드백을 식탁 위에 올려두곤 말했다.
“왜긴 왜에요 오늘도 마법, 아니 도술(道術)배우러 왔죠.”
이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구미호에게로 다가갔고, 구미호는 이서연이 걸어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귀를 쫑긋 세우더니-휘리릭- 화악!
이내 그 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안녕하세요!”
뭐,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곤 해도 등반자 때처럼 귀와 꼬리가 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구미호의 예의 바른 인사에 이서연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이서연은 곧바로 그녀의 동의를 얻고 그 앞에 자신의 공책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어제 알려줬던 오행(五行)의 흐름에 대해서-”
“그것보다는 천(天) 과 지(地)의 이치부터 깨달으시는 게-”
“저는 목(木)행에 대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목(木)행에 대해 공부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것들은 먼저 선행으로-”
“아, 그렇다면 지축오행(地軸五行)을 먼저-?”
순식간에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한 그들을 보며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김시현이 천마(天魔)에게 무공을 배우고 빠져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이서연은 구미호로부터 도술(道術)을 배우기 시작했다.
뭐,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김현우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며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묘리에 대해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 그 둘을 바라보다 진실의 구를 바라봤다.
—
다음 사용 기간까지 남은 시간: 0일 0시간 0분 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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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초기화된 진실의 구의 사용시간.
“출입.”
김현우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고, 곧바로 시스템 룸 안으로 이동했다.
언제나 똑같은 풍경의 시스템 룸 안.
책장에는 여러 가지 게임기들이 꽂혀 있고, 테이블에는 이런저런 게임팩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분명 아브가 게임을 하면서 반겨줘야 하는데-
“오셨어요?”
“오늘은 무슨 일로 게임을 안 하고 있냐?”
김현우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브는 게임을 하지 않고 김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나름대로 중요한 날이니까요. 저도 저 나름대로 ‘검색’하느라 좀 바빴거든요.”
“오, 믿음직스러운데?”
도대체 뭘 검색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자신을 위해 이것저것 검색했다는 소리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아브를 칭찬했고, 그녀는 말했다.
“진실의 구는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진실의 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자, 그럼 시작할게요?”
“응? 뭘 시작해?”
“진실의 구를 사용하려면 고대어를 외워야 하거든요.”
“그래……?”
‘준비했다는 건 이거였나?’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아브는 곧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
김현우의 번역 반지로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아브의 입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화아아악!
진실의 구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
하얗게 빛나기 시작한 진실의 구는 아브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다른 색이 떠오르며 제각각의 색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
곧 아브가 마지막 말을 외치자마자 진실의 구는 새하얀 빛을 발하며 김현우의 앞에 로그를 띄우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의 숨겨진 힘 개방] [진실의 구의 사용 효율이 500% 증가합니다.] [진실의 구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100% 증가합니다.]“이건……?”
“진실의 구를 ‘진짜’로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김현우가 묻자 아브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원래라면 그냥 스킬을 발동하는 것으로 진실의 구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한데, 이렇게 진실의 구에 입력되어 있는 고유 언어를 말하면 구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거든요.”
“……그것도 정보권한에서 얻은 정보야?”
“네, 중상위쯤 되니까 이제 슬슬 락에 걸린 정보들이 전부 풀리더라고요. 안 풀린 것들도 슬쩍 다른 정보를 우회해서 돌아가면 볼 수 있고.”
“……무슨 인터넷 사이트 같은 거야?”
“음, 그런 느낌……? 살짝 다른데, 약간 인터넷이랑 비슷한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한번 보고 싶긴 하네.”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하더니 이내 앞에 펼쳐진 진실의 구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말하면 되는-”
[지금부터 진실의 구에 들리는 말을 ‘질문’으로 간주하고 대답합니다.]김현우가 말을 전부 끝내기도 전에 앞에 나타난 로그는 절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고, 이내 입을 다물고 있는 아브를 한번 바라본 김현우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김현우의 최종목표는 자신의 튜토리얼 탑에 가둔 놈을 찾아내는 것이었으니까.
찾아낸 다음에는?
똑같이 해주거나 죽도록 패는 게 목표였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나를 ‘튜토리얼 탑’에 가둔 새끼는 누구지?”
-화아아아악!
그의 물음에 순식간에 찬란한 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진실의 구.
그리고-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순간적으로 찬란한 빛을 내뿜다가 순식간에 조용해 진 진실의 구는 더 이상 발광하지 않은 채 평범한 구체가 되어 있었고.
“아니 씨발 뭐야……?”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스으으으으─!
“!!!”
진실의 구에서 순식간에 튀어나온 어둠에, 김현우의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주변 풍경에 김현우는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곳에는 어둠뿐이었다.
어둠.
어둠.
어둠.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김현우가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검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돌리기 시작했을 때.
“유감스럽지만 자네와는 오랜 대화를 나누기에는 힘들 것 같군.”
김현우는,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덩그러니 나타난 한 남자를 보며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