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74
174
174. 지금 만나러 갑니다(3)
이 세상의 모든 보고를 담고 있다고 알려진 노아의 방주에서는-꽈아아앙!
갑작스런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콰드드득!
김현우의 주먹이 노아흐의 얼굴을 향해 쏘아져 나가고, 그는 손을 한번 흔드는 것만으로 방어막을 만들어 김현우의 공격을 막아낸다.
그야말로 찰나지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순식간에 쌓여나가는 공방.
허나 한 가지 특징이라고 한다면-
“왜 이러는 겐가!!”
“왜긴 왜야!? 내가 이럴 줄 몰랐어?”
김현우와 노아흐의 공방은 지극히 일방적이라는 것이었다.
노아흐는 오로지 김현우의 공격을 막는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었고.
김현우는 그런 노아흐의 방어를 뚫는 데만 집중이 되어 있었다.
파드드득 까지직!
“자네와 나는 적이 아닐세!!”
자신이 급작스럽게 만들어 낸 방어막이 깨지려 하자 노아흐는 곧바로 김현우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에게 말했으나-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김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며 노아흐의 방어막을 후려쳤다.
꽈아앙!
더 큰 균열이 생긴 노아흐의 방패.
“그럼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짓을!!”
노아흐가 발작하듯 외치자 김현우는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그건 그거고, 네가 날 탑에 가둔 건 따로니까……!”
“뭣!”
꽈지지직!
노아흐의 경악 어린 외침과 함께 줄곧 그가 유지하고 있던 방패가 사라지고, 김현우는 그의 방패가 깨지자마자 곧바로 그이 멱살을 쥐어 잡았다.
“헉!”
깜짝 놀라는 노아흐.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고는 대답했다.
“방어막이 깨졌네?”
“이 무슨-!!”
“뭐,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다만-”
김현우는 그렇게까지 말하고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검붉은 마력이 유형화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있는 김현우의 주먹.
그리고-
“-우선 좀 맞고 시작하자.”
“끄어헉!”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노아흐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xxxx
“……폭력적이군.”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아는 게 어떨까?”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자신의 머리 위에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거대해져 있는 혹을 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짜고짜 때리다니.”
“때릴 만하니까 때린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말도 듣지 않고 사람을 마구잡이로-”
“…….”
김현우의 반복된 말에 결국 묵묵히 입을 다무는 것으로 그를 바라보던 노아흐.
“후…….”
그렇게 시작된 침묵.
김현우와 노아흐는 서로를 마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노아흐는 조금 전까지 김현우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았으니까.
물론 김현우는 처음에 날린 일격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해 노아흐를 두드려 팼기에 그는 머리에 난 혹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나-방주 내의 분위기는 분명 처음과는 다르게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유일하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바로 노아흐의 앞에 앉아 있는 김현우뿐.
“…….”
“…….”
긴 침묵이 조금씩 그 시간 초를 늘려가고 있을 때쯤.
“그래서,”
먼저 입을 연 것은 김현우였다.
“이제 슬슬 진실을 듣고 싶은데. 언제 이야기할 거야?”
무척이나 뻔뻔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오히려 헛웃음을 짓고는 대답했다.
“자네는 뻔뻔하기까지 하군.”
가시가 돋친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뻔뻔하다니 그건 좀 말이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하다는 겐가?”
“말 그대로야, 지금 자기만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오히려 뻔뻔한 건 당신 쪽 아니야?”
“뭐라고?”
“생각해 봐, 그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끝없이 몬스터만 리젠되는 탑에 나를 12년 동안이나 가둬놓고, 이 정도 맞은 거로 징징거리는 게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이 정도만 맞은 걸 다행으로 알아야지.
심드렁하게 입을 연 김현우.
그에 노아흐는 반박했다.
“조금 전에도 말하려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네!”
굉장히 억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김현우에게 반박하는 노아흐, 허나 김현우는 대꾸했다.
“그래서?”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든 어쩔 수 있는 일이든 결국 네가 나를 12년 동안 탑에 가둔 건 팩트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맞았기에.
결국 노아흐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김현우를 탑 안에 12년 동안 가둬놓은 장본인은 바로 그가 맞았다.
노아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김현우는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그 잘난 진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라 이거지. 그걸로 차후를 결정할 거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차후라니.”
김현우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한 노아흐.
“말 그대로인데? 이야기를 들어보고 너를 더 쥐어 팰지, 아니면 이 정도로 봐줄지 결정한다 이거지.”
“…….”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 뒤, 아까 전 자신을 두들겨 팼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곤 입을 열었으나-
“쯧…… 이건 넘어가도록 하지.”
이내 노아흐는 짧게 혀를 차는 것으로 입을 다물었고, 곧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느 것부터 듣고 싶은가?”
노아흐의 질문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말 그대로, 자네가 알고 싶은 것 중 무엇을 먼저 듣고 싶으냐 물어본 걸세. 자네에게는 차근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받아 설명해 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
김현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노아흐.
그에 김현우는 살짝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그럼 나를 탑에 가둔 이유부터.”
-이내 그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노아흐에게 물었다.
엄연히 말하면 김현우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그 하나의 이유를 듣기 위해 온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어느덧 웃음을 지우고 진지하게 물음을 던지는 김현우의 모습에 노아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대답했다.
“역시 그걸 먼저 물어볼 줄 알았네. 솔직히 자네를 탑에 가둔 이유를 말하려면 전반적인 이 탑의 상황에 관해 설명해야 하네만, 우선 다 빼고 결론만 말하면-”
노아흐의 말이 끊김에 따라 김현우는 그의 입이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네가 제일 독한 놈이기 때문일세.”
“……?”
“?”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현우.
노아흐도 마찬가지로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뭐라고?”
김현우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자.
“못 들었나? 이 9계층에서, 자네가 가장 독했기 때문일세.”
“……아니 이게 뭔 좆 같은 소리야?”
인상을 팍 찌푸리는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금 더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구만.”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봤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면 그대로 개 박살을 내버리겠다는 의지가 확연하게 담겨 있는 그 눈빛을 바라본 노아흐는 김현우의 모습을 질려 하면서도 말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사는 계층, 그러니까 9계층은 이번으로 21번째 회귀를 하는 중일세.”
“……뭐? 회귀?”
“그래, 윤회일세. 자네는 알고 있지? 이 탑에 각 계층에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말일세.”
노아흐는 김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중에서도 자네가 사는 9계층의 특징은 ‘회귀’일세. 회귀의 지점은 9계층이 등반자에 의해 멸망당했을 때지.”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가 회귀를 했다고?”
“그래 물론 회귀를 한 그 시점부터 모든 기억은 사라지지만 자네는 9계층의 특징에 의해 총 21번째 회귀를 경험하고 있지. 그리고 내가 자네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 21번의 회귀 때문일세.
“…….”
노아흐의 말이 김현우는 그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고,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21번의 회귀에서 보여준 자네의 행동이 나를 선택하게 했지.”
“그게 무슨-”
김현우가 묻자 노아흐는 마치 예전의 이야기를 꺼내듯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
“내가 자네를 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9계층이 여섯 번째 회귀를 맞고 있을 때였네.”
“여섯 번째……?”
“그래, 그때 당시의 자네는 9계층에서 조금 강하기만 한 계층민 중 한 명이었지. 허나, 자네는 굉장히 특이했네.”
“……특이했다고?”
“그래 자네는 그때 중위급 등반자를 죽였거든.”
“……?”
노아흐의 말에 순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본 김현우는 물었다.
“그게…… 특이한 일이야?”
“뭐, 지금 자네의 처지에서 봤을 때 등반자 한 명을 죽인 게 뭐가 그리 특이한 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것은 굉장히 특이한 일로 다가왔지.”
“어째서?”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검지와 중지를 피며 말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네. 우선 첫 번째로, 지금의 자네는 모르겠지만 회귀하기 이전의 자네는 말 그대로 ‘평범한 헌터’였었네. 아니, 오히려 다른 녀석들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지.”
-자네는 남들은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이 없었으니까.
“고유 능력?”
노아흐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데 그런 고유 능력도 없는, 그저 시스템의 축복을 받은 녀석이 중위급 등반자를 죽인 게 놀라워서 자네에게 시선이 끌렸었지.”
그리고-
“그것보다 내가 자네에게 관심이 가게 만든 더 큰 이유는, 바로 자네가 분명히 멸망해야 하는 9계층의 운명을 비틀었기 때문이었네.”
“……운명을 비틀어?”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이 탑은 등반자들이 일종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탑일세. 그렇기에 각 탑의 계층마다 난이도가 나누어져 있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자네가 있는 9계층은, ‘중위’급 등반자 이상은 감당할 수 없도록 조형된 계층일세.”
“……그 말은.”
“한 마디로, 9계층은 멸망이 원래는 예정되어 있던 계층이라 이 말일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아무런 복잡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그를 바라봤으나, 그는 김현우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자네는 그 공식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중위급 등반자를 잡는 것으로 9계층의 멸망을 막았지.”
-비록 그 뒤에 찾아온 등반자는 자네의 부상이 너무 심해서 막지 못했지만.
노아흐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튼, 그때 자네가 보여준 모습은 내게 흥미를 일으켰고. 자네는 그 뒤로 회귀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9계층의 멸망을 지연시켰네. 각 회차 간 차이는 있었으나 그건 명백했지.”
그리고-
“자네가 열여덟 번째 회귀를 했을 때쯤에, 나는 등반자를 막아내는 자네의 모습을 보며 미묘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네.”
“무슨 확신을……?”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그를 바라보며-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렇게-
“-자네가 정말 이 ‘탑’을 다시 바꿀 수 있다는 미묘한 확신을, 나는 가질 수 있었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