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03
203
203.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3)슈텐도지(酒呑童子).
그는 모든 요괴 중에서도 파괴욕구와 성격이 포악한 오니(鬼)의 우두머리이자, 또한 그 세대에 존재하는 이들 중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고 전해지던 괴물이자.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마을과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대요괴였고-
“흐음-”
-종래에는 그의 힘에 취해 찾아온 요괴들과 유령들을 모아 한 영지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요괴의 두목을 자처하기도 했었다.
“……이곳인가?”
그리고, 그런 업(業)을 가진 채 이제 막 탑 안에 입성한 슈텐도지는 탑의 1계층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3미터는 가볍게 넘어가는 그의 몸에 칠해져 있는 붉은색 피부가 거칠게 맥동하고, 그의 머리에 달린 여섯 개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을 확인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텐도지는 기묘한 것을 볼 수 있었다.
“……?”
그것은 바로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과 전체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탑의 외벽에 열려 있는 거대한 문이었다.
‘뭐지?’
그의 머리로는 살짝 이해되지 않는 상황.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슈텐도지가 탑 밖에서 듣고 온 상황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그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탑의 1계층에서는 늑대인간이 기본적인 시험과정을 거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한동안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을 바라보고 있던 슈텐도지.
툭툭.
그는 곧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에게로 다가가 그의 몸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허나 아무리 몸을 툭툭 쳐봐도 늑대인간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쓰러져 있었다.
“어이, 일어나 봐.”
툭툭-
“어이,”
퍽-
“어이……!”
퍽퍽!
늑대인간이 일어나지 않음에 따라 슈텐도지가 점점 타격의 강도를 올리며 그를 깨우려 했으나 역시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슈텐도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가 죽지 않았나 확인했으나 특이하게도 늑대인간의 심장은 멀쩡하게 뛰고 있었다.
두근두근
‘……도대체 뭐야?’
그렇게 슈텐도지가 이상함을 느끼며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을 저 멀리 차기 위해 발을 높게 드는 그 순간-
“이건 또 뭐야?”
그는 탑 한 켠에 열려 있던 문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김현우와 마주쳤다.
슈텐도지는 탑에서 빠져나온 김현우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늑대인간을 차버리려던 다리를 내리고는 물었다.
“네 녀석은 뭐지? 늑대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슈텐도지의 물음에 김현우는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슈텐도지를 바라보곤 말했다.
“늑대인간은 네 밑에서 아직도 고개 처박고 있는 그놈이고, 눈알도 6개면서 파악도 제대로 못 하냐?”
갑작스레 날아든 김현우의 노골적인 조롱에 슈텐도지는 눈을 크게 뜨곤.
씨익-
이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탑 안에는 재미있는 놈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던데, 거짓은 아닌 것 같군.”
“지랄하고 있네.”
김현우는 오만하게 중얼거리는 그를 보며 피식하는 웃음을 지었으나 슈텐은 얼굴을 굳히지 않곤 그동안 팔짱을 끼고 있었던 자세를 고쳐 잡았다.
콰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슈텐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지독할 정도로 강력한 마력.
슈텐은 자신의 입가에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좋다! 기껏 탑에 입성했는데 처음부터 이런 재미라니, 훌륭하다! 훌륭해!!”
슈텐은 마력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현우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육중한 몸이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자세를 잡고,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마력이 증기기관처럼 탑 안에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그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슈텐의 모습.
그러나 금방이라도 터질 듯 사방으로 뿌려지는 마력과 살기를 정면에서 받고 있던 김현우는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표정으로 슈텐을 바라봤다.
허나 그런 김현우의 모습에 슈텐의 입가는 더더욱 올라갔다.
“좋아! 그 오만함이 좋다! 이 정도의 마력을 느꼈음에도 그렇게 오만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숨겨진 한 수가 있다는 거겠지!”
“지랄.”
“지금부터 싸움을 시작하자! 나를 재미있게 해달라 이 말이다!”
그의 욕을 들었음에도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할 말만을 하며 전투 준비를 하는 슈텐의 모습.
“어째 낮은 계층에서 만난 놈들은 하나같이 액셀을 밟냐? 찐따들이야?”
그에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슈텐을 노려봤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슈텐은 김현우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아앙!
엄청난 소음과 함께 탑의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고, 그의 둔중한 몸이 순식간에 김현우의 앞에 나타난다.
제사까지 잡은 채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수 있도록 팽팽하게 당겨놓은 슈텐의 주먹이 크게 휘어졌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활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슈텐의 주먹으로 붉은 마력들이 감응하듯 모여들고, 김현우는 그런 그의 행동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침내 슈텐이 활처럼 당긴 주먹을 휘둘렀을 때-꽈아아아아아앙!!!!
-슈텐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가 휘두르던 팔은 힘을 잃은 채 축 늘어졌고, 슈텐의 머리통에서 나온 붉은 피가 부서진 탑의 돌조각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공격하던 슈텐조차 인지하지 못한 그 한순간에 이뤄진 공격.
[겁도 없이 깝치더니 신고식 한번 거하게 치렀군.] [확실히, 이제 탑 안에 들어와 자신의 업(業)도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놈이 마력만 믿고 설치는 건 좀 골 때리는군.]제천대성과 청룡이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슈텐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씩 중얼거리고, 김현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 정신을 잃은 슈텐을 바라봤다.
“……진짜 뭐 하는 새끼야?”
[1계층에 있는 걸 보면 이제 막 탑에 들어온 놈인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말고 다시 올라가기나 하자.]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단 한 방에 땅바닥에 처박혀 정신을 잃은 슈텐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이내 시선을 돌려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직도 쓰러진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늑대.
“야, 쟤 안 죽는다고 하지 않았냐?”
[그랬지, 지금도 살아 있다.]“……그래?”
[이 탑에서 계층민이 아닌 등반자나 정복자, 그리고 탑에 관련된 이들은 탑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몸이 소멸한다.]“아.”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알고 있던 사실을 새삼스레 재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그는 노아흐가 몰래 만들어 놓았던 공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xxxx
하남에 있는 거대한 장원.
“흐음,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
“……엉덩이를 조금 더 들라고? 옷도 조금 더……? 그건 좀…… 아니,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아, 알았……??”
“…….”
“…….”
이서연은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일어난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충 20평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방 안.
바닥에는 미령의 등에 그려진 문신과도 같은 거대한 가면이 대리석으로 멋들어지게 조각되어 있고, 벽지는 마치 옛 동양풍의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재현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이서연은 보았다.
“…….”
“…….”
동양풍의 고풍스러운 전신 거울을 앞에 있는 미령을.
“어…….”
-정확히는 고풍스러운 전신 거울 앞에서 무척이나 간드러진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연습하고 있는 미령의 모습을.
그녀는 조금 전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연습할 때 짓고 있던 어색한 웃음을 가진 채 그대로 뒤를 돌다 이서연을 마주치곤 그대로 굳어버렸고.
이서연은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 채 미령을 바라봤다.
“…….”
“…….”
정적.
긴 정적.
허나 그런 긴 정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게 뭐지?’
‘지금 이 상황은 뭐지?’
‘요즘 내가 팬픽을 너무 많이 봤나? 이게 바로 공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니라 미령이 맛이 가버린 건가? 혹시 술이라도 한잔한 것인가?’
‘왜 저런 야릇한 표정으로 옷까지 약간 흘리면서 저렇게 말하고 있던 거지?’
‘그보다 대체 뭘 연습하고 있는 것이지?’
물론 빠르게 돌아가기만 할 뿐 이서연은 마치 현실을 부정하듯 머릿속에서 자신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끝없이 쏟아내고 있었고.
“…….”
미령의 얼굴은 이서연이 본 그 어느 때보다도 붉게 달아오른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봤……나?”
기나긴 정적 끝에 미령의 입에서 먼저 흘러나온 목소리에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미령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깊은 수치심과 살의.
“아니…….”
그에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부정을 표하려 했으나 미령의 눈빛은 분명히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서연이 자신의 모습을 봤다는 그 확신을.
“그……그러니까.”
그에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입가를 다물며 우물쭈물하자 미령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떨궜고.
“아…….”
이서연은 그제야 장원 근처에 서 있던 검은 가면무사들을 떠올리곤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뒤늦게 얻은 깨달음.
그러나-
화아아아악-!
“꺅!?”
-이미 늦었다.
이서연은 순식간에 미령의 이마 위로 자라나는 뿔을 바라봤고, 그 뒤에 나타나기 시작한 거대한 호랑이를 바라봤다.
분명 일반 호랑이와 그리 생김새는 다르지 않았으나 붉은색의 동공을 가지고 있는 호랑이.
미령은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냉정을 가정하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의 동료이기도 하니 죽이지는 않겠다.”
“그……그럼?”
이서연이 불안하다는 듯 묻자, 미령은 타오를 듯한 홍안으로 이서연을 쏘아보곤 입을 열었다.
“그래도, 스승님에게만 보일 수 있는 치부를 남한테 보였으니, 그 기억은 가져가도록 하겠다.”
“뭐……뭐? 기억을 어떻게……?”
“걱정 마라. ‘바쿠’에게 한 방만 물리면 네가 오늘 가지고 있었던 기억은 모두 사라지게 될 테니까.”
으르르릉!
고양잇과 특유의 깊은 울음소리를 내며 이서연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호랑이 요괴 ‘바쿠’.
이서연은 식은땀을 흘리곤 손을 슬쩍 올리며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입을 열었다.
“저……저기 나……나는 아무것도 못 봤거든……? 지, 진짜라니까?”
“설마 내가 그런 거짓말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아니 진짜 못 봤어! 진짜 못 봤다니까!?”
이서연은 자신의 앞으로 슬슬 걸어오기 시작한 바쿠를 보며 자신의 등 뒤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호랑이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더욱 거리를 좁혔다.
“저, 저기!? 진짜라니까!?”
“안심해라. 아까도 말했듯이 스승님의 동료이니만큼 절대로 죽이지는 않는다. 다만 기억을 회수할 뿐이다……!”
미령은 조금 전의 행동을 남한테 들켰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운 것인지 살짝 맛이 가 있는 눈으로 이서연을 바라봤고 그와 함께 바쿠가 이서연의 사정거리 내로 든 그 순간에-
“뭐……?”
미령은 갑작스레 중얼거렸다.
그에 따라 이서연에게로 다가오던 바쿠가 걸음을 멈추고, 이서연은 질끈 감은 눈을 슬쩍 떠서 미령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 여자가 내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뭐? 그건 그때?”
갑작스레 혼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듯 입을 열기 시작하는 미령.
“그래도 그건 좀…….”
그렇게 누군가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시작한 미령은 이내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이서연을 바라봤고.
“……기억을 지우는 건 그만두도록 하지.”
“어……정말?”
“그 대신!”
“그……대신?”
이서연이 괜스레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묻자 미령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으나-
“나를 좀 도와라.”
이내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