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64
164
오로바스.
164. 이산대성(移山大聖)과 근두운(2)그는 솔로몬의 72악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악마 중 한 명이며, 그 이명은 지옥의 위대한 귀공자라 불리는 악마였다.
“후후후후…….”
그는 푸른빛이 감돌고 있는 미궁을 걷고 있었다.
온몸에는 그가 미궁을 올라오며 죽인 다른 몬스터들의 피와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그런 피가 진득하게 묻어 있는 그의 창은 미궁의 길을 몬스터의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인간의 머리라기보다는 말을 머리라고 보는 게 어울리는 그의 얼굴에는 분명 말의 형태임에도 미소가 걸려 있었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발에는 신발 대신 말의 말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블린을 또 한번 창으로 찔러 죽이곤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미궁의 입구를 바라봤다.
‘드디어 9계층인가.’
씨익.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던 입가가 쭈욱 찢어진다.
그와 함께 보이는 이빨은 외관상으로 보기에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으나 그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생각했다.
‘순조롭군.’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중간에 꼬꾸라지는 다른 등반자들보다도, 오로바스는 무척이나 순조롭게 탑을 오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로바스의 무력이 강한 이유도 있었으나 더 정확하면 오로바스의 능력 때문이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오로바스의 능력은 그가 탑을 오르며 있을 수 있는 모든 곤란한 상황을 배제해 주었고, 그렇기에 그는 탑을 순조롭게 오를 수 있었다.
별다른 위기 없이, 순조롭게.
그렇기에 오로바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9계층에서도 자신은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10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촤아악! 촤르륵!!
오르바스가 창을 한번 털어내자 창 끌에 떨어지던 몬스터들의 피가 한 번에 털어진다.
미궁의 입구에 튄 몬스터의 피.
오르바스는 이내 밝은 빛이 비치고 있는 9계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왔어?”
“……?”
주변의 풍경은 숲지였다.
약간은 색이 바랜 나무들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었고, 하늘은 이제 막 해가지고 있는 듯 석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냥 광경으로만 보면 상당히 아름다워 보이는 그 풍경.
그리고 그 풍경 한가운데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갈색 가죽 의자에 앉아 있는 그.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응?”
김현우는, 조금 전 미궁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은 오르바스를 보며 물었다.
“아, 설마 환영해 주는 애들이 없어서 실망한 건 아니지?”
“네 녀석은…… 뭐하는 놈이지?”
미궁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다짜고짜 자신에게 헛소리를 하는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던 오르바스는 그렇게 물었고.
그에 김현우는 웃으며 말했다.
“에이, 너도 알고 있으면서 뭘 그렇게 물어봐? 아니면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
마치 친구와 농담 따먹기를 하듯, 가볍게 입을 놀리는 그의 모습에 오르바스는 순간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다.
‘또라이인가?’
그동안 계층을 오르며 자신을 막기 위해 미궁 앞에 누군가가 있었던 적은 몇 번 정도 있었다.
어떻게 자신이 올라오는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전 계층인 8계층만 해도 오르바스가 미궁을 빠져나오자마자 자신을 공격했었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3계층도 그랬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적은…….’
적어도 오르바스의 기억에 이런 적은 없었다.
수백의 병사가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앞에 있는 남자가 딱히 강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남자는 딱히 긴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느긋하게 어디에선가 가지고 온 가죽 의자에 앉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적어도 오르바스가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이들과는 완전히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모습에 그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김현우를 보았으나-
“뭐-”
오르바스는 이내 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 같이 이상한 계층민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멍청한 계층민의 행동을 보는 건 나름대로 유희 거리가 되거든.”
오르바스의 입에서 나온 말.
그것은 김현우를 완전히 개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와 함께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린 오르바스는 그것을 어깨춤에 걸쳤고, 김현우는 자신감이 넘치게 행동하는 오르바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자신 따위는 이길 수 있다는 듯 오히려 김현우보다도 건들거리는 오르바스의 모습.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적어도 오르바스는 지금까지 탑을 오르며 ‘위협적인’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가 알고 있기로, ‘9계층’에는 위협적인 존재가 없었다.
‘적어도 먼저 올라간 그 녀석의 말에 의하면 말이야.’
오르바스는 자신보다 먼저 탑을 오른 솔로몬의 72악마 중 한 명을 생각하며 김현우를 바라봤고.
“지랄, 유희거리?”
김현우는 이내 멍한 표정을 지우고 그와 마찬가지로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유희거리지. 탑을 오르면서 너 같은 놈은 본 적 없거든. 내가 창을 휘두르면 계층인들은 전부 비명을 지르거나-”
오르바스는 그렇게 말하는 중 자신의 창을 한차례 휘둘렀고-파아아악!!! 콰가가가각!
그와 함께, 미궁 주변을 가리고 있던 오른편의 나무들이 부채꼴의 형상을 그리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무들을 박살 내고 그 뒤에 있는 절벽에 거대한 상흔을 남긴 오르바스.
그는 무척이나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창을 쥐며 뒷말을 이었다.
“-도망칠 뿐이었거든.”
마치 가볍게 무력을 보여주는 듯 창을 휘두른 오르바스의 모습에 김현우는 그쪽을 바라보았고, 그에 오르바스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변해가는 김현우의 표정을 감상했다.
“…….”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감상하려 했다.
보통의 계층인들은 이 정도의 힘만 보여주면 곧바로 전의를 잃어버리거나 굳은 얼굴을 지으니까.
허나-
“나랑 장난 치냐?”
김현우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오르바스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비아냥거렸다.
“뭐?”
“나랑 장난 치냐니까? 이 정도밖에 못 해?”
김현우의 물음에 오히려 당황한 듯 눈을 떠는 오르바스를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정말로 만약 네가 진짜 이 정도밖에 못하는 놈이면 말이야, 아무래도 유희거리는 내가 아니라-”
팟-
“!!”
“네가 될 것 같은데?”
순식간에 오르바스의 앞에 나타난 김현우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라며 창을 바로 잡으려 했으나-꽈아아아앙!!!
“크악!?”
-이미 김현우는 오르바스의 명치를 후려치고 있었다.
순식간에 자신이 빠져나왔던 미궁 안으로 날려진 그의 모습에 김현우가 비웃음을 머금으며 오르바스를 따라갔고-미궁 구석에 처박힌 오르바스는 배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말도 안 된다는 듯 자신에게 걸어오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았다.
마치 사신이 걸어오는 것 같은 김현우의 모습에, 오르바스는 본능적으로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뒤늦게야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읽는’자신의 능력을- 그리고-
“허…….”
그는 곧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볼 수 있었던 수많은 미래를 보며 저도 모르게 멍한 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게-
“자,”
오르바스가 자신의 능력을 통해 본 수많은 미래의 거의 대부분, 아니 전부는-
“판이 바뀌었는데-”
오르바스가 김현우를 만난 시점부터-
“-이제는 누가 유희거리일까?”
-모두 죽음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
그다음 날.
[인도“김현우 헌터에게 보상금”
무척 빠르고 신속한 대처에 감사하다. 표현] [고인물, 또 한번 세상을 구하다?] [지난 일 18시에 있었던 짧은 재앙(災殃)경보, 종합 정보 (中)]
지난 이틀, 갑작스레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 외곽에서 재앙(災殃) 경보가 일어남에 따라 뉴델리 지역의 인구가 긴급하게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허나 재앙(災殃)경보 예고 시간인 18시, 뉴델리 지역에서 대피했던 인도인들은 대피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멀쩡한 도시에 다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번 재앙(災殃)경보에 발 빠르게 나선 한국의 헌터, 고인물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 김현우 덕분이었다.
김현우는 재앙 경보가 일어나자마자 인도에 도착했고, 별다른 보상 협상도 하지 않고 곧바로 인도에 나타난 재앙(災殃)을 처리해 주었다.
김현우는 18시를 기점으로 미궁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재앙을 약─(중략)
이에 인도 정부와 국제 헌터 협회에서는 김현우에게 ‘감사를 담은 보상을 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적절한 보상안을 준비하는 중이다.
“흐음-”
김현우가 스마트폰에 주르륵 떠오르는 기사와 그 아래에 적혀 있는 댓글들을 한차례 훑어보고 있을 무렵-쾅!
“스승님!”
“사부님!”
어째서인지 저번에 보았던 것과 매우 흡사한 모습으로 김현우가 있는 방에 들어온 하나린과 미령은 한 숨을 돌릴 세도 없이 그의 앞에 동시에 상자를 내려놨다.
“찾아왔습니다!”
“찾아왔어요!”
“……그래.”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고 말하는 제자들이 부담스러워 슬쩍 그들을 밀어낸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돌려 상자를 바라보았다.
한 손에 집어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상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고, 곧 그는 상자의 안에서 하나의 목걸이를 볼 수 있었다.
그가 목걸이를 들어 올리기도 전에 주르륵 떠오르는 로그.
——
이산대성(移山大聖)의 목걸이
등급: B-
보정: 없음
스킬: 곰방대
-정보 권한-
산을 옮기는 큰 성인이라고 전해지는 자, 이산대성 사타왕(移山大聖 獅駝王)이 걸고 있던 목걸이다.
평소 흡연을 중요시 생각하는 이산대성(移山大聖)이 자신의 끝없는 게으름을 떨치고 지하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이무기를 협박해 만들어 낸 것으로, 사용자의 생각에 따라 곰방대로 변한다.
곰방대로 변한 목걸이는 별다른 재료를 넣지 않아도 끝없이 잎을 태울 수 있으며, 그 맛도 자동으로 시전자의 입맛에 맞춰지게 된다.
——
김현우는 로그를 읽고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이산대성의 목걸이를 주워들었다.
등급은 B-에 스킬은 곰방대라는, 흡연을 즐겨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만 굉장히 의미 있어 보이는 스킬을 달고 있는 목걸이.
“이게 맞습니까?”
“그래, 이게 맞다.”
혹시 몰라 조심스러운 물음을 던진 미령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준 김현우는 이내 제천대성의 말을 떠올렸다.
‘이산대성(移山大聖)을 찾아가서 그 녀석에게 내 근두운을 받아라’라고 말했던 제천대성.
김현우는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던 악천의 원천을 꺼내들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나 잠깐 다녀올게.”
김현우의 말.
“……어디를?”
그에 하나린은 순간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입을 열었으나, 미령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미령의 말에 김현우는 말했다.
“아마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건데, 잘 지키고 있어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목걸이와 악천의 원천을 한곳에 모았고- [악천의 원천을 ‘이산대성(移山大聖)의 목걸이’에 사용하시겠습니까? Y/N]
곧 떠오른 로그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Y를 눌렀다.
그리고-
“!”
세상이 일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