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0
210
210. 통괄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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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0일 0시간 0분 0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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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가 시스템 로그의 남은 시간이 0초가 된 것을 인지하자마자 그의 시야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그가 보고 있던 광경이 온갖 양주와 술로 가득했던 거실이었다면, 그 한순간의 개변으로 인해 김현우가 보게 된 것은 그에게 있어서 어쩌면 굉장히 익숙한 공간이었다.
상당히 넓은 방 안에는 창문이 제대로 보이는 곳 없이 빽빽하게 책장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런 책장들에는 게임팩들이 꽂혀 있었다.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게임팩들.
그 주변의 바닥에는 척 보기에도 게임용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었고, 또 다른 한쪽에는 컴퓨터와 TV가 제각각 화면을 송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셨어요?”
상당히 난잡하다고도 볼 수 있는 그 공간 안에, 그녀는 있었다.
“……아브?”
그녀의 모습은 이전과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몸이 성숙해지지도 않았고, 그 이외에 옷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네?”
분명 바뀌지 않은 것 맞는데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그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았다.
그렇기에-
빡!
김현우는 아브의 머리를 슬쩍 때렸다.
머리를 맞자마자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아브는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김현우를 바라보다 이내 소리를 질렀다.
“꺅!? 무, 무슨! 갑자기 왜 때려요!?”
“아니, 좀 갑자기 의심돼서.”
“네!? 무슨 의심이요!? 제가 왜 의심이 들어요!?”
아브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빼액 지르자 김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분명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그녀는 아브가 맞았다.
“아니 뭐, 너도 알고 있다시피 출입 스킬이 막혀 있는 와중에 네가 나를 부른 거니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따지듯 말하는 아브에게 대충 ‘미안’이라는 단답을 내뱉은 김현우는 이내 자리에 앉았고.
아브는 그런 김현우를 불만스럽다는 듯 쳐다보았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그와 함께 김현우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질문하기보다는 설명을 듣고 쭉 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후, 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오늘 당신을 부른 이유는 설명을 쭉 하기 위해서예요, 지금까지는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요.”
“……설명하지 못했던 것?”
김현우가 되묻자 아브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인 뒤 말했다.
“우선 잠시만요…… 뭐부터 말하는 게 좋을지 정리 좀 해볼게요.”
그런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아브는 음,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장시간의 고민.
허나 김현우는 고민하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를 재촉하기보단 느긋하게 기다려 그녀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후.”
줄곧 입을 열지 않았던 아브는 이제 되었다는 듯 숙였던 고개를 들며 크게 한숨을 내뱉었고, 이내 김현우는 그런 아브의 모습에 집중했다.
“우선.”
그리고, 아브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 소개부터 다시 할게요.”
“네 소개를 다시 해?”
“예. 아마 ‘제작자’가 유추한 제 정체를 들으셨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한 번 더 소개하는 게 괜찮을 것 같으니까요.”
아브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목을 가다듬듯 큼큼 하는 기침을 내뱉고는 그렇게-
“저는 본디 모든 평행의 세계를 지켜보고 그 관리해 균형을 맞추던 관리자이자, 또한 이 탑의 모든 계층과 계율을 담당하고 있는 5인 중 한 명, ‘통괄자’예요.”
-자기를 소개했다.
xxxx
1계층.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있는 것이라고는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밖에 없는 그 무감하고도 무던한 곳에서, 월랑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처음 눈을 떴을 때는 흐린 세상이.
두 번 눈을 깜빡였을 때는 선명한 세상이 월랑의 눈에 들어오고, 그는 곧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언제나 그가 지켜보고 있었던 1계층의 모습.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자신이 누워 있는 땅에는 일정한 문양이 파여 있다.
그리고 마치 잔가지처럼 갈라져 있는 지반도……
‘……뭐?’
월랑은 멍하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저 멀리서 보이는 1계층의 바닥을 보며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월랑은 그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머릿속에 심해에 묻혀 있던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쓰러지기 직전 있었던 기억들을.
분명 여느 때와 같이 탑에 들어올 자를 기다리며 1계층을 수호하고 있던 자신.
그렇게 1계층을 수호하며 자기 일을 다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도중, 그는 갑작스레 어디에선가 나타난 남자를 보았고.
그리고-
“!!”
월랑은 그 다음 기억을 떠올린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이제 막 군대에 전입 온 이등병과 같은 속도로 제자리에서 일어난 월랑은 조건반사적으로 자신의 손톱을 빼내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
곧 그제가 돼서야 지금 1계층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게……뭐야?”
월랑의 눈에 보인 1계층은 엉망이었다.
아니, 엉망이라는 소리를 넘어서 개판이라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1계층은 심하게 박살이 나 있었다.
당장 깨끗하기만 했던 1계층의 벽화는 곳곳의 부분들이 박살 나 있었고, 벽화의 한 부분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벽이 생겨 있었다.
무엇보다도-
“…….”
1계층의 한가운데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거대한 오니가 만들어 낸 거대한 크레이터는 1계층을 완전한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 일련의 상황을 멍하니 돌아본 월랑은 저도 모르게 질문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대체…….”
월랑은 신음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으면 멍하니 이 상황을 바라봤다.
분명 해결해야 할 건 많은데 도대체 뭐부터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뒤에 만들어져 있는 구멍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고, 얼굴을 처박고 있는 오니는 뒤졌는지 살았는지조차 몰랐다.
그렇게 월랑이 망연한 표정으로 1계층을 바라보고 있을 때-쿵-쿠구구궁-!
“!!”
1계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전조도 없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1계층 덕분에 월랑은 저도 모르게 인장하며 주변을 둘러봤고.
곧 그는 박살이 나 있는 지반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1계층에 진동을 만들어 내며 솟아오른 제단과도 비슷한 물체.
“엇……!”
월랑은 곧 땅바닥에서 튀어나온 제단이 제일 위 계층과 이어져 있는 ‘통신수단’이라는 것을 자신의 머릿속 한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을 인지한 월랑은 아직 흔들림이 멎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곧바로 제단쪽으로 몸을 옮겼고, 곧 월랑은 A4 용지 한 장 정도의 크기에 적혀 있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제단에 써져 있는 글씨를 읽은 월랑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땅에서 솟아 나온 제단에서는 그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명령이 써져 있었으니까.
“……지금 시간을 기점으로 1계층 시험은 없애고, 또한 등반자는 9계층부터 시험을 시작해라……라고?”
그 뒤로도 월랑은 자신이 소리 내어 읽은 글을 몇 번이고 더 읽어본 뒤에야 제단에 써져 있는 문장을 이해했다.
그리고 곧, 그는 이 제단에 써져 있는 글을 의심했다.
“정말로……?”
그도 그럴 것이, 월랑은 지금까지 이런 경우를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까.
물론 사소하고 자잘하게 바뀌는 내용들은 분명이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허나 지금 위에서 내려온 공문은?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탑의 규칙을 완전히 개박살 내버리다 못해 시궁창에 처박는 공문이었다.
그렇게 월랑이 자신에게 내려온 공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툭- 투두두둑
“……!”
조금 전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1계층의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오니-
“이런 개자식……!”
슈텐이 입을 열었다.
그와 함께 슈텐의 주변으로 폭사 되는 붉은 마력에 조금 전까지 제단을 보고 있던 월랑이 긴장한 표정으로 슈텐을 바라보고.
그는 이내 제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앞에 있는 월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개자식은 어디 있지?”
-곧 슈텐은 흉신악살처럼 찌푸린 인상을 펴지 않은 채 월랑에게 질문했다.
그런 슈텐의 모습에 월랑은 긴장하면서도 대답했다.
“……그 개자식이라고?”
“그래! 그 개자식! 그 빌어먹을 자식은 어디 있냔 말이다……!!!”
슈텐의 말에 따라 붉게 유형화 되는 마력.
월랑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발광을 하기 시작하는 슈텐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문득 걸리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하던 그 개자식이라던 놈이, 혹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말하는 거냐?”
“그래! 그 개자식! 그 새끼는 지금 어디에 있지!?”
금방이라도 그를 찾아가 죽여 버리겠다는 듯 붉은 마력을 유형화 하는 슈텐의 모습에 월랑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대답했다.
“그 녀석이라면 여기에는 없다.”
“그럼 어디에! 그 개자식은 어디 있나!”
쾅! 쾅!
분노하듯 부서진 지반을 거대한 주먹으로 내리치는 슈텐.
그로 인해 안 그래도 부서졌던 지반이 더 박살 나기 시작했고, 월랑은 자신의 근처에서 발광하기 시작하는 슈텐을 보며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마 위에 있을 거다!”
“위라고?”
“그래, 그 녀석은 탑 위에 있을 거다……!”
월랑의 말에, 슈텐은 시선을 위로 올렸다.
xxxx
“그러니까, 내 정보권한이 상위에 오르기 전까지, 너는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 말이지?”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브의 모습에 김현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아브가 김현우에게 자기소개를 한 뒤, 그는 그녀에게 설명을 듣기 전 생긴 한 가지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아브에게 질문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어째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쳤는가에 대해서였다.
분명 그녀는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스스로를 ‘시스템의 관리자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 외에도 그녀는 지금까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김현우에게는 모른다고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아브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그것을 질문했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스스로 기억에 리미트를 걸었다 이거야?”
“그렇죠.”
“……왜?”
“음, 제가 스스로 리미트를 건 이유는 좀 복합적인 이유가 있긴 해요, 근데 이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어차피 현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꺼내야 하는 이야기니까요.”
“뭐, 알았어.”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고, 이내 그는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본 아브는 묘하게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그럼, 우선 제일 먼저 현 상황에 대해서 말해드릴게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