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35
235
235. 범천(梵天)의 연꽃은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5)조금 전까지의 싸움으로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한강.
그곳에서 범천(梵天)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청룡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어디서 일개 하찮은 사방신(四方神)이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범천의 노기가 서린 어투.
허나 그런 범천의 말에도 청룡은 오히려 그런 그를 조롱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설마 너는 너 자신이 정말 범천(梵天)이라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면 비웃어주고 싶군.”
“뭐라고!”
“네 녀석은 그분이 아니다, 아무리 다른 인격을 죽이고 그분의 위업(偉業)을 탈취해 창조를 손에 넣었다고는 하나 결국 네 본질은 하찮은 조각 중 하나다.”
“네 녀석……!”
범천이 분개하는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말했다.
“쟤들 뭔 소리하냐?”
“나도 잘 몰라.”
“너는 왜 몰라?”
김현우가 제천대성을 돌아보자 그는 여의봉을 든 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하늘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아? 애초에 나는 그 꼰대한테 직함을 하나 받기는 했어도 딱히 하늘에서 생활한 건 아니었다고.”
-거기에 덤으로.
“애초에 저런 역사 같은 이야기는 잘 모르지.”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뭐…… 너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네.”
“……무슨 의미야? 왠지 좀 기분 나쁘게 들리는데.”
제천대성이 떨떠름하게 김현우를 바라봤으나 이내 그는 가볍게 여의봉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김현우에게서 시선을 떨어트렸고, 이내 범천의 주변에 있는 사방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와 별개로, 저것들은 무엇을 모티브로 창조했는지 좀 알 것 같긴 해.”
“그건 또 알고 있어?”
김현우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지금 저 범천이란 녀석이 모방한 저 거대한 조각상의 실체에는 진 빚이 조금, 아니 너무 많아서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쯧 하고 혀를 찼고, 김현우는 그런 제천대성을 보며 입을 열었으나-
“아무튼 나는 조각 따위에게 굳이 존대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김현우와 제천대성의 대화는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범천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싸움.
여래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사방신들이 순식간에 날아올라 제천대성과 김현우에게로 도약하고, 거대한 여래가 쥐고 있던 거대한 도와 창을 하늘에 있는 청룡에게 겨눈다.
그것을 기점으로 시작된 싸움.
‘아직은 움직일 수 있어.’
김현우는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지국천왕과 광목천왕을 보며 빠르게 자신의 몸을 체크했다.
아까 전 연속으로 순뢰격을 사용한 덕분에 몸 상태가 만전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아직은 괜찮았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달려드는 지국천왕과 광목천왕을 보며 마주 달려들었고.
꽈아아아앙!
청룡이 내리치는 거대한 번개와 함께, 지국천왕은 자신이 들고 있던 거대한 칼을 휘둘렀다.
오른쪽 사선으로 내리긋는 칼.
김현우는 몸을 비트는 것으로 지국천왕의 칼을 피해냈으나, 그 옆에는 광목천왕이 김현우를 향해 삼지창을 내찌르고 있었다.
허나 그런 상황에서 김현우는 몸을 빼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자신의 몸을 광목천왕의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콰드드득!
김현우는 자신이 순뢰격의 묘리를 이용해 후려친 광목천왕의 명치를 후려 쳤다.
우지지직!
선명하게 들려온 소리.
김현우는 그의 몸을 후려치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데미지는 있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자리를 잡는 두 장군을 보며 김현우는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은 건 아닌지 고민했었다.
허나 조금 전의 파열음은 분명 광목천의 내부에서 들려온 소리였고,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 장군들에게도 내구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치를 맞은 광목천왕이 저 멀리 날아가고,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보탑을 들어 올리는 광목천왕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삼지창을 양손으로 잡아 그 대를 이용해 김현우의 주먹을 막아내는 광목천왕.
김현우는 그 틈을 노리고 발을 휘둘렀으나-
“!”
콰득!
김현우의 발은 광목천왕에게 닿지 못했다.
“쯧!”
그것은 바로 자신의 발을 붙잡은 나무줄기 때문.
김현우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미 범천의 뜻대로 움직이는 나무줄기는 한강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광목천왕에게 하려는 공격을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그의 삼지창을 피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싸움.
제천대성은 자신에게 다가온 증장천왕과 다문천왕을 상대했고, 청룡은 자신을 노리며 무수히 많은 손을 휘두르는 여래를 상대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 속에서,
“큭!”
범천은 인상을 찌푸리며 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밀리게 될 줄이야!’
물론 지금 당장 전황 자체가 엄청나게 밀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범천은 분명 자신이 아주 조금씩이지만 밀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고.
‘고작 위업(偉業) 하나 가지지 못한 녀석들에게……!!’
그렇게 격분했다.
분명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 급이 미묘한 이들이었다.
한 명은 설계자에게 몸을 빼앗겨 한낱 업으로써 존재하던 이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업을 찾기 위해 정복자의 직위를 버리고 계속해서 탑을 오르던 이였으며.
마지막 한 명은, 애초에 이 탑 안에서 자신의 ‘업’을 쌓은 필멸자였다.
‘이런 놈들에게 밀린다고? 이 내가?’
그렇기에 범천은 이를 악물며 창조물들을 상대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봤고. 이내 망설임이 느껴지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손에 놓인 연꽃을 바라봤다.
이제는 큰 꽃잎은 없고, 자잘한 꽃잎들이 남아 있는 연꽃.
그는 망설였으나 이내 곧 굳은 표정을 지으며 결심했다.
‘어차피 지금 이 순간에 저 녀석을 죽이지 못한다면 계획이고 거사고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낼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한 범천은 이를 악물고는 자신의 왼쪽에 있는 연꽃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연꽃잎.
그리고 그렇게 퍼져나간 연꽃잎은 바람에 날리듯 살랑살랑 움직여 나무줄기에 닿기 시작했고-
“저건 또 뭐야……!?”
곧 바닥에 닿은 연꽃들은 천군(天軍)이 되었다.
연꽃잎에서 태어나기 시작한 창과 칼을 꼬나쥔 병사들은 자신의 외형이 전부 만들어짐과 동시에 전투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한강의 일부분을 덮을 정도로 증식한 천군.
허나-
“진짜 숫자 싸움으로 가 보자 이거지!?”
-제천대성은 자신에게 붙은 증장천왕을 밀어내며 그렇게 말하곤 이내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마치 범천에게 대답하듯 소리쳤다.
“물량전은 너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
그와 함께 제천대성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까마귀 가면을 일순 올려 썼고-까악! 까아아악!
-그와 함께, 분명 보이지 않던 까마귀들이 하늘에 생기기 시작했다.
수 마리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수십을 넘어 수백까지 불어나기 시작한 까마귀들.
그 까마귀들은 하늘을 날았고-
“쳐라!”
-곧 까마귀들은 제천대성의 명에 따라 만들어진 천군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천군을 상대하기 위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수백, 수천의 까마귀들은.
씨익!
모두 일제히-
“놀아보자!”
-제천대성이 되었다.
이미 한강의 수면을 덮고 있는 나무줄기를 밟고 맞은편에 자리한 제천대성들은 일제히 천군에게 달려들어 전투를 시작했고.
“고작 이런 가짜에게 당할 정도로, 나는 무르지 않다!”
꽈르르릉!!!!
먹구름에서 떨어져 내린 수십 발의 번개가, 칼을 휘두르고 있는 여래의 손을 박살 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
김현우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장군들을 떼어내고 여래의 근처에서 나무줄기를 조종하고 있는 범천을 바라봤다.
‘역시 이 싸움을 끝내려면 범천을 끝내야 한다.’
계속해서 이 난전을 이어나가 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김현우는 제천대성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 좀 도와줘!”
김현우의 외침에 다문천왕을 떼어내고 자신을 바라보는 제천대성.
분명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짧은 눈빛을 교환했을 뿐이었건만 제천대서은 김현우의 뜻을 잘 알았다는 듯 입가를 비틀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길어져라 여의!”
이내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여의봉을 길게 만들어 크게 휘둘렀다.
그와 함께 제천대성이 휘두른 여의봉에 맞아 한강을 향해 날아가는 증장천왕.
그러나 제천대성은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여의봉의 길이를 더 늘려 김현우에게로 향하고 있는 지국천왕과 광목천왕을 후려쳤고.
김현우는 자신에게 붙어 있던 두 장군이 떨어지자마자 범천을 향해 도약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
그 찰나의 도약.
허나 그렇게 빠른 움직임에도 범천은 김현우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범천은 다가오는 김현우를 보며 인상을 구긴 채 자신의 손을 크게 휘둘렀고, 그와 함께 제천대성을 상대하고 있던 천군들이 그를 막기 위해 그에게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되지!”
천군을 상대하던 수많은 제천대성의 분신들은 김현우에게로 쏘아져 나가는 천군들을 막아냈다.
숫자를 숫자로 제압한다는 말을 그대로 재현한 듯, 제천대성의 분신들은 쏘아져 나가려는 천군들을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고, 김현우는 순식간에 여래의 근처까지 다가올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다가갔음에도 아직 김현우를 방해하는 요소는 많았다.
“!”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김현우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치솟아 오르는 나무줄기가 있었고, 그 위로는-쿠그그그그긍!!!
김현우가 가는 길을 차단하기 위해, 여래의 손과 무기들이 김현우와 범천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손만 움직였다면, 지금은 여섯 개의 손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여래의 모습.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곳에서 인지를 확장해야 하나 했으나.
“천재(天災)-”
그 생각을 제대로 이어나갈 시간도 없이-
“-멸진(滅盡)”
-그는, 청룡의 말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수백, 수처발의 번개에 여래의 팔이 박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해물을 모두 제거하고 나서야 범천의 앞에 도달한 김현우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이미 자신을 저지하는 것은 포기한 채 나무줄기로 자신의 몸을 감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인지를 확장시켰다.
순식간에 느려지는 세계.
김현우만 들어올 수 있는 그 아주 짧은 찰나의 세계에서, 김현우는 욱신거리는 육신을 다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허나 그 자세는 그동안 김현우가 순뢰격을 사용할 때 쓰던 자세가 아니었다.
‘순뢰격으로는 범천을 죽일 수 없다.’
그가 잡은 자세는 바로 수라무화격을 쓸 때 잡는 자세.
범천의 앞으로 다가간 김현우의 몸이 자세를 잡고, 그와 동시에 남아 있는 마력과 도력을 끌어 올렸다.
일순 몸에 느껴지는 격통을 느끼며 김현우는 이를 악물었으나, 그럼에도 도력과 마력의 순환을 멈추지 않았고, 김현우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범천의 앞에서, 드디어 정권의 자세를 잡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들과 금방이라도 쏘아져 나갈 것 같은 팔.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이기에 외부로 뻗어 나가는 마력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임계점에 다다른 김현우의 주먹이 범천의 몸을 노리고 뻗어져 나간 그 순간 인지는 풀렸고-삐────────────!!!!
분명 개판 오 분 전이었던 세상은, 푸르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