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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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청룡의 제자와 제천대성의 제자 (2)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그곳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문을 바라보고 있던 청룡은 이내 자신의 도력을 움직였다.
분명 예전의 청룡의 모습이 아닌, 마치 데포르메를 거친 듯 작게 변해 있는 청룡이었으나 그는 상당한 양의 도력을 자신의 몸에서 뽑아냈고.
“……이 정도인가?”
“뭘 하고 있는데?”
제천대성이 궁금한 듯 묻자 청룡은 대답했다
“이 시공진의 시간을 조정했다.”
“……시공진의 시간?”
“그래.”
“뭐, 아까도 된다는 소리를 듣기는 한 것 같은데, 네 마음대로 시간 설정을 할 수는 없다며?”
그의 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시공진 내의 시간은 마음대로 설정하는 건 가능하다.”
다만-
“내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이곳이 시공진으로 만들어진 곳이긴 하나, 그 근원은 김현우의 의식을 일부 연결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게 상관이 있어?”
제천대성의 물음에 청룡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내가 김현우의 정신을 무시하고 시공진의 시간의 흐름을 극한으로 늘려버리면 아마 김현우의 정신은 붕괴할 거다.”
청룡의 말에 제천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김현우의 정신 상태에 따라서 이 시공진 내의 시간도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네?”
“맞다.”
“그럼 지금 당장은 어떻게 조정해 놨는데?”
“비율로 따지면 1:10 정도일 것 같군.”
“1:10 라는 건, 하루에 10일이라는 소리지?”
“정답이다.”
“……그 이상 늘리는 건 불가능?”
“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말했고 전에도 말했다만 이 수련은 최대한의 효율을 가질 수는 있어도 그 리스크가 상당히 큰 수련법이다. 솔직히 여기서 늘리려면 더 늘릴 수는 있겠지만.”
“굳이 이 이상 리스크를 늘릴 필요는 없다 이거지?”
청룡은 고개를 끄덕였고 제천대성은 그런 청룡의 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야.”
“?”
“괜찮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의 시간으로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제천대성의 은근한 걱정.
그것은 분명 타당한 걱정이었다.
청룡의 업과 제천대성의 업은 절대 가볍지 않은 업이었다.
청룡의 경우는 거의 만 단위에 가까운 생활을 수련해 그 자리에 오른 것이었고, 그것은 제천대성의 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김현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분명 상당했으나 청룡의 업이나 제천대성의 업을 배우기에는 지극히 촉박한 시간이었다.
“…….”
그런 제천대성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는 청룡.
그러나 이내 청룡은 입을 열었다.
“뭐, 괜찮을 거다.”
“……뭘 근거로?”
“김현우는 우리와 시작점이 다르니까.”
“시작점이 다르다고?”
“그래, 물론 김현우가 우리의 업을 미리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만, 이미 그는 처음부터 업을 쌓았을 때의 미숙한 우리보다는 어느 정도 다른 경험이 있지 않나?”
“……그건 확실히 그렇지?”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의 업(業)은 과정도 과정이긴 하지만 결국 만들어지는 업은 결과로 인해 만들어지지.”
“……한 마디로, 이미 김현우는 경험이 있으니 미숙했던 우리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 이거야?”
제천대성의 말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과정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보니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업의 질에 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이 수련은 완전히 성공한 거라고 볼 수 있지.”
청룡의 말에 제천대성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xxxx
끼릭- 끼리릭- 끼릭- 끼릭-
“더럽게도 많네.”
김현우는 짧은 감상을 남기며 자신의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봤다.
도력을 이용해 심연을 볼 수 있게 된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괴물들이었다.
기본적으로 회색빛의 피부를 취하고 있는 괴물들은 다들 제각각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또 어떤 것은 동물의 형태를.
그것도 아니면 김현우가 보던 몬스터의 그것과 같은 형태를 취한 것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곤충의 형태를 취한 것도 있었다.
허나 그런 여러 가지의 특성 중에서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회색빛의 피부였다.
그것도 그냥 피부가 아닌-
끼리리릭-!
“쯧.”
마치 녹아 흘러내린 것 같이 흉하게 변해 있는 회색빛 피부.
김현우는 그들을 바라보다 자신의 몸에 들러붙어 있는 회색빛의 체액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눈이 보이지 않을 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빠르게 안정되는 심신.
그 상태에서 김현우는 곧바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깨달았다기보다는.
‘우선 이 새끼들부터 깔끔하게 정리하자.’
-결정했다.
우선은 자신의 앞에 더러운 면상을 내밀고 있는 망자들을 제일 먼저 정리하는 쪽으로.
팟-!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행동을 재빠르게 이뤄졌다.
콰직!
“크엑!”
김현우의 신형이 한순간 바로 앞에 있던 인간형 망자의 앞에 나타나고, 그가 주먹을 휘두름에 따라 망자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깔끔한 한 방.
마치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되는 양, 망자들은 그 행위를 인지함과 동시에 김현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물량.
숫자의 폭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김현우에게로 밀고 들어오는 망자들은 얼핏 보면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나.
-피식!
김현우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향해 도약했다.
순식간에 허공에 체공하는 김현우의 몸과 빈 땅을 향해 달려드는 망자들.
자신의 마력을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우의 입가에는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가 상대하고 있는 망자들은 약했으니까.
당장 도력을 이용해 앞을 보지 못할 때만 하더라도 김현우는 보이지 않는 앞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하지 못해 허투루 움직일 수 없었으나 지금은 그 상황이 달랐다.
김현우는 이미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것들의 전투력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더라도-콰지지직!
“끄에에엑!”
-김현우는 애초에 튜토리얼 탑에서 12년간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몬스터를 때려잡은 전적이 있었다.
콰드드득!
허공에 체공한 그 짧은 시간에 자세를 바꾼 김현우는 그대로 망자들이 몰려 있는 곳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쾅!
도저히 인간이 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거대한 소리가 어두운 심연을 가득 채우고, 그와 동시에 망자들의 신형이 폭죽처럼 하늘을 향해 터져 나간다.
동시에 터져 나가는 지반.
그에 따라 달려오던 망자들의 자세가 무너지고, 김현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쾅!
김현우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나며 망자들을 처리한다.
어떤 때는 하늘에 나타나 허공에 떠 있는 망자를 차 날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지상에 나타나 몰려 있는 망자들을 일격에 분쇄하기도 한다.
신출귀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김현우의 모습.
게다가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흡!”
꽈아아앙!
김현우의 공격은, 다수의 망자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이제는 숨 쉬는 것처럼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김현우라고 하더라도, 그가 탑에서 쌓아왔던 기술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후우……!”
패왕경-!
-김현우의 기술은 탑에 있을 때보다 더더욱 위력적이게 진화했다.
콰아아아아아아!!
자세를 잡은 김현우의 몸에서 보인 한순간의 절제된 움직임이, 그의 앞에 있는 망자들을 통째로 쓸어버린다.
마치 거대한 미사일이라도 맞은 것처럼 풍비박산이 나는 망자들.
한 번의 공격으로 심연의 대지를 일순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기술이 연달아 망자들을 청소한다.
콰드드득!
절대다수.
숫자의 폭력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힘의 격차.
허나 그럼에도 망자들은 끊임없이 김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들고,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지상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김현우의 신체가 노출되는 곳이라면 망자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끝나지 않은 전투.
그에 따라 시간은 흐른다.
흐르고,
흐르고,
흐른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김현우가 주먹을 휘둘러 망자들을 찢어죽일 때도 마찬가지고.
망자들이 김현우에게 달려들 때도 마찬가지.
그리고-
콰직!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투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그 끝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끝에 다다른 쪽은 어느 쪽인가?
“……후.”
“그에에에-!”
그것은 바로 망자들 쪽이었다.
시간의 흐르고 김현우가 끊임없는 전투를 지속함에 따라 망자들의 숫자는 자신들이 유한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점점 줄어갔다.
김현우에게 달라붙던 망자들이 심연 속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고,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 있던 심연의 지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확실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망자들.
물론 줄어드는 망자에 비해 김현우의 표정은 평범했지만.
‘……이제 슬슬 끝인가.’
김현우는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도력을 느끼며 내심 혀를 찼다.
물론 그의 몸속에 있던 도력은 청룡의 업을 불러올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양이었고.
그런 적은 도력을 지금까지 유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것이었으나 김현우는 그것이 내심 아쉬웠다.
‘도력(道力)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허나 아쉬움도 잠시, 김현우는 서서히 끝을 드러내고 있는 도력을 느끼며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도력이 완전히 떨어져서 망자들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면 귀찮아지는 것은 김현우 자신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전보다 빠르게 그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
팟!
김현우의 몸이 순식간에 쏘아져 나가 망자들을 처리한다.
이제 남아 있는 망자는 얼핏 확인해 봤을 때 일백 정도.
꽈드드득! 콰득!
한 번을 움직일 때마다 한 명씩.
김현우는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에도 최대한 조급해하지 않고 망자들을 처리한다.
그리고,
“끄에에에에엑!”
김현우는 자신의 눈이 완전히 어둠에 물들기 직전, 자신을 향해 괴성을 지르는 망자의 모습을 보았고, 김현우는 곧 자신을 향해 괴성을 질러대던 망자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콰득! 파악!
그와 함께 김현우의 눈에 찾아온 암전.
그러나- 암전이 찾아옴과 동시에-
“후…….”
김현우는 연옥에 있던 망자들을 모두 처리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
-김현우는 자신의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밝아지기 시작하는 시야.
어두운 심연 속에서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상황을 경험한 김현우는 곧 얼마 있지 않아 시야를 회복할 수 있었고.
김현우는 어느새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새하얀 공간을 볼 수 있었다.
그 어느 곳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새하얀 공간.
“…….”
김현우는 그곳이 자신이 처음 서 있었던 시공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축하한다. 꽤나 빠르게 망자 소탕의 업(業)을 얻었군.”
-김현우는 곧 자신의 뒤에 떠 있는 청룡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