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7
217
217. 청룡의 제자와 제천대성의 제자 (3)
“망자 소탕의 업(業)이라고? 청룡의 업(業)이 아니라?”
김현우와 청룡을 제외하면 동양풍의 문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인 시공진 안에서 김현우는 조금 전 청룡이 했던 말을 되물었고.
“그래, 조금 전에 네가 얻은 업은 망자 소탕의 업이다.”
“아니, 왜 갑자기 청룡의 업이 아니라 망자 소탕의 업을 얻게 하는데?”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따지자 청룡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망자 소탕의 업’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청룡의 업’과 똑같은 거니까.”
“뭐?”
“김현우, 너는 업(業)이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냐고?”
김현우의 되물음에 청룡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별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말 그대로 위대한 업적이나 이야기, 그런 거 아니야?”
“정답이다.”
“……그런데 그걸 갑자기 왜…… 아.”
김현우가 입을 열다말고 그제야 알았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청룡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내 ‘청룡의 업(業)’은 하나의 업이지만, 하나의 업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내 업은 수많은 수십, 수백의 업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업(業)이지.”
“그럼 내가 했던 ‘망자 소탕의 업은-”
“청룡의 업을 구성하는 수많은 업들 중에서도 제일 기초가 되는 업이라고 할 수 있지.”
그의 말에 김현우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청룡은 이내 김현우에게 시공진을 조정한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 시공진에서의 십 일은 밖에서 하루라는 소리지?”
“그렇다.”
“……조금 더 못 늘려?”
제천대성과 똑같은 물음을 던지는 김현우를 보며 청룡은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원숭이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군.”
청룡은 그렇게 대답하며 김현우에게 이 이상 시간을 조정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고.
거기에 더불어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김현우에게 조금 전 제천대성에게 말했던 내용을 다시금 설명해 주었다.
“이해했나?”
“대충은 이해했어.”
청룡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곤 곧 시선을 청룡의 주변으로 돌리더니 물었다.
“그런데, 제천대성은 어디 간 거야?”
“그 녀석이라면 지금 또 다른 네가 있는 곳에 있을 거다.”
“또 다른 나라면…… 제천대성의 업(業)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를 말하는 거지?”
“그래.”
“……그럼 이 공간은 아까 있던 그 공간이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은 시공진의 공간이 맞기는 하다만 아까 네가 있던 공간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종의 휴식 공간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면 된다.”
“……휴식 공간?”
“그래, 지금 너는 청룡의 업(業)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내 청룡의 업은 수많은 업이 모여 만들어진 업이다. 한마디로 네가 얻어야 하는 업의 개수가 상당히 많다는 소리지.”
“그럼 여기는…….”
“네가 아무리 대단하고 정신이 강하다고 해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업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만든 공간이다.”
-이다음 업부터 너는 24시간마다 한 번씩 이곳에 나와 휴식을 취하면 된다.
“24시간에 한 번씩? 휴식시간은 어느 정도나 되는데?”
“그건 네 마음대로 하면 된다. 하루를 쉬고 싶으면 하루를 꼬박 쉬어도 되고, 반대로 곧바로 들어가고 싶다면 다시 들어가도 좋다.”
“언제 들어가든 내 마음이라는 거네?”
“그렇다.”
청룡의 긍정에 잠시 생각하던 김현우는 물었다.
“그럼 저쪽의 나도 이렇게 업을 수련하고 있는 거야?”
“그건 모르겠군, 뭐, 물어볼 수야 있겠다만 애초에 제천대성의 업은 내 업과는 기본적으로 좀 다른 업이다보니 아마 지금 네가 수행하는 방식과는 좀 다를 것 같군.”
“그래……?”
“그게 궁금하나?”
“아니, 그게 궁금하다기보다는 저쪽의 내가 잘하고 있는지가 좀 궁금하긴 한데.”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하던 김현우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니 뭐, 딱히 물어볼 정도는 아닌 것 같네.”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자신이 걱정된다고 해도 결국 저쪽에 있는 녀석은 또 다른 ‘나’라는 것을 김현우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으므로 이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짧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서, 이다음 업은 뭔데?”
그의 물음에 청룡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고행(苦行)의 업(業)이다.”
“……고행의 업?”
“그래, 그리고 이제부터 네가 얻어야 하는 이 고행의 업은, 내 업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봐도 좋다.”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물음을 던졌다.
“또 이번처럼 싸움질하는 거야?”
김현우의 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말했듯이 망자 소탕의 업은 내 업을 시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초석이라 행한 것뿐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은 싸움이 아니다.]“그럼?”
“수행.”
“……수행 이라고?”
“그래, 너는 지금부터 내 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행(苦行)의 업(業)을 수행해야 한다.”
“그건 또 어떻게 얻어야 하는 건데?”
“간단하다, ‘깨달음’을 얻기만 하면 되지.”
“뭐?”
“말 그대로다. 너는 이제부터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
“……깨달음을 얻는다……?”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물었다.
“뭐,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도사나 신선들이 얻는 그런 걸 말하는 거야?”
“무협지, 라는 말은 잘 모르겠다만, 도사나 신선이 얻는 깨달음과 그 유사성이 있기는 하지.”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그의 이야기를 점검하듯 가만히 턱을 괴고는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다음부터는 이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해야 한다 이거지?”
“그렇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으면 고행의 업을 얻을 수 있는 거고?”
“맞다. 내가 ‘너와 나의 차이’에 대해 말했듯, 네가 나와 같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네가 ‘결과’에 도달한다면 고행의 업(業)은 끝이 난다. 사실 이론상이면 당장 지금이라도 깨달음을 얻는다면 고행의 업을 끝낼 수 있다만,”
-너도 알다시피 그건 불가능에 가깝지.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플 것 같네.”
이내 자신이 말한 것처럼 골치가 아플 것 같다는 듯 두 눈가를 눌렀다.
지금 청룡이 그에게 말해준 고행의 업.
그것은 이론상으로 보면 단기간에도 클리어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봤을 때는 이미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는 업과는 그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시험문제로 따지면 객관식과 주관식의 차이일까?
객관식은 이미 답이 준비된 상태다.
허나 주관식은?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객관식은 찍은 다음에 틀리면 재도전을 했을 때 정답과 맞출 확률이 올라가기라도 하지, 주관식은 자신이 고심 끝에 답을 적어 넣어도 그것이 틀리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게다가 머리를 쓰는 것을 싫어하는 김현우에게 있어서 ‘깨달음’이라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것이었기에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으나-
‘어쩔 수 없지.’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더 물러날 곳은 없었다.
그는 당장 한 달 뒤에 몰려오는 정복자들을 막아야 했고, 그러려면 자신 이외에도 업을 사용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동료가.
그렇기에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혹시 깨달음에 힌트 같은 건 있어?”
“힌트 말인가?”
“그래, 힌트.”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말해줄 힌트는 없군. 자네도 알다시피 깨달음이라는 것은 스스로 얻는 것이 중요하니까. 뭐-”
-그래도
“때가 오면 한 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군.”
“……그래 뭐.”
김현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청룡의 말을 넘겼고, 곧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럼, 다음 업을 수행하려면 바로 이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야?”
[네가 휴식을 전부 취했다고 생각한다면 저 문을 향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청룡이 슬쩍 고갯짓을 하며 문을 가리키자 김현우는 동양풍의 문을 한번 바라보고는,
“뭐, 그럼. 기다릴 필요는 없네.”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xxxx
뉴욕 멘헤튼.
S등급 세계 랭킹 21위 크리스 톤은 자신의 무기를 꾹 쥐며 오니시스 호수 쪽으로부터 걸음을 옮기고 있는 인간형 재앙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것은 말이 인간형 재앙이지 실질적으로는 이미 인간은 한참 전에 벗어난 괴물이었다.
기본적으로 그 체구는 평범한 인간의 몇 배는 되는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그의 입가는 기괴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상어이빨.
톤은 그 날카로운 상어이빨 사이에 끼어 있는 붉은 피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칼리와 숀이 저 이빨에…….’
S등급 세계 랭킹 28위 빅텀 숀.
S등급 세계 랭킹 41위 이터널 칼리.
크리스는 조금 전만해도 자신과 농담 따먹기를 하며 재앙을 막을 준비를 하던 그들을 떠올리며 마른 입가를 억지로 축였다.
‘도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이미 2차례나 올라온 재앙을 막을 수 있었기에 상당히 여유로워진 것이 여유였을까?
크리스는 조금 전, 아니- 조금 전이라고 하기도 무색한 몇 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몇 분 전, 칼리와 숀, 그리고 자신은 2차례나 연속으로 재앙을 막는 데 성공해 상당히 풀어져 있었고, 결국 그것이 화근이었다.
저번에 올라왔던 재앙처럼 느긋하겠지, 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던 칼리는 미궁에서 빠져나온 재앙에게 제대로 된 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고.
그것은 숀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쓸 틈도 없이, 그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입에 썰려 나간 칼리와 숀.
순식간에 전력의 60%가 당했기에 그들의 옆에 붙어 있던 보조헌터들은 속수무책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킥킥킥킥- 이정도면 낙승이로군. 낙승이야!”
크리스는 무기를 들고 있는 자신 앞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광폭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재앙을 보며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고 이내-
“그럼 이제 편하게 만찬을 즐겨보실까?”
그는 본능적으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을 도와줄 이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시작했으나,
‘……없어.’
지금 당장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당장 강한 재앙을 처리하러 다니는 그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고, 적어도 이 근처에는 자신과 같은 랭커급의 헌터가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딱-딱-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앞에서 들려오는 재앙의 목소리에 체념한 표정을 짓고는 두 눈을 꾹 감았고.
곧이어 딱딱거리는 재앙의 이빨 소리와 함께 그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그의 앞으로 다가 올 때쯤.
“꺼져라.”
“!”
-그 목소리는,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