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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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아무튼, 선택해야 한다(3)
천호동에 있는 자택에서, 김현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평소보다도 조용한 저택.
그도 그럴 것이 김시현은 어느 순간부터 다시 자신의 고급 아파트로 돌아가 버렸고, 항상 자신의 뒤에 붙어 있던 두 제자는 빙정에 당한 후유증으로 인해 휴가 중이었다.
‘뭐, 내가 거의 억지로 쉬게 한 거지만.’
아무튼, 그렇기에 지금 이 저택 안은 사람이 없었다.
‘아니, 한 명 있긴 하지.’
김현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소파 옆 아래를 바라보았다.
“흠냐-”
“……흠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소파 옆 아래 깔려 있는 거대한 쿠션.
그곳에는 자신에게 귀속되어 있는 구미호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었다.
“…….”
김현우는 멍하니 구미호를 바라봤다.
분명 예전에는 인간의 모습보다는 여우의 모습으로 집 안을 많이 돌아다닌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많은 것 같았다.
‘다만 거슬리는 건-‘
그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동물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물론 어디 영화 속에 나온 늑대소년처럼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왜 땅바닥에서 자는 거야.’
쿠션이 깔려 있기는 했어도 소파 옆에 있는 조그마한 쿠션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김현우는 마치 자신이 학대범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Zzz…….”
느긋하게 고로롱 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는 구미호.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제츠쳐를 취하다 입을 열었다.
“야.”
“Zzz…….”
“야!”
“히엑!?”
김현우가 언성을 높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구미호.
딱히 크게 소리를 지른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마치 불호령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곧바로 일어나는 그녀는 급하게 시선을 돌리다 자신의 옆에 있는 김현우를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응? 언제 오셨어요?”
그리곤 자연스럽게 나오는 존대.
분명 예전에도 존댓말을 하긴 했으나 굉장히 어색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당연한 듯 존대를 쓰는 구미호를 보며 김현우는 대답했다.
“조금 전에.”
“아, 그렇구나…….”
그렇게 대답하며 슬쩍슬쩍 눈치를 보는 구미호.
“뭐, 별건 아니고 물어볼 게 좀 있어서 깨웠어.”
“네? 물어볼 거요?”
“그래, 물어볼 거.”
“네,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전부 말씀드릴게요.”
김현우의 말에 구미호는 슬쩍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그런 반응을 보고 난 뒤 곧바로 질문했다.
“네가 탑을 오른 이유는 뭐야.”
“네? 제가 탑을 오른 이유요?”
“그래.”
“어…… 그건 갑자기 왜? ……가, 아니라 말할게요!”
그녀는 이유를 물으려다 슬쩍 인상을 찌푸리는 김현우의 모습에 곧바로 말을 바꾸며 말했고, 이내 슬슬 그의 눈치를 보던 구미호는 대답했다.
“그러니까, 제가 탑을 오르는 이유는, 제가 살 곳이 사라져서요.”
“……살 곳이 사라졌다고?”
“네, 그래서 탑을 오를 수밖에 없었어요.”
김현우의 되물음에 구미호는 그렇게 대답했고, 김현우는 이내 그녀의 답을 듣고는 살짝 생각하는 듯하다 말을 이어나갔다.
“그 이야기 자세히 해봐.”
“자세히요?”
“그래, 왜 네가 사는 곳이 사라졌는지부터 시작해서 왜 탑을 올랐는지까지.”
그의 진지한 물음에 구미호는 슬쩍 당황하는 듯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으나 이내 그녀는 잠시의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한 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가 살던 세계가 박살 났다고?”
“네, 정확히는 세계를 부섰다기보다는 그 세계의 업(業)을 빼앗아가서 구심점을 박살 내 버린 거죠.”
“…….”
구미호의 말에 김현우는 입을 다물고 있다 말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그냥 너는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나타나서 갑자기 네 세계의 업이랑 네 업을 빼앗아 간 다음에-”
“탑을 올라오면 다시 돌려주겠다고 한 거나 다름없죠.”
“이거 완전 사채업자보다 더한 양아치네?”
김현우의 말에 구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양아치 짓을 해도 업을 빼앗긴 거의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탑을 올라야 해요. 어차피 ────── 하니까요.”
순간 들리지 않는 구미호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익숙하다는 대충 그 안에 들어갈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갑작스레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이미 제천대성에게도 겪어봤다.
‘아마 들리지 않는 말은 이 탑에서 자체적으로 필터링 하고 있는 거겠지.’
정보 권한이 드디어 상위에 오르기는 했어도 아직 그의 귀를 침묵으로 만드는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필터링이 먹히지 않는 노아의 방주 내에서 김현우는 이미 어느 정도 등반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왔기에 그녀의 말에 필터링이 걸려도 대충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동안 구미호의 말을 정리하던 김현우는 이내 구미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네?”
“너는 이제 더 이상 탑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거야?”
김현우의 물음에 구미호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보더니 이내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어…… 괜찮지 않을……까요?”
“……네가 확신을 못 하면 어떻게 해?”
“아니 그…… 생각해 보면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사는 곳이 날아가 버려서 엉겁결에 탑을 오르게 된 거라…… 사실 저는 제 업이랑 살 수 있는 곳만 찾으면 됐거든요.”
구미호는 그렇게 말한 뒤 슬쩍 텀을 두고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곳에서의 삶은 업을 찾지도 못하고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삶인 것 같아서…….”
-게다가 애초에 저는 도망치지도 못하고요.
그녀는 슬쩍 눈치를 보며 말소리를 줄이며 뒷말을 끝냈고, 김현우는 그런 구미호를 바라보다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아무튼 이야기는 잘 들었어.”
“별말씀을요.”
그 말에 답한 구미호는 그렇게 말하더니 슬쩍 그의 눈치를 봤고, 잠시간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김현우는 물었다.
“왜?”
“그럼, 저 부탁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
구미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부탁이요. 좀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먹고 싶은 거라고?”
“네, 찬장에 있거든요?”
“……찬장에 있다고? 그럼 네가 그냥 꺼내 먹으면 되잖아?”
김현우가 알 수 없다는 듯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자 구미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내 그 말과 함께 곧바로 부엌을 향해 달려갔다.
우당탕탕.
신이 난 듯 뛰어가는 구미호.
김현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거예요!”
구미호는 어느새 부엌에서 어느 통 하나를 가져와 김현우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데?”
“그, 제가 먹고 싶은 거요!”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통을 열려다 말고 통 옆에 써져 있는 글씨를 확인했다.
-하루에 한 개만 줄 것.
“……?”
김현우는 그 글씨를 멍하니 바라보다 곧 이 글씨가 이서연의 글씨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통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튜르?”
-튜르라는 간식이 있었다.
마치 생긴 건 짜 먹는 요플레 같이 생긴 튜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본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내리다 그 아래 써져 있는 글을 읽었다.
‘고양이용?’
고양이용.
김현우는 표지에 써져 있는 글을 읽고는 구미호에게 물었다.
“이거 먹고 싶다고?”
“네.”
“그럼 그냥 직접 가져다가 먹으면 되잖아?”
그의 물음에 구미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마자 쫑긋하고 세워져 있던 귀가 푹 숙여짐과 동시에 굉장히 애처롭게 변하는 분위기.
“그게, 자기 몰래 꺼내먹지 말라고, 서연이가 말해서요.”
“?”
“먹으면, 주인님한테 말한다고…….”
“…….”
구미호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그의 눈치를 보았고 김현우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아주 훌륭한 억제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네.’
김현우는 살살 눈치를 보는 그녀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 뒤-
“이거 다 먹어?”
“어……어어? 네?”
“다 먹기 싫어?”
-통 안에 있던, 대충 10봉은 되어 보이는 튜르를 구미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구미호는 일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괜스레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아니 그건 아닌데요……. 그……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될지…….”
구미호의 말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원하면 말해. 더 사줄 테니까.”
김현우의 말에 구미호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복잡한 표정을 짓다 이내 굉장히 환한 웃음을 지으며 튜르에 손을 가져갔다.
덜덜 떨리는 손.
‘무슨 마약을 하나.’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튜르를 전부 넘겨줬고.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구미호는 김현우가 앉아 있던 옆의 쿠션에 않아서 튜르를 까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튜르를 까먹기 시작하는 구미호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나갔다 온다.”
“네! 다녀오세요!”
어디까지고 무척이나 활발하게 대답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은 김현우는 이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하수분의 주머니 속에 있는 여의봉을 꺼내 들었고-
“야, 있냐?”
김현우가 입을 열자마자 그의 의식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뱀대가리 새끼야! 깝치지 말라고 했지!?”
“흐음, 나는 가만히 있었다만?”
“뭘 가만히 있어! 너 때문에 소나무가 박살이 났잖아!”
“어차피 다시 복구되지 않나?”
“야! 그럼 너 대가리 대봐! 뿔도 잘리면 다시 재생되니까 뿔이나 좀 자르자!”
“그건 싫군.”
김현우는 중국 화풍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무릉도원 안쪽에서 서로를 향해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청룡과 제천대성을 볼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야 너 그냥 꺼져! 내 여의봉 안에서 나가!!”
빼에에엑!!!!
제천대성이 악에 받친 고함을 내뱉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즈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아기자기하게 변한 청룡은 유들유들한 말투를 이용해 제천대성의 말을 넘겨 버렸다.
그렇게 그들의 말싸움을 바라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김현우는 말했다.
“야, 이제 그만 싸워봐.”
그의 말에 불편한 듯 혀를 차면서도 그 이상 입을 열지 않는 제천대성.
김현우는 느긋하게 하늘에 떠 있는 청룡과 짜증을 내며 부러진 소나무의 밑동에 가서 앉는 제천대성을 보았다.
정복자를 상대하기 직전.
김현우는 청룡에게 그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법을 어느 정도 배울 수는 있었으나 전부 배울 수는 없었기에 고민하던 도중, 청룡의 제안에 따라 그의 의식체를 여의봉 안으로 옮겼다.
‘물론 제천대성은 발광했지만-‘
우선 그 당시에는 어떻게든 납득시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역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한동안의 침묵.
“그래서, 여의봉 안에는 왜 들어왔지?”
그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로 청룡이었고. 김현우는 말했다.
“이참에 너희들 이야기도 좀 들어놓으려고.”
“무슨 이야기 말이지?”
청룡의 슬쩍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현우는 그와 제천대성을 한 번씩 번걸아 본 뒤-
“너희는 왜 탑을 오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