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07
207
207화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7)
“흐으음.”
이전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노아의 방주 안.
그곳에 앉아 있던 노아흐는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앞에 있는 마법진을 만지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열 개는 넘어 보이는 진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마법진.
그것은 바로 노아흐가 김현우의 부탁을 받아 이 ‘탑’안에 존재하고 있는 시스템 룸을 찾기 위해 임시로 만든 탐색기였다.
‘뭐, 그래 봤자 예전에 만들어 놨던 물건들을 재사용하는 거지만.’
옛날이라면 이 탑 전체를 탐색할 수 있는 탐색기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허나 지금의 노아흐는 자신의 힘을 대부분 잃은 상태였기에 자신이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것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체 왜…….”
탐색이 늦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
노아흐는 마법진을 가동하고 있는 오른손을 세밀하게 움직였다.
검지가 살짝 굽혀지고 약지와 새끼가 반대로 펴진다.
고작 그 살짝의 움직임만으로도 마법진은 그 즉시 반응해 그 술식을 바꾸어 나간다.
그가 손가락을 한번 까닥할 때마다 바뀌어 나가는 마법진.
그리고 한동안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이던 노아흐는, 이내 마법진이 하나의 홀로그램을 띄우게 되었을 때 손가락을 멈췄다.
검은색만을 비추고 있는 거대한 홀로그램.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노아흐는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레 움직였고, 이내 그와 함께 홀로그램 속에서 어느 한 벽이 나타났다.
눈으로 볼 때 굉장히 가시감이 느껴지는 벽.
상하좌우는 전부 칠흑 같은 검은색인데 비해 노아흐의 눈앞에 보이는 벽은 하얀색이었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 그 벽 한가운데에 적혀 있는, 노아흐가 읽을 수 있는 글자 때문이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찾아갈 테니 가디언에겐 말하지 마세요.]마치 자신이 올 것이라는 것을 훤히 예측했다는 듯 쓰여 있는 글자.
이 글자를, 노아흐는 이미 김현우가 찾아오기 전에 발견했었다.
허나 김현우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가 이미 올 것이라는 걸 예측한 그녀가 써 놓은 이 글자 때문.
“…….”
노아흐는 순간 머릿속에서 가지를 올리며 뻗어나가는 생각에 집중했다.
‘도대체 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아흐는 시스템 룸 안에 있을 그녀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후…….”
결국 한참이나 머리를 굴리고 있던 노아흐는 딱히 이거다 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하길 그만두었다.
‘어차피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생각해 봤자…….’
확실하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 대충 지금 상황으로 따져 봤을 때 그녀가 누구인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녀가 현재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자신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까닥 후우우웅!
결국, 한참 동안이나 그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노아흐는 엄지를 크게 까닥이는 것으로 손 위에 지탱하고 있는 마법진을 없애버렸다.
마법진이 사라지자 글자를 표시하고 있던 홀로그램은 사라졌고, 그는 곧바로 다음 작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이곳에 신경써 봤자 자신이 그녀의 뜻을 존중하는 이상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노아흐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품속에 있던 회색빛의 보석을 꺼내들었다.
청룡의 업(業)을 담아두는데 사용했던 보석.
‘나 때만 해도 이 정도는 만들지 못했는데.’
노아흐는 회색빛의 보석을 관찰하듯 여기저기 뜯어보았다.
벌서 김현우가 오기도 전부터 몇십, 몇백 번이고 반복되고 있는 행위.
허나 그는 질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인지 끊임없이 칙칙한 회색빛 보석에 눈을 가져갔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xxxx
“……뭐라고?”
천호동의 자택.
줄곧 고민하고 있다 들려온 이서연의 말에 김현우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약간의 텀을 두고 다시 한번 물었고, 그에 이서연은 괜스레 말을 더듬으며 한 번 더 물었다.
“그,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자 취향이요.”
“…….”
어? 뭐야? 원래 이런 이야기였던가?
라는 생각이 김현우의 머릿속을 한껏 스쳐 지나가고, 그 뒤로 수많은 생각이 김현우의 머릿속에 폭풍처럼 몰아친다.
허나 그건 단 한순간.
김현우는 무척이나 빠르게 결론을 냈다.
“나 좋아하냐?”
“개소리하지 마세요. 오빠.”
“…….”
그가 입을 열자마자 우물쭈물하던 표정을 바꾸고는 입을 여는 이서연, 김현우는 왠지 당황한 듯한 감각을 느끼며 말했다.
“그럼 내 취향은 왜 물어봐?”
“그럴 일이 있으니까 물어보죠.”
“……이제 TV방송사 인터뷰 취재도 받냐?”
“엥?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요?”
“니들 전에 빈자리 빵꾸 메꾸겠다고 니들 미궁 탐험간 사이에 나 속여서 앉혔잖아?”
“어, 음…… 뭐, 그건 자리도 마련해 줄 겸, 뭐 오빠한테도 나름 나쁘지 않은 기회다 생각돼서 제안한 거죠.”
이서연의 말에 김현우가 반쯤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다급하게 입을 열며 주제를 원래로 돌렸다.
“아무튼! 좋아하는 여자 취향은!?”
“인터뷰 취재야?”
“인터뷰 취재 같은 거 아니라니까요!? 그냥 어쩌다 보니 물어볼 일이 생겨서 그래요. 아무튼, 빨리요!”
“아니, 내가 왜 갑자기 그런 걸 말해야 해?”
“말 안 할 거예요?”
“별로 안 하고 싶은데?”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턱을 괴고 멍하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취향이라…….’
좋아하는 이성의 취향.
‘……딱히 그런 게 있었나?’
김현우가 그렇게 스스로의 질문에 또 다른 의문을 던지고 있을 때, 그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여자라고 하면 칠선녀 아니냐? 솔직히 다들 예쁘긴 한데 넷째가 그렇게 야-] [어허, 원숭아, 칠선녀를 그렇게 욕보이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또또, 또 시작이네, 야 어디서 보면 너는 아주 이 세상 저 세상 깨끗해 보인다?] [당연하다! 이 몸은 사방의 수호신인 몸! 하늘에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아녀자를 희롱한 네 녀석보다는 낫지 않겠나?] [지랄하지 마라 뱀 대가리야, 네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후리고 다닌 게 아니라 걔들이 쫓아온 거거든? 왜 나한테 지랄이야!?] [네가 하늘에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니까 그런 거 아닌가!] [응 아니야~ 특히 넷째는 자기가 직접 자기 발로 나한테 찾아왔거든?]갑작스레 일어난 제천대성과 청룡의 설전.
[그렇다고 해도 감히 옥황의 딸인 칠선녀 중 한 명을……!] [응~ 다음 옥황상제가 가장 아끼는 막내딸인 직녀랑 놀아나다가 업도 뺏길 뻔한 청룡 나와주시고요~] [뭐, 뭣!?] [왜? 모를 줄 알았어? 너도 솔직히 쓰레기 아니냐? 어떻게 견우랑 결혼한 애를 그렇게 홀려서 맛있게 호로록 해버리냐?] [그, 그게 무슨! 헛소리 하지 마라!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잘 몰랐-] [개소리하지 마시고요. 사방신 중에 청룡은 아녀자를 제물로 받는다는 소문도 있었죠?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여?] [이 자식이!] [한번 해볼래? 업도 없는 놈이 까부는 거야??] [내가 업이 없어도 너 같은 원숭이는 처리가능하다!] [한번 해봐!]순식간에 말싸움에서 전투로 진입했는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둘의 목소리.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 둘의 이야기를 듣던 것을 끝내며 생각을 이어나갔으나 역시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러던 중,
“아.”
“대충 생각나는 게 있어요?”
불현듯 탄성을 터트린 김현우의 모습에 이서연은 뭔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에 김현우는 이서연을 보며 잠깐만 기다려보라는 듯 손짓을 한 뒤에 스마트폰을 뒤지기 시작했고. 이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클릭한 김현우는 이서연에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건…… 뭐예요?”
이서연의 질문.
그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xxxx
하남에 있는 거대한 장원.
그 안에 있는 궁궐과도 같은 공간 안에서 그녀, 미령은 앉아 있었다.
“…….”
침묵.
숨 쉬는 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짙은 침묵이 자리한 그곳이었으나 그런 외부의 침묵과는 다르게 미령의 내부는 상당히 시끄러운 상태였다.
[아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지?]‘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뿐이지.’
[흐응, 신중한 것이 아니라 두려운 것 아니냐?]‘뭐라고?’
[내가 보기에는 두려운 것 같은데 말이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돼서 스승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되는 것이 아니더냐? 허나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알려준 필살기는 실패 따윈 없다.]‘…….’
[혹시 내 말을 못 믿는 것이냐? 만약 그렇다면 네 몸을 내게 조금만 빌려주거라.]‘뭐?’
[얼마 걸리지 않는다. 10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그 안에 네 스승님을 홀려주겠느니라.]괴력난신의 말에 미령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건 좀…….’
[……이것저것 원하는 주문이 많은 아이로구나. 게다가 조금 답답하고.]‘윽, 시끄럽다!’
[그렇지 않느냐? 누가 들어도 박수를 탁 칠 만한 필승전법을 들어놓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을 질질 끌다니…….]‘그, 그래도 그 녀석에게 조금이라도 조언을 구해 들으면 조금 더 확률이 높아질 수-‘
[내가 필살이라고 말했지 않느냐? 그녀를 가지고 네 스승의 이상형을 알아내봤자 딱히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 뭐…… 정을 나눌-]“그만! 거기까지!”
상상이라도 했는지 슬쩍 붉어지는 미령의 얼굴을 보며 괴력난신은 ‘어떻게 저렇게 맹물인지’라고 중얼거리며 혀를 찼고, 그에 미령은 반박하려 했으나.
“이서연 님이 도착했습니다.”
곧 미령은 불현듯 나타난 남자의 말에 저도 모르게 열려던 입을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이서연.
이서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짧게 인사를 했고, 미령은 그런 이서연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는 곧바로 목을 슬쩍 움직였다.
그것은 현재 이 궁궐 내에 있는 가면무사에게 내리는 축객령.
가면무사들은 미령의 말뜻을 알아듣고 곧바로 궁궐 내에서 빠져나갔고, 미령은 가면무사들이 모조리 궁궐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입을 열었다.
“들었나?”
한마디.
그녀의 물음에 이서연은 미령의 맞은편에 앉아 입을 열었다.
“들었어요. 듣기는 들었는데…….”
이서연이 말끝을 흐리자 미령은 슬쩍 머리를 갸웃거리며 이서연을 바라봤고 그녀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머리를 이리저리로 굴렸다.
잠시간의 침묵.
미령이 다시 말했다.
“……스승님의 취향을 제대로 들었다는 게 맞겠지?”
확인 차 물어본 미령의 말에 이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쵸? 듣기는 들었는데…….”
“들었는데?”
“그게 좀…… 음, 뭐라고 해야 하지.”
딱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이서연.
허나 그녀는 곧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우선, 현우 오빠가 말했던 것을 보여 드릴게요.”
이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예요.”
이서연은 어느 한 화면을 켠 채 미령에게 스마트폰을 넘겼고, 미령은-
“……응?”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