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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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개고생이 아니라고 해줘(2)넓디넓은 장원.
그곳에 멀거니 서 있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는 조금 전 자신과 함께 있었던 북천신공이 서 있었던 곳을 바라봤다.
몇 번이고 확답을 받은 뒤에야, 그리고 그 나름대로 설득을 들은 뒤에야 납득하며 이레귤러를 처리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간 북천신공.
‘이번에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는 영상으로 보았던 이레귤러, 김현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후드 속에 감춰져 있는 얼굴을 굳혔다.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직접 죽이러 가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후드를 쓴 남자는 그럴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이곳에 ‘묶여’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이곳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지켜봐야 할 뿐.
그는 북천신공이 있는 곳을 보며 조금은 후련한 듯, 그러나 조금은 답답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생각을 바꾸어 얼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지금 자신이 모시고 있는 주(主)와 했던 대화를.
‘주는 이레귤러를 놔두라고 했어도-‘
주는 분명 남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당장은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
물론 맨 처음에는 주가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 대화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남자는 어째서 주가 그에게 시간을 주었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리고-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그 이레귤러는 당장 죽여 버려야 한다.’
그는 후드 속에 가려져 있는 굳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주가 생각한 것이 정말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 맞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 있어서는 ‘파멸’을 불러올 테니까.
‘그래서는 안 되지.’
그렇기에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는 북천신공에게 부탁을 하러 온 것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업(偉業)까지 조건으로 걸면서.
한동안 그가 사라졌던 곳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이내 몸을 돌렸다.
그와 함께 그의 주변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마법진.
마법진이 생김에 따라 서서히 지워져 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북천신공에게 부탁을 해 놓았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라고 불리고, 또한 스스로 만든 자신의 무공을 이름 삼아 다니는 그.
북천신공(北天神功).
사실 그렇게 늘어놓고 봤을 때, 그의 업(業)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유?
이 ‘탑’에는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라는 호칭을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이명으로만 사용하던 이들도 있을뿐더러, 애초에 인(人)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초월자들도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천하제일인이라는 타이틀도, 혹은 그가 사용하는 북천신공이라는 무공도, 그리 대단한 업(業)은 아니었다.
그리고 고작 그렇게만 놓고 본다면 이 넓은 연무장에서 자신의 창을 들고 끊임없이 무(武)를 연마하고 있는 그는 전우치보다도 쌓은 업(業)이 작았다.
그래, 고작 그것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검은 남자는 어느새 자신의 몸을 반절 이상 먹어치운 마법진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탑에 올라 주(主)의 앞에서 보였던 그의 본모습을 떠올렸다.
어둠으로 둘러싸여, 주(主)에게 업을 구하던 그의 본모습을-남자의 생각과 함께, 그가 만들었던 마법진은 마침내 몸을 전부 먹어치웠고, 이윽고 거대한 장원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xxxx
“정복자의…… 통로라고?”
김현우가 슬쩍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제천대성은 기다렸다는 듯 다음 설명을 이어나갔다.
“뭐, 정복자들 사이에서는 그냥 통로라고 부르지만, 그곳은 정복자가 아니고는 사용할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정복자의 통로가 맞지.”
제천대성의 대답에 김현우는 곧바로 물었다.
“그곳을 이용하면 네 말대로 이틀 만에 12계층에 도착 할 수 있는 거야?”
“그렇지, 솔직히 지금 시점이면 하루도 가능할걸?”
“저번에는 이틀이라며”
김현우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저번에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
“상황이 달라져?”
“그래, 저번에는 네가 내 계약으로 업(業)을 빌려서 근두운을 타는 것을 가정하고 시간을 계산한 거거든. 업(業)을 빌리는 데는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알지?”
“아.”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천대성의 업을 빌릴 수 있는 것은 그 제한시간이 존재했다.
물론 그의 힘을 빌린 것은 전우치와 싸울 때뿐이기에 정확히 어느 정도의 시간제한이 걸려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아무튼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김현우가 상황을 파악한 듯하자 제천대성은 설명했다.
“아무튼,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전속력으로 통로를 오른다면 하루 안에도 도착할 수 있지.”
-애초에 통로는 일직선으로 쭉 뚫려 있어서 막히는 게 없거든.
“하루……!”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고작 24시간 정도로 12계층에 갔다 올 수 있다면 그로서는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12계층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24시간이라는 건 왕복으로는 고작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리였으니까.
‘정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제자들을 훈련시키고 가려 했는데…….’
김현우는 미령과 하나린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물론 지금의 그녀들은 아마 김현우를 빼고는 막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했으나, 저번에도 생각했듯이 아직 그녀들은 정복자를 막을 만한 힘이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방비라도 해 놓으려 했건만.
‘이 정도면 굳이 제자들을 굴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김현우는 혼자 흡족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느껴지는 이상함에 입을 열었다.
“잠깐.”
“왜 그러지?”
“아니, 지금 생각해 보니까 좀 이상한데?”
“뭐가?”
“분명 네가 아까 말할 때, 정복자의 통로라고 그랬잖아.”
“그렇지?”
“정복자의 통로는 정복자밖에 쓸 수 없다며? 나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아,”
김현우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그제야 쟤가 왜 저러나 하는 표정을 치우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탄성을 내뱉었다.
“확실히, 그걸 설명하지 않았네. 뭐, 우선 대답해 주면 네 말이 맞아. 내가 아까 말했듯이 거기는 정복자만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맞아.”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그럼 내가 그 통로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리야?”
“만약 원래의 너라면 사용하지 못했겠지. 근데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김현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하자 제천대성은 답해주었다.
“너는 이미 통행권을 가지고 있잖아?”
“통행권?”
“그래, 저번에 9계층에 내려왔던 전우치를 잡고 나왔던 것 말이야.”
“전우치를 잡고 나왔던……?”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다 이내 하수분의 주머니 안에 고이 잠들어 있는 그것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청룡의 업?”
“빙고.”
제천대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청룡의 업은 정복자가 되고 나서 얻을 수 있는 힘이기도 하지만, 또한 증표가 되기도 하지.”
“그러면…….”
“그 청룡의 업만 가지고 있다면 너는 그 통로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말이야.”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제천대성은 말했다.
“그래서. 바로 갈 거냐?”
그가 묻자 김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로 달려갈 것처럼 말하더니 왜?”
“나도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가고 싶은데.”
김현우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악천의 원천을 흔들며 말했다.
“미궁석 게이지가 전부 떨어져서 채워야 하거든.”
“아…….”
그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제천대성.
“뭐, 그래도 미궁석 게이지가 채워진 뒤에는 곧바로 올라갈 거야. 하루라도 빨리 그 면상을 보고 싶으니까.”
xxxx
그로부터 3일 뒤.
“여기 맞아?”
[맹인의 나침반을 흔들어 봐.]여의봉에서 들리는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곧바로 주머니 속에서 맹인의 나침반을 꺼내 흔들었다.
화아아악!
맹인의 나침반을 흔들자마자 터져 나온 빛은 김현우의 위로 솟아올랐고, 김현우는 한 번 더 확인하듯 나침반에서 흘러나온 빛을 보곤 중얼거렸다.
“이곳은 맞는 것 같은데…….”
김현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모래뿐.
지도로 찾아보지도 않고 맹인의 나침반을 쫓아와보니 보인 풍경을 보며 김현우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
시리도록 푸른 하늘.
딱히 별다른 특이점도 없이 그저 사막의 하늘이 펼쳐져 있을 뿐인 이곳에서 김현우는 물었다.
“그냥 하늘 위로 올라가면 되는 거야?”
[그래, 나침반이 여기를 가르쳤다면 근두운을 탄 뒤에 청룡의 업을 쥐고 올라가기만 하면 돼.]-그러면 길이 보일 거다.
제천대성의 말에 알았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근두운의 위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부유하기 시작한 김현우의 몸.
그는 하늘로 올라가기 전 슬슬 멀어지는 지상을 바라보며 지난 3일 동안 했던 일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이미 말은 전부 해놨고.’
김현우는 몇 시간 전,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다는 말에 자신들도 따라가겠다고 아우성을 치던 제자들을 떠올리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잘하겠지.’
게다가 애초에 9계층을 아무리 오래 비워도 5일 이상이 걸릴 것 같진 않았기에 김현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아까부터 그가 조종함에 따라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던 근두운은 어느새 꽤 높은 곳까지 고도를 높였다.
그리고-
씨익.
김현우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근두운을 조종했다.
파아아아앙!!!
근두운을 조종하자마자 순식간에 소리를 잡아먹는 엄청난 공기소리.
분명 서서히 멀어지고 있던 지상이 말도 안 될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멀어지고, 그와는 대비되게 하늘이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김현우의 신형.
하늘이 푸른 것을 넘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김현우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곧-
파지지직!
김현우가 쥐고 있던 청룡의 업에서, 푸른색의 스파크가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으로 터져나가기 시작한 푸른 스파크는 순식간에 김현우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순간적으로 김현우의 시야가 푸르게 물들었을 때-!
“!”
[혹시나 못 들어오면 어쩌나 했는데, 잘 들어왔군.]김현우는 자신이 거대한 구멍 속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위와 아래는 뚫려 있고, 벽은 마치 예전 중세 탑에서 볼 수 있는 투박한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는 성벽.
김현우는 시커멓게 칠해져 있는 아래와,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하늘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기는……?”
[저번에 내가 말해 준 대로, 이곳이 바로 내가 말했던 그 통로다.]-이곳을 이용해 12계층까지 올라가면 빠르게 탑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다.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주변을 구경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망설임 없이 근두운을 조종해-
“가볼까!”
정복자들이 ‘재등반’을 위해 사용하는 ‘통로’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