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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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나랑 바꾸지 않을래?(3)
시스템 룸 안에 소환된 김현우는 엉망진창이 된 주변을 바라보았다.
피자 판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근처에는 콜라병이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고 있는 방.
어째 예전에 한번 봤던 시스템 룸의 모습에 김현우는 말없이 쌓여 있는 피자판을 바라보다 이내 그 뒤에서 줄곧 눈을 감고 있는 아브를 보며 물었다.
“집이 왜 이렇게 개판이야?”
“아…….”
그의 말에 슬쩍 눈을 뜬 아브는 이내 주변을 풍경을 보고는 짧게 탄성을 터뜨리곤 슬쩍 김현우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게, 가디언이 말해준 정보를 찾으려고 밤낮없이 정보검색을 하다 보니 먹고 나서 치우는 것을 잊고 있었네요……?”
아브의 어색한 웃음에 김현우는 붉은 버튼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게임을 하다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말한 정보를 찾다가 그랬다니까.’
그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가기로 한 김현우는 문득 쌓여 있는 피자판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피자는 어디서 가져온 거냐?”
“아, 냉장고에서요.”
“냉장고? 피자가 그렇게 많아?”
언뜻 쌓여 있는 피자의 판수만 봐도 대충 10판은 넘어 보이는데?
김현우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며 묻자 아브는 곧바로 대답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 시스템 룸은 한번 만들어두면 만들어 두는 것에 한해서 제가 마음대로 재생성할 수 있거든요.”
“그래……?”
아브의 말에 가볍게 수긍한 김현우는 이내 테이블 위에 있는 피자판을 옆으로 밀어 둔 뒤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정보는 찾은 거야?”
“네, 물론 이번에도 조금 부족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찾기는 했어요.”
“그래?”
“그러니까-”
김현우가 좋다는 듯 웃으며 대답하자 아브는 곧바로 지금까지 자신이 조사했던 것들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작자의 탑을 조사하기 위해 여기저기 정보를 우회해서 알아낸 사실들과 아브의 추론을 더해 만든 이야기를 한동안 듣던 김현우는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자가 만든 탑은 12계층에 있다고?”
“네. 아마 제 추론이 맞다면 ‘제작자’가 튜토리얼 탑을 제외하고 만든 또 다른 탑은 12계층에 있을 거예요.”
“12계층이라…….”
김현우는 짧게 중얼거리더니 물었다.
“그럼 12계층에 가면 곧바로 탑을 볼 수 있겠네?”
“그것도 맞아요. 제가 찾아본 결과 12계층은 ‘애초에’ 탑이 전부로 구성된 것 같거든요.”
“탑이 전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네. 이건 단순히 추론이지만요. 저도 추론인 데다가 그곳을 보지 않아 제대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12계층에 올라가는 순간 곧바로 탑이 보일 거예요.”
“그래? 그건 좀 괜찮네.”
혹시나 또 12계층에 가서 뭔가를 찾아야 하나 생각했던 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곤 이어 말했다.
“그래서, 12계층에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저번처럼 맹인의 나침반을 쓰면 되나?”
“어…….”
“왜 그래?”
“아뇨 그, 아마 맹인의 나침반으로 길을 찾는 것까지는 가능할 거라고 봐요. 네…….”
“그런데 뭔가 문제야?”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슬쩍 김현우의 눈치를 보고는 이야기했다.
“우선 제가 12계층에 제작자의 탑이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잖아요?”
“그렇지?”
“게다가 맹인의 나침반만 있으면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뭐가 문제야?”
그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자 아브는 바로 말했다.
“시간이요.”
“……시간?”
“네, 시간이요. 시간이 문제예요.”
“그게 무슨…….”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대답하려다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고, 아브는 그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가디언이 9계층에서 8계층으로 내려갔다가 오는 데 대략 걸린 시간은 대충 2, 3주 정도예요. 그렇죠?”
“……그렇지.”
김현우가 수긍하자 아브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9계층에서 8-35계층을 가는 데 걸린 시간이지 다른 계층을 가는 데 걸린 시간이 아니에요.”
“……계층간의 거리가 다르다는 소리지?”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브.
“그러니까 간단하게 예를 들면, 가디언이 12계층에 올라갔다가 내려 올 수 있는 시간이 몇 주 내로 짧을 수도, 아니면 오히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소리예요.”
“……몇 년은 오버 아니야?”
“그러니까 말 그대로 예를 든 거예요. 아무튼, 가디언이 탑을 올라 12계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 정도라면-”
“조금 문제가 있지.”
조금, 정도가 아니라 많이 있다.
‘그러면 곤란한데…….’
김현우는 기본적으로 이 계층을 지키는 가디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김현우 본인이 ‘가디언’이라는 직업에 의무를 지고 있다기보다는 정보 권한을 얻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등반자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현우가 12계층에 가기위해 9계층을 등지고 탑을 오른다면?
‘쯧’
9계층은 곧바로 위험에 빠진다.
물론 지금 당장에는 김현우 말고도 9계층을 지킬 만한 이가 두 명이나 있었다.
미령과 하나린, 그녀들은 분명 각각 괴력난신(怪力亂神)과 언령사와 계약을 하며 그들의 힘을 얻게 되었다.
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9계층을 미령과 하나린에게 맡기고 탑을 오를 수는 없었다.
김현우가 보기에 아직 자신의 제자들은 약했으니까.
물론 둘이서 힘을 합해 등반자들을 막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상위급 등반자들까지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문제가 되는 건-
‘정복자…….’
김현우는 바로 얼마 전, 자신과 홍콩에서 싸움을 벌였던 전우치를 떠올렸다.
청룡의 업(業)을 등에 업고 완전체가 되어 김현우를 박살 내려 했던 그.
김현우는 아직도 그 모습이 상상되었다.
청룡의 업을 등에 업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던 전우치의 그 모습이.
그가 자신에게 내리치려 했던 청룡(靑龍)이-물론 그 뒤에 김현우는 제천대성의 도움을 받아 그와 계약을 해 전우치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으나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김현우 혼자의 힘으로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곧 그렇다는 것은-
‘미령과 하나린은, 정복자를 막아낼 만한 힘은 없다.’
물론 제자들의 힘을 테스트해 본 것은 아니었으나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흠…….”
거기까지 생각이 끝난 김현우는 눈가를 찌푸리고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했고, 아브도 마찬가지로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간의 침묵.
그러던 중, 아브는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찾아볼까요?”
“뭘?”
“여러 가지로요. 예를 들면 9계층에서 12계층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거나, 아니면 또 다른 방법 같은 거요. 솔직히-”
-이런 것들은 찾아도 제대로 나올 것 같지 않긴 한데…….
아브가 확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떨며 고민하곤 이내 슬쩍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니 제작자 이 개새끼 찾아오라고 했으면 어떻게 편하게 갈 수 있는지 정도는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
-이런 융통성 없는 새끼.
김현우는 그렇게 짜증을 내며 괜히 피자 판을 툭 쳤고, 그와 함께 와르르 쏟아져 내린 피자판을 본 그는-
“어?”
“……왜요? 혹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요?”
갑작스레 반색한 김현우의 모습에 궁금한 듯 그를 올려보는 아브.
김현우는 순간 멍하니 있다 그런 아브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라기보다는, 물어볼 사람이 있어.”
“네?”
“물어볼 사람이 있다고, 이 ‘탑’에 대해 잘 아는 사람 말이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무릉도원(武陵桃源)의 가운데.
“그래서,”
“그래서기는 뭐가 그래서야, 그거 물어보려고 말 걸었다니까?”
김현우의 물음에 줄곧 소나무의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손오공은 곧 그 자리에서 내려와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알고 싶은 건, 9계층에서 12계층으로 올라가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냐 같은걸 물어보고 싶은 거야?”
“그렇다니까? 뭐 사실 그것도 그렇고 대충 탑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으면 뭐든 알려주는 게 좋기는 하지.”
김현우가 말하자 제천대성은 어깨를 으쓱이곤 대답했다.
“그런데 그건 뭐 하러 알려고 하는 건데?”
“너 못 들었냐? 내가 밖에서 누구랑 말하는지 들을 수 있다며?”
그 물음에 제천대성은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네가 보기에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
“한가해 보이는데? 너 아무것도 안 하잖아?”
“…….”
제천대성은 인상을 쓰며 반박하려 했으나, 분하게도 김현우의 말이 맞았다.
육신이 소멸하고 그의 남은 업(業)으로 인해 정신만이 여의봉 내에 살아남아 있는 그가 하는 일이라곤 명상을 하거나 김현우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
“끄응-”
그는 무척이나 당당해 보이는 김현우를 짜증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봤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뭐 그 정도야 알려줄 수 있지. 그런데 너 그거 알고 있냐?”
“?”
“내가 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건 아주 한정적이라는 거 말이야.”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말 그대로의 이야기야. 내가 탑에 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드문 부분들이라는 거지.”
“……혹시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니지?”
김현우가 슬쩍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자 제천대성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적어도 너보다는 많이 알고 있겠지. 나는 이미 한번 탑을 전부 올랐다가 내려온 재등반자니까.”
“그럼 도대체 왜 드문 부분이라는 건데?”
“제한이 있거든.”
“제한?”
제천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들리나?”
“당연히 들리니까 대답을 하고 있겠지?”
“그럼 탑 최상위계층에 있는 ────────────────── 들리나?”
“?”
김현우는 순간 일어난 인지의 부조화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분명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리와 봐.”
제천대성이 뒤이어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현우를 부르더니 이내 땅바닥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
김현우는 그 곳에서도 이상한 것을 느꼈다.
“뭐야……?”
분명 제천대성의 손가락은 땅바닥에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글자로 보이는 무엇인가를.
허나 제천대성이 쓰고 있는 글자가-
“……안 보인다고?”
-김현우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
그냥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김현우의 눈이 거부하는 것처럼, 제천대성이 쓴 글- 아니 그냥 제천대성이 무슨 글자를 쓰는지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거다.”
“이런 썅-”
이내 글쓰기를 멈춘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욕을 내뱉었고, 그런 그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제천대성은 뒤이어 말했다.
“아무튼, 내가 아는 건 많아도 너한테 내가 알고 있는 정보 모두를 알려줄 수는 없다는 거지.”
“……그럼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단 말이야?”
김현우가 짜증을 내며 제천대성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또 아니지.”
“……나랑 장난쳐?”
김현우가 인상을 팍 찌푸리자 제천대성은 곧바로 답했다.
“장난치는 게 아니라 지금 차근차근히 알려주고 있는 거 아니야?”
-거 성질 더럽게 급하네.
그는 김현우를 보며 그렇게 말하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탑에 어느 정도 ‘중요’로 취급되는 내용을 내가 말하지 못하지만 간단한 정보는 가능하지, 예를 들어 네가 물어봤던 9계층서 12계층까지 가는 시간 같은 건 말이야.”
-이내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