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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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시체 팔이 잡으러 간다 (7)아까와는 달라진 자기소개.
그녀는 끼리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둥그런 절벽을 휘감은 상태로 김현우를 쳐다봤다.
그런 ‘군락’ 아니, 여왕의 모습에 김현우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금붕어야? 무슨 말을 5분도 안 돼서 바꿔?”
그의 노골적인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여왕은 이전처럼 굳은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 오히려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필멸자야, 아까 전의 그 미약한 육체와 이 육체가 같다고 보는 거냐?”
“똑같은데? 둘 다 걸레짝이잖아?”
“그렇게 해서 내게 감정을 끌어내려 해도 소용없단다. 아주 미약하나 ‘부동심(不動心)’의 업도 가지고 있으니-”
-고작 그 정도로는 내 마음을 흔들 수 없다.
마치 재롱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짓는 여왕의 모습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지랄하고 있네, 아까 좀 비아냥거리니까 곧바로 죽일 듯 달려들더니만.”
김현우의 비아냥.
순간 여왕의 몸이 멈칫했으나 그녀는 마치 대인배를 연기하듯 김현우에게 달려들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가 아까 전의 봤던 그 몸은 틀림없는 나, ‘조율자’이자 ‘군락’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몸은 ‘군락’이 아니지.”
그와 함께 지네로 변했던 그녀의 몸이 절벽을 타고 기어오르며 자신의 입을 쩌억 벌렸다.
그 사이로 떨어지는 검은색의 진흙.
“지금의 나는 이곳에 떨어진 모든 등반자의 업을 짊어지고, 그들의 업을 하나도 빠짐없이 조화롭게 휘두를 수 있는 여왕(Queen Ant)이다!”
마지 자아도취를 하듯 순간 높게 올라가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는 김현우의 굳은 인상을 보고는 마치 놀리듯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 거라 불멸자야, 원래 하려던 실험은 못 하게 되었으나 나는 마음이 넓으니까.”
특별히-
“네 육체를 사용해 ‘군락’의 몸을 다시 구성하는 것으로 네 죄는 없애주도록 하겠다. 나는 아직 계속 연구를 해야 하니까.”
“지랄.”
그녀의 비릿한 웃음이 느껴지는 말투에 김현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손에 쥔 여의봉을 꽉 움켜잡았다.
그와 함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청룡의 목소리.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으나 지금 저 몸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수의업이 느껴지는군.]“어느 정도인데?”
[적어도 수백이다.]“미친, 혹시 약점 같은 건 없어?”
[약점이라. 아직은 저 녀석을 제대로 파악하지-] [그만 떠들고 피해!]짧은 대화 중 갑작스레 끼어든 제천대성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몸을 움직였다.
그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하는 녹색의 포자.
김현우가 그것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전에, 녹색의 포자가 터졌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무언가.
특정하지 않은 상대를 정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방에 쏘아지를 피하기 시작하던 김현우는 여의봉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포자를 날렸으나-
[아래!]제천대성의 목소리와 함께 김현우는 생각할 틈도 없이 위로 뛰어올랐다.
그와 함께 김현우가 있던 땅을 뚫고 솟아난 가시.
허나 그녀가 퍼드린 업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썅-”
김현우는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거대한 운석을 바라봤다.
분명 천장이 벽으로 막혀 무엇인가가 떨어질 수 없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운석은 김현우에게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몸을 붙잡는 냉기와-
“……!”
-자신의 몸을 붙잡는 마력팽창.
그 뒤로도 김현우조차 모르는 수십의 업이 그의 몸에 디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냉기가 그의 발을 붙잡고, 붉은색의 무엇인가가 김현우의 눈 앞을 가린다.
귀(鬼)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령이 그의 생각을 조종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롯이 하늘 위로 떨어지는 운석을 맞을 수밖에 없도록 김현우의 몸과 정신을 막는 수많은 업.
허나-
“흡!”
일순 멍해진 김현우의 눈에 약간의 초점이 돌아오는 것으로 김현우는 청룡의 업을 꺼냈다.
콰아아아아!!
그와 함께 붉은색의 광원이 도는 지하계층에 퍼지기 시작한 푸른색의 광원.
그 사이로 수십 줄기의 번개가 내려치고, 그 번개 사이에서 튀어나온 한줄기의 번개가 운석에게로 쏘아져 나간다.
그리고-
콰아아아아─!!
김현우를 향해 떨어져 내린 운석은 그가 쏘아낸 번개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다.
그와 함께 만들어지는 수백 조각의 파편이 사방으로 떨어지고,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또 한번 여의봉을 휘둘렀다.
휘두르며 그 크기와 길이가 커진 여의봉은 곧바로 여왕이 휘감고 있는 절벽을 때렸으나, 이미 그녀는 다른 절벽으로 몸을 옮긴 상황이었다.
“왔냐?”
“!?”
그러나 휘둘러지던 여의봉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던 여왕은 곧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가시나귀의 업을 펼쳤다.
순식간에 지네의 몸을 빽빽하게 덮은 날카로운 가시들.
도망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방어를 택하는 여왕의 모습에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주변으로 마력을 발산했다.
그와 함께 퍼지는 마력팽창.
“이건!”
여왕의 당혹스러운 감성이 잔뜩 묻어 있는 목소리에 김현우는 비아냥거리며 주먹을 활처럼 꺾었다.
그와 함께 그의 주변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여섯 개의 팔.
등 뒤에는 흑원 대신 세 개의 만다라가 자리하고 있고.
“부동심(不動心)은-”
수라(修羅)-
그 여섯 개의 팔이 활처럼 휘어진 김현우의 주먹과 일치했을 때, 김현우는 주먹을 휘둘렀다.
“-어디에 팔아먹었냐?”
-무화격(武和?).
그와 함께 개화한 만다라가 이 세상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김현우의 주먹이 지네의 등 위로 흘러나와 있는 가시를 박살 내며 그녀의 몸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삐──────!!!
검붉은 색의 마력이 지하계층을 잡아먹고, 끝을 모르고 터져나가는 마력에 의해 청력이 우악스럽게 잡아먹힌다.
마치 지하계층이 통째로 무너질 정도의 거대한 지진.
그 끝에서-
“이 녀석-”
여왕의 몸체는 반으로 찢겨 있었다.
정확히 김현우에게 공격당한 등 부분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고, 그로 인해 여왕의 몸은 두 개로 나뉘게 되었다.
누가 보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 같은 여왕.
김현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공격을 이어가려 했으나-크화아아아악-!
“!”
여왕은 김현우가 달려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분명 반절로 잘려 진흙을 질질 흘려대던 그녀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콰르르르륵! 투드드드드득!!
그녀의 몸이 마치 시간을 돌린 듯,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간다.
엄청난 재생력.
분명 김현우가 공격을 하기 위해 도약한 시간은 몇 초가 채 안 됐지만, 어느새 그녀의 몸은 거의 완벽할 정도의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검은 번개.
“쯧-”
김현우는 그녀의 주변을 보호하듯 떨어지는 번개를 여의봉으로 쳐내며 지네에게 접근하려 했으나-
“어딜!”
조금 전 일격으로 위협을 느낀 것인지 그녀는 자신의 주변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김현우도 마찬가지로 그 사실을 인지해 여의봉을 휘둘렀으나-
“!”
김현우가 휘두른 여의봉은 그녀의 주변에 쳐져 있는 벽을 뚫을 수 없었다.
“저건 또 뭐야……?”
그렇기에 그는 곧바로 여의봉을 회수한 뒤 그녀에게서 거리를 벌렸고, 그와 함께 김현우의 머릿속에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건 아마 현무(玄武)의 토벽(土壁)일 것이다.]“토벽이라고? 안 보이는데?”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토벽이 확실하다…… 다만, 아마 저기에 다른 업을 섞어서 벽을 투명하게 만든 것 같군.]“이런 썅.”
[그것도 그렇지만, 저건 그야말로 괴물 같은 회복력이군.] [내가 볼 때 우리가 느끼는 업의 대부분을 저 재생력에 꼬라박은 것 같은데?] [내가 봐도 그렇군.]“그건 또 어떻게 알아?”
그 둘의 대화에 끼어 김현우가 묻자 청룡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나? 저 녀석의 업은 적어도 수백이라고, 허나 그 업은 모두 기워 붙인 업이다.] [한 마디로 정상적인 업은 아니라는 소리지.]제천대성의 부연 설명에 더해 청룡은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업은 많으나 다 그 힘이 본래의 업처럼 강하지는 않다. 한 마디로-]“……잡캐?”
[잡캐의 뜻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여러 가지 업을 사용할 수 있어도 그 하나하나의 업이 강하지는 않다는 거다. 다만 유용성 면에서는…….] [뭐, 압도적이지.]“…….”
김현우가 입을 다물고 여왕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할 때도 청룡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허나 내가 말했듯 기워 붙인 업으로 저 정도의 재생속도를 내는 것은 힘들다, 그녀가 조금 전 보여준 그것은 백호가 가지고 있는 재생력보다도 강해보이니.]“……그러니까 네 말은 공격에 치중한 업보다는 재생에 관련한 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거지?”
[그래, 아마 전투에 관련된 업은 아마 몇 개의 레퍼토리 외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군. 그건 틀림없이 좋은 일이다. 다만-]“다만?”
[그녀의 전투와는 무관하게 아마 네가 저 녀석을 죽이기에는 여러모로 피곤할 것 같군. 그녀의 재생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이상적이니까….]“에휴, 어떻게 쉽게 가는 게 단 하나도 없냐.”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고. 이내 그녀를 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는 짧은 탐색시간.
허나 그 짧은 탐색시간으로 김현우는 청룡에게 여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얻을 수 있었던 건 죽이기가 더럽게 힘들다는 내용뿐이었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니, 김현우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어떻게 죽여야 할지 감도 오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절벽 여기저기를 휘감으며 자신의 빈틈을 노리는 지네를 바라봤다.
분명 수라무화격을 맞았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녀의 방어력은 김현우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공격은 통하나 압도적인 재생력이 문제라는 것.
그럴 때의 해결책은 단 하나였다.
‘재생하기도 전에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내는 것.’
물론 이게 무슨 해결책이냐고 할 수 있겠으나 재생력이 엄청난 여왕을 상대로는 이 방법이 가장 유효했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렇게 결심한 순간-
“……!”
검은색의 진흙에서 김현우가 상대했던 그것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각각의 형태와 제각각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그것들은 늪지대에서 자신의 몸을 꺼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여왕은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네 몸을 되도록 온전하게 보존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네.”
“지랄, 어쭙잖은 변명하지 마라.”
김현우의 비아냥에도 여왕은 대답하지 않곤-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절벽을 둘러싸고 있었던 여왕은 마치 스스로를 먹어치우듯 자신의 몸을 구의 형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네의 몸에서 순식간의 기괴한 형태의 구로 변화한 여왕.
그리고-
“찢어 죽여주마-”
동그란 구의 형태에서, 거대한 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