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41
241
241. 필요한 게 뭐라고? (1)
“위업(偉業)이라고요?”
어두운 공동에서, 형체 없는 자의 근처에 앉아 있던 비단옷을 입은 여자는 그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원석들을 보며 말했고.
“갑자기?”
머리에 검은 뿔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바닥 위에 있는 원석을 바라봤다.
“시킬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대화상으로 파악해 보면 기술자를 죽인 그 녀석을 죽이고 오면 되는 건가?”
그 뒤로 들려오는, 삿갓을 쓴 남자와 흰 꼬리를 달고 있는 남자의 물음에 형체 없는 자는 어두운 안개 사이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아니, 내가 이 선물을 주는 건 기술자가 죽었다는 이야기와는 별개다.”
“……별개라고요?”
“그래. 아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별개의 일이지.”
형체 없는 자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자, 그의 주변에 앉아 있던 그들은 저마다 그를 보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자신들에게 이걸 왜 주는지 이해를 못 하는 표정.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삿갓을 쓴 남자는 말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만, 이건 정말로 기술자의 일과는 별개의 일입니까?”
“그래, 별개의 일이지.”
“그럼 이건 처음 말했던 것처럼 ‘선물’의 의미로 받아도 된다는 겁니까?”
삿갓을 쓴 남자의 물음에 형체 없는 자는 연기를 움직여 피식 거리는 표정을 만들어내곤 이야기 했다.
“너를 포함해 다른 이들도 의심이 있는 것 같으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해두도록 하지. 이 위업을 받고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없다.”
그는 그렇게 말하곤 삿갓을 쓴 남자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대로 순수한 ‘선물’의 의미로 받을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이 위업(偉業)들은, 내가 원래 ‘위’에 보내놓기 위해 만들어둔 것들이니만큼 그 업의 질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지.”
“……어째서?”
형체 없는 자의 말에 비단옷을 입은 여자는 자신이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형체 없는 자가 자신들에게 한 제안은 무척이나 달콤한 제안이었으니까.
그래, 너무 달콤한 제안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적어도 그녀가 봐온 바로, 그는 굉장히 탐욕스러운 자였으니까.
그녀가 그런 의미를 담아 형체 없는 자를 바라보니 그는 여전히 안개로 피식하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그들을 바라봤다.
“이유를 알고 싶은가?”
형체 없는 자의 물음.
“”…….”
그의 물음에 그곳에 있던 네 명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체 없는 자는 웃음을 짓고는-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미식가일세.”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자네들에게 ‘기술자’가 죽은 것을 말해준 것도, 지금 이 상황에서 자네들을 불러 ‘위’에 올릴 위업을 내준 것도, 모두 내 ‘미식’을 위해서일 뿐이라는 거지. 딱히 자네들을 위해서가 아니야.”
-알겠나?
“자네들은 이걸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네. 구석에 틀어박혀도 되고, 새로운 힘을 시험하려 하층에 내려가도 좋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평소에 하던 것처럼 느긋하게 퍼질러 있어도 된다네. 어차피-”
씨익.
“자네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전부 나를 위해서가 될 테니까.”
형체 없는 자는 그리 말하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
“이렇게 한다면, 자네는 이 칼파의 연꽃을 수련하지 않고서라도 이 연꽃에 있는 업을 먹어 치울 수 있게 되지.”
방주 안, 한참이나 노아흐의 말을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생각을 정리하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을 끄덕거리다 마침내 입을 뗐다.
“……그게 돼?”
“물론 해보지는 않았네만, 뭐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렇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김현우에게 ‘칼파의 연꽃’에 담겨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제안한 것.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업이 담겨 있는 칼파의 연꽃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러니까, 네가 저 연꽃을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고?”
“못할 것 같나? 나는 ‘제작자’일세. 충분한 시간과 힘이 주어진다면 ‘창조’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업을 떼어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래?”
김현우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노아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힘이 있었으면, 생각해 보니까 청룡의 업을 얻을 때도 그렇게 줬으면 되는 거 아니야?”
“무슨 당연한 것을 묻는 겐가? 당연히 그때는 힘이 아예 없었네.”
“그럼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뭔데?”
김현우가 묻자 노아흐는 턱짓을 하며 한쪽을 가리켰고, 김현우가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아.”
-김현우가 가져왔던 정복자들의 무기들이 놓여 있었다.
“저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거대한 흑색의 망치,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붉은 도신을 가지고 있는 기이한 언월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육각형의 보석.
“자네가 내게 가지고 왔던 정복자의 업들이지.”
“……저걸 네 힘으로 사용할 수 있어?”
“불가능하지는 않네.”
노아흐는 그렇게 대답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저것들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조금 아까운 짓이기는 하네만, 애초에 사용하지 않을 거면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일세.”
노아흐의 이야기를 들은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그가 가져왔던 무구들을 한 번씩 쳐다보며 생각했다.
‘……재활용 할 수 있는 무기가 있나?’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 무기들을 그냥 연료로 써버리기에는 노아흐의 말대로 조금 아까운 느낌이 있었다.
“여기 중에서 몇 개 정도 빼가도 돼?”
“……뭐, 그래 봤자 세 개밖에 없네만 두 개 정도 빼가는 건 큰 상관은 없을 것 같군. 나야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힘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말일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려 업이 담긴 무기들을 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시선이 간 곳은 거대한 망치.
‘우선 망치는 제외.’
김현우는 ‘곧바로’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빠르게 망치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망치는 김현우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없으니까.
물론 업 자체가 중요하기는 했다.
그러나 만년빙정 때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업’이 중요하다고 해도 최소한 그 업이 본인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업이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망치를 제외하고 곧바로 다음 물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음에 보이는 것은 바로 붉은색의 언월도.
허나 그냥 아티팩트의 로그가 언월도라고 이야기를 할 뿐, 김현우의 눈에 그것은 그냥 거대한 도처럼 보였다.
김현우가 보고 있는 언월도의 손잡이는 마치 일반적인 검처럼 작았으니까.
‘이것도 좀…….’
현재 자신과 함께 싸우는 이들 중에서 검을 쓰는 이는 딱 한 명, 김시현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시현이 사용하는 검은 이렇게 기이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
애초에 김시현은 발도(拔刀)를 주로 쓰니까.
‘그래도 생각해 보면 또 시현이는 들고 있는 업(業)이 아예 없기는 한데.’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참이나 붉은 언월도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육각형의 보석을 바라보았다.
“……흠.”
잠시간의 생각.
김현우는 고민을 이어가다 이내 입을 열었다.
“우선 언월도랑 저 흑경의 업은 놔두는 걸로.”
“알았네. 말했듯이 내 힘의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이것 하나면 되니까.”
김현우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노아흐는 검은 망치를 집어 들었고, 김현우는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 것 같아?”
“흠.”
김현우의 물음에 시간을 재듯 살짝 고민을 시작하는 노아흐.
그는 무엇인가를 셈하듯 손가락을 접더니 대답했다.
“우선은 2주 정도 필요할 것 같군. 다만 자네도 달다시피 이 일은 처음 해보는 일이니만큼 내가 정한 기간이 어긋날 수도 있네.”
“뭐, 그건 알았어.”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노아의 방주 밖으로 향하려다-
“잠시만 기다리게.”
곧 들려온 노아흐의 말에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왜?”
“2주 뒤에 찾아올 때는 그 원숭이 친구…… 그러니까 제천대성도 같이 데려오도록 하게.”
“……제천대성?”
“그래, 아마 그에게도 줄 수 있는 선물이 있을 것 같으니 말일세.”
***
천호동에 있는 김현우의 저택.
“역시 펜타클은 지나지.”
“흐음, 에바로군. 역시 펜타클은 슈아다.”
“슈아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네가 예전에 바람났던 직녀랑 똑 닮아서 마음에 들었냐?”
“뭐? 헛소리하지 마라!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모르고 했다고 말했을 텐데?! 게다가 오히려 네 녀석의 난봉꾼 기질을 생각하면 내 편이 더 낫다!”
“응 아니야~ 나는 미혼녀들이었고 너는 유부녀였어~!”
상당히 큰 벽걸이 TV 앞에서 요즘 유행하는 걸그룹을 감상하고 있던 제천대성과 작게 데포르메 된 청룡의 모습을 보고 있던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서연을 바라봤다.
“쟤들 또 왜 저러냐?”
“……계속 지루하다고 하고 틈만 나면 은근히 싸움을 하려고 들길래 시선도 다른 데로 돌릴 겸 취미를 가져보라는 의미에서 TV를 추천했는데…… 보시다시피 저런 상황이…….”
이서연은 턱짓하며 걸그룹을 틀어놓고 금방이라도 쌈박질을 하려는 둘을 가리켰고, 김현우는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야, 쌈박질 좀 그만해라.”
“언제 왔어?”
“이 원숭이와 싸우느라 미처 온 줄 모르고 있었군.”
“야, 너 계속 선 넘는다? 그러다 진짜 언제 한번 제대로 간다?”
“애초에 업이 하나밖에 없는 네가 나를 이기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 같은데, 깝치지 마라.”
김현우가 제지한 지 3초도 지나지 않아 입만 열면 험악해지는 분위기.
물론 김현우야 저 둘이 그렇게 말싸움을 계속할 뿐 그 이상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다.
‘저게 무슨 우정표현 같은 건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 말을 주고받는 제천대성과 청룡을 본 김현우는 이내 그들의 싸움을 말리는 것을 포기하며 소파에 앉아 이내 이서연을 돌아봤다.
“그래서, 아까 할 이야기 있다며 뭔데?”
김현우는 조금 전 퇴원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 이서연이 통화로 전했던 말이 떠올라 그렇게 질문했고.
“아, 그거요?”
이서연은 김현우가 질문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게 뭔데?”
김현우는 서류를 받아들고 시선을 위로 돌렸고.
“……하남강에 있는 나무줄기? ……영목 관련 서류야?”
그의 물음에 이서연은 대답했다.
“네, 정부쪽에서 준 서류예요.”
“내가 분명히 인터뷰 때 패도길드나 암중 길드한테 문의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김현우가 별 흥미 없다는 느낌으로 서류를 슥 던진 뒤 이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넌 왜 이런 걸 나한테 가져다 줘?”
“으,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만빵이었어요.”
“왜?”
“계속 내가 줘봤자 의미 없다고 하는데 좀 친분이 있는 정부쪽 사람이 어떻게든 서류만 한번 올려달라고 밀어붙여서…… 뭐 그런 거죠.”
이서연이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자 김현우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인생 참 힘들게 산다.”
“오빠가 인생을 편하게 산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이서연의 말에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인 김현우는 물었다.
“그런데, 저 한강에 있는 나무줄기가 아주 짭짤한가보지? 생각해 보면 인터뷰에도 그거 관련 내용만 꽤 많이 나왔는데.”
“아주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저 영목이라는 재료 자체가 지금 상위 던전을 들어가야 희귀하게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자원이라 너도나도 손이 근질거려서 그럴 거예요. 거기다가 최근엔-”
이서연의 이어진 설명.
그 설명을 줄곧 듣고 있던 김현우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슬쩍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