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83
183
183. 청룡의 업(業)(3)
노아의 방주 안.
“아…….”
그곳에서 묵묵히 구슬을 응시하고 있던 그는 조금 전 재가 되어 스러진 김현우를 보며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고는 생각했다.
‘생각보다 어렵겠군.’
물론 업(業)을 얻는 게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 정도일 줄이야.’
노아흐는 봉인되어 있는 청룡의 업을 풀며 내심 자신이 만든 보석 안에 있는 청룡의 업이 온전치 못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아흐는 자신이 처음 업을 압축하는 장치를 만들었을 때 그 장치는 통상적인 업의 절반을 제대로 담지 못했으니까.
허나 지금 보이는 청룡의 의식체는 어떤가.
‘90%? 아니, 이렇게 보면 거의 만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노아흐의 시선으로 본 청룡의 의식체는 그 업을 온전히 전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 온전히 전부.
그리고 그렇다는 건-
‘……내가 만들어 놓은 걸 개량하는 데 성공한 건가.’
노아흐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죽이려 했던 그들을 떠올렸다.
탑을 지을 때까지만 해도 같은 이상을 꿈꾸던 이들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하루아침에 자신이 만들었던 모든 것을 빼앗았고, 노아흐를 죽음으로 몰아갔었다.
이유는 오롯이 자신들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그래도 오히려 그런 상황이라 잘 됐을 수도.’
만약 노아흐가 옛날에 만들어 놓았던 장치를 개량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지금 당장 김현우가 힘을 얻기는 편했겠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감이 있었다.
허나 장치를 개량해서 업의 대부분이 이 공간 안에 들어 있다면?
‘그가 잘해주기만 한다면.’
오히려 김현우는 노아흐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아마 안정적으로 9계층에 내려온 정복자를 상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돌린 노아흐는 이내 시선을 돌려 한참 번개가 떨어지고 있는 구슬 안을 바라보았다.
xxxx
[호-]번개를 받아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번개를 받아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일이 아니다.
그 일순간의 번쩍임.
그 뒤에 떨어지는 번개.
그리고 울리는 소리.
인공적으로 만든 번개나 마력으로 만들어진 번개는 모르겠지만, ‘진짜’ 번개는 너무나도 빠른 덕분에 이 세 개의 과정이 엇박자로 나타난다.
시각적으로 제일 먼저 보이고.
그 뒤에 번개가 떨어지고-
번개가 이미 목표물을 타격한 뒤에야 그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번개를 쳐내다니…… 아니, 정확히는 번개를 옆으로 흘려 낸 건가?’
청룡은 조금 전 떨어지는 번개를 실질적으로 조정한 김현우를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피하는 데 들인 죽음의 횟수가 580번, 번개를 쳐내는데 죽은 횟수가 305번이라.’
이 공간이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공간임을 생각해 봤을 때라고 생각해도 김현우의 깨달음은 청룡마저 감탄할 정도로 빨랐다.
그래, 이상할 정도로.
‘도대체 뭐지?’
그렇기에, 오히려 청룡은 그 시점부터 그가 얼마나 번개를 잘 피하냐보다는 김현우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청룡은 잘 알고 있다.
당장 그에게 당해서 육체를 소멸당한 자신을 다시 이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만 해도 그는 이미 평범이라는 범주와는 살짝 떨어져 있었고.
게다가 그가 시험을 시작하기 전 보여줬던 마력폭발과 동시에, 그 근처에 떨어지는 검붉은 번개는 이미 그가 인간의 한계를 벌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벗어났을까?
수행?
‘……그렇게 오랜 시간 도를 쌓거나 지혜를 쌓은 것 같지는 않은데.’
청룡의 눈에 비치는 김현우는 그리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외관으로는 이제 20대 초중반, 허나 청룡 본연이 가지고 있는 과거시를 통해 슬쩍 그를 엿봤을 때, 그는 이제 130년이 살짝 넘는 세월을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의 마력은.’
허나 고작 130년 동안 수련을 했다고 해서 평범한 인간이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여러모로 신기했다.
‘아니, 오히려 그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만 보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번개를 본다?
그건 적어도 청룡의 상식선에서는 ‘불가능’이라는 프레임이 단단하게 씌워져 있었다.
청룡이 김현우에게 관심을 가지는 와중에도 김현우의 죽음은 계속되었다.
그가 번개를 처음으로 흘려낸 뒤로 김현우는 내리 50번 정도를 가만히 서서 죽음을 맞이했다.
버티는 시간이 다시 30초 내외로 떨어진 김현우.
허나 그의 죽음이 100번이 넘고 200번에 도달하기 시작할 때쯤, 줄어들었던 김현우의 시간이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30초를 넘지 못했던 시간이 다시 한번 30초를 넘어 60초를 향해 달려 나가고, 60초를 넘었던 시간이 가볍게 120초를 달성한다.
120초를 지나자 연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번개들.
허나 김현우는 이전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 자리에서 서서 그저 번개가 떨어질 곳인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쾅! 콰가가가가강!
그는 번개를 쳐내기 시작했다.
한 곳에서만 연속으로 내리치는 번개를 쳐내고, 엇박자로 내려오는 번개를 쳐낸다.
허나-
쾅!
그렇게 번개를 쳐내는 것도 잠시, 김현우는 이내 번개에 집어 삼켜졌다.
재로 변하는 그의 몸.
허나 그 시점에서 이미 김현우가 버틴 시간은 180초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 김현우는 끊임없이 도전했다.
도전.
도전.
도전.
번개를 흘리고, 슬쩍 몸을 뒤튼다.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쳐낼 수 있는 건 쳐내는 김현우.
수많은 죽음을 경험한 뒤, 이제는 번개가 보인다는 듯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청룡은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렇군.’
-김현우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을.
그 순간에도 김현우는 내리치는 번개를 막아내지 못했다.
버틴 시간은 이제 243초,
찔끔찔끔 올라가던 예전과는 다르게 한 번의 도전으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버티는 그.
청룡은 묵묵히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며 집중하는 김현우를 보고, 조금 전에 확신하던 가설을 또 한번 확실하게 확인했다.
‘눈인가.’
눈.
청룡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흘려내는 그를 보며 그렇게 단정지었다.
물론 다른 장점도 있긴 했다.
그건 바로 엄청난 집중력.
김현우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그저 죽고 살기를 반복하며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떤 투정도 없고.
그 어떤 불평도 없다.
그는 그저 번개에 맞아 신체를 수복한 뒤에는 말없이 고개를 하늘로 올리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손을 하늘로 들었다.
마치 그것만을 생각한다는 듯.
그야말로 엄청난 집중력.
분명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 죽음마저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묵묵히 떨어져 내리는 번개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집중력에 더한 플러스 요소를 넣어주고 있는 것은, 바로 김현우의 눈이었다.
청룡마저도 맨 처음에는 김현우가 다른 방법으로 번개를 쳐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아니었다.
쾅!
한 번의 번쩍임 뒤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쳐내는 김현우.
그의 눈은 정확히 번개를 보고 있었다.
매우 정확히.
‘찰나를 볼 수 있는 눈인가.’
그렇기에 청룡은 거기에서 알 수 있었다.
그가 ‘찰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물론 평범한 인간도, 혹은 그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도 그 찰나를 인지할 수는 있었고, 혹은 끝없는 수행으로 그 찰나를 엿볼 수도 있었다.
허나 그렇게 해서 얻은 인지 능력은 결국 한계가 있다.
범인은 넘을 수 없는 한계.
그러나 김현우는 그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자신의 눈을 이용해서.
청룡에게는 그저 지금 이 순간의 1초가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으나.
‘아마 지금 저 녀석의 1초는-‘
찰나의 찰나, 그러니까 마치 일 초를 또 수백 초로 나눈 것 같은 흐름 속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청룡은 확신했다.
그리고- 그런 청룡의 말대로-
쾅!
‘지금-!’
김현우는 분명,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그것은 확정된 일 초였으나, 김현우의 의식 속에서 그것은 이미 쪼개지고 쪼개져 무척이나 긴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젠 제대로 보인다.’
-김현우는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무척이나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김현우의 손끝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빛과 함께 떨어져 내린 번개를 쳐낸다.
그의 손가락에 걸려 순식간에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번개.
그 일련의 과정을, 김현우는 직감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정상적인 인지능력으로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는 번개와 함께, 시간은 흘렀다.
60초.
김현우의 손이 번쩍임을 만들고 하늘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쳐낸다.
120초.
한 줄기씩 떨어져 내리던 번개들이 이제는 동시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미세하지만 번개의 범위 자체도 조금은 커져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아무런 무리 없이 위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들을 쳐냈다.
김현우의 손가락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실 번개를 흘리는 데는 손가락보단 손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부담이 덜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김현우의 손은 아직 그의 인지를 제대로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손 전체를 사용하는 것 대신 손가락을 사용했다.
아무리 부담이 되더라도,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은 김현우를 따라 올 수 있었으니까.
쾅! 쾅! 쾅! 쾅
시간이 지나기 시작한다.
쾅 콰르르르르!!
계속해서-
쾅! 콰가가가가가각!
-시간은 흐른다.
흐른 시간은 어느새 김현우가 바로 저번에 버텼던 243초를 넘어 250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번개는 끊임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버티는 시간이 270초가 넘었을 시점에-삐──────────────이미 김현우의 귀에는 번개소리대신 긴 이명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먹먹했던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새하얀 빛이 몇 번이고 밝게 점멸하는 장면뿐.
그의 얼굴을 적시던 빗방울도 느껴지지 않는다.
떨어지는 뇌우(雷雨)로 인해 빗방울들은 모두 증발해 버리고 말았으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김현우는 두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번개들.
허나 김현우의 눈빛에 이전과 같은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평온한 눈빛으로, 고작 순간의 단위를 쪼개 시간차로 내려오는 번개들을 보며 손가락을 움직일 뿐.
움직이고.
움직이고.
움직인다.
아주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
그 한 끗의 움직임에 번개가 다 흘러나가고, 한 끗의 움직임에 동시에 내려오고 있던 번개가 번개를 만나며 터져나간다.
막아내고, 막아내고, 막아내는 그 찰나의 순간.
그리고-
쏴아아아아아아──────
번개가 멎었다.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을 혼란시키는 번쩍임은 멎었다.
그렇게 얼마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
김현우는 어느 순간 자신의 위쪽으로 번개가 떨어지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대단하군. 300초를 채우다니.]“뭐?”
[합격이다.]김현우는 청룡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