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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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사전 준비 (2)
책장과 책으로만 이루워져 있는 그 거대한 공간 안.
“[멈춰]”
그곳에서, 하나린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것처럼 하늘에 떠 있는 책들을-아니, 그 책들을 넘어 하늘에서 유형하고 있는 책장들을 바라봤다.
“…….”
책장과 책으로 이루어져 있는 그 넓은 공간은 무척이나 어질러지다 못해 난장판이라고 부르는게 나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었다.
하늘에는 떨어져 내리던 책장들이 그 법칙을 무시한 채 허공에 떠 있고, 그것은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접힌 채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 책부터 시작해.
책장이 펼쳐져 종이가 나풀거리는 책들.
그 이외에도 수많은 책들이 떨어지는 한순간을 유지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
하나린의 입에서 나온 ‘말’과 함께,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책장과 책들은 그 중력을 법칙을 역행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 모습은 중력의 법칙을 역행한다기보다, 시간을 역행하는 것과 같았다.
무거운 소음을 내며 떨어져 내린 책장들이 마치 자신의 자리를 찾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풀거리며 떨어지던 책들이 접혀지며 떨어져 내린 책상으로 돌아간다.
그와 함께 보이던 여러 가지 형태를 유지하던 책들도 조금 전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마치 시간을 역행하듯 접힌 상태로 돌아와 책장에 꽂힌다.
마치 하늘에 거대한 흡착기가 있듯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책장과 책들을 바라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탁-
“후-!”
하나린은 허공에 떠 있던 책이 마지막 책장의 빈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을 끝으로 진한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고-
[성공했군!]그녀가 의자에 주저앉자마자 언령의 서는 입을 열었다.
그는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하나린을 보며 감탄하듯 입을 열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벌써부터 4단계의 중반까지 올 수 있게 되다니!]언령의 서는 만약 인간의 모습으로 존재했다면 입가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을 거라 예상되는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며 하나린을 바라봤다.
‘역시 그녀는 적성이 높아……!’
물론 그녀가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왔을 때도 언령의 서는 그의 적성이 무척이나 높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다른 고서장들보다도 빠르게 언령을 배워나갔으니까.
‘이게 진짜 재능인가?’
언령의 서는 그동안 이 고서장의 주인이 되었던 이들을 떠올렸다.
사실 그들의 재능을 낮게 폄하할 수 없었다.
이 고서장의 주인이 된 이들은 적어도 그 시대에는 하나같이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었으니까.
그들 중에서는 어느 마탑주의 주인도 있었고, 세기의 발명을 한 발명가도 있었으며, 또 그 누구 중에서는 위대한 왕국의 왕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고의 주인 중에서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초월한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인간을 초월한 ‘초월자’부터 시작해 거의 영겁의 세월을 살아 갈 수 있다는 ‘드래곤’까지, 서고장의 주인이 된 이들은 하나같이 그 재능이나 능력이 특출난 이들이었다.
허나, 그렇게 역사속이나 인간의 역사 정도는 우습게 볼 수 있는 그들이라고 해도, 언령을 이렇게 빠르게 배우지는 못했다.
1단계와 2단계까지는 그녀와 비슷하게 배우는 이들이 많았다.
당장 그녀 전에 멋대로 자신을 이용한 녀석도 2단계의 근처까지는 다가갔었고, 드래곤이나 초월자들, 그리고 어느 일국의 황제도 2단계까지는 빠른 진척을 보였다.
허나 3단계부터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간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언령을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법진으로 하여금 만들어줘도 대부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오히려 드래곤 같은 경우는 그 특유의 느긋함으로 1000년이 걸린 적도 있었다.
허나 그녀는 어떤가?
그녀가 언령을 배우는 데 걸린 시간은 길기는 했으나 그들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물론 4단계에 와서는 상당히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것도 잠시-
‘공간 장악을 이렇게 빨리 습득할 줄이야.’
그녀는 공간 장악을 무척이나 빨리 습득했다.
드래곤도 거의 몇천 년의 시간을 투자해서야 겨우겨우 얻을 수 있었던 것을, 그녀는 아직 절반이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습득했다.
‘물론 이다음부터도 계속해서 그 난이도가 어려워지긴 하지만-‘
언령의 서는 이상하게도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린이 보여주는 그 재능과 잠재력은 엄청났으니까.
그렇게 언령의 서가 하나린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하나린은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언령의 서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제 이다음을 배우면 되는 거야?”
[맞다. 하지만 이다음을 배우는 건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배우도록 하지.]“그건 또 왜?”
하나린의 물음에 언령의 서는 생각을 전부 정리한 듯 뜸을 들이지 않고 이야기 했다.
[지금 네게는 휴식이 필요하다.]“……휴식?”
[그래, 지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너는 실질적으로 이 공간 안에 꽤 오랜 시간동안 있었다.]“……그게 문제가 돼?”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공간 장악’보다 훨씬 더 어려운 수련을 해야 할 테니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라 이거다. 거기에 덤으로 준비할 것도 있으니까.]“준비할 것?”
[그래, ‘공간 제압’이후의 언령을 수련하려면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언령의 서의 말에 그녀는 한동안 언령의 서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았어.”
[그럼 밖으로 내보내 주도록 하지.]하나린의 대답에 언령의 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인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하나린의 앞에 푸르게 빛나는 차원문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 파란색의 차원문을 보며 하나린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겨 문 안으로 들어갔고, 곧, 하나린은 자신이 언령의 서가 만들어 둔 공간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인 멕시코시티의 빌라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뭐야?”
그 공간에서 돌아오자마자 하나린은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수천 마리의 박쥐들을 볼 수 있었다.
구름을 먹어치우고, 멕시코시티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창문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굉장히 많은 수의 박쥐.
하나린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수많은 박쥐들이 이 도시에 몰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창문 쪽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보인 모습-
“……이건 또 뭐야?”
하나린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린이 내려다본 모습은 그녀가 지시를 내린 건물들이 아닌 그저 시커먼 박쥐떼들이 보일 뿐이었으니까.
“…….”
하나린은 신상을 찌푸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보이는 것은 박쥐 떼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다른 곳에는 아마 지금 만들어져 있는 박쥐 떼를 사냥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헌터들이 도시 내에 있었다.
……물론 박쥐의 숫자에 비해 헌터들의 숫자는 너무나도 적어서 저게 도움이 될까 하는 수준이었지만.
하나린은 멕시코시티 주변을 완전히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박쥐들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딱히 무서워 놀라워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한편의 귀찮음이 서려 있을 뿐.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날아다니던 박쥐들은 이내 하나린을 눈치챘는지 빌딩의 옥상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한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도 아니다.
백 마리도 아니고, 천 마리도 아니다.
척 보기만 해도 수천, 어쩌면 일만을 넘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흑룡이라도 된 것처럼 뭉쳐서 하나린에게 돌진하는 박쥐들의 모습.
허나 박쥐들이 점점 자신에게 가까워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먼저 공격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고, 어딘가를 향해 도망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달려드는 수만 마리의 박쥐들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박쥐들이 하나린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
드디어 하나린은 행동을 취했다.
허나 그 행동이라는 것은 딱히 방어의 자세나 공격의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모두-]”
-말했을 뿐이었다.
“[-찌부러져서 죽어.]”
그녀는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중얼거린 것뿐이었다.
그 어떤 행동울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뱉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뿌직!
그것은 단 한 마리의 박쥐에게서부터 시작했다.
하나린에게로 제일 먼저 날아들기 시작한 박쥐.
그 박쥐는 하나린의 눈앞에 도달함과 동시에 말 그대로 찌부러졌다.
유리에 처박혀서 찌부러진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박쥐는 찌부러졌다.
그 피박이 사정없이 우그러지고, 흡혈을 하기 위해 날카롭게 자라 있던 이빨이 사정없이 깨지며 그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가죽이 찌부러져 내장을 찌부러트리고, 찌부러트린 내장에서 붉은색의 피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한 마리의 박쥐를 기점으로, 다른 박쥐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두 마리,
네 마리,
여덟 마리.
열여섯 마리,
마치 감염이 되듯 박쥐들은 거대한 물결을 타고 찌부러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마치 흑룡과도 같던 박쥐떼는-뿌드드드득!!!
-적룡이 되었다.
xxxx
넓은 초원과 동시에 푸른 하늘이 퍼져 있는 ‘공간’
“후…….”
그 풍경을 잠시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조금 전 자신이 그린 거대한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서서 들어가면 50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마법진.
“제대로 그린 것 맞지?”
[적어도 지금 내가 보기에 이상한 점은 없어 보이는군.]술법진을 보던 김현우가 묻자 청룡은 그렇게 대답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 설령 네가 잘못 그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왜?”
[애초에 이 시공진은 잘못 그리면 이상하게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술법진 자체가 기동을 하지 않으니까.]“……그러니까 사고가 날 일은 없다는 거네?”
[그렇지.]청룡의 대답에 김현우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술법진을 바라봤다.
넓은 초원에 딱 보기에도 복잡한 술법진을 바라본 김현우는 곧 아까 시공진을 그릴 때 청룡에게 물어보았던 것을 확인할 겸 입을 열었다.
“이곳에 들어가서 제대로 시공진이 발동하기만 하면, 내 정신이 두 개로 나뉘는 거야?”
[그렇다. 시공진에 들어간 직후 네 정신은 술법에 따라 두 개로 나누어질 거고, 나누어진 정신은-]“……각각 청룡의 업이랑 제천대성의 업을 수련한다?”
[그래. 솔직히 한두 달 정도로는 조금 부족하긴 하다만, 업(業)을 쌓는 행위는 마구잡이로 달라붙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하니.]-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군.
[거기에다 덤으로.]“?”
[아마 시공진 안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어느 정도?”
[그래, 확실히 어디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우선 늘리는 것 자체는 가능할 거다.]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곧바로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