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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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아무튼, 선택해야 한다(1)
서울의 대학병원 앞 광장.
“-그래서, 이제 슬슬 기자회견 끝내고 싶으니까 이걸로 끝내도록 하고, 나머지 궁금한 점은 뭐…… 다음에 시간되면 또 하는 걸로 할게요.”
광장 위에 서 있던 김현우가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기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들리는 키보드 소리.
김현우는 순간 소란스러워진 기자들을 슬쩍 보고는 그대로 광장 안으로 내려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탑승했다.
“이번에는 빨리 끝냈네요?”
차에 탑승하자마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김시현이 입을 열었고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예전처럼 깝치던 놈들도 없고 말이야.”
“뭐, 사실 이쯤 되면 아무도 안 건들 만하죠.”
“그런가?”
“당연하죠.”
김시현이 그렇게 단언하자 그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럼 바로 스시집으로 가나?”
“네. 안 그래도 서연이랑 석원이 형은 미리 가 있겠다고 했으니까요.”
김시현은 그 말과 함께 차를 몰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멀어지는 병원을 보며 5일 전의 일을 회상했다.
5일 전,
김현우는 결국 그 자리에서 만년빙정을 잡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로 정보 등급을 상위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
알리미
탑의 끝에서 내려온 정복자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위치: 이탈리아 로마
[정복자 북천(北天) ‘빙정(氷晶)’ 잡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보 권한의 실적이 중상위 → 상위로 변경됩니다!] [현재 정보 권한은 ‘상위’입니다.]——
알리미 스킬을 키자마자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로그들.
분명 로그 속에서는 김현우의 정보 권한이 상위가 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다만 정보 권한이 상위로 올라오고 나서 생긴 문제는-
“출입-”
[입장이 불가능합니다.]-바로 아브가 있는 시스템 룸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
“뭐라고요?”
“아냐.”
김현우는 김시현의 물음에 가볍게 대답하고 나서 한동안 앞에 떠 있는 로그를 바라봤다.
‘입장이 불가능하다……라.’
정보 권한이 상위가 되고 난 뒤 갑작스레 떠오르기 시작한 로그.
김현우는 몇 번이고 출입을 사용해 봤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그저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로그가 떠오르고, 김현우는 시스템 룸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혹시나’를 가정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가정을 해보려 했으나 딱히 아브에 대해서는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이 없었다.
그가 생각해 봤을 때, 아브는 딱히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시스템 룸…….’
아브가 있는 곳은 시스템 룸이었다.
도대체 어디에 만들어져 있는지도 모를, 김현우도 그저 출입에 의지해서 갈 수 있는 곳.
그렇기에 아브에 대해서는 딱히 특별한 가정을 해볼 수가 없었다.
그저 ‘무슨 일이 있다’ 정도만 생각해 볼 수 있을 뿐.
‘……노아흐 그 녀석이라면 이게 대충 무슨 일인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
김현우는 노아의 방주에서 만났던 노아흐를 떠올렸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빙정이 내려오는 바람에 모든 이야기를 듣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이 탑에 제대로 된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은 그.
김현우는 분명 그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쯧, 바로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악천의 원천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지난 5일간, 그는 만년빙정과 싸운 후유증 덕분에 병실에 누워 있었다.
물론 회복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헌터의 지속적인 치료를 받긴 했으나.
‘순뢰각…….’
김현우가 마지막 순간 빙정을 끝내기 위해 사용한 순뢰각은 그의 몸에 엄청난 부하를 주었고, 그 후유증은 엄청났다.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되다니.’
물론 정복자를 단 한 번에 보내버릴 정도의 파괴력은 있었으나 그 여파로 김현우는 거의 4일정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는 그동안 병실신세일 수밖에 없었다.
‘제자들을 시킬까 했지만.’
김현우는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려 자신을 찾아왔던 제자들을 떠올렸다.
굉장히 착잡해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던 제자들.
그가 어느 정도 제자들을 위로해 주기는 했으나 그녀들의 굳은 표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김현우는 제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휴식시간을 주었다.
‘사실 나를 따라다니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는데…….’
아무튼, 자신의 말 때문에 당장 제자들도 쉬고 있기에 결국 김현우는 자신의 몸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그 이외에도 물어볼 게 있으니.’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수분의 주머니 속에서 이번 빙정과의 싸움에서 얻었던 것을 꺼내 들었다.
——
역병군주의 가면
등급: ??
보정: ??
스킬: ??
-정보 권한-
역병 의사이자 ‘Doktor Schnabel von Rom’ 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민의 역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썼던 그는, 역병으로 인해 세상이 멸망하고 난 뒤 홀로 살아남아 역병을 받아들였다.
시민들을 치료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던 그는 세상이 멸망하고 난 뒤 역병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멸망시켰던 역병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그는 -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
——
가면을 꺼내자마자 주르륵 떠오르는 로그.
정보 권한이 상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권한부족 표시에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도 까마귀 가면을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뭐, 이것도 노아흐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지.’
어차피 물어볼 것을 포함해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을 듣기 위해선 노아흐를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차 문밖을 바라봤다.
xxxx
“왔나?”
“?”
노아의 방주 안.
김현우는 이전과는 다르게 변해 있는 방주 내의 풍경을 보며 슬쩍 갸웃거렸다.
“문제라도 있나?”
“아니, 그냥 좀 바뀐 것 같아서.”
분명 김현우가 마지막으로 봤던 방주 안은 굉장히 난잡한 상황이었다.
뭐, 위생적으로 봤을 때 더럽다기보다는 오크통에 꽂혀 있는 설계도면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고, 그중에는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도면들도 여럿 보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지금 김현우가 보고 있는 노아의 방주는 무척이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분명 여기저기 놔두었던 오크통은 한편에 곱게 정리되어 있었고, 바닥을 돌아다니던 도면은 전부 한쪽에 잘 포개놓았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까 오히려 좀 압박감이 드네.’
김현우가 방주 한쪽 끝으로 끝없이 보이는 오크통과 설계도면을 보며 생각하고 있으려니 노아흐가 말했다.
“뭐, 이참에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일세. 우선은 앉도록 하게.”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의자를 김현우에게 권했고, 곧 의자에 앉은 그는 기다릴 것 없다는 듯 주머니 안에서 역병군주의 가면을 꺼내 노아흐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빙정이 소멸하고 난 뒤에 남은 건데…… 보통은 청룡의 업처럼 보석 같은 게 남아야 하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굳이 그런 건 아닐세, 보통 업을 담는다는 것은…… 아니, 이걸 또 설명하려면 길게 설명해야 하니 결론적으로 봤을 때 업의 모양 같은 건 그리 크게 상관이 있는 건 아니네.”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에게 받은 역병군주의 가면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가면을 바라보고 있던 노아흐는 김현우에게 가면을 돌려주었다.
“아무래도 이건 그냥 가지고 다니는 게 나을 것 같군.”
“청룡의 업처럼 힘을 빼앗는 건 못 하는 거야?”
“물론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딱히 자네가 이 역병 군주의 업을 얻는다고 해서 사용할 곳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 게다가 이 역병군주의 업은 자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업일세.”
“그건 왜?”
“뭐, 단순히 이 외부에 서려 있는 업의 잔상만을 본 것뿐이네만, 이 업은 기본적으로 ‘마법’을 잘 사용해야만 활용할 수 있는 업인 것 같군. 한마디로 자네처럼 도력을 움직이는 데만-”
“OK 거기까지.”
김현우는 노아흐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그의 말을 끊은 뒤 말했다.
“아무튼 배우지 않는 게 좋다 이거지?”
“자네 나이가 1000대를 뚫을 각오를 한다면 배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미련 없이 까마귀 가면을 하수분 안에 집어넣곤 말했다.
“그럼 이건 됐고, 우선 저번에 하던 이야기를 마저 듣기 전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무엇이든 물어보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대답해 주도록 하지.”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곧바로 아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정보 권한이 상위가 된 것부터 시작해서, 아브를 만나기 위해 시스템 룸에 들어가려 했는데 시스템 룸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 노아흐에게 물어볼 것을 설명한 김현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래서, 대충 이런 상황인데 무슨 방법 없을까?”
그의 물음에 노아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김현우는 뭔가가 잘못되었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내 설명이 좀 이상했나?”
“아니, 그건 아닐세.”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살짝 멈칫하는 듯했으나 이내 그렇게 대답하곤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시스템 룸에 있는 ‘아브’라는 소녀에게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 말인가?”
“맞는데?”
김현우의 긍정에 노아흐는 알 수 없다는 듯 슬쩍 인상을 찌푸리곤 말했다.
“우선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뭘 좀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의문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는 잠시만 기다려 보라는 말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러기를 잠시.
김현우가 끊임없이 모여 있는 오크통과 저 하늘에 모여 있는 구슬들의 풍경을 보고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쯤, 노아흐가 돌아왔다.
왠지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의 앞에 앉는 노아흐.
김현우는 물었다.
“그래서 확인할 건 확인했어?”
그의 물음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 노아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의자에 앉았고, 잠시간 입을 다물고 있던 그는 김현우가 슬슬 지루한 표정을 지을 때가 돼서야 입을 열었다.
“……흠흠, 다시 한번 정리하도록 하지.”
그 말고 함께 노아흐는 자신이 김현우에게 들었던 것을 차근차근 나열했고 그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게 뭔가 심각한 일인 거야?”
노아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고, 잠시간 고민하던 그는 말했다.
“심각한 일은 아닐세. 다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라 조금 당황했을 뿐이지.”
“생각지도 못한 상황?”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지.”
노아흐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이내 김현우를 보며-
“아마 자네가 지금까지 만났던 그 ‘아브’라는 소녀는 아마 ‘통괄자’일 확률이 높네.”
“뭐?”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