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09
209
209.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9)명동에 있는 고급아파트.
호록-
그 꼭대기 층에서, 만들어져 있는 뷰를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이서연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
“지금 이게 무슨…….”
“저는, 저는…….”
짜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
그녀의 스마트폰에 커져 있는 것은 하나의 소설.
그것은 바로 이번에 올라온 ‘스승과 제자의 밀애’의 최신화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서연은 그 부분을 아래에 있는 -다음 화에- 라는 글자를 보며 아, 하는 탄성을 내뱉고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호록-
다시 커피 한 입.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리고 커피를 또 한번 입에 댄 시점에서, 이서연은 자기 자신에게 가벼운 자괴감을 느끼며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이서연이 딱히 별다른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기에 아직도 화면은 스제밀의 최신화를 띄우고 있었고,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이서연은 문득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취향……이라.”
김현우의 취향.
구미호와 함께 마법진을 수련하러 갔을 때 의도치 않게 본 장면으로 인해 이서연은 미령의 작전을 도와주게 되었다.
‘무슨 작전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이서연에게 부탁하면서도 ‘작전’을 위해 필요하다고만 말할 뿐 그것이 무슨 작전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
이서연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려져 있는 순간이동 마법진을 찾기 위해 장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도중 보게 된 미령의 모습을.
“……흠.”
적어도 그때 보여주었던 미령의 모습은 이서연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쇼킹했다.
‘그 뒤에 보여준 반응을 보면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건 알겠지만’
그렇기에 그때 보여준 갭은 엄청났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어째 그날의 기억은 다 지워졌고 미령이 자신 등에 있는 문신을 은근슬쩍 보이면서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만이 뇌리 속에 박혀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거기다 그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왠지 팬픽이랑 상황이 조금 겹치는데……?’
-바로 이서연이 그때 보았던 장면이, 그녀가 최근에 보고 있던 팬픽과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스제밀에서도 은근히 무뚝뚝함을 표명하는 주인공을 꼬시기 위해 그 제자인 미령이 혼자 뭔가를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으니까.
“…….”
아무튼 그 상황을 봐버린 덕분에 이서연은 미령을 도와 김현우의 여자 취향을 알아보게 되었다.
‘……뭐, 솔직히 그 호랑이한테 물어뜯기는 것보다는 낫긴 했는데……정말로 괜찮으려나?’
이서연은 어제, 미령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김현우를 찾아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가 여성의 취향에 대해서 물어봤는데도 별거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던 김현우.
결국 지속된 닦달로 이서연은 김현우의 여성 취향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있었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회피용 답변이었지.’
이서연은 어제 김현우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스마트폰 화면을 떠올렸다.
그 곳에서 이서연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게임 캐릭터.
그래,
바로 스마트폰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게임 캐릭터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이서연은 김현우가 대충 답변을 얼버무리려는 것을 깨닫고 계속해서 물었으나 김현우는 스마트폰 속의 게임 캐릭터를 보여줄 뿐 또 다른 답변을 내주진 않았다.
그렇기에 결국 이서연은 미령에게 그것을 그대로 전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말해두기는 했는데…….’
물론 미령에게 가서 정보를 말할 때도 이서연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는 했었다.
아무래도 오빠가 대충 대답을 한 것 같으니 그렇게 믿을 건 아닌 것 같다고.
허나 그런 이서연의 말에도 불구하고 미령은 이미 그녀가 보여준 게임 속 캐릭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그때 이서연은 미령이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겠지?”
사실 이서연의 입장에서는 딱히 잘못된 정보를 전해준 것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왠지 묘하게 불안했다.
커피잔을 든 채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이서연, 그러나-
“……모르겠다.”
이내 이서연은 정적을 깨고 고개를 저으며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어차피 난 해 달라는 건 다 해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고민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이서연이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때, 천호동에 있는 김현우의 저택에서는.
“……제자야?”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
“?”
김현우는 눈앞에 나타난 미령의 모습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바로 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 덕분에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김현우의 앞에는.
“……이건 또 다 뭐냐?”
“술입니다.”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왜 갑자기?”
그가 이상하다는 듯 물음을 던지며 슬쩍 인상을 찌푸리자 미령은 드물게도 김현우의 물음을 회피하며 묵묵히 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좀 과하게.
……그러니까, 좀 많이……
“…….”
거실의 책상과 식탄, 그리고 안방의 절반을 채울 정도로 굉장히 많은 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뭐지? 대체 뭐지?’
김현우는 미령을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까 처음 저녁에 집에 들어오고 나서 하는 짓이 묘해서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그녀가 입고 있던 옷도 바뀌어 있었다.
검은색의 옷은 어디로 갔는지 왠 게임 속의 모험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
‘……저건,’
김현우는 그녀가 입고 있는 저 옷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저건 분명 김현우가 어제 이서연의 닦달에 못 이겨 대충 보여줬던 게임 캐릭터가 입고 있던 가죽 갑옷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도대체 왜 쟤가 저걸 입고 있어?’
그리고,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 상황에 더더욱 혼란을 느꼈다.
적어도 김현우 입장에서 이 상황은 지금 굉장히 뜬금없이 전개되고 있는 무언가와 같았으니까.
맨 처음, 갑자기 이서연이 오더니 별로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여성 취향을 물어보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 되니 이제 막 수련이 끝난 것으로 추정되는 미령이 자신이 대충 찍어준 게임 캐릭터의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앞에 열심히 술을 깔고 있었다.
‘…….’
그리고 적어도 지금 이 일련의 상황은 김현우로서는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멍하니 미령의 모습을 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툭-! 쪼르르르-
미령은 어느새 거실 바닥에 술을 가득 전시해 놓고는 김현우의 옆 소파에 앉아 혼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척 보기에도 상당히 값이 나가 보일 것 같은 양주.
미령은 빈잔에 양주를 한가득 채우고는-
“드시지요.”
“……뭐?”
-김현우에게 들이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지 이야기나 좀 해보라니까?”
“드시지요.”
“제자야?”
“드시지요.”
“…….”
김현우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묻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려고 해도 미령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할 뿐 대화를 이어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저 굉장히 불안하고도 뭔가를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김현우를 향해 술잔을 들고 있을 뿐.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런 미령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술잔을 받아들였다.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짓는 미령.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는-
[… 내 설마설마 했는데 설마 진짜로 이럴 줄이야.]‘술을 드시게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 않나!? 우선 목표는 달성했다!’
괴력난신이 미령에게 차가운 질책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야. 대체 넌 친교라는 걸 무엇으로 생각하는 거냐? 무작정 마주앉아서 술잔만 들이대면 해결이 될 줄 알았느냐? 그리고 애초에 술을 그렇게 권해서야 어느 천 년에 약빨을 보겠느냐?]‘그게 무슨……?’
[내가 말했을 텐데? 요점은 네 스승이 취할 때까지 술을 먹이는 것이다. 고작 한잔으로는 어림이 없다는 소리지-]‘뭣……!’
머릿속에서 나누는 괴력난신의 대화에 시시각각 변해가는 미령을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우선 들고 있던 술을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꿀꺽-
‘으…….’
허나 소주와는 다르게 상당히 독한 양주의 맛에 김현우는 미령이 잔에 따라준 양주를 전부 마시지 못했다.
그에 따라 더더욱 안 좋아지는 미령의 얼굴.
[내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느냐? 분위기다. 분위기! 일단 술잔 내밀고 아양 떨고 꼬리쳐라! 아주 그냥 불여시 마냥 꼬리를 홱홱 쳐라! 홱홱!]‘그……그건……!’
[그게 힘들면 차라리 말이라도 살갑게 걸어보아라. 어깨가 굳어 있다느니 뭐니 뭐 변명이야 많…… 하아, 내가 말을 말자. 이런 게 될 리가 없지.]‘그렇다면 어떻게……해야…….’
[지금이라도 내가 인수받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야 네 스승이 의심할 게 뻔하고…… 어쩔 수 없다. 아이야. 선택을 해야 할 때다.]‘……선택?’
[둘 중 하나다. 첫 번째. 그냥 여기서 그만두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네 스승한테 술을 먹이는 것이 아닌, 네가 술을 먹는 것이다.]‘그게 무슨?’
[남자를 자빠뜨릴 자신이 없으면 그냥 자기가 자빠져버리는 게 차선책이다. 거기에 가벼운 암시 하나라도 걸어주면 충분하지.]‘잠깐……만약 그렇게 됐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미령은 그렇게 생각하며 괴력난신의 말에 슬쩍 부정의 제스쳐를 내비추려 했으나-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이냐? 아이야. 생각 잘해야 한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니라.]‘무슨……?’
[다른 제자 중 한 명이 지금 없지 않느냐?]‘!’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나. 선택 잘 하려무나.]미령은 괴력난신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고.
‘아니, 대체 뭐야?’
김현우는 그런 미령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을 보며 점점 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딱히 대답을 하지도 않는데다가, 술을 따르고 난 뒤부터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미령의 모습.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고는 슬쩍 인상을 찌푸린 채 말하려-
“제자야 지금 나랑 장난-”
“스승님.”
-했으나, 이내 김현우는 갑작스레 소파에서 일어난 미령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고.
미령은 갑작스레 일어난 상태에서 조금 전 테이블 위에 깔아둔 양주병을 양손으로 집은 뒤 김현우를 바라보았다.
마치 대단한 결정을 한 듯 결심이 서려 있는 얼굴을 한 미령은 이내 김현우에게 말했다.
“스승님,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
“5분…… 아니, 3분이면 됩니다.”
굳건한 의지를 내보이듯 김현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는 미령의 기세.
“뭐, 그래라 그럼.”
“감사합니다.”
그런 그녀의 기세에 김현우는 화를 내려던 것도 다시 밀어 넣은 뒤 떨떠름하게 대답했고, 그에 미령은 고개를 숙인 뒤 양손에 거대한 양주 두병을 쥔 채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김현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런 미령을 바라보고 있을 때.
——
[당신을 초대합니다.]시스템에서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스템 옆에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면 당신은 부름을 받아 초대됩니다.
남은 시간: 0일 0시간 0분 29초
——
그는 자신의 앞에 뜬 무척이나 낯익은 로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