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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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필요한 게 뭐라고? (2)
그것은 굉장히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분명히 겉모습은 일반적인 동굴의 모습이었으나, 동굴을 이루고 있는 벽의 색은 칠흑 같은 검은색이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냥 동굴 전체가,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휩싸여 있었다.
게다가 그곳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어두운 동굴의 시야를 밝히고 있는 것이 검은색의 불꽃이라는 것이었다.
지극히도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공간그곳에서 네 명의 정복자 아니, 정확히는 사천(四天)이라 불리는 그들은 동양풍의 팔각정에 앉아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이 들어차 있는 공간.
그런 침묵이 얼마나 지났을까.
“흐음.”
이 공간의 주인인 삿갓을 쓰고 있는 남자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지?”
“뭘?”
“그분이 우리에게 준 위업(偉業)에 관한 것을 말하는 거다.”
삿갓을 쓴 남자의 물음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흰 꼬리를 가진 남자는 그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숙였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검은 뿔을 가진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뭘 그렇게 고민해? 위업(偉業)을 그냥 준다잖아? 그럼 그냥 넙죽 받으면 되지.”
“멍청하기는.”
“뭐? 멍청해?”
검은 뿔을 가진 남자가 순간 눈을 부라리며 삿갓을 쓴 남자를 쳐다보았으나 그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는 듯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래, 멍청하지. 아주 멍청하다 못해 네가 나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지성체라는 게 신기할 지경이군. 아, 역시 조악한 괴이 새끼들 사이에서 나온 놈이라 그런가?”
“뭐라고? 이 개 잡배새끼가-!”
언뜻 비웃음을 내뱉으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검은 뿔을 가진 남자는 크게 반응해 곧바로 주먹을 들어 올렸으나-
“그만 좀 하세요. 둘 다 뭐하는 짓이에요?”
-비단옷을 입은 여자의 말에 그 둘은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쏘아보며 그대로 혀를 차고는 시선을 거뒀다.
그녀는 서로에게서 고개를 튼 둘을 바라보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들도 알고 있겠지만 저희가 싸움을 벌인다고 해서 이득이 없는 건 알고 있겠죠? 게다가 그렇게 티격 댈 시간이 있다면 그의 의도나 생각해 봐요.”
여자의 말에 검은 뿔을 달고 있던 남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진짜 답답하네, 애초에 그 의도가 뭐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데? 애초에 그 녀석이 전부 말했잖아? ‘이건 우리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 안 하면 어쩔 건데?”
검은 뿔을 가진 남자의 말에 일순 침묵을 지킨 다른 이들.
남자는 그들을 한번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지.
“봐, 다들 할 말 없지? 애초에 그렇잖아? 그 녀석이 뭘 생각하는지 의도를 알든 모르든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너희들도 알잖아?”
-애초에.
“지금 여기 있는 놈 대부분이 그 녀석 못 이겨서 따까리나 하고 있는 판인데, 그 녀석이 고맙게도 원래 위에 올려야 하는 위업을 우리한테 줬네? 그럼 감사하게 먹으면 되잖아?”
“그 위업을 준 의도가 대체 뭔지 모르니까 이렇게 모여 있는 거 아니에요? 귀(鬼),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그의 탐욕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여자의 말에 검은 뿔이 달린 남자, 귀는 대답했다.
“그 녀석 탐욕이 보통이 아닌 건 그냥 이 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기만 해도 소름끼칠 정도로 잘 알 수 있지.”
“그럼 당신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겠네요. 그가 그저 선물로 이 위업을 준 게 아니라는 걸.”
“애초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 녀석이 마지막에 한 말 기억 안 나? 그 녀석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도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했잖아.”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애초에 우리가 뭔 지랄을 해도 그 녀석을 이길 수 없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야. 지금 여기서 머리 싸매고 그 녀석의 의도를 파악하든, 파악하지 못하든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그러니까-”
귀는 피식하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주먹을 꾹 쥐었다.
“그냥 생각 안 하겠다 이거지, 어차피 대가리 존나게 굴려도 그 녀석 손바닥 안이라는 소리니까.”
검은 뿔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쏠리는 시선.
“어디 가는 거죠?”
“놀러.”
“……눌러?”
“그래, 그 녀석이 내 좆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나는 그냥 진짜 좆대로 움직여서 새로 얻은 위업의 힘이나 실험해 볼까하고 말이야.”
귀는 그렇게 말하더니 여자가 말릴 새도 없이 순간 자신의 몸 주변으로 보랏빛의 마력을 뿜어내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남은 세 명.
“……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고, 그와 함께.
“확실히 귀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군.”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얀 꼬리를 가지고 있는 남자, 백(白)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라고?”
백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삿갓을 쓴 남자, 선(仙)의 물음에 백은 대답했다.
“확실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네 녀석까지 저놈이랑 머리가 같이 비어 버린 거냐?”
“그건 아니다, 단순히 저 녀석의 생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거지,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알고 있지 않냐고?”
“그래, 귀의 말대로 그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든 자신의 이득이 될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 말은 결국 우리가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도 그가 상정하고 있는 상황 안쪽이라는 소리지.”
“…….”
“그리고 그 소리는 결국 이 위업을 가지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하든 결국엔 그가 상정하고 있는 일에 끼어들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그의 의도를 알아내겠다고 하는 건 별의미가 없는 게 맞는 거지.”
“…….”
백의 말에 아무런 말도 없이 인상을 찌푸리는 선과, 그 옆에 있는 그녀.
백은 그 둘의 모습을 보다 이야기했다.
“다만-”
“?”
“대충 짐작할 수는 있군.”
“……뭘 말이지?”
선의 물음에 백은 딱히 거를 것 없다는 듯 대답했다.
“우리에게 위업(偉業)을 준 이유 말이야.”
“……기술자, 그러니까 범천을 죽인 그 녀석을 말하고 있는 건가?”
선의 물음에 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뭐 우리 모두 대충 짐작하고는 있겠지만 아마 그가 우리에게 위업을 준 이유는 범천을 죽인 그 녀석과 관련이 높을 거야. 그리고 거기에 그가 ‘미식’을 좋아한다는 걸 떠올리면.”
백은 그렇게까지 말하고 선과 그녀를 바라봤고, 곧 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설마.”
“나도 짐작일 뿐이지만, 그가 한 말을 종합해 보면 그런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군.”
백의 말에, 남아 있던 선과 비단옷을 입은 여자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
—-
고인물
“영목(靈木)은 이렇게 할 겁니다.”
좋은 쪽인가 나쁜 쪽인가.
지난 1주일 전, 김현우는 이전 인터뷰 때 말한 내용인 ‘패도 길드와 암중 길드에 연락하라’는 말을 정정하고 본인이 영목의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밝혔습니다.
김현우 헌터는 하남강을 거의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있는 영목의 구매 우선권을 지난 한 달간 일어났던 재앙 사태 때 ‘재앙’을 먼저 잡을 수 있었던 S등급 헌터들에게 우선적으로 구매권을 주고, 그 이후에는 경매의 형태를 띄워 영목을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 김현우의 발언에 재앙을 잡았던 헌터와 그 헌터가 속한 길드들은 시간을 앞다퉈 패도 길드와 암중 길드에 연락을 넣는 중이고, 그런 상황에서 협회는 (중략)──────…….
……
…….
……
.
허나 그렇게 영목의 판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고인물 김현우에 대한 실망감을 비추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쟁아을 잡지 못한 중소규모의 길드들로, 그들은 ‘이미 영목 정도의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헌터들에게 영목을 우선적으로 넘기는 것은 헌터들의 부익부 빈익빈을 늘릴 뿐이라며 김현우에게 중소규모의 길드에서도 영목의 구매권을 넘겨달라는 의사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 이외에 그런 김현우의 행보를 보고 있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각각 크게 나누어지며─────
—-
“어우, 진짜 개판이네요.”
“왜?”
천호동의 저택.
“뉴스 좀 봐요.”
줄곧 소파에 앉아 뉴스를 읽고 있던 김시현은 그에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읽고 있던 뉴스를 보여주었고, 슬쩍 시선을 돌려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던 뉴스를 본 김현우는.
“그걸 뭐 하러 봐? 어차피 내용이 하나같이 비슷하더만.”
-이내 가볍게 시선을 돌려 김시현이 보여준 뉴스에서 시선을 뗐다.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본 김시현은 이내 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뿌린 거예요?”
“뭘?”
“영목이요. 어차피 그냥 경매로 판다고 해도 전부 달려들었을걸요?”
김시현의 물음에 김현우는 답했다.
“뭐, 그렇겠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 녀석이 놔두고 간 나무줄기는 상급 던전에서도 구하기가 좀 빡센 등급의 재료라며?”
“그쵸.”
“그래서 그런 거야.”
“네?”
김현우가 재앙을 잡은 이들에게 영목을 우선 적으로 판매한 이유.
그것은 바로 그들이 ‘재앙’을 잡은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제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물론 지금 상황은 괜찮았다.
1계층과 9계층이 붙어 있던 곳은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고, 더 이상 범천이 오기 전처럼 등반자가 많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허나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김현우가 준비를 시작하고 설계자를 죽이러 탑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 또 9계층이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9계층은 또다시 위태위태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물론 등반자가 올라오는 상황도 대비를 하긴 하겠지만…….’
등반자가 올라오는 숫자가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를 만큼, 김현우는 재앙을 막은 헌터들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그런 생각을 김시현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귀찮았기에-
“그냥 그런 거라고만 알아둬.”
“……그런 게 뭐예요?”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었고, 김시현은 그런 김현우를 슬쩍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렇게 앉아 있던 도중.
——
[당신을 초대합니다.]시스템에서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스템 옆에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면 당신은 부름을 받아 초대됩니다.
남은 시간: 0일 0시간 0분 5초
——
“응?”
김현우는 갑작스레 눈앞에 떠오른 로그에 저도 모르게 멍한 소리를 냈고.
그가 멍한 소리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시스템 룸의 한가운데로 소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 이건 확실히 편리하군, 괜히 귀찮음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었던 것 같네.”
“그렇죠?”
“……노아흐? 왜 네가 여기에 있어?”
김현우는 시스템 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아흐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