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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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통괄자 (3)
여기저기 게임팩이 늘어져 있는 시스템 룸 안.
“1계층과 9계층을 연결했다는 건…… 지금 당장 위험해진다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원래는 2계층과 8계층을 지나며 대부분의 등반자들은 걸러졌지만 이렇게 나머지 계층을 통하지 않고 등반자들이 9계층에 오게 되면…….”
“개판이겠네?”
그의 말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요…… 조금 이해하기 쉽게 비교하면 원래 여과기를 통해 들어오던 물이 여과기를 통하지 않고 들어오게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한마디로 원래 약한 놈은 어느 정도 걸러졌는데, 이제는 약한 놈이든 강한 놈이든 죄다 몰려온다 이 말이지?”
“네.”
“쯧.”
아브의 긍정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보다 강하다는 등반자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결국 그나마 다행인 점일 뿐.
“……등반자의 숫자가 늘어난다라.”
그것은 적어도 김현우에게 있어서는 나쁜 소식이었다.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그들은 결국 등반자고, 지금 9계층에는 등반자를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얼마 없었다.
‘……당장 등반자를 막을 수 있는 건 3명, 아니 4명 정도인가?’
우선 김현우의 두 제자는 정복자까진 아니더라도 등반자를 막을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덤으로 천마(天魔)에게 수련을 받은 김시현도 등반자를 막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게다가 지금 자신의 집에 누워 있는 구미호도 마찬가지.
‘뭐, 가지고 있는 힘 자체는 그리 강하진 않지만.’
그녀도 등반자였던 만큼 강하지 않은 등반자는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브에게 질문했다.
“얼마나 늘어나?”
“네?”
“등반자의 숫자 말이야, 분명 이전처럼 걸러져서 9계층으로 올라올 때보다는 많이 올라올 거 아니야?”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슬쩍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지만 얼마나 올라올지는 모르겠어요.”
“대충 예상도 못해?”
거듭된 질문.
그에 아브는 으음, 하는 침음성을 흘리곤 대답했다.
“이건 그저 가설일 뿐이지만 아마 하루에 8명에서 10명 정도가 9계층으로 올라올 것 같네요. 첫날에는 그것보다 훨씬 많이 올라올 거고요.”
“……하루에 8명 정도라, 그렇게 많이? 게다가 첫날에는 그것보다 더 많이 올라온다는 건 또 무슨소리야?”
“아마 지금 2계층부터 8계층을 오르고 있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 등반자들도 분명 9계층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될 거예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나지막한 탄성을 터트렸고, 아브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나마 다행이라니?”
“아마 당신이 조율자를 죽이지 않았으면 아마 사태가 지금보다 심각해졌을 테니까요.”
“뭐? 그건 또 왜?”
“당신도 알고 있다시피 탑을 등반하다 실패한 이들은 육체를 잃고 이 탑 안에 있는 허수공간에 갇히게 돼요.”
“그건 알고 있어, 그런데 그게 왜?”
김현우가 묻자 아브는 기다릴 것 없다는 듯 마저 이야기했다.
“만약 당신이 조율자를 죽이지 않았으면, 아마 그는 조율자의 시체를 토대로 등반자들을 소생시켰을 거예요.”
“뭐? 그건 또 뭔 소리야?”
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입을 열자 아브는 곧 지하계층에 있던 조율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것을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원래 이 탑은 일정한 주기가 되면 등반에 실패했던 등반자들을 순차적으로 살린다…… 이 말이야?”
“네. 다시 탑을 오르게 하기 위해서요.”
“……도대체 왜?”
확실히 언젠가 한번 김현우는 ‘허수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분명 천마에게 듣기로 허수 공간은 탑의 외부에 있는 공간이라고 했고, 천마는 왜 여기에 있느냐는 김현우의 물음에 그저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을 했었다.
물론 그 뒤로는 천마와 수련을 하느라 허수공간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그냥 허수공간을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아브의 말을 듣고 보니 어째서 허수공간이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됐다.
다만-
‘도대체 왜 등반자들을 살리지?’
김현우는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등반자들을 살리는가?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
아니,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라면 등반자를 굳이 살릴 이유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5계층까지 올라가지 못했던 등반자를 다시 살려봤자 그것은 분명 똑같이 반복될 테니까.
물론 몇 번의 죽음 끝에 깨달음 같은 것을 얻어 조금 더 위의 계층으로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결국 어찌 보면 그것은 낭비였다.
이미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째서?’
그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하길 잠시, 그의 옆에 있던 아브는 입을 열었다.
“그가 등반자들을 살려서 다시 탑을 오르게 하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대충 짐작가는 게 있긴 하지만, 솔직히 그게 맞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브는 그렇게 자신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한동안 고민을 계속하던 김현우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털어버렸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요점은 내가 조율자를 미리 죽여 놔서 그나마 상황이 호전된 상태라 이거지?”
“맞아요.”
요점은 그것.
김현우가 조율자를 죽였기에 상태가 호전된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다만 호전된 상황이라도 해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후…….”
김현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해야 할 일을 간단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xxxx
꽝!
“크엑!”
꽈드드드드득!
“끄에에엑!”
뿌드드득!
“으아아아아악! 그만……그만해! 그만해! 으갸아아아악!!!”
의정부 미궁의 근처.
나무들이 뜯겨나가고 부서진 지반이 세차게 날리는 그 곳에서, 슈텐은 괴물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어떤 것으로 명칭을 생각해 보려고 해도 나오는 것은 오로지 두 글자.
‘괴물’이라는 단어뿐.
슈텐은 어느새 이를 악물고, 자신의 오른팔이 재생될 때까지 기다리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는 체구만으로는 자신의 절반도 못 오는 자그마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소녀.
허나 그 실상은-
“어서 재생해라.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끄으윽! 젠장…… 젠장!!”
-피도 눈물도 흐를 것 같지 않은 싸이코패스였다.
미령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슈텐의 몸이 재생하기를 기다렸고, 곧 그의 몸이 재생되자마자 곧바로 달려들었다.
슈텐의 눈으로는 쫓을 수도 없는 순간의 빠르기.
허나 슈텐도 이번만큼은 당하지 않겠다는 듯 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폭사하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와 함께 허공을 가르는 미령의 주먹.
그 찰나의 모습을 보며 슈텐은 그녀의 주먹을 피했다는 것에 미소를 지었으나-
“그래, 그렇게 한두 번은 피해야 재미가 있지.”
“!!”
-미령은 어느새 그의 앞에 있었다.
‘어떻게!?’
슈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아래를 노리고 있었다.
허나 단 한순간.
슈텐마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한순간에 이미 미령은 슈텐의 머리통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꽈드드득!
“끄게에에엑!”
머리통의 뼈가 통째로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슈텐의 입가에서 괴악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그의 몸이 주변의 나무와 지반을 갈아버리며 꼬꾸라진다.
우드득거리는 나무들이 머리통이 터져 날아간 슈텐의 몸 위로 쏟아져 내리고 그 모습을 보며 미령은 짧게 혀를 찼다.
‘……벌써 망가졌나.’
‘벌써’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이미 미령과 슈텐의 전투시간이 한 시간을 넘겼기에 올바르지 않은 단어였으나 미령은 개의치 않고 슈텐이 처박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이야, 이제 슬슬 술이 깼느냐.]그와 함께 들리는 괴력난신의 목소리에 미령은 팍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말 걸지 마라.’
차갑게 쏘아내는 그녀의 말.
허나 괴력난신은 계속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토라져 있는 것이냐?]‘……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냐?’
금방이라도 보이지 않는 괴력난신에게 이를 들어 낼 듯 으르렁 거리기까지 하는 미령의 모습.
괴력난신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아이야, 정말 아까도 그렇지만 솔직히 나는 지금 네가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더냐?]‘뭐? 좋아해야 하는 상황?’
미령이 인상을 찌푸리며 노기를 터트리려 했으나 괴력난신은 그런 미령이 말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래, 아이야 지금 너는 무척이나 좋아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 네 스승이 너를 신경 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뭐?’
미령은 곧 괴력난신의 이야기에 무슨 소리냐는 듯 의문을 던졌다.
[쯧쯧, 설마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냐?]‘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
[잘 보거라 아이야, 그 동안 네 스승은 네게 무관심했다. 그건 알고 있느냐?]‘……그건,’
미령은 자신의 스승을 생각해 보았다.
분명 다른 이들보다는 자신을 어느 정도 챙겨주기는 했으나 말 그대로 그건 챙겨주는 것이었을 뿐, 딱히 자신을 특별히 대우해 준다거나 한 건 없었다.
한마디로 스승과 제자의 사이라면 몰라도 다른 관계로 봤을 때 김현우는 미령에게 무관심 했다.
‘그렇긴 한데, 그게 지금 상황이랑 뭔 상관이란 말이지?’
[후. 이렇게나 무지할 줄이야…… 답답하구나.]그런 미령의 물음에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 괴력난신은 설명해 주었다.
[보거라, 너는 분명히 어필을 했다. 그게 조금 어색하기는 했어도 너는 확실히 네 스승에게 기본적인 어필은 했다 이 말이다.]‘……그러면 뭐하나? 스승님은 도망쳤는데.’
[하아, 아이야…… 도망쳤다는 게 중요한 거다.]‘그게 무슨 소리인가? 도망쳤다는 게 중요한 거라니.’
[아이야, 네 스승이 만약 이전처럼 너를 신경 쓰지 않았으면, 과연 네 스승은 도망쳤을까?]“……!”
괴력난신의 말에 미령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이제 이해한 것 같구나.]‘그……그렇다는 건.’
[그래, 비록 도망치기는 했으나, 네 스승은 지금 너를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너를 의식하고 있다 이 말이지!]“!!!!”
‘스승님이…… 나를 신경 쓰고 있어?’
괴력난신의 말에 굳어져 있던 미령의 얼굴이 빠르게 풀어지기 시작하고, 괴력난신은 이어서 말했다.
[그래! 그 돌부처 같은 스승은 너를 이성으로서 신경 쓰게 되었다 이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좋아해야 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그, 그건…… 확실히……!’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까지 끄덕거리며 턱을 만지작거리는 미령의 모습.
물론 괴력난신의 추측은 굉장히 편향적인 추측이었건만 미령은 그런 괴력난신의 생각에 이견을 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어느새 싱글벙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이 나를 의식한다……스승님이 나를 의식해……!’
콰가가각!
“죽어라!”
꽈드득!
미령이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을 하는 도중 나무에 처박혀 있던 슈텐이 재빠르게 기습을 감행했으나 미령의 얼굴은 슈텐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주먹만을 한 번 휘둘렀을 뿐.
허나 그 가벼운 한 번의 주먹질만으로도 슈텐의 머리통은 마치 폭죽터럼 터져나갔고-
“후후후…… 스승님이 나를…….”
-슈텐을 피를 뒤집어 쓴 미령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수련을 갔다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등반자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의정부로 찾아온 서울 길드의 길드장 김시현은 피를 뒤집어 쓴 채 웃고 있는 미령을 보며-
“……수련의 부작용으로 미친 건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