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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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시체 팔이 잡으러 간다 (1)노아의 방주 안.
“그러니까, 네가 탑을 만들 때 사용했던 비밀 통로가 있는데 거기로 갈 수만 있다면 빠르게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 이거야?”
“그렇네.”
“그럼 바로 실험해 보면 되잖아?”
“그게…….”
“왜? 문제라도 있어?”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당장 확인된 문제는 없네. 이렇게-”
그가 말을 하다 말고 손을 뻗자, 그의 위로 하나의 구체가 끌려와 노아흐의 손에 안착했다.
“-그 쪽으로 갈 수 있는 아티팩트까지 있지.”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에게 아티팩트를 넘겨주었고, 김현우는 그 둥그런 버튼을 받자마자 떠오르는 로그를 읽어 내려갔다.
——
제작자의 위치이동 장치
등급: ??
보정: 없음
스킬: 위치이동.
-정보 권한-
노아의 방주의 주인이자 이 탑을 만들어낸 제작자가 만들어 낸 위치이동 장치.
그가 처음 이 탑을 만들기 위해 극초기에 제작했던 위치이동 장치는 제작자가 만들어 낸 공간 안이라면, 그리고 그가 지정해 놓은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위치이동 장치는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한번 사용할 때마다 제작자의 마력을 채워 넣지 않는 이상 총 24시간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진다.
허나 제작자가 마력을 일정이상 집어넣었을 때는 제작자가 마력을 집어넣은 양에 비례해 재사용 대기시간을 1%부터 10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현재 상태: 사용가능.
——
흘러나오는 로그를 주르륵 읽어 본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딱히 이상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
“말했지 않나? 당장 확인된 문제는 없다고.”
“……그럼 문제가 있는 곳은 어딘데?”
“바로 자네가 이동하게 될 곳일세.”
“내가 이동하게 될 곳?”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었다.
“내가 아까 전 설명에서 말했네만, 그 위치이동 장치는 이 탑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특정하게 지정한 곳만 이동할 수 있네.”
“……그러니까 네가 특정하게 지정해 놓은 공간이 문제다?”
“그렇네.”
“무슨 문제인데?”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대답했다.
“노후화 문제일세.”
“……노후화 문제?”
“조금 웃길 수도 있네만 진짜일세.”
“아니, 텔레포트로 지정해 놓은 공간이 노후화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김현우가 묘하게 따지듯 말하자 노아흐는 곧바로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내가 위치이동을 지정해 놓은 것이 계층 안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내가 위치이동을 지정해 놓은 곳은 탑의 외부쪽일세.”
“탑의 외부?”
“정확히 말하면 탑의 밖은 아니고…… 굳이 비유를 하자면 탑의 외벽쯤일까?”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한번 가서 확인해 보면 되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네.”
“왜?”
“만약 내가 지정해 놓은 그 곳이 조금이라도 무너져 있다면 자네는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뭐?”
“내가 그 건물을 만들어 놓은 탑의 외벽쪽에는 허수공간들이 있거든.”
“허수공간이라면 그…….”
김현우가 말을 꺼내려 했으나 노아흐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네만 자네가 생각하는 그 허수공간은 아닐세. 탑의 외벽에 있는 허수공간은 아무런 손도 쓰지 않은, 말 그대로의 허수공간일세.”
-혹시라도 거기에 떨어졌다간…….
“떨어졌다간……?”
“그곳에서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걸세. 손도 대지 않은 허수공간에 빠진다면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천운이 따라 밖으로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공간 안을 맴돌아야 하거든.”
노아흐의 말에 그는 눈가에 주름을 만들었다.
“도대체 왜 그딴 곳에다가 허수공간을 만든 거야?”
“원래 그곳에는 허수공간이 없었네, 그 허수공간은 내가 탑을 만들고 난 뒤에 나를 쫓아낸 그 녀석들이 채워 넣은 거지.”
“그런 걸 채워 넣을 수도 있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었네.”
“거 듣기만 해도 개사기 능력 냄새가 풀풀 나네.”
김현우가 투덜거리자 노아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지금 이 상황에서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정도일세. 당장 이 장치를 사용해서 위협을 무릅쓰고 빠르게 이동하던가, 그게 아니면 통로를 통해 내려가던가.”
-둘 중 하나지.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위치이동 장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건 사용하면 어디로 가는데?”
“아마 그 장치를 사용하면 1계층의 외벽 쪽으로 순간이동을 하게 될 걸세.”
“그럼 그렇게 순간이동을 한 뒤 지하세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계층에서 숨겨진 공간을 찾기만 하면 금방 지하계층으로 갈 수 있겠지. 뭐 그래 봤자 지하계층으로 가는 길은 내가 알고 있으니 우선 1계층에 도착하기만 하면 지하계층까지는 금방일세. 다만-”
노아흐는 김현우의 손에 들린 장치를 보며 말했다.
“내가 처음 자네에게 제안하고도 이 선택지를 말하지 않았던 것은 어느 정도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네.”
“…….”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눈빛을 마주봤고, 김현우는 시선을 내려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장치를 바라봤다.
결정을 해야 할 때.
이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통로를 통해 탑을 내려가면 9계층을 비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 장치를 사용해 위험 부담을 안으면 잘 풀리 때는 괜찮겠으나 만약 노아흐의 말처럼 공간이 노후화 되어 있다면 큰일 날 확률이 있었다.
“……혹시 그냥 1계층으로 갈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수는 없어?”
“지금 그걸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애초에 그 장치는 보여줄 필요도 없었겠지.”
그의 대답에 짧게 한숨을 내쉰 김현우는 또 한번 장치를 내려다본 뒤-
“뭐, 어쩔 수 없지.”
이내 결정을 내렸다.
xxxx
가디언 길드 옆에 있는 암중길드 사무소.
신생인데도 불구하고 패도 길드와 비슷할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암중 길드 사무소의 지하 집무실에는-
“-그런고로 우선 언론들은 잠재웠습니다.”
며칠 전 김현우에게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휴가를 받은 그녀, 하나린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며 슬쩍 손짓을 해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그에 하나린 앞에서 현 상황을 보고하고 있던 그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그 방에서 빠져나갔다.
남자가 빠져나간 뒤의 정적.
하나린은 묘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검은색의 고서를 만지작거렸다.
분명 ‘능력’을 사용할 때만 하나린에게 나타나던 이 검은색의 책은 이제 평상시에도 그녀가 쥐고 있게 되었다.
“흐음…….”
하나린이 그렇게 언령의 서를 멍하니 바라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정했나?]순간 언령의 서가 펼쳐지며 들려오는 말에 하나린은 슬쩍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아니.”
[정말 이상하군.]“뭐가?”
[뭘 그리 고민하는 거지? 오히려 다른 인간들은 이 몸이 직접 언령에 대해서 서포트해 준다면 영혼을 팔아서까지 받으려 하는데 말이야.]“그래?”
[당연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 머저리가 쓰던 언령보다는 낫지만, 네가 쓰는 언령은 아직 반쪽짜리다.]언령의 서의 말에 하나린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언령의 서를 바라봤다.
“뭐, 사실 고민하는 건 아니야. 이미 배우는 걸로 답은 정해뒀어.”
[그럼 뭘 어물쩍 거리는 거냐?]확실히 하나린은 자신의 부족함을 상기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헌터들 중에서는 사부님을 제외하고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이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부님이 말한 이 9계층에 해당한 일.
김현우에게서 미령과 함께 이 세계의 진실을 어느 정도 엿들었던 하나린은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다.
‘등반자…… 그리고 정복자.’
정복자는 비교적 최근에 김현우에게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아무튼 요점은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상대하기에 부족한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하나린은 이미 언령을 제대로 배우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언령을 배우는 것을 지금까지 어물쩍 넘긴 이유는.
“좀 걸리는 게 있어서.”
[걸리는 거라니? 그건 무슨 소리냐?]하나린은 며칠 전 자신에게 들려왔던 소식을 떠올렸다.
김현우의 첫째 제자이자, 자신과 함께 정복자에게 쪽도 못 쓰고 당한 미령이 수련상태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그렇다면 아주 잠깐이기는 해도 사부님의 옆이 비었다는 건데…….’
그렇다.
그녀가 지금까지 수련을 안 하고 애매하게 각을 재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김현우의 옆(?)이 비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동안 하나린이 적극적으로 김현우에게 대시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미령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사부님을 꼬시려 하면 곧바로 이를 드러내는 미령.
‘차라리 내가 조금이라도 더 강하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심지어 둘이 치고받아도 실력이 거의 동수에 가깝다 보니 지금까지는 상황이 상당히 애매했다.
허나 지금은 어떤가?
‘그 꼬맹이가 수련 중이니…….’
지금 김현우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이 말이었다.
물론 하나린 본인도 김현우의 강제 휴가 덕분에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으나 휴가가 끝난다면 적어도 그 꼬맹이의 수련이 끝나는 동안에는 김현우의 옆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름대로의 기정사실(?)을 만들 수 있다면……?’
이득이다, 라고 하나린은 생각했다.
애초에 그녀가 이 멕시코를 넘어 서부를 꿀꺽하려던 이유도 전부 사부님을 위한 것이었고, 이곳에서 나와 힘을 기른 것도 전부 사부님을 위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사부님을 위해.
그리고 사부님과 맺어질 자신을 위해서였다.
“흐흐-”
[……왜 갑자기 미친 거지?]잠시 묘하게 헤벌쭉한 표정을 지은 하나린을 본 언령의 서가 떨떠름하게 묻자 그녀는 뒤늦게 표정을 고치며 대답했다.
“잠시, 좋은 일이 생각나서.”
아무튼, 하나린에게 있어선 ‘강해진다’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부님과의 ‘기정사실’이었기에 지금까지 나름의 고민을 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역시, 아직은 아닌 것 같아.”
하나린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도대체 그게 뭔 소리야! 아까는 이미 배우기로 생각했다며!]그런 결론에 언령의 서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치자 하나린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수련에 들어가면 도중에 못 그만둔다고 했잖아?”
[언령은 내면세계에 들어가 수련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터라 중간에 수련을 끊으면 수련효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그래서 아직은 싫다고 한 거야.”
[왜!?]“당장 휴가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에 할 게 있거든.”
하나린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듯 입가에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 하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언령의 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지금보다도 압도적인 힘을 준다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뭐라고…….]“내게는 그따위 힘보다는 다음 주에 할 일이 더 중요하거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언령의 서의 말에 반박하는 하나린의 모습에 언령의 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그럼-]“?”
[-당장 네가 원하는 날에 빠져 나올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수련을 할 수도 있나?]언령의 서의 말에 하나린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언령의 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