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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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청룡의 제자와 제천대성의 제자 (7)새하얀 공간.
“야.”
이전까지와 변함없는 청룡의 평범한 말투.
제천대성은 물었다.
“그래서, 진짜 그걸 그렇게 알려줬다고?”
“무엇을 말이지?”
“정보 말이야.”
“정보?”
청룡이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제천대성은 그제야 시선을 돌려 청룡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 정보, 아까 김현우에게 이야기해 줬다며?”
제천대성은 그렇게 질문하며 청룡에게 들었던 소리를 떠올렸다.
멘탈이 가루가 돼 버린 것인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세상이 끝난 듯 긴 한숨을 내쉬고 있는 김현우에게 청룡은 정보를 던져주었고.
그 말을 듣고 멍을 대리던 김현우는 그제야 ‘깨달음’을 얻은 듯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론 김현우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허나 그것이 다른 이의 도움으로 인해 얻은 것이라면, 지금 당장은 몰라도 그것은 김현우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되지 못한다.
결국, 누군가에게 전해 들어 쟁취한 업은 결국 변질될 테니까.
그렇기에 제천대성은 우려를 담아 물었으나 정작 그 이야기를 가장 심각하게 한 청룡은 그의 말을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설마, ‘돈안지유돈(豚眼只有豚) 불안지유불(佛眼只有佛)’의 예를 말하는 건가?”
“그래, 그거 말하는 거야. 나야 그런 건 잘 모르긴 하는데 그 녀석이 그 이야기를 듣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며? 그럼 결국 그게 힌트가 된 거 아니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만 그건 힌트가 아니다.”
“……힌트가 아니라고?”
“그래, 오히려 내가 말한 것은 지금 이쪽의 김현우가 수행하는 ‘고행의 업(業)’과는 조금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제천대성의 말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게다가, 나는 그에게 굳이 힌트를 준 것도 아니야. 그저 질문한 거지.”
“뭐?”
“그래, 그냥 그건 질문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한 것에 대한 질문이지. 뭐 그걸로 그가 뭔가를 깨달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고행의 업(業)의 ‘깨달음’을 얻을만한 답은 아닐세, 오히려 힌트는 더더욱 아니지.
“뭐, 그래도.”
“……?”
“정말 어쩌면, 그가 내 보잘것없는 질문 하나로 나름대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군.”
청룡의 말에 제천대성은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청룡의 말은 제천대성의 귀에는 미묘한 괴변으로 들렸기에.
그러나 그는 잠시 그 시선을 유지했을 뿐 이내 시선을 돌려 빛나는 시공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제천대성 본인도 사실 도력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청룡과 같은 수행해서 나온 도력이라기보다는 그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업들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제천대성은 애초에 청룡이 말한 깨달음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상황을 관망했다.
어차피 자신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봤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없을뿐더러-
‘-지금 이쪽도, 조금 위험한 상태니까.’
제천대성은 그렇게 생각하곤 가죽이 덧대어진 문을 바라봤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착실하게 제천대성의 업을 얻고 있었던 김현우.
허나, 김현우가 제천대성의 업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그에게서 미묘한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주 미묘한 변화.
‘우선 당장은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제천대성은 최근에 보여준 김현우의 변화를 떠올리며 짐짓 얼굴을 굳혔다.
xxxx
“…….”
설산은 이전과 똑같았다.
김현우가 도력으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설산에서 흩뿌려진 냉기는 김현우의 몸을 잡아먹었고, 몸의 열기를 빼앗아 먹었다.
허나 그런 상황임에도 김현우는 딱히 자신의 몸에 쌓인 눈을 치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전에 시공진에 들어올 때와 같이 별다를 바가 없는 똑같은 상황.
허나 그럼에도 무엇인가 달랐다.
분명 아까 전이나 지금이나 김현우의 행동은 변한 것이 없었다.
도력을 사용하지 않고.
외부로 오는 냉기를 막지 않으며.
그저 두 눈을 감고 생각한다.
그것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존재하지 않았다.
허나, 달랐다.
무엇이?
‘…….’
김현우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 자세나 행동은 똑같았으나, 지금 김현우의 머릿속은 이전과는 다르게 놀랍도록 깨끗하고, 또한 정갈했다.
그리고 김현우는 그 속에서 조금 전 청룡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니.
김현우, 네 눈에는 도대체 무엇이 보이지?’
청룡의 말.
사실 김현우는 처음 청룡에게 들었을 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룡의 그 한마디는 김현우에게 생각의 단초를 넣어주었다.
무엇인가를 특별하게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김현우는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얻었다.
그것은 분명 평소의 김현우라면 질색을 할 정도로 싫어하는 넌센스와도 같았으나, 신기하게도 김현우는 청룡이 말한 그 구절이 짜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구절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김현우의 머릿속은 어떻게 보면 점점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
김현우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었다.
자신의 몸이 실시간으로 눈에 덮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몸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계속해서 그 말을 생각하고, 떠올리고, 고뇌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지?’
무척이나 간단한 자문.
그 질문에 김현우는 잠시 스스로 침묵을 지키다 자답을 이어나갔다.
‘나는, 청룡과 가까워지고자 했다.’
그래, 김현우는 청룡의 업(業). 그러니까 청룡과 가까워지고자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고행을 통해 김현우가 얻어야 하는 것은 결국 청룡의 업이기에, 김현우는 수행을 하는 동안 최대한 청룡과 비슷한 수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곳에서 청룡이 무엇을 얻었을지 생각했고.
이곳에서 청룡이 어떤 수행을 했을지 생각했다.
그래,
김현우는 청룡을 보고자 했다.
그리고-
“……!”
그렇기에, 김현우는 불현듯,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조차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으나, 분명 김현우는 그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시작한 자문자답.
김현우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마치 누가 보면 정신병자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김현우는 스스로 질문을 하고 스스로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던 그 어느 순간.
“!”
김현우는 문득, 깨달았다.
사실, 그것이 진짜 맞는 깨달음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착각인지 그는 전혀 알 길이 없었으나.
‘……나는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순간 김현우는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확신을 가졌다.
“…….”
김현우는 지금껏 청룡과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수행을 계속했다.
그가 했던 자문자답의 내용대로, 그는 청룡이 했을 만한 수련을 했고, 청룡이 했을 만한 수행을 했으며, 청룡의 주된 성질인 뇌(雷)의 성질을 수련했다.
허나 그것이 아니었다.
‘……청룡을 따라 해야 하는 게 아니었어.’
김현우는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청룡은 처음 김현우에게 이 시공진에서 할 수행을 ‘고행의 업(業)’이라고 표현했고, 그곳에서 깨달음을 얻으라고 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최대한 청룡을 따라하다 보면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것은 잘못되어 있었다.
‘……고행의 업(業)은, 애초부터 청룡의 업(業)을 수련하는 데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소한 무지.
또는 사소한 실수에서 태어난 오해였다.
그저 김현우는 고행의 업(業)이 청룡의 업(業)을 얻는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오해였다.
‘……모든 업은 다르다.’
청룡의 업(業)은 다른 업과는 다르게, 수많은 업이 모여서 만들어낸 하나의 업이었다.
김현우가 처음 한 ‘망자 소탕의 업(業)’부터 시작해서, 지금 하는 ‘고행의 업(業)’, 그리고 앞으로 김현우가 치러야 할 수많은 업들이 모여, 그것들이 결국 청룡의 업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행의 업은, 수많은 청룡의 업을 포함하는 구성 중 하나고, 애초에 그곳에서 김현우가 찾아야 했던 것은 청룡의 업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그가 똑바로 마주봐야 하는 것은?
‘바로 나.’
그래.
그것이었다.
이 고행의 업(業)에서, 김현우가 똑바로 마주 봐야 하는 것은 청룡이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되돌아 봤어야 했다.
조급하게 청룡의 업(業)을 얻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것이 아닌, 이 고행의 업(業)에서는 청룡 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봤어야 했다.
“…….”
물론, 지금 김현우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이전보다 더한 오답일 수도 있고, 또한 전혀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허나 그럼에도, 김현우는 이전과는 달랐다.
그저 막연히 청룡의 업을 따라하며 확실하지 않은 확신을 억지로 끌고 갈 때와 비록 스스로가 틀렸을 지라도 틀림없는 확신을 가진 김현우의 모습은 분명 달랐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것에 틀림없는 확신을 가진 순간.
“…….”
김현우의 세상이, 변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차가운 눈보라가 내리던 설산은 김현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야를 가리던 차가운 눈보라도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그의 몸을 먹어치우는 새하얀 눈도 자취를 감추었고, 분명 파랗게 얼어 동상이 걸렸던 김현우의 손발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대신 김현우의 눈에 비춘 것은 새하얀 공간이었다.
티 없이 새하얀 공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고, 마치 새하얀 빛만이 가득했던 공간이, 김현우의 눈앞에 나타났고, 곧 그 공간은-
“……허.”
-사막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김현우가 태양을 올려다보기도 전, 그 장소는 또 바뀌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늪지였다.
“…….”
그 뒤로도 새 하얀 공간은 몇 번이고 자신의 공간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동굴.
초원.
계곡.
지하.
정글.
절벽.
곡경.
산지.
……
..
.
그 이외에도 수많은 장소가, 정확히는 김현우가 수행을 했던 장소들이 연속으로 바뀌고, 바뀌고, 바뀌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동시에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참…….”
김현우가 수행을 하고 있는 장소는 분명히 달랐으나 모두 같았다.
그래,
다른 곳은 없었다.
모두 똑같이, 김현우는 이 공간 안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
조급하게 청룡의 업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버린 것만으로도 김현우의 머릿속에 밀려들어오는 깨달음.
김현우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짜릿함에 웃음을 지었고.
그가 수행했던 마지막 공간을 봤을 때 그는-
[축하한다. 고행의 업(業)을 얻었군.]-고행의 업(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