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80
180
180. 만 년 동안 얼어 있던(6)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녀는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어둠뿐인 공간.
허나 모순적인 것은 그런 어둠 속의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린의 몸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기묘한 인지.
‘꿈인가?’
한동안 이 어둠뿐인 공간을 몇 번이고 돌려보던 하나린은 속으로 그런 판단을 내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하나린은 그 어둠뿐인 공간을 응시하다 문득 자신이 마지막으로 쓰러지기 전 보았던 풍경을 떠올렸다.
“…….”
보였던 것은 찰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린의 머릿속에 톡톡히 각인되어 있는 그 기억.
그녀는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마력이 얼다니.’
마력의 동결.
하나린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처음에만 해도 그녀가 ‘언령사’를 죽이고 얻은 그 능력은 하나린의 의지를 충실하게 실현시켜 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하나린의 언령은 먹히지 않았다.
그가 조금이나마 김현우에게 배웠던 무술도 마찬가지.
모든 공격은 느긋한 미소를 짓던 그에게 전부 파훼당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그렇게 모든 공격을 파훼당하고 난 뒤 하나린의 그의 창에 몸을 직격 당한 뒤부터 정신이 끊어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죽은 거야?’
하나린의 머릿속이 생각을 이어감에 따라 서서히 현실감을 가지게 되고, 그녀의 눈에 초조함이 깃들기 시작한다.
‘정말로?’
아직 사부님이랑 제대로 썸을 타지도 못했는데? 정말로 내가 죽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
[죽지 않았으니 걱정 마라.]“!”
-갑작스레 들려온,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대답한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에 하나린은 사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고서(古書)?”
하나린은 조금 전에는 없었던 검은 고서가 허공에 둥둥 떠져 있는 것을 바라봤다.
아티팩트의 이름에도 그저 고서(古書)라고만 써져 있고, 자세한 설명이나 보정, 스킬이 일체 존재하지 않는 고서.
그것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 모습에 하나린은 저도 모르게 책의 정체를 맞추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메이슨?”
그것은 그녀가 능력을 계승하기 전, 원래 이 능력을 가지고 있던 남자의 이름이었고, 그에 고서는 답했다.
[틀렸다. 나는 그 녀석이 아니다.]명백한 부정.
“그럼 너는 뭐야?”
그렇기에 그녀는 물었고, 하나린의 앞에 떠 있던 고서는 순간 촤르륵 펼쳐지며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나는 ‘언령의 서’다.]“……언령의 서?”
[그래, 너는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네게 언령의 힘을 넘겨준 것 또한 나다.]“무슨?”
하나린은 예전, 메이슨을 죽이고 그의 품 안에 있던 것을 빼앗음으로써 자동으로 계승자가 되었었다.
“……메이슨이 주인이었던 게 아니라고?”
[주인?]-피식.
책인데도 보이는 노골적인 비웃음.
[그 녀석은 주인이 아니다, 오히려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힘을 받아갔던 필멸자일 뿐이지. 내 능력은 그 머저리가 쓰는 것처럼 약하지 않다.]“…….”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은 고서의 말에 하나린은 잠시 말을 멈춘 뒤 하늘에 떠 올라 있는 고서를 바라봤고. 그녀는 침묵을 유지하다 물었다.
“나는 죽은 거야?”
[아니다.]단호하게 대답한 고서.
그에 하나린은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여기는 어디인데?”
“여기는 나의 내면세계다.”
“내면세계?”
“그냥 편하게 꿈속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거다. 지금 현실의 너는 병실에 누워 있으니.”
하나린은 그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가 지금 나타난 이유는 뭐야?”
“전에 나를 쓰던 놈보다는 훨씬 능력을 잘 사용하기에 어디까지 하나 지켜볼 생각이었다만, 아까 전 싸움을 보니 너는 힘의 이해도가 너무 낮더군.”
“……힘의 이해도?”
“그래. 그래서-”
촤르르르륵-!
언령의 서는 자신의 종이를 촤르륵 넘겨대며-
“-내가 친히 너를 가르치러 온 거다. 조금이라도 고서장이 될 확률이 있는 널 말이야.”
-그렇게 말했다.
xxxx
“업(業)은 업(業)으로 지운다?”
노아의 방주 안, 오크통에 앉아 있는 김현우가 되묻자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 알다시피 지금 자네는 매우 불리한 상태일세.”
“……내 업(業)이 부족해서?”
그의 물음에 노아흐는 고개를 절레 거리며 대답했다.
“업이 ‘부족’하다고 하기보단 등급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되지. 저번처럼 게임으로 예를 들면 그 녀석은 유니크 아이템인데 비해 자네는 레어 정도밖에 안 된다는 비유로 설명하는 게 좋을까?”
“……거 기분 묘하네.”
김현우가 뚱하게 중얼거리자 그는 답했다.
“기분이 묘할 만하네, 이건 자네와 그의 경험적인 차이보다는 태생적인 차이와 같은 부분이니까.”
“……재능충이랑 비슷한 거야?”
“그래, 그런 거지.”
“재능충 새끼들 진짜.”
김현우가 탄식하듯 말하자 노아흐는 대답했다.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린 김현우를 슬쩍 바라보고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차피 자네에게 설명해 봤자 설득시키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그만두도록 하지.”
“무슨-”
“아무튼,”
그의 말을 끊은 노아흐.
김현우는 슬쩍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노아흐를 보았으나 이내 별 이야기를 하진 않았고 노아흐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말해준 대로, 자네가 그 정복자를 잡아 죽이려면 할 수 있는 것은 그와 비슷한 등급의 업을 습득하는 수밖엔 없네.”
“……그걸 이 짧은 시간에 어디서 얻어?”
김현우가 말하자 노아흐는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있지 않은가? 얻을 수 있는 곳이.”
“?”
“자네가 전우치를 죽이면서 얻은 청룡의 업(業)은 장식품이 아닐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고.
“응?”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하수분의 주머니를 집어 들다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니, 분명 악천의 원천을 사용 할 때 아티팩트는 들고 올 수 없었는데……?”
김현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악천의 원천을 확인해 봤으나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똑같은 이름과 똑같은 로그.
“???”
그렇기에 김현우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노아흐는 말했다.
“그거라면 놀라지 말게. 내가 아티팩트를 이곳으로 들고 올 수 있게 ‘허용’한 거니까.”
“뭐? 그게 돼?”
“방법만 알면 가능하다. 게다가 지금 자네가 와 있는 곳은- 아니, 이것까지 말하면 설명이 길어지니 그만두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끊은 노아흐.
“아무튼, 이 공간에 한해서는 내가 ‘허용’함에 따라 아티팩트를 가지고 올 수 있네.”
그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 자신의 하수분의 주머니에서 청룡의 업을 꺼내들었고.
——
청룡의 업(業)
등급: ??
보정: ??
스킬: ??
-정보 권한-
사신(四神) 중에서도 중에서 가장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이며 다른 용들의 수장이라고도 불리는 청룡(靑龍)의 업(業)을 농축해 담아놓은 보석이다.
청룡(靑龍)은 4개의 방위 중에서도 동쪽을 수호하는 수호신이며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번개를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청룡은 탑에 올라 -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권한 부족—-@#$@#^#$^#@^@#$@#%@^#$
——
“이거, 정말로 쓸 수 있기는 해?”
김현우는 청룡의 업을 꺼내들자마자 떠오르는 기괴한 로그를 보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노아흐는 그런 김현우의 표정을 한차례 훑어보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청룡의 업을 가져가며 말했다.
“당연히 사용할 수 있네.”
“어? 정말?
“그래, 이건 내가 만든 거니까.”
“뭐? 네가 만들었다고?”
김현우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자 노아흐는 뭘 그리 놀라냐는 듯 말했다.
“뭘 그리 새삼스럽게 놀라나? 나는 이 탑을 만들어 낸 ‘제작자’일세. 당연히 이 업(業)을 압축하는 장치 또한 내가 만들었지.”
-원래 이렇게 쓰는 물건은 아니지만 말일세.
노아흐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기다리게, 아티팩트는 없지만, 어차피 ‘업(業)’을 푸는 것 정도는 쉬우니까.”
그 말과 함께 노아흐의 손에서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큰 마법진이 다섯 개.
작은 마법진이 네 개.
만들어진 마법진은 이내 어지럽게 섞이기 시작했고, 곧 저들끼리 공명하며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
분명 푸른 보석의 형태를 띠고 있던 보석이 이내 카드득 거리는 소리를 내며 분해되기 시작했다.
분명 보석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짓한번에 기계처럼 바뀌기 시작하는 업의 모습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무척이나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작업.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김현우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러나?”
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별로 힘든 기색 없이 대답하는 노아흐.
“같은 등급의 업(業)을 얻어서 덮는다는 소리는 알겠는데, 그럼 상성 같은 건 없는 거야?”
상성.
불이 물을 이기지 못하듯 그 차이가 현저하게 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속성에는 상성이라는 게 있었다.
만년빙설은 빙결계.
그리고 지금 노아흐가 만지고 있는 청룡의 업은 뇌전계라고 분류할 수 있었기에 김현우는 물었고 그에 노아흐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
“……그럼 왜?”
“이 청룡의 업 말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나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
그러네.
김현우는 노아흐의 말을 들으며 나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파직!
노아흐가 쥐고 있던 청룡의 업에서 푸른색의 번개가 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노아흐는 곧바로 마법진을 만들어냈던 손을 곧바로 다른 쪽으로 휘둘렀다.
휙-!
그가 손을 휘두르자마자 마치 명령을 받은 것처럼 그의 오른손에 잡힌 구슬.
그리고-
파지지지직!!!
노아흐는 자신의 손에 잡힌 구슬을 확인할 것도 없다는 듯 그대로 손에 쥐고 조금 전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던 청룡의 업을 구슬 안쪽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푸른빛의 전류가 방주 이곳저곳을 사납게 울렸으나 노아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끝이네.”
-이내 그는, 김현우에게 조금 전까지 들고 있던 구슬을 들이밀며 말했다.
“……뭐가?”
“말 그대로, 자네가 업(業)을 쌓을 수 있는 준비는 전부 끝이 났다 이걸세. 이제 남은 건 자네가 하기에 따라 달려 있지.”
김현우는 노아흐의 말을 듣고 무엇인가가 비추기 시작하는 구슬 안쪽을 바라보곤,
“……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구슬 안쪽 풍경의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거대한 용을 보며 물었고-
“저 녀석에게 인정을 받거나, 아니면 네가 저 녀석을 때려눕히면 되지.”
“썅…….”
-이내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