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82
182
182. 청룡의 업(業)(2)
크고 작은 사슬.
마치 세계 자체를 ‘사슬’로만 조형한 것처럼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사슬이 뭉치고 뭉쳐 있는 그곳에서-쩌저저적-쩍-!
사슬들이 얼어붙고 있었다.
분명 윤택이 나는 철의 외관이 푸른 얼음에 뒤덮이고, 그 뒤에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인다.
어느 한 곳을 중심으로 역병이 퍼지듯 확장하고 있는 냉기.
허나-
빠직-
“!”
빠지지지지직!!!
순조롭게 사슬을 얼리고 있던 냉기는 어느 곳을 기점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마치 벽에 막힌 듯 일정 이상은 나아가지 못하는 냉기.
그리고-
파챵-!
쇠사슬을 타고 빙토를 만들어가던 얼음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분명 아무런 조치가 없었음에도 자연스럽게 깨지기 시작한 빙토는 이내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졌고.
“……젠장!”
쾅! 철그럭!
빙토가 만들어졌던 그 중심, 수많은 사슬들이 엮여 거대한 기둥이 만들어져 있는 그곳에서 빙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비틀었다.
촤라라라락!!
그가 몸을 한번 비틀거릴 때마다 거대한 사슬기둥이 흠칫흠칫 떨렸으나 그저 그뿐, 사슬은 끊어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고, 빙정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린 곳은 그가 묶여 있는 맞은편의 기둥.
[[02] 22: 32: 51]그곳에 쓰여 있는 시간과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틀어잡고 있는 사슬들을 보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이건 대체 무슨…….’
이레귤러가 꺼내든 아티팩트에 의해 이 이상한 공간에 갇힌 지 이제 3일이 지나는 시점.
그동안 빙정은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해 보고 있었다.
허나 결과는 모두 실패.
빙정이 지금까지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시도했던 모든 행동을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완벽 차단이라니…….’
빙정은 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사슬을 바라봤다.
그냥 보기에는 그냥 일반적인 쇠사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 허나 빙정은 이것이 일반적인 쇠사슬이 아닌 ‘능력 차단’이 가미되어 있는 사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증거로 지난 3일간 빙정이 아무리 능력을 사용해 쇠사슬을 끊어내려 해도 사슬은 멀쩡했으니까.
오히려 쇠사슬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가 아예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철그럭!
그렇기에 빙정은 그 안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이 그저 자신의 몸을 몇 번이나 비틀며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시간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려라, 내가 이곳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다짐했다.
xxxx
꽝!
“크악!?”
하늘에서 내리친 번개가 김현우의 머리 위에 꽂히고, 그와 함께 김현우의 시야가 시커메진다,
그리고-
[처음의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군.]“이런 미친!”
김현우는 시야가 회복됨에 따라 곧바로 몸을 일으켜 폭우 속 하늘에 떠 있는 그를 바라봤다.
고고하게 떠있는 청룡.
“이게 개사기 아니야?”
[도대체 뭐가 개사기라는 거지?]“도망칠 수도 없잖아!”
[내 인정을 받는 게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나?]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청룡 주위에 파직거리고 있는 푸른 번개를 바라봤다.
‘이전이랑은 완전히 다르잖아……!’
솔직히, 김현우는 하늘에 떠 있는 청룡을 얕보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김현우는 하나의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 게 옳았다.
‘생각해 보면 전우치를 상대할 때도…….’
김현우는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전우치를 상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도 나는 제천대성의 힘을 사용했지.’
김현우는 그때 제천대성의 업을 빌려 전우치를 죽이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김현우는 청룡이 내건 조건으로 인해 제천대성의 업을 사용할 수 없었고.
심지어 청룡이 사용하고 있는 번개는, 전우치가 사용했던 모든 공격들은 그 위력이 전우치의 공격과 궤를 달리했다.
분명 전우치의 번개는 몇 번 정도는 맞더라도 괜찮았으나 청룡이 직접 꽂아 내리는 번개는 단 한 번 만에 정신이 꺼질 정도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력.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번개가 안 보인다.’
청룡이 내리치는 번개가 김현우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보이기는 했다.
번쩍!
하고.
하지만 뇌령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고 인지를 최대한 확장한 김현우의 눈에서마저, 청룡의 번개는 그저 한순간의 번쩍일 뿐이었다.
공격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지정되어 어떻게 끝나는지조차 모른다.
그냥 번쩍.
그것이 청룡의 공격을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 김현우의 평가였다.
“이런 썅!”
[왜 그러지?]“이건 사기야. 도대체 5분을 어떻게 버티라는 거야! 번개가 떨어지는 걸 봐도 그냥 번쩍거리고 끝인데!”
[호, 그래도 그 정도면 대단하군, 다른 녀석들은 자신이 맞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죽는데 말이야.]“…….”
청룡의 감탄에 김현우는 그저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고, 그에 청룡은 물었다.
[그래서, 포기할 텐가?]“어떻게 포기해!”
[그럼 다시 시작하지.]그와 함께 또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 그 속에서 김현우는 고작 30초를 버티지 못하고 또 한번 재가 되었다.
“이런 씹-!”
재가 되자마자 순식간에 복구되는 신체.
김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또다시 번개를 내리찍기 시작하는 청룡을 보곤 이를 악물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청룡은-
[야.] [왜 그러지?]곧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제천대성의 목소리에 왠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별다른 놀람 없이 그의 말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묻는 제천대성.
[너,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이라니?] [왜 네 녀석의 업을 저 녀석한테 알려 주려는 건데?] [그게 궁금한 건가?]청룡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대답했다.
[당연하지, 업 하나 뺏겼다고 지랄발광을 해서 그 안에 갇힌 놈이 다른 놈한테 업을 넘겨준다? 그것도 자의로?]이미 알고 있다는 듯, 제천대성은 청룡의 과거를 들먹이며 명백히 이상하다는 듯 물었고.
[흠…….]그리고 그런 제천대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청룡은 슬쩍 할 말을 찾는 듯 잠시간 입을 다물다 대답했다.
[네가 붙어 있으니까.] [뭐?] [원숭이, 설마 모른다고 생각한 건가? 빼앗긴 업을 되찾으려고 뭐 빠지게 탑을 왔다 갔다 하는 놈은 나와 연관된 놈 중에는 네 녀석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네가 저 녀석에게 자기도 다 모으지 못해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제천대성의 업을 빌려줬다는 건, 네가 저 녀석에게 뭔가를 봤다는 거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제천대성.
청룡은 이어 말했다.
[뭐, 아무튼 나도 투자라는 걸 한번 해볼까 한 거다.] [투자를 한다고?] [그래, 네 녀석이 생각한 그 가능성에 대한 투자 말이다.] […….]그렇게 청룡과 제천대성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김현우는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처음 청룡을 때려눕히겠다는 생각은 이미 버린 지 오래.
한 번이라도 허공을 밟는 순간 그 자리를 향해 기적같이 내리꽂히는 번개 덕분에 김현우는 청룡을 공격하겠다는 생각보다는 5분간 최대한 번개를 피해 도망치는 쪽을 택했다.
그럼에도 버티는 시간이 30초를 넘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시 한번 떨어져 내리는 번개에 김현우의 생각이 끊긴다.
재생되는 신체.
몇 번이고 죽음을 반복한다.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한 채 그저 청룡이 떨어뜨리는 번개에 죽을 뿐인 김현우.
그렇게 몇 번의 죽음을 반복했을까.
어느 순간, 김현우의 눈에 또 한번 떨어지는 번개가 보였다.
번쩍-!
이전과 별다른 바 없는, 그저 한순간의 번쩍임이라고 봐도 될 정의 빠른 번개.
허나 그곳에서 감현우는 차이점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차이점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김현우에게 일어난 하나의 변화라고 봐도 좋았다.
‘기분 탓인가?’
꽝!
떨어져 내리는 번개.
‘왠지-‘
꽝! 꽝! 꽝! 꽝!
그의 신체가 수복되고, 김현우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연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보며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었고.
‘조금, 느려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미세하지만 느려진다- 아니, 내가 오히려 적응하고 있는 건가?’
자신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번개의 속도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맨 처음 죽었을 때, 김현우는 그저 번쩍임만을 느꼈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물론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은 똑같았으나 지금의 김현우는 그 한순간의 번쩍임을 쫓을 수 있었다.
한순간의 번쩍임 이후 떨어져 내리는 번개.
그 찰나를, 김현우는 서서히 눈에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청룡의 번개를 눈에 익히던 김현우는-꽝!
[호오……!]어느 순간, 번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김현우가 번개를 피하는 방법 또한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번개를 피하려고 했던 김현우는 이제 사방팔방 뛰어다니기보다는 제자리에 서서 그저 한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번개를 피했다.
‘설마 이렇게 단시간에 번개를 피할 수 있게 될 줄이야.’
꽝!
오른 쪽으로 한걸음.
꽝!
다시 오른쪽으로 한걸음
꽝!
앞으로 한걸음.
꽝!
왼쪽으로 한걸음.
모든 것이 한 걸음으로 끝나는 움직임.
그 모습에서 청룡은, 그가 벌써 번개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내심 감탄을 터트렸다.
그와 함께 김현우가 지금까지 넘지 못했던 30초의 벽이 깨졌고, 60초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현우가 버티는 시간이 마침내 120초를 넘었을 때-꽝! 콰가가가강!
김현우는 갑작스레 두세 발씩 내리치기 시작하는 번개에 당황하다 결국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피하지 못하고 재가 되었다.
“이런 썅! 조금 전 그건 뭐야!?”
신체가 수복되자마자 외치는 김현우.
그에 그는 말했다.
[풀코스다]“뭐? 풀코스?”
[그래, 그렇게 찔끔찔끔 내리는 번개를 피할 수 있다 해서 내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이런 씹- 그럼 진작 말해주든가!!”
청룡의 말.
그 말은 분명히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굉장히 배알이 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왠지 제천대성이 왜 청룡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그리고-]“?”
[꼬우면 안 하면 된다.]마치 모바일 과금형 게임에 몇 백을 쏟아붓게 만든 다음에 꼬접 하실? 이라고 묻는 듯한 느낌.
김현우는 청룡에게 지랄을 떨려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지랄을 떨어봤자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시작이나 해!”
‘이 뱀대가리 새끼야!’
혹시 몰라 뒷말은 생각만으로 중얼거린 김현우는 청룡을 재촉했고, 그는 번개를 떨궜다.
이제 60초까지는 가볍게 넘는 김현우.
죽음이 쌓이는 횟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허나-
“…….”
[더 하겠나?]2분 28초.
그가 30초를 넘었을 때부터 번개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132번 동안 김현우가 달성해 낸 결과물이었다.
김현우는 움직임에 따라 또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번개를 보며 또 한번 고민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또 어떻게 피하나.’
분명 그냥 떨어지는 번개는 조금씩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고 2분이 넘어갔을 때 떨어지기 시작하는 두세 줄기의 번개를, 김현우는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인지는 번개에 익숙해졌어도, 아직 동시에 번개를 인지하는 결과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이번엔 오히려 아까 전처럼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하나?’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다 고개를 절래 거렸다.
그렇게 뛰어다니면 오히려 신체의 제어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번개를 피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니까.
‘어떻게 해야-‘
김현우의 생각과 함께 넘은 2분-쾅! 콰가가강! 쾅!
불과 1초 전과는 다르게 그의 주변으로 빠르게 번쩍이기 시작하는 번개들을 보며 김현우는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른쪽으로 한 걸음, 그 뒤에는 곧바로 뒤로 백스텝 후, 바닥에 멈추는 것이 아닌 공중에서 공기를 밟으며 왼쪽으로 이동-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번개를 피하기 위한 노선도가 생겨나지만, 결국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는 연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피하지 못했다.
꽝!
또 한번 재가 되었다고 수복하는 육체.
허나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은 채 묵묵히 번개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김현우의 눈에 또 한번 변화가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까와 같이 미묘하지만, 김현우로서는 조금씩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는 변화.
그리고-
꽝!
김현우가 번개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 횟수가 242번이 되었을 때.
카지지지직!!!
[!]김현우는-
“후-”
-번개를 쳐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