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94
194
194. 시체 팔이 잡으러 간다 (4)눈에 보이는 것은 마치 도서관과 같은 풍경이었다.
땅바닥에는 딱 봐도 고풍스러운 카펫이 넓게 깔려 있고, 가운데에 새겨진 고풍스러운 책 문양을 중심으로 거대한 도서관이 재현되어 있었다.
그래, 말 그대로 거대한 도서관.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것은 책밖에 없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벽을 이루고 있는 것도 책장이었고.
장식물로 이뤄져 있는 곳도 책장이었다.
책장 책장 책장.
책 책 책.
오로지 그것뿐인 공간.
그곳에 유일하게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고풍스러운 책 문양 위에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 하나뿐이었다.
딱 하나만 달려 있는 샹들리에.
허나 그럼에도 그 샹들리에에서 나오는 빛은 이 거대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웅장한 도서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후…….”
하나린, 그녀는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검은 책이 조금밖에 찢어지지 않은 것을 보곤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책장으로 쓰이고 있는 의자에 앉았다.
누가 보더라도 짜증이 난 모습.
그에 샹들리에 오른쪽, 펼쳐진 테이블에 놓여 있던 언령의 서는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군.]“뭐가?”
[3단계까지 진행하지 않았나?]“…….”
언령의 서의 칭찬에도 하나린은 굳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에 언령의 서는 왜 그녀의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내 혹시나 하는 가정을 떠올리며 물었다.
[혹시, 그자 때문인가?]“……그자?”
[그래, 네가 사부라고 부르던 그 녀석 말이다. 그러고 보면 2단계 훈련을 끝마치고 밖에 나갔다 왔을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군.]언령의 서의 물음에 그녀는 인상을 팍 찌푸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하나린의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자신의 휴가가 풀리는 그날, 그의 집에 찾아갔을 때 들었던 소리 때문이었다.
‘사부님이 장기로 자리를 비우시다니…….’
하나린은 저택에서 배를 까뒤집은 채 자고 있던 구미호에게 들었던 소리를 떠올리며 괜스레 자신의 어깨에 메고 있는 가면을 만지작거렸다.
그와 함께 살짝 진정되는 기분.
허나 역시 기분이 꿀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회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기회는 그녀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 꼬맹이가 딱 빠져 있는 틈이었는데……!’
“으으으으~”
하나린은 저도 모르게 칭얼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괜스레 의자 아래에 꽂혀 있던 책을 뒤꿈치로 후려쳤다.
콰드드득!
박살이 나버리는 책들.
분명 입에서 나온 소리는 칭얼거리는 소녀의 목소리였건만, 그 과정에서 이뤄진 것은 상당히 과한 무력이 만들어낸 무엇인가였다.
그렇게 기분이 꿀꿀해 보이는 하나린의 모습에 언령의 서는 대충 현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비록 책이었으나, 그와 함께 있던 수백, 수천 대를 넘은 고서장들 중에는 분명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던 이들이 있기는 했었다.
‘저렇게 맹목적이진 않았지만.’
언령의 서는 그런 하나린을 관찰했다.
3단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녀의 칭얼거림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지금에 와서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러면 좋지 않은데.’
-그 모습을 보며, 언령의 서는 저도 모르게 초조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령의 서는 하나린에게 말하지는 않았으나 한시라도 빠르게 ‘고서장’을 찾아야 했으니까.
물론 당장 그녀가 고서장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위태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고서장이 공석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이 도서관의 힘은 점점 쇠퇴한다는 것을 언령의 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조급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고서장을 찾는 게 힘을 보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잠시간의 침묵이 지난 뒤, 언령의 서는 하나린을 떠보았다.
[그 사부라는 자를 꼬시려 하는 거냐?]언령의 서의 말에 휙 돌아가는 하나린의 고개.
그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그렇게 짜증을 낼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그게 무슨 소리야?”
하나린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언령의 서는 말했다.
[지금 네가 배우고 있는 건 언령이다. 한 마디로 네가 언령을 최종단계까지 배워 고서장이 되면-]“사부님의 마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언령의 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한 그녀를 보며 그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렇지.]그리고, 그 대답과 함께.
“지금 나한테 사부님의 마음을 가지고 놀라고 말하는 거야?”
곧바로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적의에 언령의 서는 당황하며 말을 바꿨다.
[아니, 그건 아닌데…….]“그럼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의도가 뭐야?”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하나린의 모습에 언령의 서는 저도 모르게 없는 입을 벌리곤 하나린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녀와 같이 있던 시간이 길지 않았으나 언령의 서는 나름대로 하나린에 관해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분명 일처리를 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상당히 냉철했고. 그녀는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나 일 처리를 빠르고 간단하게.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냉철하고 가차 없게 한다는 것을, 언령의 서는 알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사부님’이라 하는 그 남자에게 어느 정도 헤픈 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이야.’
언령을 사용하라고 말하자마자 노골적인 적의를 들어낼 정도일 줄은 몰랐다.
‘쯧.’
솔직히 언령을 가르쳐준다고 해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적의를 내뿜는 것에 대해 언령의 서는 불만을 품었다.
하지만 결국 지금 상황에서 갑은 그녀였고 을은 본인이었기에 언령의 서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입을 열었다.
[내 말은, 그러니까-]“뭔데……?”
[……그, 그래 그렇지! 네가 방해된다고 하던 그 꼬맹이라고 하던 애 있지 않나? 그 녀석에게 언령을 사용하라는 소리였다.]“……꼬맹이한테?”
[그래!]언령의 서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본인의 상황 대처능력에 감탄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하나린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언령의 서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괜찮은데……?”
[그렇지?]“그런데 언령을 전부 배우려면 5단계를 전부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맞다. 전지전능의 단계까지 다가가려면 5단계는 습득해야겠지. 허나 네 언령이 5단계에 도달하기만 하면 너는 분명 그 꼬맹이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언령의 서의 말이 끝나고 하나린이 또 한번 고민하기 시작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뭐, 좋아.”
그제야 짜증을 내던 얼굴을 핀 하나린은 그렇게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에 따라 그녀는 자신의 언령을 연습하던 책 앞에 섰다.
언령의 다섯 단계.
그중에서도 무생물에게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3단계를 연습하고 있었던 하나린은 이내 1단계와 2단계에서 했던 것처럼 ‘언어’에 힘을 담았다.
그녀가 이전에 했던 ‘마력’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것이 아닌.
언령의 서에게 배웠던 진짜 ‘언령’.
그리고-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또 한 번 책이 찢기기 시작했다.
xxxx
모든 것인 진흙으로 질척한 세계.
“이런 썅!”
꽝!
그 속에서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괴물을 죽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피를 터트리며 죽는 뱀 괴물.
그 거대한 육체가 일순간 하늘을 향해 붕 떠오르고, 이내 질퍽한 늪에 처박힌다.
-철퍽!
그 거대한 체구가 떨어졌다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자그마한 소리.
그와 함께 뱀의 시체가 늪지대에 먹혀들어가는 것을 보며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머리를 긁적거리며 주변의 풍경을 돌아봤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기괴하게 생긴 버섯들.
그 아래로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삼키고 있는 듯한 늪지대가 꿀렁거리며 움직이고 있었고, 그 위에는 절벽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런 풍경이 어디서 새어 나오는지 모를 붉은 광원에 은은히 비추고 있는 덕에 김현우가 보고 있는 지하세계는 상당히 기괴했다.
허나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씨발…… 냄새 존나 구리네!’
-김현우의 후각을 자극하는 시체 썩은 내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분명 김현우는 이 지하세계에 내려온 지 4일이 지났고, 그렇기에 후각도 어느 정도는 마비되었으나 가끔가다 느껴지는 이 시체 썩은 내는 그야말로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하세계를 이동하다 보면 가끔가다 몰려나오는 기괴한 괴물들은 김현우의 기분을 더더욱 좆같이 만들어 주었다.
어느 특정한 때 없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은 그 종류도 굉장히 다양했다.
기본적인 동물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곤충까지.
물론 그 괴물들이 김현우에게 별로 위협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이 나타날 때마다 풍기는 악취는 김현우의 기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엔 충분했다.
거기에 덤으로 김현우의 기분이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이유는-
“대체 조율자 이 새끼는 어디에 있는 거야!?”
그가 이 지하계층에서 조율자를 찾기 위해 표류한 지 4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이곳은 무언가를 찾기에는 골치 아프게 되어 있군. 하늘이 막혀 있다 보니 날아서 찾아보는 것도 불가능하고.]인상을 찌푸린 김현우의 머릿속에 들려온 제천대성의 목소리.
김현우는 탄식하며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율자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살고 있는지도 정보를 좀 모아볼걸.’
허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김현우는 이미 이 지하 계층에서 4일째 표류 중이었고, 이 지하계층의 중심부를 돌고 있었으니까.
크에에에엑!
사고를 이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곧바로 땅바닥에서 튀어나오는, 마치 늑대의 형상을 한 진흙덩어리의 모습에 김현우는 곧바로 늪에서 튀어나온 늑대의 머리를 후려찼다.
쾅! 파사사삭!
머리가 터져 쓰러진 늑대.
아니, 형상이 늑대일 뿐이지 정확히는 늑대의 형태를 하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한숨을 내쉰 뒤 시선을 돌리곤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곳에 있어봤자 지속적으로 저런 괴물이 나타난다는 것을 김현우는 알고 있었으니까.
쿵!
김현우의 몸이 순식간에 동굴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날아오르며 그나마 보이는 주변의 풍경을 관찰한다.
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진흙과 사이사이에 올라 있는 절벽.
그리고 이끼가 잔뜩 껴 있는 폐성뿐.
“응?”
‘폐성?’
순간 김현우의 시선이 빠르게 되돌아간다.
“……!”
김현우의 시선이 멈춘 그곳.
그곳에는 폐성이 있었다.
물론 누군가가 산다고 하기에는 이끼가 끼고 성의 윗부분이 날아가 있어 주거 공간으로는 부적합해 보였으나.
김현우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실질적인 것보다도 이 지하계층의 똑같은 풍경에서 처음으로 다른 건물을 봤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짜증을 내포하고 있던 김현우의 표정이 슬쩍 변하고, 그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진다.
순식간에 이끼가 낀 성쪽으로 몸을 움직인 김현우.
그리고-
“!?”
김현우는 어느 순간, 자신의 앞에 나타난 수많은 괴물들을 보았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척 보기만 해도 일백은 가볍게 넘을 것 같은 괴물들.
괴물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도 있었고, 김현우가 지금까지 본 진흙괴물과는 다르게 제대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김현우는-
‘이렇게 몰려 있는 거 보니까, 이 안에 뭐가 있기는 있나 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