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79
179
179. 만 년 동안 얼어 있던(5)
빙정은 순간 김현우의 입가에서 튀어나온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
그것은 바로 그가 이 상황에서 전혀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었다.
빙토(氷土)는 자신이 뒤집어쓴 역병 군주의 업으로 인해 그 범위가 더더욱 늘어났고, 머리 위에 날아다니고 있는 수천에 가까운 까마귀들은 자신의 ‘자연 능력’을 흩뿌리며 날고 있었다.
심지어 김현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에도 까마귀들이 흩뿌리는 자연 능력에 의해 몸이 얼어붙고 있었다.
그렇기에 빙정은 도망을 칠 곳이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김현우가 웃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허나-
“뭐?”
“정보 고맙다고, 이 빡대가리 새끼야.”
비웃음을 머금은 김현우의 입가를 보며 빙정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무엇인가에 재빨리 자신이 집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려 했으나-깡!
“!?”
그는 지팡이를 휘두를 수 없었다.
“무슨-!”
이유는 바로 그의 오른손에 채워진 족쇄 때문.
“!?”
빙정은 어느 순간 자신의 오른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고-깡! 깡! 깡! 깡!
그의 몸에 차례대로 거대한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왼손.
오른발.
왼발.
허리.
목.
순식간에 그의 몸 전체를 채운 족쇄는 순식간의 그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빙정은 격앙된 목소리로 일을 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뭐긴 뭐야 봉인 장치지.”
“뭐!? 봉인!?”
“그래.”
대답을 하면서도 키득키득 거리는 웃음을 잃지 않는 김현우.
빙정은 ‘당했다’라는 표정으로 뒤늦게 족쇄를 끊기 위해 몸을 비틀었으나, 그의 몸에 채워진 족쇄는 그 어떤 행동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
그의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일그러짐은 순식간에 그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빙정은 괴성을 지르며 김현우를 바라봤다.
“이 자식…… 이 자식!!!”
좀 전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김현우는 그런 그의 모습에 올렸던 입가를 더더욱 올리고는 오른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 가~!”
누가 보면 굉장히 싸가지 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절로 할 정도로 띠꺼운 얼굴을 한 김현우의 모습에 빙정은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발악을 했으나-
툭-
이내 그는 그 일그러짐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와 함께 찾아온 정적.
그 뒤에는-
툭- 투두두두둑!
그가 만들었던 까마귀들이 그 본연의 힘을 잃고 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마치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일대를 퍼붓는 빗줄기를 맞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손에 쥐어진 족쇄를 바라보았다.
——
제작자의 구속 장치
등급: ??
보정: 없음
스킬: 구속(한정)
-정보 권한-
노아의 방주의 주인이자 이 탑을 만들어낸 제작자가 만들어낸 구속 장치.
그가 혹시 모를 추격을 대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그 구속 장치는 제작자의 남아 있던 힘을 소모하며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만들어진 제작자의 구속 장치는 ‘탑’안에 있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든 ‘일시적’으로 그를 가둬 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피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구속 장치가 그를 가둬놓을 수 있는 한계 시간이 정해진다.
한계 시간은 48시간을 최소, 최고 시간을 36000잡는다.
구속 장치에 잡힌 피시전자는 갇힌 시간동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속박당하게 되며, 피시전자는 속박당한 공간 안에서 생각하는 것 이외에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 피시전자가 풀려나게 된다면 제작자의 구속 장치는 그 능력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족쇄가 된다.
피시전자가 풀려나기까지 남은 시간: 119시간 59분 32초
——
김현우는 로그를 읽고는 한숨을 내쉰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비로인해 축축해진 흙이 추리닝을 더럽혔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고, 얼마의 시간이지나 김현우의 머리 위에서 빛나던 금고아가 사라졌을 때,
“쓰벌…….”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업(業)을 빌려오면 근육통이 오는 건 덤이구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아티팩트의 로그를 보았다.
‘남은 시간은 119시간…… 5일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인가.’
길다고 하면 길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짧다고 생각하면 짧다고 볼 수도 있는, 조금은 애매한 시간.
“그래도 정보는 얻었으니.”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조금 전에 사용한 것은 바로 9계층에 다시 내려오기 전, 노아흐에게서 받은 아티팩트였다.
그가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건네주었던 아티팩트.
분명 5일이라는 시간뿐이기는 하지만 제작자의 구속 장치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
‘이것 덕분에 마음 놓고 빙정을 시험해 볼 수 있었으니까.’
김현우는 애초에 이번 싸움에서 빙정을 이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이번에 하려고 했던 것은 9계층에 내려온 정복자의 분석.
‘물론 여력이 된다면 곧바로 모든 힘을 쏟아부어 때려 죽였겠지만.’
김현우의 생각대로 빙정은 지금 당장의 김현우로는 이길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가 본격적으로 만년빙정의 이름을 밝혔을 때까지는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쯧,”
그가 한 번 더 업(業)을 뒤집어썼을 때, 김현우는 지금 당장은 빙정을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장 공격이라도 통하면 모르겠지만’
그가 두 번째 업을 뒤집어쓴 게 아니라면 상대할 수도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가 역병 군주의 업을 개화하고 나서부터는 공격이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마력이 전부 얼어붙었으니까.’
물론 그때 김현우는 이미 그를 가둘 생각을 하고 빙정이 숨겨둔 마지막 한 수를 보려고 일부러 거의 모든 마력을 때려 박은 것이었으나.
그래도 분명 제천대성의 업(業)을 유지할 정도의 마력은 남겨 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빙정이 역병군주의 업을 개화했을 때, 김현우는 그 이상 자신의 마력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을–정확히는 마력이 외부에 나가자마자 얼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나 그런 상황임에도 김현우는 딱히 무력감을 느끼지 않았다.
‘뭐, 그래도 녀석이 어느 정도까지 힘을 쓸 수 있는지는 알았으니까. 우선 기본 목적은 달성했네.’
어차피 그의 목적은 빙정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
-그는 목적을 확실히 완수했으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xxxx
이탈리아 플로렌스에 있는 주립병원.
순간 희미한 시야에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미령은-
“!”
어느 한순간을 기점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 뜬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이는 것은 척 보기에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가구와 장비들이 놓여 있는 병실.
“일어나셨습니까.”
그리고 그런 미령의 옆에 있는 이는 바로 패도 길드의 부길드장인 천영이었다.
미령은 잠시 상황파악을 하는 듯 병실 내의 풍경을 보곤 이내 시선을 돌려 물었다.
“설명해라.”
그녀의 무미건조한 말투에 천영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현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말하기 시작했다.
미령이 김현우에게 구해져 이곳으로 온 것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그로부터 이제 막 하루가 지난 시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가서 쉬어라.”
“예.”
한참이나 천영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미령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천영은 그녀의 말에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로 인해 조용해진 병실 안.
미령은 물었다.
“등반자는 어떻게 됐지?”
[네 스승이 와서 등반자를 상대한 것까지는 느낄 수 있었다만 그 이상은 모르겠구나.]“모른다고?”
[그래, 좀 이상하거든.]“그게 무슨 소리냐.”
미령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자 그 이야기에 답해주던 그녀, 괴력난신은 정리하는 느낌으로 입을 열었다.
[분명 네 스승이 그 녀석을 상대한 건 맞아, 게다가 중반까지는 상당한 마력폭발까지 일어나며 격렬한 싸움을 벌였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껴졌는데-]“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정복자의 마력이 사라지더구나.]“마력이 사라져?”
[그래,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 마치 어디로 이동한 것처럼 말이야.]“…….”
괴련난신의 말에 미령은 짧게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마저 이야기를 이었다.
[아무튼, 이건 네 스승한테 물어보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제구나.]괴력난신의 이야기를 끝으로 만들어진 침묵.
미령은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을 회상했다.
‘전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미령의 공격은 무엇 하나 통하지 않았다.
분명 괴력난신의 업을 빌려 그 자리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빙정에게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것은 자신과 함께 비정을 막으러 갔던 하나린도 마찬가지.
그의 앞에서 미령과 하나린의 마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고, 그와 함께 보이는 그의 창술은 그녀보다도 몇 단계 위에 있었다.
그로 인해 느껴지는 압도적인 무력감.
지금까진 느껴보지 못했던 무력감이 미령의 몸 위를 스멀스멀 기어 다녔고.
[아이야, 낙심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무력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 녀석은 네가 이기지 못할 녀석이었으니까.]괴력난신의 말에도 미령은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꾹 쥐고 있을 뿐이었고, 곧 잠시간의 침묵 끝에-
[아이야, 더한 힘을 원하느냐?]“!”
-괴력난신은 말했다.
그렇게 미령이 크게 눈을 떴을 때, 노아의 방주 안쪽에서는.
“쯧-”
노아흐의 앞에 있던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돌리고 있었다.
“아직 피해가 남은 것 같군.”
그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어제, 만년 빙정을 구속 장치에 가둬 놓은 뒤 김현우는 쉴 틈도 없이 곧바로 플로렌스로 넘어가 간단한 치료를 받고 미궁으로 내려갔다.
이유는 바로 마정석을 모아 노아의 방주로 오기 위해서였다.
노아흐는 정복자와의 전투가 끝나면 곧바로 노아의 방주에 들르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그 녀석은 어떤 녀석이었나?”
노아흐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답했다.
“너도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물론 내가 곳곳에 설치해 놓은 마법진을 통해 어느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정복자가 이동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세세한 건 알 수 없네.”
그의 말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 김현우는 곧 자신이 보았던 것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가 9계층에 내려가 만년빙정을 만난 것부터 시작해, 그의 능력이나, 그가 나중에 개화한 업까지.
김현우는 자신이 추측한 것과 동시에 보았던 것을 전부 노아흐에게 말했고, 이내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신화체인가.”
“신화체? 그건 또 뭐야?”
“자네 같은 인간이 아닌, 말 그대로 설화나 신화에 자연스럽게 이지가 생겨 만들어지는 녀석들을 말하는 걸세.”
“……그러니까 그냥 강한 놈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적어도 자네가 상대했던 도사보다는 강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군.”
“쯧.”
김현우는 노아흐의 말에 바로 혀를 차고는 질문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라고 한 걸 보면 뭔가 해결방안이 있어서인 거 아니야?”
“맞네.”
“그게 뭔데?”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자네도 그 녀석이 사용하는 것과 동급의 업(業)을 얻으면 될 일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