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3
23
023. 뭘 막으라고?(2)
중국, 베이징 수도 외곽에 있는 거대한 궁전과도 같은 성.
거대한 산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 지어진 성안에는 수십 개의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마치 소형 도시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마치 중세시대의 영지개념을 되살아나게 하는 듯한 풍경.
그런 성 중심에 있는 거대한 궁전의 안.
“…….”
궁전의 안쪽은 무척이나 휘황찬란했다.
벽에는 고풍스러운 동양화가 여러 점 걸려 있었고, 바닥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붉은 목재를 사용해 마감했다.
그리고 그런 궁전의 한쪽 방.
“…….”
그곳에는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
홍안(紅眼)은 기묘할 정도의 무심함을 머금고 있었고, 그녀의 등 뒤에 그려져 있는 기묘한 가면 문신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가려져 있었으나, 그 독특함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런 그녀가 대리석으로 만든 것 같은 비싼 욕조의 안쪽에서 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김현우의 크레바스 영상.
김현우가 문짝을 뜯어 몬스터를 학살하고, 붉은 도깨비를 만나 일전을 치르는 그때까지도 그녀는 그저 무감정한 눈빛과 표정으로 그저 욕조 안에 몸을 담구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
어느 한 순간, 그녀의 눈빛에 무심함이 사라지고 다른 것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영상이 10초 정도 남았을 때,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에 찍힌 김현우의 모습.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현우의 모습 때문이 아닌, 그가 취하고 있는 자세 때문이었다.
“저건, 저건……!”
그녀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나신이 궁전 내부에 있는 이들에게 보였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은 채 화면에 집중했다.
영상 속의 김현우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오른손을 배 아래, 그리고 왼손은 어깨 위로 올려 손을 펼치고 있는 모습.
그리고 붉은 도깨비가 측면으로 돌아 김현우를 공격했을 때, 김현우는 움직였는지도 모를 그 한순간에 도깨비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렇게 끝나는 영상.
무심했던 그녀가 눈가에 이름 모를 감정을 담고 욕조에 서서 TV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잠시.
“…저자의 이름이 뭐라고?”
옥구슬이 흘러가는 듯한 작고 귀여운 목소리.
허나 모순되게도 그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묵직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물음에 뒤에 서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튜토리얼 탑을 빠져나온 ‘김현우’라는 헌터입니다.”
“김현우….”
그녀는 조용히 읊조리며 검게 변한 화면을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를 조사해 봐라.”
“…조사라 하시면?”
“모든 걸, 전부 조사해. 뭐 하나 빠뜨리지 말고 그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행적 전부 다.”
“알겠습니다.”
어찌 보면 이유가 궁금할 법한 명령인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숙이는 남자.
그녀는 어느새 하녀들이 가져온 황금색의 가운을 입으며 말했다.
“위연 길드는?”
위연길드.
그들은 현재 중국을 한 손에 넣고 흔들고 있는 초대형 길드 중 하나였다.
패도길드에 꽤 많은 지분을 빼앗겼으나, 아직도 중국 던전 지분율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길드.
“이번에 홍콩 쪽에 있는 주요 던전을 전부 빼앗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있었나?”
“이번 홍콩 던전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아레스 길드와 마찰이 있었습니다.”
“그래?”
“예, 결국 홍콩 주요 던전들은 전부 점령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저희 쪽 인원 중에서도 간부급 한 명이 그쪽 길드의 꾐에 당했습니다.”
“…당했다고?”
“예, 아마 정황상 살아 있는 채로 납치당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
남자의 말에도 그녀는 그저 무심하게 대답하고는 가운을 입은 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왼쪽으로 모아 묶었다.
머리를 모아 묶자마자 그녀의 키와 머리스타일이 조화되어 상당히 어려 보이는 인상을 얻게 된 소녀.
그녀는 사이드테일로 묶어 올린 머리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손을 내리곤 말했다.
“속도를 더 내라. 고작 같은 땅덩어리에 있는 길드 하나 제대로 먹어치우지 못해서야 내 맹세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납치당한 길드 인원에 대한 건은…….”
“놔둬라. 고작 그런 머저리에게 방심해서 간부까지 달아놓고 납치당할 녀석이라면 이곳에 그 녀석이 있을 자리는 없다.”
혹시라도 살아서 돌아온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남자를 바라본 소녀는 이내 시선을 돌려 영상재생이 끝난 어두운 화면을 바라봤다.
그 화면에 비춘 그녀의 눈빛에는 처음과 같이 무심함이 깃들어 있었으나, 그녀의 눈빛 한구석에는 ‘무언가’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생겨나 있었다.
그렇게 베이징 외곽에 지어진 궁전이자 ‘패도’길드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패왕성’의 중심지에서 그런 말이 오가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오빠 지금 완전 유명인사 된 거 알아요?”
“그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김현우가 대답하자 앞에 앉아 있던 이서연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 옆에 있던 한석원은 큭큭 거리더니 말했다.
“그냥 유명인사도 아니고 아주 대단한 유명인사가 됐지.”
“이게 지금 웃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한석원이 웃는 모습을 보며 진한 한숨을 내쉬는 김시현을 보며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던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 그래?”
“아니, 형 뉴스도 안 봐요?”
“보기는 하지.”
“그럼 이것도 봤을 것 아니에요?”
김시현이 스마트폰을 조작해 화면을 들이밀었다.
[12년 만에 탑에서 빠져나온 고인물 헌터 ‘김현우’! ‘자신감’인가 ‘오만’인가?] [‘인성’최악? 국방부장관의 얼굴 찌푸려질 정도.] [김현우, ‘내가 다 부셔버릴 수 있어’ 압도적 자신감!!] [크레바스를 홀로 박살 내 버린 남자 ‘김현우’ 그는 어디까지 달려갈 것인가?] [김현우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3대 길드장의 비호? 진짜인가?]김시현의 스마트폰 화면에 올라와 있는 자극적인 뉴스의 헤드라인들을 보며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주 이때라고 달려드는구만. 어째 기자라는 새끼들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질 않냐.”
“형이 그럴 만한 소재를 던져 줬으니까 그렇죠.”
“내가 뭘?”
김현우가 나는 모르겠다는 투로 묻자 이서연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어 말했다.
“누가 표창식 하는데 자기 상 받았다고 그냥 쑥 내려가서 가버려요? 게다가 옷도 파란색 츄리닝에 파란색 슬리퍼…….”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정장차림으로 왔거든요?
이서연이 따지듯 그에게 말하자 김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마트폰을 바라보곤, 이내 자기 생각을 주장했다.
“뭘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써? 어차피 포상금만 받으면 이 이상 만나지도 않을 사람인데.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나는 나 꼴리는 대로 하면서 살 거야.”
다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쪽팔리다고 생각할 만한 일은 빼고.
그렇게 김현우는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가져가려다 무엇인가 떠올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요?”
김시현이 묻자 김현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약속 때문에.”
“약속?”
“약속이요?”
김시현과 이서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김현우가 뚱한 표정으로 그 둘을 봤다.
“왜, 나는 약속 있으면 안 되냐?”
“아니, 오빠…… 친구 없다면서요?”
“맞아, 저번에 갑자기 인터넷 같은 거 둘러보더니 자기는 친없찐이라고 하더만.”
이제 슬슬 인터넷에 적응해 가는 그가 말이 재미있다며 써먹었던 것을 기억하며 김시현이 말했지만, 김현우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금방 끝나니까.”
“아니, 형 저희 저녁 약속은?”
“그 저녁 약속 끝나기 전에 온다니까? 걱정하지 말고 1시간…… 아니, 30분만 기다려.”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카페의 문을 열고 나갔고, 김시현과 이서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다…… 걱정이야”
이서연이 중얼거리자 한석원은 피식 웃더니 커피를 마시며 입을 열었다.
“뭐가 걱정이냐?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원래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잖아요? 적이란 자고로 많이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요.”
“어차피 녀석은 이미 아레스 길드랑 적대관계잖아?”
“그러니까! 안 그래도 골치 아픈 녀석이 적으로 있는데 적을 쓸 때 없이 늘리는 건 좋지 않다 이 말이죠.”
김시현의 걱정에도 한석원은 여전히 웃음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라, 저 녀석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배짱부리고 다닐 놈은 아니니까.”
한석원의 믿음 어린 말투에 이서연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으나, 이내 그녀는 입을 다물고 손에 쥐고 있던 카푸치노를 입에 머금었다.
그렇게 카페에서 길드장들이 기다리고 있는 사이.
김현우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안에 들어가 눈앞에 있는 로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당신을 초대합니다.]시스템에서 정식으로 ‘가디언’이 된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스템 옆에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면 당신은 부름을 받아 초대됩니다.
남은 시간: 0시간 0분 14초
김현우가 잠깐 카페에서 나온 이유.
그것은 바로 시스템의 초대가 바로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남아 있던 타이머가 서서히 떨어지며 0초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타이머의 시간이 0초가 되었을 때-
“……이건 참 신기하네.”
김현우는 저번에 봤던 그 공간 안에 있었다.
외부로 통하는 그 어떤 경로도 없는 작은 방,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기계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 ‘아브’가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그래 나도 반갑다. 그래서, 네가 준 퀘스트는 클리어했는데, 이제 그 정보 권한인가 뭔가는 좀 올라갔냐?”
“네, 이번에 본격적으로 등반자를 처리하면서 김현우 헌터는 정보권한 최하위를 넘어 정보권한 하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최하위에서 하위?”
“네.”
“……그거, 결국 제자리걸음이랑 좀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흠, 사실 최하위에서 하위로 올라왔다고 해도 열람할 수 있는 정보가 도긴개긴이기는…… 히익! 손 올리지 말아요! 저는 배운 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요!!”
“누구한테 배운 대로 말하고 있는데?”
“시스템님이요!”
아브는 말을 하는 도중,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린 김현우를 보며 기겁한 듯 입을 열었다.
김현우는 어느새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있는 아브를 보며 왠지 폭행자의 입장이 된 듯한 기분에 손을 내리곤 혀를 찼다.
“쯧.”
그가 혀를 차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들고 있던 손을 내리더니 김현우의 눈치를 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정보권한이 최하위에서 하위로 오르고 이제 임시 가디언에서 등반자를 처리하고 정식으로 ‘가디언’이 된 만큼 본격적으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해야 할 일?”
“네, 가디언으로 임명된 당신은 이제부터 등반자들을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