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
21
021. 크레바스(4)
크레바스의 지하 안에서 공방이 이루어진다.
김현우의 손발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도깨비의 몸을 노린다.
쿵! 쿵! 쾅!
한 방, 한 방, 때릴 때마다 나는 육중한 소음.
그런 육중한 소음이 김현우의 손발에 담긴 힘을 짐작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깨비는 분명 김현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김현우의 발차기와 주먹질을 몇 번이고 막아낸 도깨비는 그가 깊게 훅을 휘두른 그 순간 반격을 노리며 주먹을 쳐올렸다.
쾅!
깔끔한 클린히트에 김현우의 턱이 위로 들어 올려짐과 동시에 도깨비는 공격을 이어나갔다.
오른발을 휘둘러 옆구리를 찍어 내리고 땅바닥에 처박힌 김현우의 몸에 축을 돌던 왼발을 휘두른다.
콰가가가가각!
순식간에 바닥에 내리꽂힌 김현우.
그러나 도깨비의 공격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콰드드득!
도깨비는 찰나의 순간 힘을 모은 뒤 발을 움직여 바닥에 박혀 있는 김현우의 몸을 차올렸다!
꽝! 콰직! 콰드드득! 뿌드득!
김현우의 몸이 쌓여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 쪽으로 날아가면서 그들의 시체를 박살 냈고.
시체에서 터져 그 안에서 흘러나온 녹색 체액이 김현우의 몸을 더럽혔다.
“이런 씨발…!”
도깨비의 공격으로 인해 쌓여 있는 시체 안에 파묻힌 김현우는 신경질을 내며 몸을 크게 움직였다.
우르르르르! 쾅!
오크들의 시체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빠져나오는 김현우.
“윽…!”
허나 그는 곧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몸에 묻은 녹색 체액의 냄새는, 김현우의 인상을 삽시간에 일그러뜨리기에 차고 넘치는 고약한 냄새였다.
‘이 새끼…생각보다 쎈데?’
김현우는 눈앞에 서 있는 도깨비를 보며 그렇게 평가했다.
12년 동안 튜토리얼 탑에 갇혀 몬스터만 잡았던 김현우.
물론 처음에는 고블린 한 마리를 잡는 것도 힘겨웠지만, 탑을 점점 많이 클리어하게 되고 클리어한 회차가 늘어나면서 그는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나중에, 김현우는 주먹 한 방으로 탑 100층의 보스인 발록조차도 보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보스를 한 번에 죽이는 힘뿐이겠는가?
탑의 1층부터 10층을 한 번에 뚫어버릴 정도의 파괴력과, 탑 안에 있는 몬스터한테는 아무리 맞아봤자 별 상처도 안 생기는 경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도깨비는 어떤가?
분명 힘겨워 보이기는 했으나, 도깨비는 김현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오히려 도깨비는 그렇게 방어만을 고집하다 김현우가 방심한 틈을 타 반격까지 했고.
‘조금, 욱씬거리는데?’
그 반격은 김현우에게 확실히 먹혔다.
그는 조금 전 발로 차였던 옆구리가 욱씬거리는 것을 느끼며 헛웃음을 짓고는 도깨비를 바라봤다.
“야.”
김현우가 입을 열었다.
물론 서로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넌 이제 뒤졌다.”
그는 그저 담백하게 선고하며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김현우의 기세가 순간 달라졌다.
얼굴에 느긋함을 담고 있었던 김현우는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눈앞의 도깨비를 바라봤고.
곧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의 양다리가 적절하게 앞뒤로 벌어지며 어깨가 틀어진다.
오른손은 배 아래에, 그리고 왼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쭉 핀 김현우는 왼손바닥을 펼친 채 마치 도깨비를 조준하듯 겨눴다.
갑작스레 바뀐 김현우의 모습에 도깨비가 긴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하지만 도깨비가 그러든 말든 김현우는 그저 손바닥을 펼치고는 마치 길이를 가늠하듯 맞은 편의 붉은 도깨비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몬스터들이 넘치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정적이 가득 차기 시작한 크레바스 안.
콰드득!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도깨비였다.
그리고-
씨익.
김현우는 지반을 부수며 달려드는 도깨비를 보며 웃음 지었다.
옛날, 그가 아직 탑에 있었을 때.
탑을 수도 없이 클리어하고 무료함에 미쳐 돌아갈 때쯤, 김현우는 언젠가 봤던 웹소설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혹시 무술 같은 것으로 ‘깨달음
‘을 얻는다면 이 탑에서 나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저 무의식에서 떠올린 생각이었으나 김현우는 곧바로 실행했다.
그는 탑에 지쳐 있었고,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을 정도로 간절했으니까.
그렇게 해서 그는 무술 수련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잘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사회에서 무술이라고는 애니나 무협 웹소설, 그리고 영화에서나 보는 것들로만 알고 있는 김현우.
실전 무술이라고는 단 하나도 모르는 그가 무술 수련을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그는 무작정 떠오르는 무술들을 따라 했고.
김현우가 탑을 수백번 클리어하며 그 몸에 자리 잡은 압도적인 능력치들은 그가 엉망진창으로 창안한 무술들을 ‘진짜’로 탈바꿈시켜 줬다.
웹소설에서나 있는 말도 안 되는 기술.
애니에서 보이는 화려함을 추구한 기술.
그리고 영화에서 봤던 ‘근거는 있어 보이나 사실은 개소리’일 뿐인 기술들.
그런 공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기술들은, 그의 말도 안 되는 신체 요건이 뒷받침되어 ‘공상’이 아닌 ‘진짜’가 되었다.
쿠득!
정면 돌파는 안 된다는 듯, 앞으로 다가오던 도깨비가 돌연 각도를 틀어 김현우의 측면으로 돌아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
어느새 주먹을 휘두르던 도깨비의 머리 앞에, 김현우의 왼손이 닿았다.
펼쳐진 손끝이 도깨비의 이마에 닿았으나, 도깨비는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그의 얼굴을 짓이길 듯 파고 들어가는 도깨비의 주먹.
그때.
돌연 도깨비의 이마에 닿았던 김현우의 손이 말아쥐어 지고,
“패왕(?王)-”
김현우는 도깨비의 머리를 향해-
‘-경(勁)’
-자신의 기술을 선보였다.
콰지지직!!
김현우가 밟고 있던 크레바스의 지반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고,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직인다.
아주 짧고 간결한 하나의 움직임.
허나 그 하나의 움직임으로, 크레바스의 지하에는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도깨비의 주먹이 김현우의 얼굴에 닿았을 때, 이미 도깨비의 머리는 없어져 있었다.
어깨 위에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허한 모습을 가지고 있던 도깨비의 몸체가 곧 뒤로 기울어졌다.
털썩.
초라한 소리.
김현우는 자세를 바로잡은 채로 도깨비를 바라보다-
“아오…말할 뻔했네.”
저도 모르게 기술명을 외칠 뻔한 자신을 탓하며 녹색 피가 달라붙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흑역사는…꺼내지 말자.’
튜토리얼 탑에서 제자한테 기술을 가르치고 혼자서 기술을 수련할 때마다 기술명을 외친 탓인지 저도 모르게 쪽팔린 이름을 내뱉을 뻔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 김현우.
그는 곧 자신의 앞에 떠오른 로그를 보며 웃음 지었다.
———–
최소한의 증명을 완료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증명일 뿐, 이제 곧 일어날 ‘크레바스’의 깊은 곳에서 ‘열쇠’를 획득하는 것으로 당신을 증명하세요.
[등반자 ‘홍마 아르키르’를 잡는데 성공하셨습니다!]당신은 홍마 아르키르를 잡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테이터스 창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당신을 초대합니다.]시스템에서 정식으로 ‘가디언’이 된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스템 옆에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면 당신은 부름을 받아 초대됩니다.
남은 시간: 3일 21시간 12분 34초
***
그다음 날, 헌터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중 제일 큰 대형 사이트인 헌터&킬에서는 어제 일어난 크레바스 사태와 동시에 현재 유튜x 1위를 찍고 있는 영상 때문에 활활 불타고 있었다.
※ 이 글은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크레바스 사태 드론 촬영한 거 떴다 ㅅㅅㅅㅅㅅㅅ!!!
글쓴이: 이거 실화야
어제 술 쳐먹고 꼴아서 뭔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김포공항에 크레바스 터졌다고 해서 ㄹㅇ 깜놀했다.
근데 시발 이거 영상 보다보니까 크레바스터진게 깜놀한 게 아니라 고인물 때문에 더 깜놀한 거 아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진)
[김현우가 승용차 문짝 두 개를 떼서 방패로 사용하기위에 몸을 막고있는 사진.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뭐라고 부르냐? 문짝 탱커라고 부르면 되냐?ㅋㅋㅋㅋㅋ솔직히 여기서 그냥 웃고 말았는데 더 소름 돋는 건 저 차 문 들고 진짜 크레바스 쭉 밀고 들어가더라?
지금 저 모습 보고 반해서 고인물 팬카페 가입했다 ㅆㅂ ㅋㅋㅋㅋㅋㅋ
댓글 3423개
아라이상: 와 씨발 진짜 어케했노 씨X련아!?!?
ㄴ B급헌터김진섭: 아니 이거 실화야? 저거 실화냐고 ㅋㅋㅋㅋㅋ 유튜브 영상 보니까 진짜 미쳤더라 불도져임 불도져ㄴ 헌터하고싶다: 저거 진짜 창의적인 또라이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차 문 두 개 뜯어서 방패로 들 생각을 하냐 진짜 창의력 대장상 줘야 한다.
ㄴ 이창사릉: 목숨이 두렵지 않은 자…… MARCH
‘풋,’
고인물파티: 지금 김현우 네이버 팬카페 가입자 수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 개설일 12시간도 안됐는데 가입자 수 2만 명 뭐냐 시발 ㅋㅋㅋㅋ
ㄴ 오로커: 링크좀
ㄴ 고인물파티: https://cafe.naver.com/GOINMUL1123
ㄴ 하와와와와: ㄱㅅㄱㅅ
C급헌터: 시발 저거 진짜 사람이냐? 진짜 영상 보면 오랜만에 한국 3대 길드장 싸우는 거 봤는데 진짜 김현우 따라갈 새끼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시발 문짝탱커 씨발 ㅋㅋㅋㅋㅋㄴ 여고생쟝: 진짜 저걸로 어케 한 거지? 문짝 다 찌그러지지 않냐?
ㄴ 구와아아악: 근데 나는 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게 저게 진짜 A등급 헌터라고? 말이 안 된다 ㅅㅂ 존나 사기야 ㄴ 아일랜드산: ㄹㅇ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신입이 올 A라고 하길래 진짜 개뻥이다 ㅅㅂ 이랬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A등급이 아니라 S등급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이름만들어도: 야 근데 그거 이외에도 마지막 장면에 김현우 저거 뭐냐, 가만히 있는데 같이 싸우던 도깨비 대가리 터지는데?? ㄹㅇ 머지 ㅅㅂㄴ 앙리띠: 솔직히 문짝 불도져에 가려서 그렇지 진짜 김현우의 힘을 확인하는 건 저 장면이 ㄹㅇ 인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서서 뚝배기를 날리는데 저거 근력 몇 돼야 가능??? 응???
낭인기수식: 아 시발 부럽다! 부럽다부럽다부럽다! 나도 재능가지고 싶다!! 개같은 재능충 새끼들……!!! 코로세! 코로세!!!!!!!!!!!!!!!! 코-로-세!!!!!!!!!
ㄴ병신을 보면 지저귀는 새: 짹짹 짹 째짹! 짹짹 짹 째짹!짹짹 짹 째짹!짹짹 짹 째짹!짹짹 짹 째짹!짹짹 짹 째짹!짹짹 짹 째짹!짹짹 짹 째짹!짹짹 짹……더보기
‘이건 또 뭔 미친놈이야?’
멍하니 김시현의 집 소파에 누워 있던 김현우가 피식 웃은 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방에서 나온 김시현이 입을 열었다.
“형, 가요.”
“그거 꼭 가야 해?”
“가야죠. 포상금 안 받을 거예요?”
“아니, 받기는 받을 건데 귀찮아서…… 그냥 안 가고 받을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있는데, 가는 게 좋겠죠?”
그의 설득에 김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시현과 김현우가 오늘 외출을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우와 한국의 3대 길드가 막아낸 크레바스 사태의 공로를 인정 받아서. 정부에서 내려오는 표창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형.”
김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오자 김시현은 묘한 표정을 지었고.
“왜?”
“아니, 옷 그렇게 입고 가려고요?”
“……이게 어때서?”
이내 김현우가 입고 있는 파란색 츄리닝을 보며 입을 열었다.
김현우가 처음 탑에서 빠져나왔을 때 입고 있던 검은 츄리닝은 크레바스 사태 때 그린스킨의 피에 젖어 버렸고, 그 김에 김시현은 옷이라도 사라고 카드를 주었다.
주었는데….
“아니, 진짜 츄리닝밖에 안 샀어요?”
“난 이게 편해.”
김현우의 단답에 김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