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1
211
211. 통괄자 (2)
천호동 저택의 적막한 방 안.
-꿀꺽 꿀꺽 꿀꺽.
누가 보더라도 상당히 고급진 라벨이 붙어 있는 양주병을 통째로 집어 들어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입안으로 털어 넣고 있던 미령.
그녀는 양주병 안에 있는 내용물을 전부 비우고 난 뒤에야 양주병에서 입을 뗐고.
“하…… 딸꾹-!”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방 안을 바라보았다.
미령이 보고 있는 방 안의 풍경은 그야말로 개판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로 난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가 세워놓았던 값비싼 양주들은 책상 위에 마음대로 어질러져 있었고, 개중에는 책상 아래로 떨어진 것인지 병이 깨져 줄줄 세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과는 반대로-
[아이야, 그만 마시는 게 어떻겠느냐?]미령의 뒤에는 이미 내용물이 남지 않은 양주병들이 자그마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저렇게 마셨다면 병원에 실려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삼도천을 건넜을 정도로 많은 양주병들을 비운 미령은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취기에 맞지 않는 초점으로 대답했다.
“내가……자빠져야…….”
그런 미령의 중얼거림에 괴력난신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에휴, 아이야……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네 스승은 도망쳤다.]괴력난신의 말에 미령은 망연한 표정으로 허공을, 정확히 말하면 김현우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곳을 응시했다.
“하…….”
미령은 저도 모르게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불과 10분도 되지 않았던 그 짧은 시간에 일어났던 일을 미령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직접 자빠지기 위해 양주 두 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던 것부터 시작해서, 괴력난신의 말에 따라 양주 두 병을 통으로 원샷하고 들어왔을 때 자신의 스승이 어디론가로 사라지는 것까지.
“…….”
물론 김현우의 입장에서는 전혀 도망칠 생각도 없이 갑작스레 나온 시스템의 초대에 끌려갔을 뿐이었으나 미령에게는 그가 도망친 것으로 보였기에 미령은 침울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먹먹한 기분.
분명 조금 전까지는 알딸딸해서 기분이 괜찮았건만 생각을 하자마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미령은 책상 위에 어질러져 있던 양주 중 하나에 손을 뻗었다, 분명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괴력난신이 계속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미령은 신경 쓰지 않고 양주의 꼭지부분에 손을 가져갔고.
그렇게 또 한번 양주를 딴 그 순간-
“뭐냐……?”
미령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가면 무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심히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을 지은 미령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가면 무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에 가면무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등반자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등반자? 딸꾹!”
술을 얼마나 들이부었는지 볼에 홍조가 그득하게 난 상태로 딸꾹질을 하는 미령.
그러나 가면무사는 표정의 흐트러짐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예, 정확한 오차범위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 2시간 내로 서울 의정부쪽에 있는 미궁에서 등반자가 출현할 것 같다고 합니다.”
가면 무사는 그렇게 말하면 자료의 출처에 대해 미령에게 해설하기 시작했고, 미령은 그런 가면 무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
“그래, 그렇다 이거지?”
“예.”
-이내 비틀린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아주 좋아…….”
비틀거리면서 자리에 일어난 미령은 자신의 오른 손에 쥐고 있던 양주병을 꾹 쥔 채-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으니 마침 잘됐다.”
으득-
이를 악물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xxxx
“네가 계층을 막았다고?”
“네.”
“그게 가능한 거야?”
“가디언의 정보권한이 상위가 되기 전에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한정적이나마 가능하게 됐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이 탑의 ‘통괄자’니까요.”
-물론 지금은 그 힘이 좀 미약하긴 해도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그녀가 해주었던 설명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정복자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9계층으로 올 판이었고.”
“네.”
“네가 그동안 연락이 안 되었던 이유는 정복자들이 9계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계층을 단절하느라 연락이 안 되었던 거고?”
“그것도 맞아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정복자’가 아닌 ‘정복자들’이 몰려들면 그는 아마 굉장히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었다.
지금 그에게는 아직 등반자 개인은 몰라도 그 다수를 상대할 만한 힘은 없었으니까.
“그럼 네가 계층을 단절했다는 건 언제까지 유지가 되는 건데?”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처음으로 좀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그건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왜?”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것 때문인데, 뭐 그래도 대충 기간을 말해보자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좀 미묘하게 짧네.”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것 같은 기간에 김현우가 짧게 중얼거리자 아브는 마치 변명을 하듯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어요. 애초에 지금 계층 단절도 제가 그동안 모아놓은 힘을 전부 빼다 박은 거니까요.”
“……모아놓은 힘?”
“네. 아까 제가 말씀드린다고 했잖아요? 제 기억에 리미터를 건 이유요. 그게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이것 때문이라면…… 그러니까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
“네.”
아브는 김현우의 말에 긍정하며 설명을 이어나가려고 했으나, 그는 한발 빠르게 이야기했다.
“……뭐 대충 어림짐작해 보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는 힘을 모을 수 없어서 약간 절약모드 비슷한 상태로 있었다…… 이런 이야기지?”
“어, 좀 다르긴 한데 그렇게 이해하면 확실히 좀 편할 것 같네요.”
-힘을 모으려고 제 기억을 봉인한 것도 맞으니까요.
김현우의 예측에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브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물었다.
“그런데 왜 힘을 모으는데 기억을 봉인할 필요가 있는 거야?”
“음, 그건 좀 설명이 길어지긴 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기억을 봉인하는 건 부차적인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부차적인 것?”
“네. 이미 제작자에게 들어서 대략적인 상황을 알고 있으시겠지만, 저는 설계자와 기술자, 그리고 조율자한테서 도망치기 위해 힘의 대부분을 소모한 채였어요.”
“그래서?”
“제가 소모했던 힘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음, 그냥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힘이 100이라고 치면, 그 힘을 10 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힘을 10 정도로 낮추는 것 중에는 네 기억에 리미트가 걸려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거지?”
“그렇죠.”
아브의 긍정에 김현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솔직히 아직 궁금한 게 많기는 한데, 그걸 일일이 다 풀기에는 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그냥 넘어가고.”
솔직히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김현우는 아브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생각하고 있었다.
제일 처음으로는 어떻게 그녀가 내 옆에 붙어서 ‘시스템의 관리자’역할을 했는지부터 시작해서 그 이외의 자잘한 것까지 김현우는 전부 물어볼 생각이었다.
허나-
‘많으면 두 달, 짧으면 한 달이라…….’
그걸 일일이 물어보기에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아브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한두 달 뒤에는 정복자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9계층으로 몰려온다는 소리였으니까.
김현우는 짧게 생각을 정리하곤 말했다.
“요점은, 정복자들이 9계층으로 내려오기 그 녀석들을 상대할 만한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거지?”
“예. 거기에 덤으로 지금 당장 9계층을 지킬 사람도 필요해요.”
“9계층을 지킬 사람? 정복자는 못 내려온다며?”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네, 정복자는 못 내려오죠. 하지만 등반자는 올라올 수 있어요. 게다가 제가 예상하기론 아마 이제 곧 9계층에 올라오는 등반자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예요.”
“뭐? 그건 또 왜?”
“지금 제 권한까지 빼앗아서 이 탑을 강제로 조정하고 있는 설계자가 조금 전 탑의 구조를 바꿨으니까요.”
“……탑의 구조를 바꿨다고?”
아브는 김현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조금 전, 1계층과 9계층을 연결했어요.”
-그렇게 말했다.
xxxx
콰직! 콰지지직!
“죽인다. 죽인다. 반드시 죽여 버린다……!”
약간의 푸른빛이 도는 동굴 안에서, 조금 전 동굴 안으로 진입했던 슈텐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블린을 손쉽게 죽여 버리며 걸음을 옮겼다.
뿌드드둑! 콰직!
슈텐의 발에 밟힌 고블린의 머리가 하릴없이 터져나가고, 그의 손에 달린 고블린의 머리가 가볍게 튕겨져 나감에도 불구하고 슈텐은 그런 고블린의 시체 따위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신경은 이 탑에 들어온 뒤부터-
“이 개자식……!”
-정확히는 ‘김현우’를 만난 뒤부터 오로지 그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끼에에에-! 콰드드득!
슈텐은 비명을 질러 대는 고블린의 머리통을 짓밟으며 그 한순간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분명 김현우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래,
그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어 김현우의 머리통에 주먹을 휘두르기 직전까지, 슈텐은 그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또한 보지 못했다.
그래, 자신의 정신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도 슈텐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한마디로, 슈텐은 김현우가 무엇을 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 자식……!”
그렇기에 슈텐은 김현우가 그가 모르는 미지의 힘을 사용했다고 어림짐작해 이를 악물었다.
김현우가 사용했던 것이 자신과 같은 순수한 무력이라고는 애초에 생각에서 빠져 버린 채, 슈텐은 그가 자신에게 미지의 힘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분노를 쌓고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을 너무나도 초라하게 패배시킨 김현우에게 분노를 쌓고 있는 것이었지만.
슈텐은 그 뒤로도 그에게 몰려드는 오크와 고블린들을 정리하며 나아갔다.
슈텐이 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몰려들던 고블린들은 붉은색의 길이 되었고, 그와 함께 몰려들던 오크들은 쌓이고 쌓여 던전 한켠에 자그마한 산을 만들었다.
그렇게 그가 김현우에게 복수를 불태우며 걸음을 옮긴지 얼마나 되었을까.
“…….”
그는 곧 푸른 던전의 끝에 출구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더 이상 몬스터들이 몰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 한 뒤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미궁의 밖으로 나왔을 때.
“!!!!”
화아아악!
슈텐은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내뿜었다.
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푸른 마력을 힘겹게 밀어내는 슈텐의 붉은 마력.
‘이건 대체……!?’
슈텐은 자신의 존재를 짓누를 정도로 농밀하게 퍼져 있는 푸른 마력에 당황해 하며 그 근원지를 찾았고, 곧 얼마 있지 않아 슈텐지는 푸른 마력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었다.
“너는……?”
그곳에는 소녀가 있었다.
머리 위에는 붉은 뿔을 단체, 자신의 몸에서 끝도 없이 푸른 마력을 내뿜고 있는 미령이.
그리고 슈텐이 푸른 마력에 눌려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미령은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슈텐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래 버텨라.”
그녀에게서 나온 말.
“뭐라고……?”
그것은 이제 막 위에 올라온 슈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허나-
“헉!”
“그래야 내 화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 찰나에 가까운 다음 순간, 슈텐은 자신의 앞에서 마귀같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미령을 보며 경악 어린 탄성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