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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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청룡의 제자와 제천대성의 제자 (4)크리스의 머리로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으니까.
크리스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 전에 그 일련의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던 재앙(災殃)이 비명을 지르며 잘린 오른팔을 부여잡고, 그 기이하게 큰 이빨을 몇 번이고 딱딱거린다.
깡! 깡!
마치 강철이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에 크리스의 정신이 한순간에 돌아온다.
허나 그럼에도 크리스는 그 재앙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멍하니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미궁에서 올라온 재앙.
그는 올라오자마자 s등급 세계랭킹 중에서도 상위 등급에 위치하고 있는 두 명의 랭커와 다른 보조헌터들을 무참하게 죽여 버린 괴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괴물이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한 채,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
그 상황에 대한 괴리.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던 재앙의 몸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치명상을 입은 그 상황에 크리스는 괴리를 느꼈고.
“끄으으으윽!!”
등반자가 자신의 비명을 꾹 참고 어딘가를 노려볼 정도가 되자, 크리스는 고개를 돌려 등반자의 몸에 치명상을 입힌 장본인을 볼 수 있었다.
“…….”
그의 모습은 크리스에게는 어째서인지 굉장히 익숙했다.
분명 어디서 많이 봤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모습.
그가 봤던 수많은 사람들 중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니냐? 라는 질문을 던지기에도,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굉장히 특이했다.
우선 머리부터가 그러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말총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였다.
또한 그가 입고 있는 옷도 지금 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양풍의 무의였다.
혹시 미궁에서 나오는 아티팩트나 사람들이 만든 아이템의 종류일까? 라는 생각을 찰나 해보기는 했으나 저런 동양풍의 옷이나 갑주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정체조차 제대로 모르는 그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이내 재앙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개자식! 죽고 싶은 거냐!?”
카챵! 캉!
재앙은 자신의 잘린 오른 팔을 부여잡은 채 핏발이 선 눈으로 그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물어 죽이겠다는 듯 날카로운 이빨을 계속해서 부딪치고 있는 재앙.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같잖지도 않군.”
“뭣?”
“머저리.”
“!!”
-무엇인가를 했다.
그래, 무엇인가를 했다.
그는 분명 자신의 오른손에 들고 있는 칼에 자신의 왼손을 가져다댔고, 그와 함께 무엇인가가 일어났다.
허나, 일어난 그 일련의 과정을, 크리스는 볼 수 없었다.
그래, 볼 수 없었다.
그 과정을.
허나-
“끄게에에에엑!”
-그 결과는 확인 할 수 있었다.
크리스는 다시 시선을 돌려 비명을 지르는 재앙을 바라봤고, 곧 그의 왼팔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잘려 있는 것은 양 다리.
왼팔을 잘렸던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기동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재앙의 모습에 크리스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그와 함께 재앙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냐! 대체 뭐냔 말이다! 뭐냐고! 뭐!!!”
고통에 정신이 마비된 듯 여유로운 아까 전과 다르게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재앙.
그런 하울링에 크리스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분명 양팔과 양 다리가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재앙의 하울링은 크리스의 무엇인가를 자극하고 그를 움츠리게 했다.
그러나 그런 하울링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그저 묵묵히 비명을 지르고 있는 재앙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고.
마침내 재앙이 하울링을 멈췄을 때.
“내가 뭐냐고?”
그는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물음에 재앙이 대답하려는 찰나-촤아아악!
남자는 그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 있는 머리통이 한순간 하늘을 날고, 재앙의 눈이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듯 휘둥그레 떠져 있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본좌는-”
그 검은 무의를 입은 남자는-
“천마(天魔)다.”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렇게 천마가 뉴욕에 등장한 등반자를 잡아 죽였을 때, 두 개의 문밖에 없는 새하얀 공간 안에서는-
“이제 99일인가.”
“나름 시간이 흐르기는 했는데, 그쪽은 어떻지?”
-청룡과 제천대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이쪽은 시작부터 막힘없이 올라가는 중이야, 벌써 만악산(萬惡山)의 초입까지 올랐지.”
“나쁘지 않군.”
“그쪽은?”
“이쪽도 첫 시작은 무난하게 끊었다, 다만 문제는 지금부터지.”
청룡의 말에 그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고, 그와 함께 찾아온 잠깐의 침묵 뒤에-
“그러고 보면 호랑이는 왜 김현우의 청을 거절한 거지?”
“……응? 아, 저번 말이야?”
“그래 김현우가 그냥 수련하러 가기에는 걱정이 된다면서 이산대성을 영입하러 가지 않았나.”
김현우가 시공진에 들어와 수련을 시작하기 전.
그는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김현우가 미리 정해놓은 4명과 함께 9계층으로 몰려드는 등반자를 막아줄 이를 찾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 찾아갔던 사람이 바로 제천대성과 같은 칠대성에 있는 이들 중 한명인 이산대성이었다.
청룡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모르겠는데? 내가 형님 마음을 알 리가 있나.”
“……정말?”
“그럼 거짓으로 말하겠나? 애초에 그 형은 같이 지냈을 때도 속을 알 수 없었다고……뭐, 굳이 김현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추론해 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다만.”
제천대성은 그렇게 말하며 으음, 하는 침음성을 흘리더니 대답했다.
“아마 형님이 김현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꽤 높은 확률로 귀찮아서일 거다.”
“……뭐?”
청룡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묻자 제천대성은 말했다.
“귀찮아서 라니까?”
“진짜로……?”
“아마도, 애초에 그 형님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아닌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귀찮아하거든. 뭐-”
-김현우가 제대로 설득을 못 한 탓도 있었겠지만.
제천대성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고, 청룡은 그런 제천대성을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말했다.
“뭐, 사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 인간……그러니까 뭐라고 했더라? 천마(天魔)라고 했든가?”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네.”
“그자도 딱히 그리 나빠 보이는 것 아니었지만.”
청룡의 말에 제천대성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고작 인간의 몸으로 시스템의 도움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무력만을 수련해 거기까지 경지를 올린 녀석은 몇 없긴 하지.”
“아마 그가 탑에 오르지 않고 계속 수련을 했다면 우화등선(羽化登仙)을 엿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동감.”
제천대성은 청룡의 말에 짧게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침묵이 자리했을 때,
“그래서, 지금부터 문제라는 건 뭐야?”
제천대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했던 말을 말하는 건가?”
“그래, 그쪽. 지금 이쪽은 나름대로 잘 풀어나가고 있거든.”
제천대성이 슬쩍 시선을 돌려 가죽을 덧댄 문을 가리키자 청룡은 흠, 하는 짧은 신음을 흘리는 듯하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뭐, 말 그대로 이쪽의 김현우는 지금부터가 진짜다.”
“지금부터?”
제천대성의 되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망자 소탕의 업 이후부터 내 업은 네 업과 다르게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종류의 것이니까 말이야. 깨달음을 얼마나 빨리 얻는지는-”
청룡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묵묵한 눈동자로 굳게 닫혀있는 동양풍의 문을 바라봤다.
“-그 녀석의 몫이지.”
xxxx
시리도록 차가운 설산.
세찬 눈보라 덕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 캄캄한 설산의 한운데에 김현우는 있었다.
마치 도인처럼 양반다리를 한 채 무엇인가에 집중한 듯 눈을 감고 있는 김현우.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그의 몸 주변으로 새하얀 눈을 쌓아 올리고 있었으나,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 눈이 쌓이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자신의 몸 내부를 관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도력(道力)을 쌓는 속도가 빠르다.’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 쌓이고 있는 도력을 느끼며 차근차근 도력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맨 처음, 김현우가 연옥을 클리어 하고 고행의 업을 쌓을 수 있는 초석을 다진 뒤부터 김현우가 시공진을 넘어 도착 할 수 있던 곳은 바로 설산이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정도로 차가운 설산.
그저 몇 초 정도 가만히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몸에 동상이 올 정도로 시린 냉기가 몰아붙는 그곳에서, 김현우는 자신 나름대로 하나의 목적성을 두고 수련을 시작했다.
물론 김현우가 설정한 목적이 정말 고행의 업을 끝낼 수 있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나, 김현우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깨달음’은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였고, 청룡에게 혹여나 힌트를 얻어보려 했으나 그것도 불가능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가 처음으로 행한 방법은 바로 청룡의 힘이 근원이 되는 도력(道力)을 쌓는 것이었다.
청룡(靑龍)의 모든 힘의 원류는 도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 시린 설산에서 도력을 쌓기 시작했고.
수행을 시작하자 도력은 그의 생각보다도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청룡과 함께 수행을 쌓을 때는 드럽게도 오르지 않았던 도력이 이 설산에서는 무척이나 빠르게 모였고, 그것은 시공진을 빠져나올 때마다 가속화되었다.
그저 정신을 옮겨 수련을 한 것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도력은 허수 공간에 있는 그의 몸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 그는 예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력(道力)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력을 쌓고 있는 그가 지금 시도하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파직!
-이렇게 쌓은 도력에 청룡과 같은 뇌(雷)의 성질을 집어넣는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잡은 목표는 바로 최대한 청룡과 비슷해지도록 스스로를 수련시키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이것이 정답일지는 김현우 본인도 몰랐으나, 지금 당장 김현우의 머리로 생각해 봤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었다.
애초에 ‘깨달음’과 같이 진부한 것을 철학적으로 파고 들 정도로 김현우는 똑똑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가장 심플하면서도, 가장 청룡에 가까월 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 김현우가 시도하고 있는 것도 실제로 청룡이 이런 식으로 수련을 했는지는 몰랐다.
허나 청룡이 말했듯이 이 고행의 업(業)에서는 결국 도달하는 결과만 똑같으면 된다고 들었기에, 김현우는 자신의 생각대로 청룡과 최대한 비슷해지기 위해 수행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수행을 지속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파직!
김현우의 몸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푸른 전류가 파직거렸다.
마력이라고는 한 줌도 없어서 뇌령신공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몸에 순간 나타난 푸른 색의 전류.
허나 그 전류는 한 찰나의 순간만 나타났을 뿐 이내 사라져버렸고. 이내 또다시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흘러감에 따라.
파직-!
김현우의 몸에 또 한번, 푸른 전류가 튀어올랐다.
물론 그 순간은 이번에도 찰나였지만 김현우의 몸을 가로질렀던 그것은 분명히 전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파직……! 파지지직!
김현우의 주변에, 서서히 푸른색의 번개가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김현우는 눈을 감은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몸에는 새하얀 눈이 어느새 그의 몸을 먹어치울 기세로 가득 쌓여 있었고, 그의 손 발은 금방이라도 동상에 걸릴 것처럼 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파직!
그리고 그 순간에 또 한번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간 전류.
파직!
한번.
파직!
또 한번.
푸른 전류는 분명 이전과 별다를 바가 없는 크기였으나 그 전류가 만들어지는 시기는 서서히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류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점점 가속이 붙었을 때-파직- 파지지직! 파지지지지직!!!!
김현우의 몸에서, 푸른 전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