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60
160
160. 나랑 바꾸지 않을래?(1)
의정부 미궁 지하 14계층.
“커져라. 여의”
끄게에에엑!
순식간에 몸이 터져서 죽는, 곰의 형상을 취허고 있는 ‘그레이트 킬러’들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여의봉(如意棒)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아니, 넌 왜 지금까지 말 안 하다가 갑자기 나와서 훈수질이야?”
김현우의 말에 그 목소리, 아니 제천대성은 대답했다.
[네가 이전에 전우치와 싸웠을 때를 봤으니까. 네 주먹은 충분히 대단하지만 내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여의봉(如意棒)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아야 한다.]“제대로 사용할 생각 없는데? 그냥 능력만 어느 정도-”
[그러니까, 그 능력을 올바르게 전부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여의봉(如意棒)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나한테 봉술(棒術)을 배우라는 소리야?”
[아까부터 말했을 텐데?]“아니, 그걸 또 언제 배워?”
김현우가 투덜거리며 여의봉(如意棒)을 원래 크기로 돌리자 제천대성은 말했다.
[전부 다 배우라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기본만 배우라는 거지.]“그 기본만 배운다고 해서 내가 그걸 싸움에 써먹을 수나 있겠어? 보나마나 좆밥들 패는 데에나 쓰겠지.”
게다가-
“그런 허접 팰 때 굳이 네 힘을 빌릴 일도 없으니까 결국 따지고 보면 필요 없는 거잖아?”
김현우의 결론에 제천대성은 묘한 한숨을 내뱉는 듯하더니 말했다.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너는 내 힘을 빌리는 의미를 알고 있나?]“……힘을 빌리는 의미?”
김현우의 되물음에 제천대성은 설명했다.
[네가 힘을 빌린다는 것은 내 업(業)을 어느 정도 빌린다는 것과 같다.]“그래서?”
[감 안 오나?]“……뭔 소리야?”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자 제천대성은 말했다.
[이 빡대가리 같은 새끼.]“뭐?”
[네가 내 힘을 빌리면 내 봉술(棒術)을 빌려 쓸 수 이 말이다.]제천대성이 그렇게 말하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럼 네 봉술을 그냥 빌려 쓰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봉술을 조금이라도 연습해야 한단 말이다 이 머저리야! 제로에 백을 곱해봤자 하나 인 것처럼, 네 능력이 일정 이상이 안 되면 내 봉술도 무쓸모라 이 말이다!]빼애액 소리를 지르는 제천대성.
김현우는 인상을 썼다.
“그 원숭이새끼가 더럽게 끽끼대네 진짜!”
[뭐? 원숭이새끼? 너 뒤질래!?]“지랄, 나한테 개처맞다 소멸한 주제에!”
“뭐!?”
그와 함께 김현우는 14계층에 멈춰 여의봉(如意棒)안에 있는 제천대성과 서로 입을 털기 시작했고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그래, 내가 졌다 졌어.”
[흥! 진작 그렇게 할 것이지.]김현우는 결국 제천대성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여의봉을 집어 들었다.
확실히 제천대성의 말은 싸가지가 없기는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김현우는 제천대성과 계약을 함으로서 그의 업을 빌려 올 수 있었고, 확실히 제천대성의 봉술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게다가 그냥 봉술도 아니고 이 여의봉(如意棒)을 사용하는 봉술이니…….’
확실히 봉술을 어느 정도만 배워두면 전력상승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주먹 하나를 다룰 수 있는 것보다는 다른 것도 다룰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결국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천대성의 말을 수긍했고. 이내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그래서, 봉술은 어떻게 배우는데?”
[이곳에 딱 좋은 훈련용 몬스터들이 많지 않나? 그 녀석들에게 대충 봉이나 휘둘러 봐라. 그럼 내가 지적해 주지.]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옮기다 15계층으로 내려가는 통로쯤에서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그러나?]“너 원래 말할 수 있었냐?”
김현우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답했다.
[계약한 시점부터 계약자들끼리는 서로 대화가 가능하지.]“그건 계약 내용에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원래 기본베이스다. 계약서 못 봤나? 원래 모든 계약서는 기본 베이스를 깔고 특약사항을 넣지 않나.]“아니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지금까지는 왜 말 안하고 있었냐?”
[굳이 당장 일도 없는데 말을 걸기는 싫으니까.]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무엇인가를 말할까 하다 이내 어깨를 으쓱이곤 15계층에 도착했고-그에에에엑!!
김현우가 15계층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맞이하는 수많은 몬스터.
다른 헌터였으면 혼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을 느낄만한 숫자의 몬스터가 달려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의봉 능력은 안 쓰고 그냥 순수하게 봉으로 때려 죽여보라는 거지?”
[그래, 세부적인 조정은 네가 말해주도록 하지.]제천대성의 말을 끝으로 김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여의봉을 휘둘렀다.
빠드드드득!!!
그렇게 김현우가 미궁에서 봉술을 그럭저럭 익히려는 때, 하남에 있는 거대한 장원의 본궁의 안.
미령은 본궁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용좌에 앉아 있었다.
물론 김현우가 이상한 데에 돈을 붓지 말라고 해서 패도길드의 본성에 있는 용좌보다는 그 크기가 작았으나, 그럼에도 미령이 앉아 있는 용좌는 이렇게 불릴 만했다.
‘황금을 치덕치덕 처바른 의자’라고.
그리고 그런 사치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는 미령은 왜인지 조금은 초조한 표정으로 괜스레 용 좌를 툭툭 손가락으로 건들고 있었다.
그렇게 미령이 용좌를 툭툭 건드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슥-
불현듯, 아무도 없던 미령의 앞에 검은색 가면을 쓴 무사 한 명이 나타났다.
그에 미령은 슬쩍 놀란 표정으로 가면무사를 보고는 이내 말했다.
“가져왔느냐?”
미령의 묘하게 떨리는 말투.
그런 처음 보는 미령의 모습에 가면무사는 순간 말을 잃었으나 이내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전해주었다.
미령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서류 봉투를 조금은 떨리는 손으로 집어 들었고. 이내 봉투를 받은 뒤 말했다.
“전부 잠시 나가 있거라.”
미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눈앞에 있던 가면무사는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추었고, 그녀의 주변에 숨어 있던 호위무사들도 그 기척을 감췄다.
“후우-”
몇 번이고 마력을 돌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미령은 이내 덜리는 손으로 서류 봉투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귀엽구나-]“흐갹!?”
이내 자신의 머리에서 울리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는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너무하지 않느냐 아이야, 그래도 평소에는 말을 걸어도 된다고 하더니-]“이건 평소가 아니니까 말 걸지 마랏!”
드물게도 굉장히 드센 표정으로 말한 미령의 모습에 목소리는 흐흥, 하는 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뭐, 그렇게 부끄러워하니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도록 하겠다.]괴력난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미령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그에 다시 미령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서류 봉투를 바라봤다.
그리고-
찌이익.
미령은 서류봉투의 윗부분을 찢고,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서류 봉투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엇인가를 잡아 꺼냈다.
“!!”
그것은 바로 사진이었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
미령은 드물게 얼굴에 터질 듯한 홍조를 그리며 조심스럽게 꺼내 든 사진의 앞장을 바라보았고.
“헛……!”
사진의 앞장을 바라보자마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입을 막았다.
미령이 보며 입을 막은 사진.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무척이나 다정한 표정으로 팔에 턱을 괴고 찍은 사진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지루해 보이는 표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으나 미령은 그것만으로도 세차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진을 넘겼다.
“우아아아…….”
사진을 넘기고, 또 넘긴다.
미령은 터질 것 같이 붉어진 얼굴로 거의 사진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고, 그렇게 몇 십 분간. 사진 한 장 한 장을 몰두해서 바라보고 있던 미령은-
“하아아아…….”
이내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끝으로 굉장히 만족했다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안고는 눈을 감았다.
굉장히 거칠어진 숨을 한동안 고른 미령은 이내 무척이나 만족하면서 사진을 서류 봉투에 집어넣었고-끼이이익!
“어머? 역시나 했더니.”
“?!”
미령은 곧 문이 열리며 들어온 하나린을 보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시선을 슥 돌리자 그녀의 뒤에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가면무사들이 보였고, 미령은 그녀가 능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아니, 사저를 만나려고 왔는데 절대로 못 들어간다고 막아서…… 그냥 좀……?”
그녀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미령은 인상을 팍 찌푸리곤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을 이끌어냈고 그 모습에 하나린은 말했다.
“잠깐.”
“……?”
“나는 싸우러 온 게 아니야.”
“지금 내 부하들에게 능력을 썼으면서 싸우러 온 게 아니라고?”
미령이 장난치냐? 라는 표정으로 하나린을 째려보자 하나린은 정말이라는 듯 두 손을 여유롭게 올리곤 말했다.
“내가 너를 죽이러 왔다면 내 조직원들 전부를 데리고 왔겠지? 아주 풀무장을 해서 말이야.”
“네 조직원들이 떼로 몰려와도 나한테는 안 된다.”
미령이 으르렁 거리며 말하자 하나린은 쯧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아무튼, 싸우러 온 거 아니라니까?”
하나린의 말에 미령은 그녀를 탐색하는 듯한 시선으로 보다 이내 힘을 거두며 말했다.
“왜 왔지?”
“조금 할 말이 있어서.”
그녀의 말에 미령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으나-
“난 너하고 할 말이-”
“지금 네가 들고 있는 사진에 관해서인데?”
“……!”
그에 미령은 번개 같은 속도로 고개를 제자리로 돌려 하나린을 바라봤고, 그녀는 슥 웃더니 자신의 품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건!”
“아, 오해하지 마? 너랑 똑같은 건 아니니까. 나도 그 사진작가한테 부탁했거든. 너도 그렇지? 사부님의 사진을 얻고 싶어서.”
“…….”
미령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자 하나린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그 사진작가한테 네가 부탁한 사진까지 받을 수 있었으면 찾아오지도 않았을 텐데 어째 절대로 안 주려고 하더라고?”
“다른 사람한테 사진을 넘길 경우 죽여 버린다고 했으니까.”
“아, 그래서 우리 조직원이 죽여 버린다고 해도 내가 주문한 것 외에는 주지 않았구나?”
왠지 사진작가의 현재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내뱉은 미령과 하나린.
하나린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었다.
“뭐, 그래서 결국 그 사진작가 녀석이 사진을 전부 깨끗이 지워버린 덕분에 추가적으로 사진을 구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이쯤 되면 내가 왜 온 건지 알겠지?”
“설마-”
“그 설마가 맞아.”
하나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품에 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김현우가 느긋하게 누워서 혼자 팔베개를 하고 있는 사진.
“이 사진, 가지고 싶지 않아?”
그 사진을 보이며 하나린은 미령에게 제안을 했고.
“…….”
미령은 그녀가 들어 올린 사진을 보며 조용히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