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22
222
222. 청룡의 제자와 제천대성의 제자 (8)하남에 있는 거대한 장원.
그 안에 있는 상당히 거대한 건물 안에서 이서연은 설명을 듣고 있었다.
“보조를 맞춰달라 이거지?”
김시현의 말을 듣고 있던 이서연은 이내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물었고, 그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아냐 혼자서 이 수많은 순간이동 마법진을 전부 관리하기는 좀 힘들거든.”
그의 말에 이서연은 아냐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녀의 얼굴은 이전에 봤던 것보다는 퀭하고 초췌해 보였다.
마치 회사에서 퇴근 없이 2주 정도는 구른 것 같은 모습에 이서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이서연은 떨떠름한 물음에 줄곧 초췌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던 아냐는 이서연을 보며 대답했다.
“사실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최근에는 저도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어서 순간이동진 자체에 마력을 상시 저장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해 놔서 들어가는 마력이 적었거든요.”
아냐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말을 멈춘 뒤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재앙 출현률이 올라가고 나서부터, 그동안 저장해 놨던 마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아.”
이서연이 짧게 탄식하는 와중에도 아냐는 왠지 조금 더 어두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뒤부터는 순수하게 제 마력을 사용해서 마법진을 가동했는데, 이게…….”
“이게……?”
“마치, 끝날 것 같듯, 끝나지 않는 야근 같더라고요.”
“……야근 같다고?”
“네……그냥 애초에 한순간에 마력을 많이 사용하고 쉴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등반자들이 그렇게 몰려서 오지는 않고 차근차근히 올라오더라고요.”
슬쩍 격앙되는 아냐의 목소리.
“마력이 앵꼬가 나서 이제야 좀 쉬다가 마력이 10%쯤 차면 곧바로 재앙이 올라온다는 보고가 올라고……그렇게 해서 다시 사용해서 마력을 0%로 맞추고 좀 쉬고 있으면 딱 순간이동이 다능한 타이밍에 재앙이 올라오고…….”
……마치, 끝나지 않는 야근 같은……
아냐는 그렇게 말하더니 왠지 현자타임이 온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고, 이서연은 그런 그녀를 어색하게 바라보곤 대답했다.
“그렇게 힘들면 좀 더 일찍 말하지 그랬어.”
“……이게 딱 그 선을 유지하더라고요. 약간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하기에는 어떻게든 혼자서 처리가 되는데, 그렇다고 혼자 하자니 힘들고……그런데 처리가 되기는 하고.”
아냐의 멍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서연은 왠지 그런 그녀의 말에 슬쩍 공감했다.
가끔 가다 보면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혼자하면 더럽게 빡셀 것 같은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굳이 도움을 구해야 할 건 아닌 것 같은 애매한 일.
“아무튼, 지금부터는 나도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이서연의 말에 아냐는 힘없이 감사 인사를 표했고, 이내 슬쩍 한숨을 내쉰 그녀는 이내 김시현에게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그래서.”
“?”
“저쪽 분위기는 왜 이렇게 험악해?”
이서연은 손가락으로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미령과 하나린, 그리고 구미호와 천마를 가리키며 묻자 김시현은 찝찝한 표정으로 짧은 침음성을 흘리다 말했다.
“그게, 살짝 핀트가 다들 안 맞아서…….”
“핀트가 안 맞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김시현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는 듯 괜스리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몇 번이고 눈썹을 꿈틀거렸고, 곧 이서연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서연은 이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 마디로, 결국 저렇게 된 원인은 본질적으로 현우 오빠한테 있다는 거네?”
“사실 현우 형 때문인 건 아닌데, 어떻게 보면 현우 형 때문인 거지.”
김시현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자 이서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김시현에게 들었던, 그녀들의 사이가 안 좋은 이유였다.
“정리해 보자면, 구미호와 천마는 등반자의 등급 자체는 비슷한데, 현우 오빠와의 관계에서는 너무 양극이다 보니까 싸움이 난 거고.”
“맞아, 구미호는 중급등반자고, 사실 스승님…… 아니, 천마도 결국 등급으로 따져보면 중급이니까.”
“그리고…… 패룡이랑 암중비약, 그러니까 미령이랑 하나린은 원래 사이가 안 좋기는 했는데, 하나린이 돌아오고 나서부터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거지?”
“정확히는 미령이 하나린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야.”
“……미령이 하나린을?”
이서연이 되묻자 김시현은 곧바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알다시피 원래 둘이서 싸움을 하면 보통 놀림 당하는 쪽은 미령이었잖아? 하나린이 먼저 은근히 성질을 긁어서 시비를 걸고 말이야.”
김시현의 말에 이서연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비록 이서연이 그 둘을 본 적은 얼마 없었으나 그것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유는.
‘……항상 그러니까.’
적어도 이서연이 봤을 때 미령과 하나린은 한결같이 서로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래, 항상.
이서연이 없는 곳에서는 또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서연이 봤을 때 미령과 하나린은 김현우만 없었다면 이미 사생결단을 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래도 최근에는 조금 나아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것 같네.’
이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좀 달라?”
그녀의 물음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오히려 요즘에는 미령이 하나린의 성질을 툭툭 긁는 것 같더라고.”
“미령이……?”
“응, 뭐 대충 들리는 이야기로 보면 미령이랑 현우 형이랑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그걸 가지고 은근히 하나린을 갈구더라고.”
“미령이랑 현우 오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런 것 같던데? 뭐 나도 자세하게 들은 건 아니지만.”
김시현의 말에 이서연은 멍한 표정을 짓다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설마 그다음 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몇 주 전, 이서연은 미령의 피치 못할 부분을 본 대가로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었고, 그녀는 굉장히 결연한 표정으로 그날 밤 김현우의 집에 찾아갔다는 것까지만 이서연은 알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낯부끄러운 상상을 하다 저도 모르게 ‘헉’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팬픽을 너무 많이 봤어.’
이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에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을 날려버린 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괜스레 이곳에 없는 김현우를 떠올렸다.
분명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김시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결국 지금 일어나는 분쟁은 김현우가 오면 전부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에휴.”
이서연은 괜스레 김현우에 대한 원망을 살짝 담아 한숨을 쉬었다.
xxxx
새하얀 공간에서, 김현우는 조금 전 들은 말을 되물었다.
“뭐?”
어리둥절한 물음.
그에 청룡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이유.
그것은 바로 청룡이 김현우에게 수련의 끝을 고했기 때문이었다.
김현우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청룡을 바라보자 그는 대답했다.
[불만인가?]“아니, 불만이고 뭐고, 여기서 끝인 게 좀 어리둥절하니까 그렇지.”
적어도 김현우가 듣기론 청룡의 업은 개인의 업이 아닌 수많은 업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업이었다.
물론 청룡이 말한 대로 고행의 업은 청룡의 수많은 업들 중에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들었으나 그래도 고행의 업은 말 그대로 고행의 업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라고?’
김현우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청룡을 쳐다보자 그는 말했다.
[어리둥절할 거 없다, 너는 어차피 고행의 업(業)을 풀어나가는 와중에 모든 깨달음을 얻었으니까.]“……응?”
[너도 알다시피 고행의 업은 네 스스로를 깨닫는 업이다, 마음의 탐욕을 버리고 온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업이지.]-한 마디로.
[고행의 업은 정신을 수행하는 곳이지, 기술을 ‘수련’하는 곳은 아니라 이거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했나?]“……나는,”
김현우는 고행의 업에 있을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아직 고행의 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자신은 그 안에서 최대한 청룡과 비슷해질 수 있게 노력했다.
“아, 설마?”
김현우는 문득 생각하던 중 떠오른 가정에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의 표정을 보았는지 청룡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설마 내가 그다음에 얻을 깨달음들을 모두 미리 클리어해 버렸다는 거?”
[그래, 원래라면 네가 수행하던 기술들은 고행의 업을 넘어서부터 수련해야 하는 것들이었다만, 너는 고행의 업을 수행하면서 그 기술들에 대한 깨달음을 전부 얻지 않았나?]“……그래?”
[그래.]청룡의 긍정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현우는 내심 자신이 했던 그 수련들이 살짝은 아깝다고 생각했으니까.
허나, 그 수련들은 전혀 아까운 것이 아닌, 그에게 유의미한 것들이었다.
“아,”
김현우는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김현우의 침묵을 지켜보고 있던 청룡은 이야기를 이었다.
[아무튼, 더 이상 네가 내 업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네가 내 업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너는 이미 모든 깨달음을 얻은 상태니까.]“…….”
마치 자신을 인정해주는 듯한 청룡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뭔가 제대로 말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각.
그렇기에 김현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묘한 감각에 대한 여운을 즐겼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야, 다들 좀 처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통을 깨서 미안하긴 한데.”
휴식공간에서 여운을 즐기고 있을 때 들린 제천대성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시선을 돌리고는 이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겁나 오랜만이네.”
“……뭐 나는 저쪽의 김현우를 계속 보고 있어서 그렇게 오랜만이라는 기분은 못 느끼겠다만.”
“나는 아니니까.”
김현우의 말에 제천대성은 어깨를 으쓱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청룡은 이내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청룡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왠지 곤란한 일이 생겼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야, 좀 문제가 생겼어.”
“갑자기?”
“……뭐, 갑자기는 아니긴 해, 사실 이전부터 어느 정도의 변화가 보이기는 했거든, 근데 딱히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변화한 건 아니라 그러려니 했는데…….”
제천대성이 말을 슬쩍 줄이자 김현우는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고.
“뭐야? 무슨 일인데?”
그에 제천대성은 말하기가 껄끄러운 듯 몇 번이고 입맛을 다시더니.
“내 업을 수행하고 있던 김현우가 요괴로 변이했다.”
이내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