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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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요괴(妖怪) 김현우 (1)
“……뭐라고?”
순간, 김현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묻자 제천대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현우, 그러니까 또 다른 네가 요괴로 변이했다고.”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왜 갑자기 내가 요괴로 변이하는데?”
김현우가 따지듯 묻자 제천대성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아마……?”
“내 업에, 네가 너무 잘 맞아서 그런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업에 잘 맞는다니?”
김현우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제천대성은 김현우를 한번 바라보고는 짧음 침음성을 흘리더니 말했다.
“음……그러니까 이걸 예로 들면, 일종의 ‘과몰입’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을 하면 맞을라나?
“우선 그렇게 중얼거리지만 말고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말해줘 봐.”
김현우의 말에 제천대성은 슬쩍 고개를 끄덕인 뒤 제천대성의 업을 수행하러 들어갔던 또 다른 김현우에 관한 이야기를 그에게 하기 시작했고.
이내 제천대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진짜로?”
제천대성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제천대성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마치 핑계를 대듯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 오히려 생각보다 내 업을 빨리 습득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어째 중후반부터 조금씩 이상해지더니-”
-결국 마지막에 와서는 요괴로 변이해 버리더군.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조금 전 그가 자신에게 말해주었던 설명을 떠올리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물었다.
“그러니까, 또 다른 내가 요괴로 변한 이유가.”
“나, 그러니까 ‘제천대성의 업’과 그 상성이 무척이나 잘 맞았기 때문이다.”
제천대성의 확답에 김현우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으나.
“아니, 그게 가능한 이야기야?”
“뭐, 확률적으로는 굉장히 낮지만,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만약 또 다른 네가 제천대성의 업을 저 원숭이가 한 것과 같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똑같이 따라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김현우의 물음에 답한 것은 청룡이었다.
“아니, 똑같이 따라한 것만으로도 종족이 바뀐다고?”
“그래, 본래 제천대성의 업(業)은 바로 대요괴중 한 명인 저 원숭이의 업이다. 만약 또 다른 네가 제천대성의 업을 거의 똑같을 정도로 완성시켰다면, 또 다른 네가 요괴로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저 녀석은 요괴니까 말이다.
청룡은 턱짓으로 제천대성을 가리켰고, 제천대성은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내심 잘 맞겠다는 생각은 했어도 이렇게 될 줄이야…….”
“원숭이 녀석, 계속 옆에 붙어 있었으면 요괴로 변이하지 않게 막았어야 할 것 아닌가? 역시 지능이 떨어져서 그 생각까지는 못한 건가?”
“하, 뭔 개소리야!? 업을 얻는 후반까지 증세를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증세를 내가 어떻게 막냐고!”
“처음부터 잘 봤으면 될 일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처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니까!!”
제천대성과 청룡이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말렸다.
“다 조용히 좀 해봐, 지금 싸울 때는 아니잖아?”
“…….”
“쯧.”
김현우의 말에 탐탁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청룡과 제천대성.
그는 거듭되는 한숨을 내쉬며 그 둘에게 물었다.
“아무튼. 문제는 또 다른 내가 제천대성의 업을 전부 수행하기는 했는데…… 요괴가 되어버렸다는 거잖아?”
“맞아.”
“……그럼 우선 정신이 붕괴된 건 아니잖아?”
김현우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묘한 침음성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어떻게 보면 정신이 붕괴한 건 아니지.”
“……그럼 당장 문제는 없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다.”
김현우의 물음에 답한 것은 제천대성이 아닌 청룡이었고, 그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정신붕괴만큼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건 이거대로 문제가 심하다.”
“무슨 문제가 있는데?”
“바로 인격의 문제지.”
“……인격?”
김현우의 되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격의 문제다. 사실 정신체 상태인 김현우가 요괴로 변했다고 해서 시공진에 있는 네 몸까지 요괴로 변이하는 건 아니지만 네 정신에 요괴인 김현우의 인격이 섞인다면?”
“……내 인격이 변한다?”
“그래, 물론 네 인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만 기본적으로 요괴의 인격은 굉장히 포악하고 탐욕적이다. 그걸 상상해 봤을 때-”
“그 녀석이랑 합쳐지면 내가 인성 파탄자가 된다는 소리군.”
“……인성은 지금도 그리 좋은 편이라고 보이진 않는다만, 적어도 지금 네 상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변한다고 봐도 되겠지.”
“이런 썅…….”
그의 말에 김현우는 짙은 짜증을 표현하며 욕을 내뱉었고, 이내 김현우는 청룡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도 뭔가 좀 다르지 않아?”
“뭐가 다르다는 거지?”
“또 다른 내가 요괴가 된 건 그렇다 쳐, 근데 제천대성의 업이라며? 그 업을 완벽하게 익힌 거면 그 녀석도 제천대성의 업을 따라 변이가 일어났다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러면 그 녀석의 인격도 그렇게 심하게 바뀐 건 아닐 거 아니야?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제천대성만 해도 조금 성격이 사나울 뿐이지 멀쩡하잖아?”
김현우가 제천대성을 가리키며 물었으나 청룡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지만 그건 아니다.”
“왜 아닌데?”
“너는 설마 저 원숭이가 고작 ‘제천대성’이라는 업 하나로 저런 인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럼 아니야?”
“당연히 아니다, 지금 저 녀석의 성격은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업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성격이라는 거다.”
“그렇긴 하지…….”
제천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자 김현우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또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는 일이 하나 없냐.”
김현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의 공간을 올려다봤고, 곧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그래서, 해결책은 있어?”
“해결책?”
“그래,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까 우선 어떻게든 수습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요괴로 변한 나랑 같이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김현우의 물음에 제천대성과 청룡은 무엇인가를 짧게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였고.
“……완전한 해결 방법이라고 하기는 그렇다만, 하나 정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군.”
김현우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바로 청룡이었다.
“뭔데?”
그의 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돌려 제천대성에게 물었다.
“변이된 김현우는 어디에 있지?”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우마왕과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니까…… 아마 이제 밖으로 나왔을 것 같은데.”
제천대성의 말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김현우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 녀석을 죽이면 된다.”
-그렇게 말했다.
xxxx
정복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통로.
하늘과 지상을 향해 끝을 모르고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통로에서, 검은색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벙 뚫려 있는 땅을 바라본 뒤-쿠우우웅!
-망설임 없이 다리를 들어 허공을 후려쳤다.
허공을 후려쳤는데도 불구하고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울리는 굉음.
허나 후드를 쓴 남자는 그 굉음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발에 뚫리지 않는 ‘벽’을 직시했다.
허공을 투명하게 반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쯧.”
후드를 쓰고 있는 남자가 한동안 경계를 바라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는 자신이 밟고 있는 투명한 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툭툭 내리치며 생각했다.
‘단절 기간을 이만큼이나 늘리다니, 어지간히도 힘을 모았나 보군.’
후드를 쓴 남자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벽을 직시했다.
이것은 바로 얼마 전, 분명 예전에 처리했던 것으로 깨닫고 있었던 ‘통괄자’가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며 만들어낸 벽이었다.
‘정확히는 김현우를 해칠 것을 미리 예견하고 만들어낸 경계.’
그는 경계가 만들어져 있는 12계층까지 내려오며 혹시 ‘통괄자’이외에 다른 요소가 끼어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봤으나 그런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았다.
이것은 분명 탑을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그녀와 이 탑의 위에 있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툭- 툭-
몇 번이고 자신이 밟고 있는 경게를 툭툭 찬 남자는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
통괄자가 살아 있다고 해도 그녀는 이전번에 거의 대부분의 힘을 소실했을 테고, 그 때문에 남자는 지금 만들어 놓은 경계도 그리 오랜 시간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이 짧은 시간 사이에 그 녀석이 힘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 경계가 유지되는 시간은 그에게 있어서는 아주 짧은 시간.
허나 그 시간 사이에도 그 녀석, 김현우는 계속해서 성장을 반복해 왔다.
제천대성을 이기고.
그다음에는 업을 가진 전우치를.
그다음에는 만년빙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분명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란 듯이 성장을 거쳐 그들을 처리했고, 그렇기에 남자는 분명, 이 짧은 시간 사이에도 김현우가 성장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자는 시선을 닫혀있는 경계의 한쪽 구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도대체 언제 내려가지?”
“그러게. 좀 빨리 끝냈으면 좋겠는데.”
“배고프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빨리 먹어치우고 싶은데 말이야.”
-그들이 있었다.
남자가 자신의 위업(偉業)을 미끼로 이용해 데려온 정복자들.
‘비록 제일 위에 있는 사천(四天)을 끌어오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자는 그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녀석이 정복자를 이길 수 있다고 해도.’
한 손으로 열 개의 손을 막을 수는 없듯, 숫자의 폭력은 절대로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김현우의 성장력을 생각해 봤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숫자의 폭력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었다.
다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는 분명히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위업을 이용해 데려온 정복자들을 이용하면, 틀림없이 10할에 가까운 확률로 김현우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우선은 침착하게 기다린다.’
남자는 경계의 한쪽 면에 붙어, 금방이라도 9계층으로 내려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세 명의 정복자를 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고.
파직-!
“……!”
그 순간, 후드를 쓴 남자는 자신이 밟고 있는 경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