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96
196
김현우의 말은 애초에 듣지도 않는다는 듯, 자신을 군락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곤충의 팔을 움직였다.
196. 시체 팔이 잡으러 간다 (5)
따그라락-
그녀의 모습과 함께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긴장시키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침묵-
조금 전까지 자기 멋대로 떠들고 있던 그녀의 입가가 다물어지고, 다리 사이로 흘러나온 어떤 곤충의 다리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어찌 보면 그로테스크하고,
또 어찌 보면 굉장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그곳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그녀의 공격이 언제 날아올지 몰랐기 때문에.
꾸드드득-!
마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에 김현우의 눈가가 찌푸려지고, 그에 반에 그녀의 입가는 가볍게 호선을 그린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조율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는 네가 조율자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김현우의 노골적인 조롱.
허나 그녀는 그런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유감이지만 너는 이 몸의 ‘진짜’를 보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진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네 몸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냐? 내가 볼 때는 완전히 걸레가 따로 없는데?”
삐그르륵-
김현우는 그녀의 팔 위에서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곤충 다리를 보고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하자 그제야 군락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웃고 있던 입가가 슬쩍 다물어지는 모습.
분명 얼굴만 보면 틀림없는 미형임이 분명하나,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괴악한 신체는 그런 미형의 얼굴을 오히려 역겹게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이상의 이야기는 불필요한 것 같구나.”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입을 열며 하며 자신의 몸 여기저기서 곤충의 다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쿠득- 쿠드드득!
맨살에서 곤충의 다리가 뽑아져 나오는 모습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고.
“!”
그와 함께 군락의 몸 안에서 튀어나온 벌레의 다리들이 순식간에 김현우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김현우의 앞까지 도달한 다리들.
분명 처음 살을 뚫고 나왔을 때만 해도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았던 곤충의 다리는 순식간에 늘어나 그의 급소를 노렸다.
그러나-
“-”
김현우는 기습적으로 쇄도하는 곤충의 다리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쾅! 콰가가각!
“!”
김현우는 지금 쇄도하고 있는 곤충의 다리보다도 빠른 공격을 이미 몇만 번이고 맞닥뜨려 보았으니까.
머리.
심장.
오른쪽 허벅지.
왼팔.
김현우는 제각각 다른 곳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그것들을 단 한 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피해냈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마자 그의 몸을 기가 막히게 피해 성벽을 공격하는 다리들.
그와 함께-
팟!
-김현우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도약했다.
“!!”
순간적으로 나타난 김현우의 모습에 군락의 눈이 커졌으나 그는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꽝!
“끄아아악?!”
-그녀는 전투 불능이 되었다.
“?”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일어난 일.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저만치 날아가 자신의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러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김현우에게 날렸던 벌레의 다리는 이미 이리 꺾이고 저리 꺾여 더 이상의 제대로 된 활용이 불가능해 보였고.
김현우에게 맞은 몸통 쪽은 어깨 쪽이 완전히 날아가 버려 검은색의 진흙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 누가 봐도 더 이상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태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군락의 상태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끄아아아악!”
여전히 비명을 지르는 군락.
김현우는 그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긴장을 놓지는 않았다.
이유?
‘이렇게 가볍게 끝날 리가 없는데?’
김현우는 지금까지 그가 겪어왔던 일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그가 맨 처음 등반자인 천마를 상대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가장 최근에 상대한 빙정까지.
김현우가 상대했던 등반자나 정복자들은 이렇게 쉽게 끝나는 경우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군락을 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나를 끌어들이려 하나?’
평소 같았으면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고 마지막 일격을 내기 위해 달려갔을 테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방에 눕는다고?’
김현우는 단 한 방을 내질렀을 뿐이었다.
마력을 이용해 친 것도 아니었고.
묘리를 이용한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녀의 기본적인 전투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휘두른 빠른 잽.
그런데 이런 끔찍한 지하계층에 사는 그녀가 그 잽 한 방에 누울 정도로 약하다?
‘……밖에 있는 괴물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김현우는 이 성 밖에 있는 괴물들을 떠올렸다.
당장 지하계층의 초입에서 봤던 녀석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성 근처에서 보았던 그것들은 적어도 저기에 쓰러져 있는 그녀보다 전투력이 높았다.
“…….”
“아파! 아프다고!”
김현우가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도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트는 군락.
그녀의 몸에서 흐른 검은색의 진흙이 대리석을 땅바닥을 적신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던 김현우는 잠깐의 고민을 끝낸 뒤,
‘……우선은 끝낸다.’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김현우의 몸이 순식간에 그녀의 앞에 도달하고, 그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군락의 몸에 발을 내리찍었다.
꽝! 꽈드드득!
“끄아아아가아아아악!!”
묵직한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군락의 비명.
완전히 박살 나버린 군락의 몸이 여기저기로 터져 나오고, 그는 곧바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군락의 머리통을 잡아챘다.
콰득!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만드라고라의 비명처럼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군락.
김현우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주먹을 움켜쥐어 그녀의 머리를 터트렸다.
“….”
그것으로 끝.
“…….”
김현우는 군락이 쓰러지고 난 뒤,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에 대비하며 주변을 돌아봤으나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말 그대로 그것으로 끝.
“…도대체 뭐야?”
김현우는 군락의 흩어져 있는 몸 조각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눈가를 찌푸렸다.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그러게?]김현우가 중얼거리자마자 동감이라는 듯 대답한 제천대성은 완전히 박살 나버린 군락의 시체를 보곤 대답했다.
[……좀 이상해.]“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너는 어떤 부분이 이상한데?”
김현우가 의견을 묻자 제천대성은 슬쩍 고민하듯 말을 줄이다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 말을 이었다.
[저 몸 말이야.]“……저 몸?”
[그래 네가 죽인 몸.]“그게 왜?”
[아무래도 저 몸은-]쿠그그그긍-
제천대성의 말이 전부 끝나기도 전에 울리기 시작하는 땅.
그에 김현우는 제천대성과의 말을 멈추고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땅을 바라보았고-콰가가가가각!!!!
무언가가 지하에서 터져 나옴과 함께 김현우가 있던 성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무너지기 시작한 폐성의 잔해들이 김현우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시야가 흙먼지에 더렵혀진다.
허나 김현우는 간단하게 도약하는 것만으로도 무너진 성벽들을 뚫고 그 위로 올라올 수 있었고.
“……이런 썅.”
김현우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사룡(死?)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것을 사룡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분명 몸체와 얼굴은 마치 청룡과 비슷한 몸체였으나, 그 몸체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곤충의 다리는 분명 지하 계층의 윗벽을 붙잡고 있었다.
그래, 저건 마치 사룡이라 기보다는-
“……지네?”
-지네라고 표현하는 게 맞아 보였다.
[미친-] [……허.]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곧바로 들려온 제천대성과 청룡의 목소리.
그리고-
“네 녀석. 보통 인간이 아니구나……!”
곧바로 들린 괴악한 목소리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군락의 목소리는 이전에 들려줬던 미성과는 완전히 다르게 괴악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칠판을 긁는 것 같은 목소리.
김현우는 대답했다.
“그럼 보통 인간이면 이곳까지 오겠냐? 이거 완전 빡대가리 아니야? 진짜 조율자 맞냐?”
“뭐, 뭐라고?”
“진짜 조율자 맞냐고. 어떻게 너 같은 놈이 계층을 조율했지? 그냥 자기 몸 조합해 놓은 것을 봐도 완전히 개판인데.”
김현우의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에 조금 전까지 땅을 붙잡고 있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지하계층의 땅을 부수기 시작했으나 김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도발해서 무슨 능력인지 확인이나 해야지.’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남기며 노골적인 조롱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조롱을 얼마쯤 지속했을 때.
[위다!]“!”
청룡의 발작적인 외침에 김현우는 순간적으로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공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몸을 뒤틀었고-꽝!
조금 전 자신이 서 있던 곳에 떨어져 내린 시커먼 번개를 보며 인상을 굳혔다.
‘뭐야?’
[또 온다!]그러나 그가 생각하기도 이전 순식간에 주변에 뿌려지는 번개들을 보며 그는 또 한 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콰드드득!
“!?”
김현우는 자신의 몸을 얼리기 시작하는 냉기와 동시에-
“이건 또 뭐야!”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번개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이외에도 갑작스레 벌어지기 시작하는 이상 현상.
그에 김현우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제천대성의 업을 빌렸다.
콰가가가가강!
김현우의 몸에 달라붙던 냉기가 떨어져 나가고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그대로 소멸해 사라진다.
그리고 일순 모든 공격을 무효화 하는 데 성공한 김현우는 금강여의봉을 자하계층의 전장에 매달려 있는 지네에게 조준한 뒤-
“후읍!”
그대로 쏘아 보냈다.
쐐에에엑-!
김현우의 명령에 따라 지네의 몸체만큼 거대해진 여의봉이 지네를 향해 날아간다.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여의봉.
그런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네는 거대한 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빠른 몸놀림으로 여의봉을 피해 어느 절벽에 안착했다.
콰드드드드득!
지네의 다리에 의해 갈리는 절벽.
‘뭐 하나 쉽게 끝나는 법이 없네.’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가 혀를 차고 있을 때, 청룡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군.]잔뜩 굳어 있는 청룡의 목소리.
“뭐?”
그의 말에 김현우가 설명을 해보라는 듯 되물었고, 곧 청룡은-
[업을 기워 붙였다.]-그렇게 답했다.
“뭐? 업을 기워 붙여?”
“흐흐흐, 필멸자 주제에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구나.”
김현우가 청룡에게 했던 말을 들었는지 무척이나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그녀는 마치 과시하듯 자신의 몸을 펼쳤고, 그에 제천대성은 청룡의 말을 이어받아 설명했다.
[그래 내가 전에 말했지? 이곳은 소멸한 시체들이 모이는 곳이라고.]“그랬지.”
[지금 저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소멸해 이쪽으로 떨어진 등반자들의 시체를 자신의 몸에 기워 붙인 거야. 당장 뱀 대가리의 시체도 있군.]“뭐? 저게……?”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벌레의 다리가 달려 있는 몸체를 바라보았다.
분명 용의 형상을 하고 있기는 하나 뿔이나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완전히 다른 시체인 줄로만 알았다.
김현우가 그렇게 지네를 관찰하고 있자 청룡은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건 내 동료 중 하나인 현무의 것.] [……우 형의 것도 들어 있군.] [당장 내가 보기에도 기워 붙인 시체의 수가 다섯은 되어 보이는군. 하지만 그것보다 문제인 건-]청룡은 잠시 말을 끊은 뒤,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저 녀석은 기워 붙인 등반자들의 업을 일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뭐?”
김현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리자, 제천대성은 청룡의 말에 긍정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해, 아까 너한테 떨구던 번개는 분명 뱀 대가리의 번개다.]“……그럼 설마 조금 전 내 몸을 얼어붙게 했던 그건-”
[아마 빙정의 냉기겠지.]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허 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네를 바라봤고, 군락은 이내 끼리릭 거리는 기묘한 소리와 함께 말했다.
“나를 다시 소개하도록 하마. 깨달은 불멸자야.”
그와 함께 그녀의 주변으로 아까 보았던 검은색의 번개를 떨어뜨리며-
“나는 영락한 모든 것들을 합치고, 그들의 힘을 받아들인 자. 그렇기에 나는-”
그렇게-
“여왕(Queen Ant)이라고 한다.”
-자신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