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08
208
208.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8)그날 저녁.
천호동 저택 내의 방 안에서 김현우는 청룡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까 말하려 했던 방법이 그거라고?”
[그래.]“……그게 돼?”
김현우가 미심쩍다는 듯 청룡을 바라보며 묻자 청룡은 곧바로 대답했다.
[가능하다. 다만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을 뿐이지.]“그럴 줄 알았지.”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탄식하며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허나 네 생각대로 우리를 실질적인 아군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그렇게 사용하는 수밖에는 없다.]“뭐, 또 굳이 따지면 그렇기는 한데…….”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민했고, 이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근두운술을 배웠을 때처럼 너희들의 업을 그대로 똑같이 따라하라는 거잖아?”
[맞다. 다만 내가 거기서 제안한 것은 그 수련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빠르게 줄일 수 있는 술법진을 알려준다는 거지.]“그 술법진이 뭔데?”
[시공진(時空)이다.]“……시공진?”
[그래, 아까도 말했듯이 이 시공진을 이용하면, 네 수련 속도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다.]“도대체 무슨 원리인데?”
[말 그대로 술법진의 이름처럼 시공을 이용하는 거다.]“그거, 그렇게만 들어보면 굉장히 위험하고 강력한 것 같은데?”
김현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자 청룡은 부정했다.
[위험하고 강력했으면 좋겠다만, 유감스럽게도 그 술법진은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술법진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이름만 거창하다는 소리를 듣지.]“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시공진으로 어떻게 수련시간을 줄인다는 건데?”
그의 질문.
[너를 나눌 것이다.]“……뭐?”
[물론 네 본체를 반으로 갈라 나눈다든가 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정신을 나눈다 이거지.]“정신을…… 나눈다고?”
[그래, 만약 시공진을 이용해 네 정신을 다섯 개로 나눈다고 하면 그 다섯 개의 정신으로 각각의 업을 수련하게 시키는 거지. 대충 감이 오지 않나?]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분산처리를 시킨다는 거지?”
[어감을 보니 대충 이해한 것 같군.]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만약 그게 된다면…….’
확실히 나쁘지 않다.
그냥 나쁘지 않은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리스크는 뭔데?”
청룡이 아까 김현우의 질문에 답했듯, 이 기술에는 리스크가 있었다는 것을 김현우는 빠르게 떠올렸고. 그 리스크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있었다.
원래 이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것을 김현우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가진 김현우의 물음에 청룡은 답했다.
[네 정신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내 정신이?”
[그래, 비교를 하자면…….]청룡이 리스크의 위험을 설명해 주려는 듯 고민하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뱀 대가리는 멍청해서 그런지 비유할 거 생각하는 데만 해도 더럽게 오래 걸리는 것 같으니까 그냥 내가 비교해 줄게.]제천대성은 청룡이 시간을 끄는 것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대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배수를 늘린다?”
[그렇지, 대충 수련을 한다고 가정 할 때, 네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수련의 양이 대충 1이라고 쳐보자. 시간적인 이유랑 이것저것을 고려해서 말이야.]“알았어.”
[그랬을 때 시공진은 네 정신을 나눠서 네가 하루에 할 수련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거지, 예를 들어 네가 정신을 다섯 등분으로 나누면 5배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 이거야.]그리고-
[그 소리는 곧 네 정신력도 5배만큼의 피로가 쌓인다는 이야기지.]“……아.”
제천대성의 설명에 김현우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고, 제천대성은 그 탄성을 듣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애초에 몸을 쓰지는 않아서 몸의 피로가 누적되지 않겠지만 네 정신력은 네가 시공진을 사용하는 그 순간부터 꾸준히 피로가 쌓이게 될 거야. 기본적으로 정해진 양보다 많은 양을 일하게 되니까 그건 당연한 거지.] [……원숭이의 말이 맞군.]청룡의 긍정.
그에 김현우는 정리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요점은 방법이 있기는 한데, 내 정신력이 얼마나 버텨줄지가 리스크라 그 이야기네?”
[그렇지. 네 정신력이 버텨준다면 정신을 다섯 개 정도가 아니라 열 개,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눠도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볼 때 그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정신을 늘릴 수는 없다.]“…그럼?”
[두 개.]“…엥? 두 개?”
[그래, 두 개다.]“너무 작지 않아?”
김현우가 묻자 청룡은 대답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만약 네가 하는 일이 단순히 육체나 도력을 수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상관없겠지만, 네가 하려는 것은 우리의 업(業)을 얻는 일이니까.]“…대충 분산처리 맡기는 내용이 너무 빡센거라서 여러 개로 나누면-”
[네 정신이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뭐, 사실 네가 정신을 나눈다는 시점에서 정신이 망가질 리스크는 계속 지고 가는 게 되는 거지만.]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괜스레 입맛을 다시며 고민하는 듯하더니-
“뭐, 그것도 우선 생각은 해둬야겠네.”
이내 그렇게 말하곤 두통이 찾아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와 함께 찾아온 잠시의 정적.
[그보다 그건 진짜야?]잠이나 잘까 하고 눈을 감던 김현우의 귓가에 들려온 제천대성의 목소리에 그는 다시 눈을 떴다.
“뭐가?”
[아까 말했던 거 말이야.]“아까 말했던 거?”
[그래, 네 취향의 여자 말이다.]“……아, 그거?”
김현우는 아까 전 이서연에게 보여주었던 사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제천대성은 왠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흐음, 솔직히 취향이라는 것은 백이면 백 다들 로망이 있어서 이해는 하지만…….]왠지 말을 줄이는 제천대성.
“뭐야? 왜 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해?”
김현우의 말에 대답한 것은 제천대성이 아닌 청룡이었다.
[흐음, 뭐- 나 때만 해도 인간들은 열넷 정도면 시집을 갔으니-] [그렇다고 해도 너무 유녀 아니야?]“아니 잠깐, 너희들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이야기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고, 그에 제천대성은 말했다.
[무슨 이야기라니, 당연히 네 취향의 여자에 대해 이야기 중인데?]“아니, 그건 알겠는데 왜 갑자기 거기서 유녀라는 이야기가 나와?”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제천대성과 청룡은 어리둥절하게 답했다.
[아까 네가 그 여자한테 보여줬던 사진이 그랬잖아?] [맞다.]그들은 아까 전, 이서연이 김현우에게 여자에 대한 취향을 물어봤을 때 그가 보여줬던 사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김현우가 보여줬던 사진은 딱 봐도 이제 막 중고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여준 뒤로 몇 번이고 이게 정말 취향이냐고 물어보던 이서연에게 대답까지 해주던 김현우의 모습을 제천대성과 청룡의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제천대성과 청룡이 그렇게 김현우에게 아까의 일을 설명하자, 그는 설명할 것 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그냥 둘러댄 거지.”
[뭐? 둘러대?]“그래, 딱 봐도 없다고 대답하면 계속 들러붙을 것 같아서 그냥 내가 하던 게임 켜서 보여준 거라고. 누구를 범죄자로 보는 거야?”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슬쩍 인상을 찌푸리는 김현우를 보며 제천대성은 대답했다.
[뭐…… 그런 거라면야.] [진짠가?]“그럼 왜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야, 생각해 보면 너는 이성에게는 굉장히 무감정하면서도 네 제자한테는 꽤 잘 대해주지 않나?]“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네 제자들, 자세히 보면 아슬아슬하게 네가 보여줬던 그 사진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 [흐음? 그런가?]청룡의 말에 제천대성이 불현듯 추임새를 넣었고, 김현우는 쯧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헛소리하지 마, 나 이제 잔다.”
그 말과 함께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는 듯 눈을 감는 김현우를 보며 청룡과 제천대성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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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공동과 그 가운데에 넓게 만들어져 있는 책상.
그리고 그 책상의 상석에서 가죽 소파에 앉아 있는 그, ‘형체 없는 자’는-
“……뭐라고?”
무척이나 드물게, 목소리에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런 형체 없는 자의 목소리에 그의 뒤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후드를 쓴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열었다
“‘계층’이 닫혔습니다.”
“……계층이 닫혔다고?”
“예. 정확히는 12계층과 13계층이, 갑작스레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형체 없는 자의 물음. 그에 후드를 쓴 남자는 한 순간 말을 잇지 못했으나 이내 잠시의 침묵이후 그는 대답했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계층을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건…….”
후드를 쓴 남자가 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숙이자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형체 없는 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인가?”
“아무래도…….”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말을 줄이자 형체 없는 자는 소파를 툭툭 두드리며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정적.
후드를 쓴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고, 흑백이 조화롭게 깔려 있는 공동은 정적에 감싸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번에 지하에 있던 녀석이 죽었다지?”
“……조율자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후드를 쓴 남자의 말에 형체 없는 자의 안개가 기묘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분명 사람의 얼굴이 아닌 안개임에도 불구하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지는 안개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기괴해 보였다.
그렇게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안개로 미소를 지은 그는 이내-
“뭐, 지켜보도록 하지.”
“……예?”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런 형체 없는 자의 말에 당황한 듯 후드를 쓴 남자는 입을 열려 했으나.
“만약 저번에 처리했던 거로 생각했던 그녀가 살아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해도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거다. 게다가-”
형체 없는 자가 줄곧 소파를 두드리고 있던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그를 따라 움직이는 연기들은, 형체 없는 자가 손을 까딱이자 이내 어디론가 쏘아지기 시작했고-파지지직-!
공동의 벽 한쪽으로 쏘아진 연기는 ‘무언가’를 부셨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허공임에도 들려오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에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곳을 바라봤고 이내 그 연기가 형체 없는 자의 손에 돌아왔을 때-
“그녀가 그 녀석에게 붙어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
“그게 무슨……!”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이제 그 녀석이 이곳에 도달할 때까지 그 어떤 수도 쓰지 않을 거다. 저번에 말했듯이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후드를 쓴 남자가 찌푸린 인상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형체 없는 자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정복자들한테 그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을 거고, 여기서 기다리기만 할 거다.”
하지만-
“뭐…… 그래도 ‘그 녀석’에게 그녀를 포함한 잔챙이가 붙은 것 같으니, 나도 이번 한 번 정도는 도움을 주도록 하지.”
“도움, 이라면?”
“그녀는 아마 네가 내려가려는 것을 알고 시간을 끌기 위해 잠시나마 계층을 막아 놓은 것 같으니-”
형체 없는 자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다른 곳을 움직이면 될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