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2
22
022. 뭘 막으라고?(1)
‘이게 뭐야?’
아레스 길드 상층의 회의실.
긴 테이블의 끝에 켜져 있는 거대한 프로젝터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보며 흑선우는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양옆에 앉아있던 유병욱과 우천명도 마찬가지였고.
유병욱의 옆에 앉아 있던 헌터 협회 한국 지부 정보과에 속해 있는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회의실에 배치되어 있는 프로젝터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
그것은 바로 김포공항에서 일어났던 크레바스 사태에 대한 영상.
더 정확히 말하면 한번 터지면 도시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는 크레바스 사태를 단신으로 들어가 막아버린 김현우의 영상이었다.
영상에서는 한참 김현우가 문짝을 떼어낸 체 그것을 방패 삼아 몬스터들을 밀어내며 내려가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렇게 카메라의 시야에서 그가 사라진 뒤.
뒤늦게 김현우의 모습을 따라 크레바스의 안쪽으로 내려간 드론은, 그의 마지막 일격을 찍을 수 있었다.
카메라에서는 제대로 찍히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 붉은 도깨비가 한순간 김현우의 측면으로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고.
-콰아아아앙!
박살이 난 것은 가만히 있던 김현우가 아닌, 오히려 조금 전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붉은 도깨비였다.
그와 함께, 김현우가 드론을 의식한 듯 시선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으로 끝난 영상과 함께 회의실은 침묵에 빠졌다.
정적, 그리고 또 정적.
“저게, A급이라고?”
그리고 마침내 그 무거운 정적 속에서 입을 연 것은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던 흑선우였다.
“우선 파악한 바로는…….”
유병욱이 입을 열었지만 흑선우는 그의 옆에 앉아있던 앨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A급 맞아?”
“서류를 보시면 아실 텐데, 이번에 제가 드린 서류는 분석반에서 분석한 게 아닌, 저희 헌터 협회측에서 공식적으로 김현우 헌터의 능력치를 측정한 거니까요.”
앨리스의 말에 흑선우는 앞에 있던 서류철을 펼쳐 들었다.
헌터협회의 정보부장으로 취임해 있는 그녀가 아레스 길드의 본사까지 직접 찾아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서류철.
————————
이름: 김현우
나이: 24(36)
성별: 남
-능력치-
근력: A++
민첩: A+
내구: S+
체력: A+
마력: —
행운: B
SKILL –
능력치를 고려한 헌터 등급 A+
———————–
그 안에 있는 한 장의 A4용지.
써져있는 내용은 그게 끝이었다.
그 짧은 몇몇의 단어들을 흑선우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멍하니 훑어보더니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구가 S+…… 그래, 이건 확실하게 예상하지 못했어. 솔직히 탑에서 처음 나온 녀석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라고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능력치지.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흑선우는 서류철을 툭툭 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저 영상에서 보는 저 녀석의 능력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라는 거야.”
“그사이에 마력을 개화했을 확률은요?”
앨리스가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마력을 당장 C등급, 아니 애초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B등급으로 개화한다고 하더라도 저건 말이 되지 않아.”
“……그런가요? 하지만 저런 던전 공략 영상은 언뜻 보면 꽤 있지 않나요?”
“저 녀석을 잘 봐.”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다 들리는 우천명의 말에 고개를 돌려 조금 전 영상이 재생되었던 프로젝터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김현우가 크레바스 지하로 내려가는 장면이 정지되어 있었다.
우천명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자네의 말대로 그런 영상은 유튜X를 찾아보면 흔하진 않지만 찾아볼 수는 있지, 미국에 있는 S급 상위 랭커 ‘폭군’ 제이크는 그런 학살 영상을 흥미 본위로 찍어 올리니까.”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본질적으로 달라.
우천명은 그 말과 함께 손을 움직여 김현우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 뭘 입고 있지?”
“……츄리닝?”
“그래, 츄리닝이지. 들고 있는 건?”
“……차 문?”
앨리스는 대답하고 나서야 알겠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중얼거렸다.
“…아이템을 하나도 안 끼고 있어?”
아이템.
그것은 헌터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아무리 시스템의 축복을 받고 능력치가 높다고 해도, 압도적인 신체능력과 몸집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헌터들은 더 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함’의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끌어올려 주는 ‘아이템’은 헌터에게 있어선 떼어 놓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오죽하면 S등급 랭커에 오른 헌터들이라도 정기적으로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는 미궁 탐사를 지속하는 것을 보면 ‘아이템’이 헌터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앨리스가 멍하니 영상을 바라보고 있자 우천명은 중얼거렸다.
“알겠어? 저 녀석이 한 짓은 쉽게 말하면 게임에서 아무런 장비도 안 입고 보스를 클리어 한 거랑 똑같다고.”
게임으로 치면 빤스런이랑 똑같은 거야 저거.
“…….”
우천명의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조용해진 회의실.
“유 부장.”
“네. 지부장님.”
“자료는 전부 모았나?”
“우선 모을 수 있는 곳까진 전부 모았습니다.”
유병욱의 긍정.
흑선우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오늘 중으로 확실하게 준비해서 내일 바로 터뜨려.”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흑선우는 자신 있게 대답하며 툭툭 치던 서류철을 들었다.
다시 한번 펼쳐 봤지만 변함없는 단어들.
김현우의 능력치를 찬찬히 읽어 본 그는 짧게 생각했다.
‘절대 이 능력치일 리가 없다.’
흑선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정지되어 있는 프로젝터 화면을 보고 아까 전 영상을 회상했다.
말도 안 될 정도의 강력함. 차문을 방패로 써 몬스터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건 그렇다고 쳤지만, 그가 마지막에 보여준 그 일격.
그것은 흡사 S등급 상위권 랭크인 제이스의 고유스킬 중에서도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블레스트’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마력도 없고, 스킬도 없이…… 그 정도의 파괴력’
적으로 돌리면 그야말로 재앙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압도적인 모습.
하지만.
‘그런 압도적인 강함이 통하지 않는 상황도 있지.’
강함은 압도적이지만, 압도적이지 않다.
모순적이지만, 이 말은 현재의 헌터업계를 가장 잘 반영해 주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또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과 그 언론에 낚인 ‘시민’들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에 미리 돈 좀 먹여둔 ‘권력’까지 한 줌 풀어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순수한 강함으로는 이길 수 없는 또 다른 강함.
‘어차피 지금 와서 재권유를 하기엔 너무 늦었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빨리 뭉개 버려야 한다.’
흑선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책상에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
헌터 협회 한국 지부.
평일 오후.
평소라면 협회대문에 사람 한 명 돌아다니지 않을 그곳에는 현재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셔터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자판 소리.
그 이외에도 주변에 몰려있는 시민들과 협회원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단상 위에는 김현우를 비롯한 한국의 3대 길드의 길드장인 김시현과 이서연 그리고 한석원이 차례대로 서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 이 자리가 바로 크레바스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도움을 준 헌터들을 표창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박…… 대박이다……!!’
서울 길드에 소속 되어 있는 헌터 ‘박가문’은 현재 서울 길드원의 특혜로 표창식을 가장 앞에서 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박가문은 유튜X 생방송을 열었고.
‘시발 이게 몇 명이야!?’
최근 떡상하기 시작한 자신의 구독자수보다도 많이 들어온 시청자 수를 보며 입이 찢어질 듯 올라갔다.
[오로나민CBCK: 이거 표창식 맞냐? 김현우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가라: 오 이제 들어왔는데 딱 맞춰서 하고 있네. ] [이영천선생님: 아니이거왜이렇게채팅을못치겠지.] [김현우홍보대사: 헉헉 김현우 떴다 떴뜨아!!!] [고인물이되고싶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저것 봐 단상 위에 올라가있는 사람들 김현우만 츄리닝이네. 다른 애들은 전부 정장인데.] [나는인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파란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츄리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olys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은이안이: 저거 일부러 엿맥이려고 입고 나온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국방부 장관의 입이 마치 중학교 교장 선생처럼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말을 하고 있을 무렵에도 채팅방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채팅방의 주된 이야기는 크레바스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로 김현우가 입고 온 옷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있었다.
표창을 받으러 나온 3대 길드의 길드장,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협회 소속의 팀장급 인원.
그들은 모두 정갈한 정장을 입고 차려자세로 서서 국방부 장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허나 김현우는 어떠한가?
입고 있는 것은 파란색의 츄리닝. 심지어 신발도 깔맞춤인지 파란색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츄리닝 지퍼라도 좀 올리면 좋으련만 지퍼는 가슴께까지 내려와 있었고, 분명 차려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엉성했다.
마치 제대를 하루 앞둔 말년병장 같은 자세.
그리고 그렇게 끓어오르던 채팅방의 열기는 김현우가 표창식을 받을 때 터져 버리고 말았다.
발단은 바로 국방부장관의 농담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이었다.
“흠, 제가 김현우 헌터의 옷을 좀 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김현우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며 그런 말을 던졌고, 그의 김현우는 그런 국방부장관의 말에 표창장을 받으며 받아쳤다.
“신경 쓰지 마십쇼.”
“…….”
순식간에 묘한 정적이 흐르게 된 단상 위.
김시현을 포함한 다른 길드장들의 눈이 확대를 누른 것처럼 커지고, 기자들이 김현우의 말을 들으며 타자기를 멈췄다.
하지만 그에 반해 박가문이 틀어 놓은 채팅방은-
[아르타민: ㅋㅋㅋㅋㅋㅋㅋ] [칼르르를: 으하하하핳핳핳] [ㅁㄴㅇ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 쓰지 마십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인물이되고싶은: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방부장관 아가리 한방으로 버로우 시키는 거 봐라 괜히 고인물이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천년전: ZZZZZZZZZZZZZZZZ] [탈룰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칼튼9892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화냐ㅋㅋ]채팅방의 로그가 순식간에 올라 무슨 채팅이 올라왔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유튜X의 채팅방 트래픽이 한순간 과도하게 늘어나 채팅의 로그가 더 이상 로딩이 되지 않고 지연이 걸릴 때쯤, 국방부 장관이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어색한 표정으로 ‘褒賞金(포상금)’이라고 쓰인 봉투를 김현우에게 주었고, 그 봉투를 받은 김현우는 국방부장관이 발을 옮기기도 전에-
“저 이제 가봐도 되죠?”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츄리닝 바지에 손을 집어넣고 단상 아래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