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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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너는 또 뭐야? (2)
‘이거 좀 빡센데.’
김현우는 자신과 마주 보고 있는 두억신을 보며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조금 전에 있었던 짧은 격돌.
시간으로 치자면 몇 분이 흐르지 않은 짧은 전투 사이에서 김현우는 눈앞에 있는 두억신이 자신의 예상대로 12계층에 있는 녀석이 아니라 ‘정복자’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과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복자.
“왜 그렇게 조용해? 한번 싸워보고 나니까 금세 마음이 바뀌었어? 응?”
두억신의 도발.
허나 김현우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조금 더 싸워볼까?’
물론 김현우는 이곳에서 저 녀석과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 그가 잃을 것은 없으니까.
등반자나 정복자가 자신이 사는 지역인 9계층, 그러니까 지구로 내려왔을 때는 이를 악물고 싸워야 하겠으나, 여기서는 그러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이곳은 김현우가 딱히 지킬 필요가 없는 12계층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김현우가 두억신에게서 ‘이석’을 빼앗은 다음에도 굳이 한번 맞붙어본 이유는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김현우는 그가 ‘정복자’라는 것을 확신했으니까.
“생각이 좀 바뀌기는 했지.”
“그래? 어떻게?”
그러나 아직 김현우는 두억신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분명 그와 전투를 치르기는 했으나 자신과 두억신은 본격적으로 싸움을 하진 않았으니까.
김현우는 아직 대부분의 힘을 숨기고 있었고.
그것은 두억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좀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더라고.”
-네가 너무 머저리 같아서 말이야.
씨익-
김현우는 두억신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엿보기 위해 그를 도발했다.
“뭐?”
“못 들었어? 너 개허접이라니까? 아직 나는 내 힘의 10%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거의 비등비등하잖아? 응?”
계속되는 김현우의 도발.
물론 김현우의 입에서 나오는 도발은 삼류 잡배들이나 동네 초등학생들이나 할 것 같은 싸구려 멘트였으나-
“이 새끼 봐라……?”
-김현우의 예상대로, 두억신은 그런 김현우의 싸구려 삼류멘트에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반응했다.
분명 웃음을 짓고 있는 두억신.
허나 김현우는 그 미소가 즐거워서 짓고 있는 미소가 아닌, 빡쳐서 짓고 있는 미소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 이거지? 너도 힘을 숨기고 있었다고?”
“그래, 힘만 개방하면 너 같은 머저리는 그냥 박살 낼 수 있다 이거야.”
그런 두억신의 표정을 보고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도발하는 김현우.
두억신은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보고 있다, 이내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한차례 혀로 핥고는,
“설마 그런 애새끼 같은 장난에 어울려 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두억신의 반응을 보며 새삼스레 놀란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뭐야, 안 걸리네?”
놀랐다는 듯 묘하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히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두억신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대답했으나-
“그딴 애새끼 장난에 걸릴 리가 없지.”
“아, 그래? 나는 또 네가 너무 멍청해 보여서 이 정도만 해줘도 바로 넘어올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네?”
“…….”
이어지는 김현우의 말에 두억신의 표정에서는 마침내 미소가 사라졌다.
그런 두억신의 모습을 보며 묘하게 깐족대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김현우.
“뭐야? 설마 빡친 거? 조금 전까지는 애새끼 같은 장난에는 안 걸린다더니, 설마 진짜로 빡친 거야?”
킥킥 거리면서 말하는 그.
그에 두억신은-
“……애새끼 장난 같은 그 도발과는 별개로, 네 녀석의 아가리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
“그래서 어쩌려고?”
“살짝 손을 봐줘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주변으로, 무엇인가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마력이라기에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도력이라기에는 선하지 않은 그 무엇인가가, 두억신의 주변에 모여드는 것을 보며 김현우는 겉으로는 얼굴을 굳히면서도 내심 미소를 지었다.
쿵- 쿠구구궁- 쿵!!
그저 무엇인가를 자신의 주변으로 모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떨리기 시작하는 지반, 그와 함께 두억신의 주변으로 검은색의 안개와도 같은 것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내, 그의 몸이 변이하기 시작했다.
우득, 우지지직 우득!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하는 두억신의 몸.
조금 전까지는 뿔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던 두억신의 모습이 안개가 모여드는 것을 기점으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의 머리에 나기 시작한 6개의 뿔.
양쪽 이마에 세로로 세 개씩, 도합 여섯 개의 검은 뿔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그의 손발이 마치 요괴의 그것처럼 바뀌기 시작한다.
아니,
손발뿐만이 아닌, 몸 전체가 거대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늘어나기 시작한 검은 연기와도 같은 그것은 순식간에 김현우가 서 있던 근처를 먹어치웠고.
그 상태에서 두억신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그 입, 찢어주마.”
-두 눈을 부라린 채, 어느새 자신의 손에 쥔 거대한 도깨비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며 그리 말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변이한 두억신의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피부로 느껴지는 저릿한 기운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이게 전부야?”
“네 녀석의 아가리를 찢는 건 이 정도로 충분할 것 같군.”
“그럼 더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없다 이 소리네?”
“이번에 새로 얻은 ‘위업’이 있기는 하다만, 네 녀석에게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힘이지.”
두억신의 말에 김현우는 이곳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자신도 힘을 내보이고 좀 더 전력을 알아보느냐.
그게 아니라면 이 정도에서 그의 전력을 알아낸 것에 만족하고 그만두느냐.
‘……위업이 있다고 했으니 이게 완전한 전력은 아니겠지만…… 그보다, 어째서 저 녀석이 위업(偉業)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거지?’
……위업(偉業)이 그렇게 흔하게 돌아다니는 건가?
아니면 자신을 상대로 페이크를 치는 건가?
김현우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에 의문을 떠올렸으나 그는 아주 잠깐 두억신과 대화를 한 것만으로도 그가 페이크를 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고민했으나 곧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근데 이거 정말 유감인데 어쩌지?”
“?”
“나는 너랑 별로 싸울 생각이 없는데.”
이 이상 두억신과 싸우지 않는 쪽으로.
김현우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그는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조롱하듯 말했다.
“뭐야, 도망치는 거냐?”
“응, 생각보다 훨씬 강해서 안 될 것 같네?”
넉살 가득한 김현우의 미소에 두억신의 표정일 일순 묘해졌으나 이내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네가 선택할 것은 순순히 죽는 것밖에는 남지 않았군.”
두억신의 말에 김현우는 그와 마찬가지로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닌데? 도망쳐야지?”
“……이곳에서 도망친다고? 응?”
두억신은 피식 웃으며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사면은 막혀 있다. 뚫려 있는 건 천장뿐이지. 그런데 어디로 도망치겠다는 거지? 거기에다가 네가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나에게서?
두억신이 절대적인 자신감을 내비치며 비틀린 웃음을 짓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도망칠 수 있지.”
“그래?”
사실 김현우도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본격적으로 싸우고 싶었으나 이곳에서 힘을 보이는 것은 하책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이게 되면 본격적으로 견제를 받게 될 테고, 그것은 결국 김현우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줄이는 것이 될 테니까.
‘아쉽지만 적당히 전력을 알아낸 것으로 만족하자.’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금방이라도 이겼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못 도망갈 것 같아?”
김현우의 자신감 어린 말투.
너무나도 확신이 어린 그의 표정과 말투에 일순 두억신이 묘한 표정을 짓자, 김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병신, 다음에 보자.”
-이내 그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올렸다.
그 모습에 일순 멍한 표정을 지은 두억신.
물론 그는 김현우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으나 그것이 곧 좋지 않은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곧바로 김현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꽝!!
이전과는 다르게 지반을 완전히 박살 내며 김현우의 앞으로 도약한 두억신.
허나 김현우는 그의 움직임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았고, 이내 두억신의 주먹이 자신의 얼굴에 가까워졌을 때.
“출입.”
김현우는, 두억신의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
시스템 룸.
“……그래서, 두억신이라는 정복자랑 만나고 왔다고요?”
“그래.”
김현우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린 뒤로 아브에게 12계층에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알려주기 시작했고,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잘하셨어요. 저로서도 설계자와 그들을 감시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지 않은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고 봐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애초에 그 녀석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출입 때문이었으니까.”
김현우가 두억신과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도 그를 마음껏 도발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가지고 있었던 출입 스킬 때문이었다.
출입 스킬이 있다면 김현우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출입 스킬이 만능은 아니었다.
원래라면 출입 스킬을 사용해 그 자리에서 벗어낫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김현우는 다시 그곳으로 빠져나가야 하니까.
그래, 원래라면 말이다.
“근데 말이야.”
“네?”
“정말로 9계층으로 갈 수 있는 거야?”
“당연하죠, 제가 저번에 제작자와 있을 때 말했듯이 제 능력은 이미 모두 풀린 상태라서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9계층에서 12계층으로 곧바로 올라가는 건 안 되는데?”
“……그것도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능력의 봉인이 전부 풀렸다고 해도 아직 그렇게 마음대로 전이를 시킬 수 있을 만한 힘은 없어요. 뭐, 말했듯이 지정된 곳으로 사람을 전이시키는 건 가능하지만요.”
김현우가 진짜 여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아브의 풀린 힘 때문이었다.
그녀의 힘이 풀린 뒤로는 출입을 사용하더라도 12계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9계층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기다리면 되는 거야?”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어차피 제 봉인도 풀렸고 정보 권한 자체가 최상위가 되어서 여기에 오래 있어도 상관없으니까요. 대충 5시간 정도만 되면 충분히 힘이 모일 것 같아요.”
“그래?”
그런 아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현우.
“아.”
그는 갑작스레 떠올랐다는 듯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참에 시간이 난 김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물어보고 싶은 거요?”
아브의 되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뭔데요?”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위업(偉業)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아브를 바라봤다.