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0
20
020. 크레바스(3)
심형찬이 김현우를 바라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쿵!
그의 몸이 일순 높이 뛰어오른다 싶더니 한참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던 김포공항 쪽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
몇백 미터나 되는 주차장의 넓이를 짧은 시간 안에 주파한 그는 김포공항의 너머로 움직여 순식간에 심형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
그제야 심형찬은 다시금 본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자각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전장 한가운데.
조금 전 나타난 고인물이 위험한 순간을 모면하고 몬스터들을 거의 쓸어버리다시피 했지만 그럼에도 몬스터는 진득하게 살아남아 있었다.
김현우의 그 공격 속에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심형찬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렇기에 그는 검은 들어 태세를 정비했고, 달려오는 몬스터를 향해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일검-!”
오크들이 일 자로 베였다.
“……!”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달려오던 오크들이 달려오던 상태 그대로 몸이 절반으로 나뉘어 차가운 도로주차장에 녹색 피를 흩뿌린다.
“괜찮나?”
그와 함께 심형찬의 앞에 나타난 한 남자.
“……다, 당신은!”
심형찬은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흑빛의 동양무갑을 입고 허리춤에 있는 5척의 환도에 손을 대고 있는 남자.
“너무 늦진 않은 것 같군.”
“서울 길드……!”
심형찬은 저도 모르게 환희했다.
아무리 김현우가 몬스터를 정리했다고 해도 몬스터는 많았다.
김포공항 전역에 넓게 퍼져 있는 몬스터들 중에는 김현우의 압도적인 일격을 피해간 녀석들도 많았으니까.
그런 상황에 서울 길드의 지원.
그것이 심형찬으로서는 굉장한 희소식이었다.
허리춤에 있는 검은 흑도에 손을 올리며 걷는 김시현의 뒤로 서울 길드원이 나타나고.
파직! 콰강!
그와 함께 공항 주차장 내 몬스터가 밀집해 있는 곳에 천둥이 떨어져 내렸다.
메케한 매연과 사방으로 터져 올라가는 콘크리트 더미, 그리고 그 위에 파직거리며 돌아다니는 뇌전,
“뭐가 너무 늦진 않아? 공항 상황 안 보여?”
“그래도 전멸하기 전에 도착한 게 다행이다.”
“또 중2병 걸렸네.”
“…이…이서연.”
서울 길드원이 몬스터를 잡기 위해 합류함과 동시에 김시현의 뒤로 푸른빛의 로브를 입은 이서연이, 그 뒤로는 온몸을 중갑으로 무장한 한석원이 걸어 나왔다.
그와 함께 서서히 맞기 시작하는 머릿수.
김시현, 이서연, 한석원이 끌고 온 길드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공항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한석원도 마찬가지로 들고 있던 방패를 크게 내리쳤다.
“자, 그럼 나도 한번 가 볼까…! ‘가속’.”
한석원이 마치 전차처럼 거대한 방패를 앞세워 몬스터들이 밀집해 있는 지형으로 돌격한다.
쿵! 쿵! 거리는 육중한 발소리가 들림에도 불구하고 틀림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한 한석원은 마주 달려오는 몬스터와 그대로 부딪혔다.
콰지지직!!
아니- 몬스터들을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한석원의 카이트 쉴드에 얻어맞은 오크가 그대로 공중으로 떠오른다.
고블린이 짓눌리고, 놀의 머리통에 깨져나간다.
수십, 어쩌면 수백일지도 모르는 몬스터가 한석원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오히려 몬스터들은 그의 돌격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김시현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 형이 저렇게 나가 버리면 일검도 못 쓰는데.”
“너도 스킬 좀 그만 쓰고 몸으로 좀 뛰어 좀.”
이서연이 김시현을 나무라며 자신의 전용스킬인 ‘뇌전’을 다룬다.
공중에 떠올라 있는 4개의 전격 구체가 사방으로 어지럽게 튀어나가며 몬스터들에게 벼락을 선사한다.
김시현은 구체를 움직이고 있는 이서연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검을 잡아들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김시현 앞에 있던 몬스터는 보이지 않는 일격에 자신이 죽는지도 모른 채, 목이 잘려나갔다.
***
크에에에에엑!
“시끄러 새끼야.”
쾅!
쉴 새 없이 비명을 질러대는 놀의 머리통을 박살 낸 김현우는 쉴 새 없이 몬스터가 터져 나오고 있는 그곳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길이 있기는 한데.’
김현우는 크레바스가 그냥 균열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크레바스 내에는 몬스터들이 올라오고 있는 길이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 길이 빽빽하게 몬스터로 들어차 있다는 것.
“흐음…….”
‘어떻게 내려가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점프나 해볼까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크레바스의 지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몬스터들을 일일이 처리하며 내려가려니 그것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김현우는 그렇게 어떤 식으로 내려갈까를 고민하며 시선을 돌렸고, 그러던 중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었다.
“…….”
그의 시선이 고정된 곳, 그것은 바로 크레바스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한 대의 승용차였다.
“괜찮겠는데?”
그리고 곧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크레바스 끝에 걸쳐 위태롭게 덜렁거리고 있는 차량으로 다가가 걸쳐 있던 차량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쾅 콰지지직! 쿵!
차량은 정상이 아니었다.
차체는 멀쩡했으나, 하단부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는 상태였고, 승용차 앞에 달려있는 엔진부도 무엇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날아가 있었다.
허나 김현우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씨익 웃으며 차를 그대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우지지지직!
김현우가 승용차의 앞문을 뜯어냈다.
마치 종이를 찢듯 가볍게 앞문을 뜯어낸 김현우는 곧바로 차 반대편으로 몸을 움직여 반대편에 있는 차문을 뜯어냈다.
우지직!
처음 문을 뜯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부드럽게 뜯기는 차문.
김현우는 만족한 표정으로 차 문을 뜯어냈던 차량의 프레임을 그대로 발로 차 크레바스 아래로 떨어뜨려 버렸다.
끄에에엑!
몬스터의 비명이 들려왔으나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그는 곧 뜯어낸 양쪽의 차 문을 각각 한 손으로 들어 올려 앞으로 치켜들었다.
“오, 이거 괜찮은데?”
만족스럽다는 듯 차문에 달려있는 유리로 앞을 보며 혼자 말한 김현우는 곧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곤 그대로 크레바스 안쪽에 있는 길로 뛰어들었다.
크게겍!
꽈지직!
조금 전까지 벽을 타고 올랐던 고블린이 김현우의 발에 깔려 머리가 터져나가고, 곧 그는 차 유리 문밖으로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청소 한번 해 볼까……!!”
차 문을 그대로 앞쪽으로 치켜올리며 뜀박질을 시작했다.
김현우가 차 문을 들고 뛰어들자 몬스터들은 당황해하면서도 괴성을 지르며 제각각 들고 있던 무기를 그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직! 콰가가가가가각!
그러나 몬스터들의 움직임은 그저 의미 없는 허우적거림일 뿐.
김현우는 말 그대로 길을 청소를 하듯 몬스터들을 전부 다시 크레바스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전진했다.
몬스터들과 몬스터 사이에 끼어서 짜부되는 고블린.
어떻게든 무기 한번 휘두르다 동족의 머리에 도끼를 선물해 준 오크.
미늘창을 가지고 어떻게든 해보려다 김현우의 돌격에 밀려 자기가 올라왔던 크레바스 지하로 떨어지는 놀.
몬스터들의 비명은 줄지 않았으나, 웃기게도 몬스터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크레바스의 길목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김현우는 얼마나 달렸다고 사정없이 찌그러져 버리는 문에 슬쩍 불만을 품었지만, 몬스터를 밀면서 가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없었기에 계속해서 전진했다전진, 전진, 또 전진.
차 문에 붙어 있는 유리는 어느새 깨져 있다.
차 문 사이사이에는 미늘창과 오크의 글레이브가 붙어 있고, 그나마 덜 깨진 오른손에 들고 있던 차문에는 오크의 팔이 덜렁거리며 위태하게 걸쳐 있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올라오던 몬스터를 밀어버리던 김현우는 곧 크레바스의 바닥이 보이는 것을 깨닫고는 이제는 거의 부서질 듯 위태하게 덜렁거리고 있는 차문을 그대로 앞으로 내던졌다.
콰가가가강!
던져진 두 개의 차문이 당황하던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깨버리고, 김현우는 조금 전까지 몬스터를 밀어버렸던 낭떠러지로 점프했다.
한순간, 붕 떠올랐던 김현우의 몸이 중력의 힘을 받아 급속하게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김현우는 곧 자신이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던 수많은 몬스터의 시체 위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 $@#”
그리고 그런 크레바스의 끝에서, 김현우는 인간의 형태를 한 어느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몸은 인간의 형태와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은 붉은색의 피부와 이마에 달려있는 뿔.
머리 한가운데는 자신의 머리 크기 정도의 거대한 뿔이 달려 있었고, 이빨은 마치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 #$%#$ @!#!@!!”
어찌 보면 도깨비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 녀석은 몬스터의 시체를 밟고 올라 서 있는 김현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건 또 뭐라는 거야?”
물론 김현우는 그 도깨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도깨비가 갖추고 있는 상의탈의에 가죽바지 패션을 보던 중, 그의 허리춤에 있는 이질적인 열쇠를 모며 웃음을 지었다.
‘저거다.’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있는 도깨비가 퀘스트의 목표인 것을 깨닫자마자 달려들었다.
재빠른 행동.
몬스터들의 시체를 밟고 한순간 도깨비에게 도약한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뻗었다.
깔끔하게 직선으로 움직이는 김현우의 주먹,
“?!”
후욱!
분명 조금 전만 해도 입을 열고 있던 도깨비는 얼굴 앞에 도달한 김현우의 주먹을 피해냈다.
김현우의 눈이 오른쪽으로 움직인 도깨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발을 움직여 도깨비의 배를 노렸지만.
팡!
이내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역으로 날아간 건 김현우였다.
“?!”
‘반격 당했다고?’
순간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낀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움직여 다가오는 도깨비를 보면서 왼발을 휘둘렀다.
꽝!
공격을 방어하면서도 그는 조금 전 그 찰나의 시간에 자신의 복부를 파고 들어왔던 반격기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런 김현우의 생각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듯 도깨비는 그를 향해 몸을 꺾어 다음 주먹을 날린다.
옆구리로 꽂아 들어오는 주먹.
허나 김현우는 허공을 나는 상태에서 자세를 바꿔 도깨비의 공격을 피해냈고, 그 상태로 도깨비의 주먹을 잡아챈 뒤,
“흡!”
그대로 그의 몸을 끌어 올리며 안면에 발차기를 먹였다.
순간 크게 뒤로 돌아가는 도깨비의 머리.
김현우는 도깨비의 몸을 그대로 몬스터의 시체밭쪽으로 던지며 자세를 잡았다.
콰드드득! 콰득!
도깨비의 몸이 몬스터의 시체를 뚫고 들어가며 섬뜩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 @#$@#%@#@#$@#$@#$!!!!”
도깨비는 그 몬스터들의 파육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빠져나와 녹색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김현우의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