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4
24
024. 뭘 막으라고?(3)
“등반자……?”
“네, 등반자요.”
“그 녀석들은 또 뭔데?”
“그들은 탑을 오르는 이들입니다.”
빡!
“끄아앙!?”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이번에는 진짜 고통이 뭔지 가르쳐 주지. 내가 탑에서 이것저것 좀 많이 해봐서 그런 건 아주 잘 알거든? 응?”
몬스터한테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봐서 말이야.
김현우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하자 아브는 눈물이 그렁한 상태로 얼굴에 슬쩍 공포의 빛을 띠며 말했다.
“아, 알았어요.”
기계적이었던 목소리랑은 다른 인간과 다름없는 아브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손을 내렸고, 곧 아브는 아직까지도 딱밤을 맞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몇 번이고 같은 부위를 문질거렸다.
“…제대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곤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지도 않고 아브는 김현우를 노려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등반자를 설명하기 이전에 이 이야기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전 지식이 필요하니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아브의 말.
김현우는 그저 가만히 앉아 아브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눈가는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브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김현우는 물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탑’이라는 소리야?”
“네.”
아브의 확답에 김현우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그녀에게 들은 내용은 김현우에게 있어서는 꽤 충격적이었다.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누르더니 입을 열었다.
“자, 그러니까 네게 들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겁니까?”
아브의 물음에 김현우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 말했다.
“우선 첫 번째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탑 안이라는 소리야?”
“정확히 말하면 총 12계층의 탑에서도 가디언이 현재 지키고 있는 곳은 9계층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는 지금 탑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탑을 벗어난 게 아니라는 소리네?”
“정확히 말하면 9계층에서 ‘인간’들이 직접 명명한 ‘튜토리얼 탑’에서는 벗어나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당신이 살던 곳은 탑 안이었으니 탑을 벗어났다는 소리는 또 어떤 의미로 보면 조금 모순되긴 합니다.
담담하게 말을 끝맺는 아브.
김현우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곤 무엇인가를 고민하듯 테이블에 두 손을 올리고 머리를 슬쩍슬쩍 움직이다.
“아니 씨발, 이거 생각해 보니까 조금 열 받네?”
“??”
갑작스레 열이 받는다는 듯 아브를 쳐다봤다.
무슨 상황인지 순간적으로 이해를 못한 것인지 아브는 멍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고, 그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시발 분명 나는 그냥 단순히 나를 누가 탑에 박아 넣었는지 알고 싶었단 말이야? 근데 이거 계속하다 보니까 알고 싶은 정보는 알지도 못하고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늘어나네?”
“아…아니, 그…….”
“아니야 맞아?”
김현우가 다시 주먹을 들며 으르렁 거리자. 아브는 겁먹은 표정으로 맞지도 않은 머리를 감싸쥐더니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니 그…… 맞기는 한데, 그…….”
“뭐?”
“그…… 어차피 ‘등반자’들을 막지 않으면 9계층은 멸망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어차피 당신이 살 곳은 사라지니까, 그…….”
“아~! 한마디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이거네?”
“그, 그렇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닥치고 해라…… 이거네?”
꽈득…… 꽈드드드득!!
김현우가 쥐고 있던 책상을 부셔버리자 아브의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아아아아니! 닥치고 해라! 라는 소리가 아닌데요!?”
“그럼 뭔데?”
“그……만약 진짜 닥치고 해라! 라고 말할 거면…… 아니! 진짜로 그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라! 그 손 좀 치워줄래요!?”
히이잉……!
김현우의 올라가는 손을 보며 울상을 지으며 습관처럼 두 손을 머리에 올린 아브.
허나 김현우가 손을 내려놓는 일은 없었다.
“다음 말해.”
김현우의 냉정한 말투에 시스템은 끅! 하는 소리를 냈다.
‘내가 그래도 명색이 9계층의 시스템 관리자 중 한 명인데……!’
아브는 순간 반항적인 눈빛을 0.1초, 아니 그 콤마단위로 드러냈으나, 그것도 김현우의 눈길에 사라질 뿐이었다.
“그, 그러니까. 저희들이 굳이 당신을 ‘가디언’으로 찍은 이유는 ‘등반자’를 막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예요.”
“……흠.”
김현우가 탐탁찮은 눈빛으로 보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거…… 거기에 보상도!”
아브가 급하게 덧붙이자 김현우는 그제야 약간 흥미가 생겼다는 듯 표정을 슬쩍 풀고 물었다.
“무슨 보상?”
“그, 그러니까…… 제가 아는 선에서 가능한 건 어느 정도 선까지……? 그, 그리고!”
“그리고?”
“등반자를 처리하면 처리할수록 메인 시스템에 대한 공적치가 높아져서 분명 당신이 원하는 진실에 도달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은 결국 내가 원하는 진실을 듣고 싶다면 등반자를 조지라는 소리네?”
“그, 그렇죠? 거기에 보상도 얻고…….”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무슨 보상이냐니까?”
“그, 그건 시스템 공적치에 따라 제가 또 따로 판단을 해야 하는 문제라 지금 당장 무슨 보상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는…….”
말꼬리를 흐리며 김현우의 눈치를 보는 아브.
김현우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부서진 테이블을 발을 슬쩍 움직여 한쪽으로 밀어버린 김현우는 아브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좋아, 알겠어. 대충 이해했어.”
“네, 네에…….”
“그러니까 이 한 가지만 확실하게 물어보자.”
“네…… 네, 말씀하세요.”
아까처럼 기계적인 말투가 아닌, 공손해진 아브의 말투.
김현우는 물었다.
“튜토리얼 탑을 만든 놈이랑, 나를 튜토리얼 탑에 가둔 씹새끼에 대한 정보는 지금 들을 수 없지?”
“네, 그건 지금 정보권한 등급으로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머리로 가져가는 아브를 보며 김현우는 말했다.
“그럼, 그 정보를 듣는 데는 어느 정도의 정보등급이 필요한데?”
“그 정보를 들으려면 최소 상위 등급의 정보권한이 필요합니다.”
“……상위 등급의 정보 권한은 그 공적치를 얼마나 쌓아야…… 아니, 그러니까 그 등반자라는 놈을 몇 명이나 잡아 족쳐야 얻을 수 있지?”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어물쩍거리면서 답했다.
“그것도 조금 다 다르긴 한데요……그, 등반자들도 다들 좀 급이 달라서…그, 상위 등반자 5명? 아마 그 정도면 상위 권한이 풀릴 것 같은데…….”
자신이 없다는 듯 그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아브.
“그, 내가 처음 잡았던 녀석은 어느 정도인데?”
“네?”
“그 녀석 있잖아 붉은 도깨비 그 녀석도 등반자라도 뜨던데…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지? 아르…아르카르?”
“아, 홍마 아르키르라면, 하위 등반자일……거예요. 아마도.”
아브의 말을 끝으로 김현우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
그날 밤, 김시현의 집에 딸린 집무실. 여기저기 이름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한문으로 된 이름표가 가득 들어차 있는 책들 사이에, 김현우는 서 있었다.
그는 주변의 책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런 거 다 읽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겉멋으로 들여놨구만.’
책 표지 위로 선명하게 있는 먼지를 본 김현우는 실소하며 김시현의 책상 앞으로 가 그의 앞에 있던 지구본을 건드렸다.
“탑…탑이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 탑…….’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에 지어진 실소를 지우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정보창을 열었다.
————————
이름: 김현우 [9계층 가디언]
나이: 24
성별: 남
상태: 매우 양호
-능력치-
근력: A++
민첩: A+
내구: S+
체력: A+
마력: —
행운: B
SKILL –
정보 권한 [최하위]
알리미
———–
“쯧.”
시스템의 초대에 그곳에 갔다 온 뒤, 김현우의 정보 창은 다시 한번 소소한 변화를 가졌다.
분명 아무것도 써져 있지 않던 정보 권한은 그 옆에 최하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아래에는 ‘등반자’가 올라올 때를 미리 알려주는 ‘알리미’ 기능이 생겼다.
그 이외의 변화는 없었으나, 김현우는 왠지 그 변화가 크게 느껴졌다.
특히 오늘 시스템에게 들었던 이야기.
김현우 본인은 결국 간단명료하고도 담백하게 요약했지만, 실질적으로 아브가 해주었던 말들은 더욱 많았다.
사실 지구가 탑 일부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세계에 ‘튜토리얼 탑’과 ‘던전’, ‘미궁’이 생기게 된 이유를, 아브는 전부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다만 김현우는 그런 설명이 쓸데없다고 생각했을 뿐.
‘그런 자잘한 것까지는 신경 쓰고 살기에는 머리가 너무 아프지. 그러니까.’
“딱 하나.”
김현우는 지구본을 돌리며 생각을 이었다.
‘딱 하나만 본다.’
어차피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봤자 자신이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튜토리얼 탑에 자신을 누가 처박아 놨는지 알아내는 것.
그것을 위해 ‘등반자’를 조진다.
물론 거기에 세계를 구하는 건 김현우에게 있어서 덤이었다.
‘확실하게 딴지 걸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건 내가 정보등급을 얻어 모든 사실을 알아낼 때까지 미룬다.
그래, 그 정도의 여유는 있으니까.
김현우가 그렇게 홀로 생각하고 있을 무렵 그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김현우의 스마트폰에 뜬 발신인은 바로 ‘이서연’.
그는 이제 익숙해진 스마트폰을 조작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오빠 큰일 났어요. 뉴스 봐요! 뉴스!
이서연의 다급한 목소리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더니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아니! 아우 답답해 진짜! 그냥 지금 당장 거실 달려가서 뉴스 켜보라니까요!?
이서연의 말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김시현의 집무실에서 빠져나가 거실로 향했다.
이미 예능프로그램이 틀어져 있는 TV.
그 상태에서 김현우는 리모콘을 조작해 TV를 돌리기 시작했고, 곧 그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 채널을 틀 수 있었다.
“……이건 또 뭐야?”
TV 뉴스 타이틀의 헤드라인에 떠 있는 글자를 읽으며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김현우, 아레스 길드가 관리하는 던전에 들어가 아레스 길드원 살해?]화면 아래측에 박혀있는 헤드라인 위에서는 여자 아나운서가 입을 열고 있었다.
-네, 소식이 좀 충격적이라 현재 여론이 굉장히 뒤숭숭한 정보입니다. 바로 12년 전, 탑에 들어갔다 이번에야 빠져나온 김현우 헌터가 아레스 길드원을 던전에서 살해했다는 정보입니다.
뉴스를 취재한 이진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와 함께 전환된 화면에서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바로 이번에 탑에서 빠져나온 김현우 헌터가 아레스 길드가 독점하고 있는 던전에 강제로 들어가 사냥을 하고 있던 길드원을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이서연이 스마트폰 너머로 보채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새끼들 봐라?”
김현우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내용을 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